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6화(116/221)
116. 최초의 사례 (2)
116. 최초의 사례 (2)
동물 실험은 어느 나라에서나 뜨거운 논쟁 거리이다. 특히나 개, 고양이와 같이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일수록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기까지 많은 절차와 허가 과정이 필요했다.
“이번 줄기세포 치료의 주요 핵심은 이미 손상된 운동 뉴런을 교체하는거야.”
단순한 학부생 신분이 아닌, 정식 보호자 신분으로 연구실을 방문한 제인은 내 말에 집중했다. 전문 용어가 나오거나 성공률이 언급될 때면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이내 귀를 기울였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ALS, 루게릭 병을 치료한 사례는 없었다. 그렇기에 과장도, 희망도 섞지 않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자, 그녀가 떫게 웃었다.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네 말은 성공 확률이 5%라는 거지?”
“음···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이 있다면 조금 확률이 올라가긴 했어.”
“희망적인 소식?”
내 말에 제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로버트가 큼큼거리며 알은체를 했다.
그런 로버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는 제인. 그러나 로버트의 표정에는 엄청난 자부심이 서려있었다.
“왜냐면 이번에 실험에 성공했거든.”
“…실험?”
“무려 하반신이 마비된 쥐를 걷게 하는 실험!”
로버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스 교수가 있었다면 ‘제발 좀 자중하렴.’라고 타박을 줬겠지.
크리스 교수는 실험쥐 성공 사례를 보자마자 논문을 써야한다며 어딘가로 가버렸다. 정작 여기가 그의 연구실인데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하반신이 마비된 쥐를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치료했거든.”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데?”
“그야 방금 결과를 확인했으니까.”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자 제인의 표정이 한차례 더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너가 의사였다면, 아무도 너한테 치료받지 않을 걸. 너무 부정적이고, 또 비관적이야.”
“일단 난 의사가 아니라 연구원이고, 비관적인게 아니라 현실적인거야.”
하아, 긴 한숨을 내쉰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내 이야기를 들은 제인은 펜을 집어들었다.
“그래. 여기에 사인하면 되는거지? 실험 중 베니가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 말이야.”
“계속 말하지만 나는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나도 알아.”
단호한 목소리로 제인은 딱 잘라 말했다. 그녀의 얼굴위로 드리워져있던 그림자가 순간이지만 사라졌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테니까···너도 최선을 다해줘.”
“…그럼 일단 세포부터 채취할게.”
내 말에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왔던 케이지를 넘겼다.
나는 이 안에 들어있는 생명체를 바라봤다가, 제인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바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야. 준비하고 배양, 분화가 안정적으로 되는지 확인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해.”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제인은 낮은 목소리로 답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할 수 있는 말을 고르다 한마디 내뱉었다.
“최선을 다할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말이야.
“…현실적인 말이네.”
연구실을 떠나는 제인은 웃으며 답했고, 그렇게 베니를 향한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계절.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남자를 향해 또다른 남자가 걸어왔다.
“좋아보이네. 케빈.”
남자는 선글라스를 낀 채 누워있는 케빈을 내려다봤다. 케빈은 인상을 쓴 채 손을 휘휘 저었다.
“비켜. 너 때문에 햇빛을 못 쬐잖아.”
“오랜만에 온 친구한테 그게 할 소리야?”
“보나마나 또 연구하자는 말하러 온 거겠지.”
“아닌데?”
예상과 다른 남자의 반응에 케빈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제야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챈 케빈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런 케빈을 향해 뭔가를 건네는 남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데?”
“읽어보면 알아.”
남자가 건네준 건 다름 아닌 저널, Stem Cell이었다. 케빈은 저널을 확인하고는 김빠진 표정으로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난 또 뭐라고. 빌, 너가 무슨 생각인지 알겠지만 난 다신 거기에 안 갈거야. 발 뺀지 오래라고.”
“한번 읽어보고 이야기 해.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하, 말도 안되는 일?”
자리에서 일어난 케빈은 빌이 들고 있는 저널을 뺏어들었다. 학부생, 그리고 석박사 과정 중에서 질리도록 읽었던 줄기세포 전문 저널이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흰 쥐의 모습에 케빈이 얼굴을 더욱 구겼다. 그러나 그가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구겨진 얼굴이 다른 표정으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거봐, 내가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지?”
“왓 더···지금 그러니까 줄기세포로 하반신 마비된 쥐가 치료됐다고? 그것도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피부세포를 떼내서 만든 거로?”
케빈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그는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쥐의 두 다리를 치료했다, 기존에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를 이식시키는 실험으로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케빈은 한 문장, 한 문장 소리내 읽었다.
“말도 안돼···이 실험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데?”
“하버드대 분자세포생물학 크리스 에반 교수.”
“아.”
그 순간, 케빈의 반응이 차게 식었다. 그는 읽고 있던 저널을 덮었다.
“순간 속을 뻔 했네. 그 양반 순 거짓말쟁이잖아.”
“그 실험 하나 때문에 그러는거야? 그거 말고 다른 건 너도 인정해놓곤?”
