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8화(118/221)
118. 사실과 진실 (1)
118. 사실과 진실 (1)
이후 베니의 치료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 세포로 분화시키고 안정화 시키는 과정에서 몇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몇 차례의 실험 끝에 성공해냈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내가 할 소리. 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영광인 걸?”
케빈은 처음 이 실험에 회의적이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에게 있어 이 과정이 실험이든, 치료든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줄기세포 연구. 그것도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두루뭉술한 말로 꾸며대는 실험이 아닌, 실질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케빈이 참여하고 난 뒤로 훨씬 실험 진행이 매끄러워졌어. 오차 범위도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케빈은 이 실험에 참여하는 동안 동아리실에 지내기로 했다. 생각보다 오래 체류하게 된 상황에 크리스 교수의 집에 지내는 걸 권해봤지만···
‘그런 사기꾼하고 같은 공간에 있을바에야 동아리 실에서 지내는 게 훨씬 나아.’
크리스 교수에 대한 경멸에 가까운 혐오. 케빈은 이미 크리스 교수가 쓴 논문의 오류를 발견한 상황이었다.
애초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단계부터가 잘못되었다, 불안정한 상태로 이식된 상황에서 이걸 뇌세포라고 단정 짓는 얼간이가 어디있냐, 권력에 눈이 먼 부패한 과학자다···
크리스 교수에 대한 그의 평가를 들으며 나는 그저 묵묵히 있을 뿐이었다.
‘만덕 학생은 훌륭한 학생입니다. 더는 제가 가르칠 게 없군요.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정도지요.’
크리스 교수는 이번 하반신 마비 실험쥐의 결과를 보고 난 뒤 감정의 변화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듯 했다.
처음에 그는 뛸 듯이 기뻐했고, 한동안은 내면의 무언가와 싸우는 듯 하더니, 이젠 덤덤해졌다.
‘이번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기자를 불러모을까 합니다.’
‘기자요? 하지만 아직 베니의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데-’’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 교수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도 줄기세포와 관련된 학계의 달라진 시선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전까지는 줄기세포의 권위자로서 이 분야를 개척해왔다. 개척자인만큼 이 분야에서 그보다 많이, 또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 말은 곧 오류를 반박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하반신 마비 쥐를 다시 걷게하는 실험이 성공한 후, 모든 과학계는 뒤집어졌다.
‘당장 우리 연구원에서도 이와 관련된 실험팀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기술은 매우 혁신적이고 의미있는 것으로-’
‘혹시 제 다리도 고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기업 부설 연구원, 국가 관련 연구원 가리지 않고 줄기세포를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이전 논문의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크리스 교수가 해마를 복원했을 때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보이지 않는 뇌, 그것도 말도 못하는 쥐의 기억은 검증할 방법이 없었고 그에 반해 이번 실험은 결과가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디있겠습니까.’
이제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걸어서 쳇바퀴까지 타고 있는 실험쥐 대니. 크리스 교수는 그런 대니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역설적으로 이 실험이 빛을 보면 볼수록, 그의 자리는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오늘도 한 대학 연구팀에서 논문에 대한 코멘트를 보내왔더군요. 데이터를 처리하던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물음이었지만, 묻는 의도가 느껴졌죠.’
‘하지만 베니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도 이미 노견이라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너무 성급한 판단은···’
자칫 하면 개체 자체의 변수로 인한 실패가 줄기세포 전체의 탓으로 몰릴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크리스 교수는 내 대답을 가만히 듣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가 가장 좋습니다.’
늘 광기 어린 눈으로 이야기하던 그는 처음으로 평범한 중년의 눈이었다.
그때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는데, 케빈이 케이지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베니를 바라봤다. 푸석한 털과 메마른 코. 새근, 새근 잔잔하게 오르 내리는 모습에 살아있다는 걸 짐작할 뿐이었다.
“근데 이녀석 주인이 실험에 참가하는 거 허락했다고 했잖아. 제대로 말해준 거 맞지?”
“뭘?”
