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7화(117/221)
117. 최초의 사례 (3)
117. 최초의 사례 (3)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지만 크게 두가지로 분류하자면,
동족이냐, 아니냐.
“네가 이번에 Stem Cell에 연구 올린 녀석이야?”
그리고 눈 앞의 이 남자를 보는 순간 온 몸의 DNA들이 외쳐댔다. 이 녀석은 동족이라고.
그리고 그건 썩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맞는데?”
“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었잖아? 진짜 네가 연구한 거라고? 다른 놈이 한 건 아니고?”
“네가 이야기하는게 하반신 마비 재생 실험이라면 나 맞아. 실험 설계부터 결과까지 다 참여했으니까.”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채로. 하지만 내가 더 증명할 부분도 없었기에 어깨만 으쓱였다..
이 상황을 보고 어떤 촉을 느낀건지 방금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던 여자가 기자 수첩을 슬며시 꺼냈다.
“네가 그럼 여기 나와있는 김만덕이라는거지?”
“응.”
그의 손에 쥐어져있는 Stem Cell 저널. 익숙한 실험쥐 대니의 모습이 표지로 걸려있었다. 크리스 교수가 논문을 저널에 투고한 뒤, 로버트가 환하게 웃으며 보여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만덕! 이거 봐! 여기 내 이름도 나와있어!’
‘너도 참여했으니까. 비록 보조여도 말야.’
‘예! 이제 나도 연구원이라고!’
로버트는 연구원이라는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 이후로도 데이브나 미야에게 저널을 소개했다. 줄기세포로 치료한 이 사례가 얼마나 대단한지 침이 튀도록 설명하면서.
줄기세포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데이브와 미야도 이 실험이 엄청나다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으니까. 눈 앞의 이 녀석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좋아, 좋아. 잠깐만, 여기 저널에는 실험에 대해서만 나와있지 너에 대한게 하나도 안 나와있거든. 심지어 어디 소속인지도 제대로 안 나와있다고.”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다른 연구한 실험은? 연구 자체가 처음은 아닐거 아니야?”
“음···몇 개 있긴 해. 근데 줄기세포 관련한 연구는 이게 처음이야.”
“왓 더··· 그 말을 믿으라는 건 아니지?”
남자는 줄기세포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듯 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이 실험의 선행 연구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구들은 이미 논문을 통해 다 접했던 내용이었다. 애초에 크리스 교수 밑에서 연구를 하기로 정해진 순간부터 줄기세포와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흡수해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남자가 말하는 건 내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란 소리. 묵묵히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남자가 양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지금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마비 증상을 치료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인 거 알고 있지?”
“뭐, 그렇지.”
“뭐야 이 반응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초로 보여준 역사적인 실험이라고!”
최초. 최초의 사례.
전생의 나였다면 줄기세포쪽은 쳐다도 안봤을거다. 애초에 이 분야는 소문이 너무 무성했고,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 자체가 힘든 환경이었으니까.
문득 내가 어떤 실험을 했는지, 그로 인해 원래 예정되었던 미래보다 얼마나 시간을 앞당겼는지 체감했다.
‘하지만 내 실험은 이제 시작이니까.’
나는 눈 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자, 남자는 갑자기 양 손으로 워워,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스스로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흥분을 가라앉힌 남자가 대외용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미안, 내가 좀 흥분했네. 우선 나부터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케빈 그레이라고 해.”
“케빈 그레이?”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이름인데···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기자가 화색을 띠며 말했다. 방금전까지 인터뷰를 하던 여자였다.
“케빈 그레이! 전에 캘리포니아 줄기세포 연구단에 최연소로 영입되었던 천재잖아요!”
“캘리포니아?”
“천재는 내가 아니라 이녀석한테 써야지. 그리고 거기 때려치운지 오래야.”
케빈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제야 이 이름이 어디서 들어본 건지 떠올랐다. 나는 연구실 한쪽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논문을 찾아 들어올렸다.
케빈 그레이.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데 있어 실험 근거를 마련해줬던, 꼭 만나보고 싶었던 연구원이었다.
