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20화(120/221)
120. 사실과 진실 (3)
120. 사실과 진실 (3)
“아니, 이 무슨! 지금 논문 조작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줄기세포 포럼에서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뭐해! 당장 사진 찍어! 특종이라고!”
크리스 교수의 폭탄 발언에 장내는 뒤집어졌다. 기자들은 너도나도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고, 누구는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이라며 신이 난 목소리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방금까지 씩씩거리며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크리스 교수를 가리키면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내가 말했지요! 조작이라고! 그 데이터는 그렇게 나올 수 없는 거라고!”
“맞습니다. 윌튼 교수님.”
소리를 치던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화들짝 놀란 듯했다.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문은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도 성체줄기세포와 관련해서 실험을 진행하셨더군요.”
“…흥! 지금 내 신상을 쥐고 협박하는 겁니까?”
언뜻 보면 윌튼 교수가 악역처럼 보였지만,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조작이 의심되는 논문을 보고 가만히 있을 과학자는 드물 테지. 심지어 그 분야가 겹친다면 더더욱 말이야.’
과학계는 넓지만 또 겹치는 분야 안에서는 그 범위가 좁다. 한마디로 내가 연구하던 걸 다른 연구실에서 먼저 발표해버리면···말 그대로 닭 쫓던 개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협박이라뇨. 그런 게 아닙니다.”
절대로요, 크리스 교수는 나를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크리스 교수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 교수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나를 위해 집을 내어줬으며, 아직 정식으로 입학하지 않은 나를 연구실로 데려와 실험에 참가시켰다.
아마 하버드대에 조기 입학을 할 수 있게 힘을 쓴 사람도 높은 확률로 이 사람이겠지. 교수의 추천 없이 조기 입학이 논의될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작하신 건가요?”
“조작 과정에서 다른 연구원들에게 압력을 넣지는 않으셨나요?”
“논문 조작을 발표하는 날을 굳이 지금으로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줄기세포 포럼은 순식간에 크리스 교수의 논문 조작에 대한 기자회견이 되었다. 끽해야 줄기세포와 관련하여 기사를 몇 줄 쓰고 갈 거라 생각했던 기자들의 열기가 장내를 뜨겁게 달구었다.
맨 앞줄로 몰려든 기자 중 한 명이 나를 보며 소리쳤다.
“김만덕 연구원님도 논문 조작에 가담하신 건가요?”
“조사해 보니 아직 정식으로 소속된 곳이 없던데 혹시 이것도-”
“김만덕 연구원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 순간, 크리스 교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에 방금까지도 앞다투어 외치던 기자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이 연구는 4년 전에 시작된 거니까요.”
크리스 교수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4년 전, 그러니까 이 실험을 시작하던 그 당시만 해도 줄기세포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습니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그저 소문만 무성하던 시기였죠.”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기자들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몇몇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줄기세포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크리스 교수와 내가 이용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고, 이에 대한 지원은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그에 관한 연구는 누군가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그게 조작의 이유라고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아뇨. 어떤 이유에서든 연구는 조작되어선 안 됩니다.”
크리스 교수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작. 연구를 하다보면 많은 과학자들이 조작의 유혹을 받게 된다. 작은 데이터 하나를 조작하게 된들 누가 똑같은 실험을 해서 데이터를 뽑아내지 않는 한 들킬 일은 거의 없다. 설령 나중에 가서 들켜도 ‘측정이 잘못되었나 봅니다.’ 라며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 당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3명 정도의 인력으로 랩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쪽에 일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정도 인력으로는 랩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이번 실험 때 로버트와 크리스 교수, 나 이렇게 3명이서 진행하면서도 매우 벅찼다. 나중에 케빈이 참여해 주지 않았다면 베니의 치료는 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미 줄기세포 관련 선행 연구가 있는 지금과 다르게 당시의 크리스 교수는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생명과학은 대체로 취업을 하는 데 있어 다른 과학 분야보다 어려움이 많은 학과입니다. 대부분 바이오나 제약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연구 쪽으로 가는 학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고요.”
설령 생명과학 쪽으로 진로를 정하더라도 나중에 바이오나 제약회사 쪽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만큼 생명과학은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의 분야였다.
크리스 교수는 조금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당시엔 우리 모두가 너무 지쳐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줄기세포와 관련한 지원금도 삭감될 수순이었죠. 원래 제일 먼저 삭감되는 게 이쪽이니 말입니다.”
“결국 지원금 때문에 조작을 했다는 말이군?”
“조작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나요? 조작을 주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요?”
기자들 사이사이에 다른 과학자들도 말을 덧붙였다. 그들 역시 지금의 상황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도, 또 마냥 남의 일은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조작은 일어나고 있을 터, 단지 발견되지 않은 일들도 많을 테니까.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크리스 교수팀은 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일이 있다.
숨겨진 진실이.
‘그 당시에 아버지와 같이 연구했던 연구원을 찾았어. 데이터를 조작했던 그 연구원 말이야.’
어느날, 로버트는 내게 말했다. 연구원들을 조사해달라는 내 부탁에 열심히 조사하던 중, 한 연구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났다고.
‘자기가 조작했다고 시인했어. 2년 동안 실험을 진행하는데 도저히 여기서 멈출 수가 없겠다더라.’