“그니까 네가 하는 실험은 소실된 운동 세포를 다시 재생시키는 거고···”
케빈은 능숙하게 베니를 들어올렸다. 하반신이 마비된 베니는 따로 대소변을 처리해줘야했고, 케빈은 군소리 없이 그 일을 맡아서 해줬다.
“이녀석은 근위축성 경화증인거잖아. 그러니까 루게릭병.”
루게릭병은 운동세포만을 사멸시키는 병이다. 운동 세포를 아무리 다시 재생시켜도 다시 또 죽여버린다.
한마디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루게릭병의 원인은 아직 안 밝혀졌으니까. 원인을 모르면 치료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인이 베니를 끌어안던 모습, 품에서 주인을 향해 애교를 부리던 베니의 모습.
“시간은 벌어줄 수 있어. 주인과 함께할 시간 말이야.”
“이걸 참, 잔인한 놈이라고 해야할지 착한 놈이라고 해야할지···”
케빈이 베니의 상태를 점검한 뒤, 다시 케이지 안으로 넣으며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냥 평범한 연구원이야.”
드디어 내일. 베니와 관련된 실험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
웅성이는 사람들 속, 미야와 데이브가 대강당 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와 다르게 말끔하게 차려입은 둘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다들 엄청난 사람들 같은데.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자.”
“만덕이 꼭 오라고 했잖아. 우리 아니었으면 줄기세포 실험도 못했을거라고 말했다고!”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 정확히는 동아리실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했지.”
“근데 그 빌린 이유가 줄기세포 연구 때문이잖아!”
“정확히 말하면 동아리실에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동료가 지낸거지, 줄기세포 연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데이브가 말할 때마다 조목조목 반박하는 미야. 그런 미야를 빤히 바라보던 데이브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수학하는 애랑은 친구하면 안 좋아.”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 거짓말! 근데 피 뽑는 거 허락해줬잖아!”
데이브가 진심으로 억울한 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냈고, 미야는 양 손으로 귀를 막으며 데이브를 피해다녔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상황 가운데, 익숙한 목소리가 그들을 불렀다.
“데이브, 미야! 어디있나 한참 찾았네. 왜 이렇게 구석에 있어? 앞으로 와.”
“안녕 롭. 근데 앞은 부담스러운데.”
“만덕이 응원해줘야지. 아는 사람도 없을텐데 얼마나 떨리겠어? 심지어 동양인은 만덕이뿐이라고. 그리고 엄연히 클럽 캡틴이잖아!”
로버트가 스크린에 띄워져있는 [발표자: 김만덕] 이라고 쓰여진 글을 가리켰다. 그렇게 두 친구의 등을 떠밀며 앞으로 갔다.
셋은 “근데 캡틴인거 만덕도 알고 있는거지?”, “모를 걸? 근데 괜찮아. 어차피 만덕인 선택권 없으니까.” 라는 등 꽤나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렇게 앞자리에 앉아 강단을 바라봤다.
[세계줄기세포 포럼, 줄기세포 연구 현 위치와 해결 과제] 라고 적힌 플랜카드 밑에는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단체의 후원 문구가 적혀있었다. 로버트는 물끄러미 앞에 있는 친구이자 동료의 이름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진짜 새삼 느끼는거지만···저 녀석은 진짜 천재야.”
“그거 아밀로잽 논문 봤을 때도 똑같이 이야기했어.”
“그럼 정정할게. 슈퍼 천재.”
“그것도 이미 말했어.”
“…둘 다 좀 조용히 하고 앞에 봐. 벌써 시작했어.”
미야가 둘을 조용히 타박했고, 데이브와 롭은 시선을 고정했다. 사회자의 간단한 포럼 소개와 이후 줄기세포와 관련해 진행되었던 실험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의 시간이 주어졌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다들 이 포럼을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버드대학교 크리스 에반 교수의 연구팀이 진행했던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객석의 모든 분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에 진행되었던 지지부진한 개회사와 자잘한 일들이 지나고,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크리스 에반 교수는 평소보다 한차례 더 밝은 정장을 입고 강단 위에 섰다.