“너구나, 줄기세포 다양성 연구 논문 쓴 사람이.”
“뭐야, 날 알아? 그리고 그 논문은···내 졸업 논문이잖아! 어떻게 가지고 있어?”
“아는 사람 통해서 구했는데. 못 들었어?”
미간을 좁히며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케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가 논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전에 누가 내 졸업 논문을 보고 싶다던게 너였어? 집에 굴러다니던거 던져준 기억은 나는데.”
“나도 건너건너 부탁해서 구한거라. 사실 직접 구하고 싶었는데 여기서는 아예 구할 수가 없게 되어있더라고.”
“당연히 그랬겠지, 이 논문은 올렸다가 한번 리젝당해서 철회되었던거니까. 검색해도 아예 안 뜰줄 알았는데 이름은 떴었나보네?”
케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힌 채로 물었다.
“리젝 되었었다고?”
“그런 일이 좀 있었거든.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 졸업생때 쓴거고 실험 논문이 아니라 그냥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게 다였으니까 그냥 주제 바꿔서 딴 거로 올렸던건데···”
근데 이걸 누가 진짜로 해버렸네? 케빈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고, 그는 신이 난 목소리로 폐기된 줄 알았던 졸업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충 학부생 시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논문으로 올리니 지도 교수가 번번히 퇴짜를 놨고,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가, 어찌저찌 수정했지만 이후 결국 취소 결정이 났다고.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줄기세포 연구단에 최연소로 합류할 수 있었고, 이는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나비 효과인건가.’
케빈이 가능성으로 남겨뒀던 논문을 바탕으로 실험에 성공한 나. 아마 이번 실험을 시작으로 곳곳의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터.
내가 치매 치료를 꿈꾸는 것처럼 이 세상 어딘가엔 다른 질병을 정복하려는 과학자들이 있을테니까. 케빈에게 논문을 건네며 말했다.
“고마워. 네 덕에 실험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이 어려웠거든.”
“진짜 대단한 건 내가 아니라 너지. 난 SHH 용액을 이용해서 운동세포로 분화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거든.”
“하지만 세포 분화를 위해선 제일 먼저 신경외배엽 세포로 형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잖아.”
“미친, 그건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거고-”
케빈은 논문에 대해 이야기 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정리했던 내용들을 요약해서 말해주는 형태였지만, 그가 얼마나 이 분야에 진심인지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득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질감이 들었다. 나는 한창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고 있는 케빈을 바라봤다.
“근데 왜 그만둔거야?”
“응? 뭐라고?”
“연구실로 전화해도 이젠 없다고 하길래. 이메일 보내도 안 읽고 말이야.”
“아 이메일···지긋지긋해서 안 들어간지 꽤 됐는데.”
케빈은 더이상 줄기세포를 연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논문을 읽으면서 궁금한 부분이 생겨도 따로 연락할 수 없었고.
내 물음에 케빈이 시계를 확인했다. 할말이 많은 듯 했다.
“안그래도 너 만나면 들려줄려고 했으니까. 자리를 옮길까?”
“어···지금 밤 11시가 넘었는데.”
“이봐, 난 너 보려고 캘리포니아에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잠깐만.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캘리포니아는 미국 서부다. 내가 있는 하버드는 동부고.
한마디로 대륙을 횡단해서 왔다는 소리인데···?
“장장 비행기로 7시간을 타고 왔는데 이대로 보낼 생각은 아니지?”
“아니···너 잠은 어디서 자려고?”
“그야 너희 집이지! 너도 잠 자는 곳은 있을거 아니야?”
“그야 있긴 한데-”
“몰라, 비행기도 있는거 바로 타고 와서 숙박비 낼 돈도 없어.”
아니 이 무슨··· 대책 없는 케빈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크리스 교수의 집으로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도 객식구로 붙어있는 상황이니까. 물론 크리스 교수라면 안된다고 말할 사람은 아니다만···’
하지만 크리스 교수와 케빈을 만나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묘하게 크리스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케빈이었으니까.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은 좀 그렇고, 동아리 실은 어때? 간이 침대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데. 물론 원한다면 숙소를 잡아줄 수도 있어.”