빌의 말에 케빈이 움찔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케빈이 업계의 권위자이자 선두자인 크리스 에반 교수를 모를리 없었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그의 논문도 많이 읽고, 자문을 구하기 위해 종종 이메일로 연락하곤 했지만···그는 문제의 그 실험, ‘줄기세포를 이용한 해마 복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번 실험은 크리스 교수 연구팀에서 진행한 게 맞지만 주도한 연구원은 또 다른 사람인가봐. 그리고 실험 과정도 일일이 웹사이트에다가 공개해놨어.”
“…공개해놨다고?”
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케빈은 미간을 좁히며 잠깐 고민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툴툴대면서도 결국 실험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케빈을 보며 빌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그 일지를 보고 나면, 다시 이 연구에 발을 들일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으니까.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대체 왜?’
‘빌. 너도 이 거지같은 곳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게 좋을거야. 여기는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곳이니까.’
사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케빈은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했다. 밤새 공부하거나 실험을 하는 건 기본이고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일본까지 달려가곤 했으니까.
케빈은 저널에 적혀있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빌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케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겼다.
“어디가?”
“하버드.”
“뭐? 여기서 비행기타도 7시간이 넘어! 도착하면 이미 밤일텐데-”
다급한 목소리로 말리는 빌이었지만, 케빈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늦은 시간인데 불구하고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서요.”
“새벽이어도 두 팔 벌려 환영했을거에요. 그나저나 제가 알기로 올해 나이가 16세 맞나요?”
“만 나이로 따지면 그렇습니다만···”
만 나이? 고개를 갸웃하던 여자를 바라보며 나는 떨떠름하게 웃었다. 한국 나이에 대해 설명할까 하다가 그냥 최대한 사회적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크리스 교수가 줄기세포 전문 저널 Stem Cell에 실험 내용을 올리고 난 후, 폭발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터졌다.
시작은 동종업계. 줄기세포 전문 저널인만큼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들로부터 우리는 전화와 이메일 세례를 매일같이, 매 시간 아니 과장해서 매 분마다 받아댔다.
‘지금 저널에 올라온 하반신 마비 쥐 실험이 사실입니까? 조작은 아니겠지요?’
‘혹시 이후에 쥐가 사망하진 않았습니까? 다른 부작용은요?’
‘지금 당장 연구실에 가도 되겠습니까? 꼭 만나뵙고 싶습니다.’
수없이 많은 질문들과 감탄들이 쏟아졌다. 일부는 실험 일지를 읽고 궁금한 부분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일부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우리는 실험쥐(로버트가 대니라는 이름을 지어줬다)에 대한 근황을 꾸준히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MRI사진도 함께 올리며 대니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는 과정을 올릴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목격한 것처럼, 줄기세포 신봉자들은 점점 늘어났고 어느새 그 중심에 서게 된 나는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인터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사람들의 관심은 양날의 칼과 같다. 때로는 엄청난 지지와 힘이 되지만, 그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순간 받았던 모든 걸 다 토해내야 하니까.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꼭 필요했다. 훗날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몇년 전, 크리스 교수님께서는 이미 줄기세포로 해마 복원에 성공하신 사례가 있던데, 이번 실험도 그 연장선인 건가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자 여자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녀는 크리스 교수가 진행했던 실험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온 듯했다.
그때 나왔던 신문 기사를 언급하며 크리스 교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 실험과 이번 실험은 별개의 실험입니다. 실험 일지에도 나와있지만 이번 실험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 세포로 분화시켰으니까요.”
“안그래도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관련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데요,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우선은 윤리적인 문제를 가장 크게 고려하였고···”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과학 전문 기자 베테랑답게 여자는 여러 질문을 다각도로 준비해서 던졌고, 모두 다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는 차분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나가던 중, 여자가 고개를 크리스 교수에 대한 질문들도 던졌다.
“크리스 에반 교수님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상당한 권위가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특별히 지도받은 부분이 있나요?”
그녀는 미리 조사해 온 ‘크리스 교수가 이뤄낸 업적들’에 대한 이야기했고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며 이 자리에 크리스 교수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고 난 뒤로 그는 어느정도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지난 날 자신이 저질렀던 논문 조작을 밝힐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아카이브에 올렸던 아밀로잽에 대한 연구는 이제 더 이뤄지지 않는건가요?”
그 순간, 크리스 교수에 대한 질문이 끝난 여자가 논문 한 부를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아카이브에 올렸던 그 논문이었다.
“아뇨, 아밀로잽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겁니다. 그 모양이 달라질 뿐이지만요.”
“모양이 달라진다는게 무슨 의미이죠?”
“제 목표는 치매 치료입니다. 아밀로잽은 단지 그 과정 중에 만들어진 부속 물질에 불과하니까요.”
“부속 물질이라니!”
여자는 놀란 얼굴로 답했다. 그도 그럴게 아밀로잽을 두고 과학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걸, 과학 전문 기자인 그녀가 모를일 없었다. 그녀는 덤덤하게 말하는 내 모습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아밀로잽도, 줄기세포도. 다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였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럼 줄기세포를 연구하시는 것도 치매 치료를 위한 건가요?”
“네. 최종적으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뇌세포를 치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와우···그게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그 날로 인류가 치매라는 엄청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겠군요!”
마치 지금 치매 치료제가 개발된 듯,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여자. 그런 여자의 말에 답하려는 순간,
“여기, 허, 연구원. 헉, 누구?”
누군가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