“오늘은 힘 좀 쓰셨네. 평소보다 10년은 젊어보이셔.”
“오늘 사진 찍힐 일이 많거든.”
“사진?”
로버트는 데이브의 물음에 그저 웃음으로 퉁쳤다. 전날, 김만덕이 그에게 했던 말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결국 그날 인정하시기로 했다고?’
‘응. 그래도 넌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김만덕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데이터 조작, 하버드대 교수라는 지위와 지금까지 이뤄놨던 학계의 명성. 어찌보면 그 모든 걸 파헤친 사람은 다름아닌 이 녀석. 김만덕이었다.
천재의 등장으로 진짜 천재가 아니었던 아버지는 이제 자리에서 물러서야나야 한다. 이미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그렇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어, 그때 그 동아리실 사람이다.”
“케빈 그레이라고 했지? 뭘 들고 오는데?”
“…윽, 쥐잖아.”
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던 중, 케빈이 케이지 하나를 들고 왔다. 그 안에는 흰색 쥐 한마리가 모두의 관심 속에서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크리스 교수는 스크린 위로 영상 하나를 띄웠다.
“여러분들이 보시고 있는 이 쥐는 사실 하반신이 마비된 상황이었습니다. 영상에서처럼 뒷다리는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모두의 시선을 받든 말든,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며 운동하고 있는 쥐, 대니. 그 모습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이거야 말로 기적 아닙니까?”
“이제 기적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린거라고요!”
“저 두 쥐가 정녕 같은 쥐가 맞습니까? 조작이 아니고요?”
사람들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들 중 대게는 이미 웹사이트에 올라온 실험 일지를 통해 이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실험체를 보는 건 다른 일이었다.
다들 실험쥐를 제대로 보고자 뒷자리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몇몇은 박수를 치며 이 상황을 축하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크리스 교수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자세한 실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명은 김만덕 연구원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학생이 바로 그!”
“아카이브에 아밀로잽 올렸던 그 학생 맞죠? 생각보다 정말 어리네요.”
사람들은 젊은 동양인 남학생의 등장에 수군대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선 그는 좌중을 바라보며 현지인 못지않은 영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크리스 에반 교수님과 함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연구한 김만덕입니다. 저희가 연구한 주제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낮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목소리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앞에서 열심히 쳇바퀴를 타던 실험쥐 대니도 얌전해진 상황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병을 치료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운동 세포가 사멸하여 영구적으로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이는 실험쥐에게 운동 세포를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차분하게 진행되는 설명.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다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설명이 다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 사람들은 줄기세포와 관련된 궁금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까?”
“윤리적이라는 표현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시험자의 세포를 채취해서 사용합니다. 자기 자신의 세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적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 다리 말고도 다른 부분의 치료도 가능합니까?”
“혹시 이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사람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광기에 가까운 관심이 오고가는 가운데,
“그것도 조작 아닙니까?”
네모난 안경을 치켜올리며 한 남자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장내는 싸늘한 공기로 뒤덮였다.
“가만보니 크리스 에반 교수의 이전 논문에도 문제가 많더군요. 이번 이 실험도 조작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실험 일지를 보시면,”
“그거야 충분히 다른 쥐로 바꿔치기를 하면 가능한 거죠! 저는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원한다 이말입니다!”
남자가 테이블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그 말에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흥분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이성을 찾고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하긴, 막말로 쥐가 바뀐들 우리가 어떻게 알아내겠습니까?”
“저도 크리스 교수의 논문을 살펴봤는데, 좀 의아한 부분이 있긴 했어서···”
“이거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 의문을 제기한 남자가 크리스 교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해주시지요. 이 쥐가 진짜 같은 쥐가 맞습니까?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치료를 하는게 가능하냐는 말입니다!”
로버트는 불안한 눈으로 아버지, 크리스 에반 교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크리스 교수는 남자가 아닌 옆에 있는 젊은 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낮은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한지 물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이게 바꿔치기를 한들 우리가 알 수 있는 증거가-”
“그렇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예?”
그 순간, 저 멀리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