하버드 근처의 숙소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 예약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케빈은 숙소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동아리실을 가자고 재촉했다.
···뭔가 지금 동아리실로 가면 밤을 새야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무언가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잠시만요!”
아, 옆에 있는지 까맣게 있고 있었다. 케빈이 나타나기 전까지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가 내 손에 명함을 쥐어줬다. 그녀는 우리 둘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번갈아 봤다.
“나중에 김만덕 연구원님과 관련해서 특집 기사를 써도 될까요?”
“특집 기사요?”
“네! 아니면 이렇게 두분이서 같이 줄기세포에 대해 이야기해주셔도 좋고요. 이건 제 명함이에요.”
갑작스러운 특집 기사 이야기. 끽해야 인터뷰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특집 기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명함은 아까 인터뷰 시작할 때 받았는데요?”
“일부러 한 장 더 드리는거에요. 조만간 또 뵐 것 같으니까요.”
“조만간이요?”
“음, 과학자 앞에서 감 이야기하는게 좀 모순적이긴 한데···어쨌든 기자로서의 그런게 있어요.”
기자로서의 감이라. 얼떨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떠났다.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꼭 다른 실험 하게되면 연락주세요!” 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떠났다.
그렇게 폭풍처럼 기자가 떠난 뒤, 나는 케빈을 바라봤다.
“그럼 갈까?”
“기다리던바야.”
연구실을 정리한 뒤, 케빈을 데리고 동아리실로 향했다. 그래도 엄연히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인만큼 동아리원들에게는 간단하게 케빈과 관련된 문자를 보내놨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녀석들이라도 갑자기 동아리실에서 선글라스 쓰고 있는 놈을 만나면 당황할 것 같으니까.
한동안 방문이 좀 뜸했던 동아리실에 들어가니, 케빈이 신기하다는 듯 이곳 저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못보던 포스터가 벽면에 붙여져 있었다.
“…잠깐만 이거 포스터가 아니잖아.”
자세히보니 내가 쓴 논문이랑 Stem Cell 표지가 곳곳에 장식처럼 붙여져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캡틴!!’라고 적힌 메모가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케빈이 짧게 나와 메모를 번갈아보더니 물었다.
“와우, 네가 여기 클럽장이었구나?”
“아닌데.”
“캡틴이라는데?”
“…난 모르는 일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클럽장으로 선발된 상황이었다. 아니 애초에 난 아직 정식으로 입학도 안된 상황이라고.
케빈은 동아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고, 동아리장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선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난 후, 그는 본격적인 대화를 이야기를 꺼냈다.
“이 뒤에 후속 실험은 당연히 진행할 생각이지?”
“응. 안 그래도 이미 진행중이야.”
“진행중이라고? 무슨 실험인데?”
케빈이 간이 침대에 앉으며 물었다. 어느새 동아리실에 적응한 케빈이었다. 나는 동아리실 한쪽 벽면에 놓여있는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쥐가 아니라 개에게 실험하려고.”
“…농담이지?”
“진짜야.”
“아니···”
케빈은 뒷 말을 생략했다. 하지만 생략해도 무슨 말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게 쥐와 개의 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니까. 애초에 실험에 참여하는 내가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너무 실험적이야. 실험체에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도 몰라.”
“알고있어. 보호자한테도 이미 동의를 구한 상황이기도 하고.”
“…보호자? 설마 인위적으로 조작한 실험체가 아니라 실제 병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하는거야? 그러면 변수가 너무 많잖아! 실험 데이터로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케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케빈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번 실험은 실패 가능성이 95%, 어쩌면 그 이상이다. 어쩌면 베니가 아닌 다른 개로 실험을 하는게 안정성이나 이후의 실험 데이터 값을 비교하는데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병의 진행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실험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도 충분히 많을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를 실험체로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줄기세포는···”
실험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니까.
실험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있어 치료는 마지막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