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9화(119/221)
119. 사실과 진실 (2)
119. 사실과 진실 (2)
“보여준다고요? 뭘 보여준다는거죠?”
“그런데 방금 개 짖는 소리 들리지 않았나요?”
수군거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나는 강단 끝 쪽으로 걸어갔다. 양쪽에 쳐져있는 커텐으로 인해 사람들은 내가 나올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 수군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요?”
“흐음, 설마 이대로 자리를 떠나는 건 아니겠지요?”
“하하, 뭐 막말로 어디 가서 증거라도 들고 오나 봅니다. 거참, 증거를 보여준다고 한들 그게 신빙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신빙성 있는 증거라.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나는 바닥에 놓여있는 철장 케이지를 들었다.
케이지 바닥에 축 쳐진 채로 헥헥거리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잘 부탁한다.”
나는 짧게 베니를 향해 말했다.
‘베니 상태가 나쁘진 않아. 하지만 걸을 수 있을지는 확신 할 수 없어. 운동 세포가 안정적으로 이식되었어도 그동안 근육을 안써서 그런지 재활 기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니까.’
오늘 아침, 베니의 상태를 확인하던 케빈이 곤란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세포 상태나 안정도에 있어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변수가 있었다.
바로 베니의 컨디션.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겠지. 나이가 나이니까.’
강아지의 평균 수명을 고려했을 때도 베니는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 그 나이에 줄기세포와 관련한 실험을 온 몸으로 버텨내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컨디션은 사실상 최악에 가까울 터였다.
‘지금이라도 베니 공개는 미루는 게 어때? 괜히 안 좋은 꼴만 보일거야.’
케빈의 제안에 잠시 고민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베니의 상태를 보고 줄기세포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그게 현재 줄기세포의 단계이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발표하는 것. 설령 그것이 부족해보일지라도 이 뒤의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었다.
부족한 게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이니까.
‘어떤 결과든 간에 사실대로 보여주는 게 나아. 모든 결과가 밝고 희망찬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
설령 베니가 걷지 못한다고 한들, 줄기세포 치료의 증거로 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베니의 치료 과정 자체 만으로도 줄기세포계에 역사적인 의미를 가질터.
“드디어 나오는구만!”
“개인가요? 설마 복제견?”
“흥미롭군요. 이번 실험에 대해서는 사전에 들은게 없으니 말입니다.”
강단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의심 반, 기대 반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인이었다.
‘내일 줄기세포 포럼때 베니를 공개하려고 해.’
‘베니를? 그런 공개적인 자리에?’
‘응. 하지만 싫다면 거절해도 돼. 어디까지나 보호자의 의사가 가장 우선이니까.’
‘…아냐. 참석할게.’
제인은 베니를 내게 맡긴 뒤로 실험실을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설마 버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부러 참고 있는걸거야. 투병하는 걸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찢어지는 법이니까.’
미야가 보여준 제인의 페이스북에는 베니와 함께한 사진들이 기록되어있었다.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자 올린 게 아닌, 정말로 베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게시글들이.
‘게다가 너를 그만큼 믿고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거지.’
괜히 부담이 될 수도 있는거잖아-라며 미야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득 저 멀리 제인이 두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케이지를 바닥에 내려놨고, 관중들은 철창 안 베니를 쳐다봤다.
“개의 상태가 좀···”
“복제견이라고 하기엔 너무 늙은 상태인데요?”
“얘도 다리를 못 쓰나 봅니다.”
베니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축 처져있는 녀석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의심을 넘어서 불신에 가까운 감정을 심어주고 있었다.
줄기세포에 대한 불신을.
나는 준비한 실험 과정이 담긴 피피티를 넘기며 발표를 시작했다.
실험쥐 대니에 이은 강아지 베니에 대한 실험을 소개했고, 피피티를 한장씩 넘길 때마다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강아지는 근위축성 경화증, 소위 말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습니다.”
“루게릭 병이라면 운동 세포가 사멸하는 그 병을 말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그 증상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호흡근 마비로 사망하는 병입니다.”
“오, 저런!”
사람들 사이에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내 설명이 사실이라면 눈에 보이는 강아지의 끝이 정해져 있는 상황일테니까.
하지만 오히려 이 설명을 듣고 눈을 빛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말은 줄기세포로 루게릭 병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이 개에 대한 실험은 왜 실험 일지에 올리지 않았던 거죠?”
“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호기심과 의심들이 각각의 소리로 튀어나왔고, 나는 제인을 바라봤다.
전화로 부탁했던 부분이었다.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들었고, 내 시선이 닿는 곳으로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제인은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베니의 보호자 제인입니다. 베니는 2년전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했어요.”
“지금 실험견이 아닌 개를 쓴건가요? 그것도 보호자가 있는? 이거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거 아닙니까?”
“제가 부탁했어요. 베니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흐음, 그렇다고 쳐도 말뿐인 증거군요.”
“…베니와의 모든 순간은 페이스북에 있어요.”
페이스북?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준비해두었던 페이스북 계정 속 영상과 사진들을 하나씩 공개했다.
밝게 웃는 제인과 그에 맞춰 뛰노는 베니의 모습, 다리가 절기 시작한 날의 동영상, 베니를 고쳐주는 사람에게는 사례를 해주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타임라인과, 이제 앞다리로 기어가다시피 걷는 베니의 모습까지.
일부는 비공개된 영상들이었지만 제인은 영상을 사용하는 걸 허락해줬다.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베니의 상태를 두고 뭐라할 수는 없었다.
설령 이 병이 루게릭병이 아니라고 한들, 베니가 다리를 못쓴다는 건 방금 확인했으니까.
“정말이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다같이 신파극이라도 찍자는 겁니까?”