로버트가 이후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대학원생은 보통 연구 주제를 선정, 그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다. 그리고 그 논문이 보통 학위 논문이 되었다.
그리고 학위를 받지 못한 대학원생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취업에도, 타대학에 진학에 있어서도. 그렇기에 연구를 진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졸업할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느냐였다.
‘당시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더더욱 학위를 따는 데 혈안이 되었대. 그래서 결국 실험을 정리하자는 아버지의 말에 그런 결정을 해버렸나봐.’
‘…그렇다고 한들 나중에라도 논문을 철회하지 않은 건 잘못이야.’
‘그건 맞지만···’
로버트의 심경도 이해가 됐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를 조작한 건 대학원생인데 왜 그 모든 책임을 아버지가 져야 하는지, 가족의 입장으로 볼 때는 억울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단호해져야 했다. 한 랩실의 책임 연구원이라는 건, 총괄이라는 건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무거운 자리이니까.
“그렇기에 저는 오늘부로 하버드 대 교수직 자리를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
크리스 교수의 발언에 기자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윌튼 교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행동은 과학자로서 절대 용서 받아선 안 되는 일.
한 번의 사례가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만큼, 단호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쭙잖은 동정이나 용서는 그가 걸어온 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니까.’
크리스 교수가 지금까지 이뤄온 업적은 비단 그 조작된 논문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말 그대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줄기세포라는 분야를 개척한 선두주자였다.
남은 그의 업적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은 단호해져야만 했다. 그래,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게 곧 그가 모든 죄를 뒤집어 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죄, 죄송합니다!”
“…!”
그 순간, 파마 머리를 한 남자가 장내로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노란색과 검은색 체크무늬 셔츠를 걸쳐 입은 남자는 뛰어왔는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자에게로 향했지만, 모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단 한 사람, 로버트를 제외하고.
로버트가 놀란 눈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리며 나를 쳐다봤고, 웃음으로 답했다.
“저, 저, 저는, 그러니까, 제, 제이름은 조, 조지. 조지 해리스입니다.”
찰칵, 뭔가 낌새를 맡은 기자 중 한 명이 조지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런 장소가 어색한지 떨떠름한 눈으로 눈치를 살피며 앞으로 걸어왔다.
이 상황을 전혀 예상 못 했던 크리스 교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옛 연구원을 바라봤다.
“워, 원래는 더 빠, 빨리 오려고 했는데, 아기가 열이 나서 벼, 병원에 갔다오느라-”
“조지 해리스라면 그 논문에 적혀있던 사람 아니야?”
“맞네! 공동 연구원으로 적혀있었다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는 나를 보더니 마른침을 삼켰고, 떨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 해리스 연구원님 맞으시죠? 일전에 이메일 보냈던 김만덕이라고 합니다.’
‘아···이메일···.’
‘논문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로버트의 말을 들은 날. 나는 ‘조지 해리스’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는 이 논문을 끝으로 줄기세포 분야에서 발을 뺀 상황이었고, 한적한 동네에서 아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크, 크리스 교수님이 논문을 조작한 게 아닙니다, 어, 엄밀히 따지면 제가···제가 조작했습니다.”
“조작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시는 건가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뇌세포로 분화되었다는 증거로 사용한 사진의 일부와 데이터 값을···”
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하나씩 그날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파르르 떨리는 몸으로 진실을 말했고, 기자들은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빠르게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크, 크리스 교수님이, 그, 그날 논문 조작을 밝히신다고요?’
‘네. 아마 교수직도 사직하실 것 같습니다.’
아아, 조지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신음했다. 그는 괴로워했다. 지난 날 자신이 한 행동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을 테니 말이다.
조지는 그 이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박사 논문은 받았지만 결국 그걸 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연구가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인용될수록 더욱 더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교수님은 조작을 조, 종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모든 건 제가 도, 독단적으로 벌인 이, 일입니다.”
한차례 이어지는 고백.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흠, 하긴 교수 입장에서는 데이터 나온 걸 하나하나 분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심지어 2년 동안 실험했으면 그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했을 텐데 교수가 매번 상주하고 있을 수도 없는 법이고요.”
“크리스 교수가 한 행동이 바른 건 아니지만 교수직 사임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지금까지 줄기세포계를 위해 힘쓴 것도 고려해야죠.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를 옹호하는 입장과,
“어허! 설령 조작을 한 주체가 아니더라고 해도 이후에 충분히 철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줄기세포계의 권위자라는 그 권력을 놓을 수 없었던 거죠. 결국 그도 이 조작의 수혜자인 셈입니다!”
“원래 연구는 팀 전체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크리스 교수에게도 엄연히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만,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건-”
옹호하지 않는 입장으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이윽고 저들끼리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가지 사실을 두고도 저마다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 크리스 교수를 바라봤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일에 몹시 당황한 듯 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부터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습니까?”
“글쎄요.”
나는 정확한 대답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그럴게 저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매 순간 고민했다. 크리스 교수와 함께 실험하면서도 그의 조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하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사실과 진실을 모두 드러내기로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다정한’ 크리스 교수라면 분명 일부 진실은 숨기려고 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때, 기업 후원자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손을 들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남자를 쳐다봤다.
“어라···저 사람은?”
“설마.”
그의 앞에 놓여진 흰색 팻말.
[Johnson & Johnson CEO]세계 글로벌 제약회사 1위. 존슨앤 존슨의 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