그때, 크리스 교수의 조작을 이야기하던 남자가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해 묻기 위해서 모인겁니다. 그런데 저 쥐가 동일한지 묻는 거엔 증거를 내밀지 못하더니, 이젠 개? 그래서 이 개가 뭐 어쨌다는 겁니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세포로 분화시켜 베니에게 이식하였습니다.”
“하!, 또 그 소리군요? 그럼 그게 성공했습니까? 이 개가 걸을 수 있냐는 말입니다.”
남자가 손으로 베니를 가리켰고, 그의 목소리에는 조소가 담겨있었다.
“이 개가 걸어갈 수 있다면 줄기세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습으로는···오히려 줄기세포를 이식해서 수명만 더 단축된 게 아닌가 싶군요.”
여전히 색색거리는 호흡으로 숨쉬는 것도 벅차보이는 베니.
나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 남자의 말에 휘둘려 반응하는 건 좋지 않다.
‘케빈의 말대로면 베니의 다리는 걸을 수 있긴 해. 단지 불편할 뿐이지. 지금 당장 베니가 걷지 않는 이유는···’
불편함을 이겨낼 동기. 즉, 동기 부족이었다.
이미 오랜 실험기간 동안 서있는 것보다 누워있는게 더 익숙해진 베니였다.
그런 베니가 두 발로 걸을 수 있게하는 존재는 내가 아니다.
딸칵, 페이스북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소리를 최대한으로 올려서.
[베니!]영상 속 제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방심하고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두 귀를 막았다.
“지금 이게 갑자기 무슨···”
사람들이 인상을 쓴 채로 나를 쳐다봤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람빠진 풍선같던 베니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으니까.
[베니! 손!] [베니, 산책갈까?] [베니! 베니···]이어지는 제인의 목소리에 베니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애타게 주인을 찾는 강아지의 모습.
그 순간,
“베니!”
“!”
제인이 베니를 향해 소리쳤다. 그제야 주인을 찾은 베니가 있는 힘껏 짖어대기 시작했다.
왈!왈! 짖어대는 소리와 함께 꼬리가 세차게 움직였다. 물론 근육이 아직 제맘대로 움직이진 않는지 금방 다시 꼬리가 내려가곤 했지만,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흥미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루게릭병이면 아마 꼬리뼈쪽의 근육도 진즉에 퇴화된 상태겠죠? 이것만 보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군요.”
“주인이 맞긴 한가보네요. 저렇게 꼬리를 흔드는 걸 보면.”
“글쎄요, 다리쪽 근육 재생이랑 꼬리랑 같습니까? 이걸로는-”
왈! 그 순간, 사람들 모두가 하던 말을 멈췄다.
“와우.”
가장 앞에서 베니를 바라보고 있던 데이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있던 미야와 로버트도 같은 반응이었다. 뒤쪽에 일렬로 서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미동도 없던 베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창 케이지의 문에 얼굴을 대고 힘겹게 낑낑거렸고 나는 케이지 문을 열어줬다.
가라, 주인에게.
“왈!”
문이 열리자마자 베니는 주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제인은 꽤 뒤쪽에 있었고, 단상에서 제인이 있는 곳까지 단차도 존재했다.
베니에게 있어 힘든 길. 가다가 중심을 못잡고 넘어지곤 했지만 다시 일어나 주인을 향해 달려갔다. 베니는 쉬지않고 달렸고, 그건 제인도 마찬가지였다.
“…”
제인은 베니를 품에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을 끌어안고 가만히 있었다.
“…이정도 증거면 충분할까요?”
베니가 걸을 수 있다는 증거로요, 내 말에 남자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데이브가 엄지 손가락을 척 들며 ‘Awesome(너 개쩐다)!’라고 쓴 종이를 흔들었고, 정신없이 베니와 제인의 모습을 찍고 있던 미야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나는 물끄러미 뒤에서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봤다.
기사 내용을 보진 못했지만 뭐라고 적고 있을지 예상이 되지만…그건 사실이 아닐거다. 나는 그들이 필시 잘못 작성하고 있을 기사 내용을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 보신것과 같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운동 세포를 복구하는 건 성공했습니다.”
“엄청나군요! 이 기술만 있으면 루게릭병도 더이상-”
“그러나 루게릭병을 치료한 건 아닙니다.”
“…예? 치료한 게 아니라고요?”
예상과 다른 내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했다. 기자들의 손이 멈췄다. 그들은 미간을 좁힌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니와 제인의 만남은 감동적이지만, 이걸 이용해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말해선 안된다. 베니가 걸을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지만, 루게릭병이 치료된 건 사실이 아니다.
“루게릭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병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연히 상태를 호전시킬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은···”
“네. 베니의 루게릭 병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잔인한 말이었다. 지금 이렇게 걷고 있지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는, 잔인한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비록 지금은 루게릭병을 정복할 수 없지만, 앞으로 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는 진행되어야합니다. 이것이 지금 줄기세포의 현재 위치이고, 앞으로 해결해가야할 과제입니다.”
“…과제라.”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루게릭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치료하기까지는 앞으로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내가 있던 미래에서도 루게릭병은 치료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이제 시작이다. 만약 여기서 모두가 멈춰버린다면 100년이 지나서도 루게릭병은 치료되지 않을것이다.
“현재 위치를 설명하기 전에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설명할 필요가 있겠지요.”
“!”
그 순간, 옆에 있던 크리스 에반 교수가 온화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쳤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나는 그의 말을 떠올렸다.
‘그때가 가장 좋습니다.’
크리스 교수는 마이크를 가져갔다. 앞쪽에 앉은 로버트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가 단상 앞으로 나오자 아까까지 얼굴이 벌게져있던 남자가 도끼눈을 한 채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크리스 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하버드대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를 맡고 있으며, 학내 줄기세포연구소의 장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논문을 조작하였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