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3)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23화(123/221)
123. 자강두천 (3)
123. 자강두천 (3)
곽진환에게 답장을 쓴 날, 바로 저녁에 다시 답장이 왔다.
[Re: 데이터 간의 종속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이야? 어떻게?] [Re: Re: 잘.]곽진환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이 녀석은 비대면상으로도 사회성이 매우 떨어지는 녀석이라는 이야기였고,
[Re: Re: 연관이 얼마나 되어있는지 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카이제곱 검정이랑 로지스틱 회귀를 이용하면 돼. 카이제곱의 경우에는 두 변수 간의 연관성이랑 독립성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거고 로지스틱 회귀는 독립변수와 두 개의 결과를 그리니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예측해 주는 함수로 사용하는 건데···]천재라는 사실이었다.
곽진환이 보낸 메일상에는 내가 모르던 개념들도 많았다. 애초에 수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이 내용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거였으니까.
연구를 하기 위해서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은 분명 큰 무기다. 언제 어디서든 그 지식을 꺼내서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지식을, 그것도 전공 학부생을 뛰어넘는 지식을 한 사람이 모조리 가지는 게 가능할까?
‘곽진환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봐야겠어.’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이 내용을 흡수하고 모조리 얻어내는 게 아니라, 내 연구에 곽진환을 끌어들이는 것. 그게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이었다.
물론 이 사회성이 덜 발달한 삐뚤어진 천재를 끌어들이는 건 몹시 힘든 일이 될 터였지만···. 멈춰버렸던 내 연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기분 좋아 보여.”
“응?”
“입꼬리. 올라가 있어.”
동아리실에 들어온 미야가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오늘도 그녀는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매드사이언티스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야는 평소와 같이 나른한 표정으로 동아리실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야? 괜찮아?”
“…17.73%의 확률로 괜찮은 것 같아.”
어떻게 산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확한 수치로 대답하는 미야. 그런 미야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윽고 누군가 동아리실 문을 노크했다.
그 소리를 듣더니 미야가 번쩍 일어났다. 빠르게 고개를 미어캣처럼 홱홱 돌리더니 안쪽 캐비닛으로 달려갔다.
“만덕, 데이브가 들어오면 나 없다고 해. 알았지?”
“어? 어.”
“꼭이야.”
노크밖에 안 했는데 미야는 바로 문밖의 사람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나른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긴박한 표정으로 캐비닛 안쪽에 몸을 숨기는 미야.
그리고 데이브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라? 만덕 수업 안 갔어? 기초 생물학 들을 때 아냐?”
“노먼 교수님 세미나 가셔서. 오늘 하루는 휴강.”
“완전 최고잖아!”
크으, 양 주먹을 허공에 쳐대며 기뻐하는 데이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게 너도 그 수업 수강생인데…?
“저번 주 수업을 통으로 빠졌어서 알 도리가 있어야지.”
“너 그러다 제적당하는 거 아니야? 전에 이야기 들어보니까 위험하다며.”
분명 그때 로버트가 데이브가 제적할지도 모르니까 발표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데이브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중요한 일?”
“바로···슈퍼 진단 키트!”
그 말과 동시에 데이브가 커다란 배터리가 부착되어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 크기만 하더라도 이미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기엔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이것의 용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모든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드디어 당뇨…모든 병?”
“응! 모든 병!”
데이브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는 가방에서 이것저것을 꺼내고 연결하더니 마지막 노트북 세팅까지 끝낸 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계속 좁힐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전생의 내 기억이 맞다면···데이브가 만든 건 당뇨병을 손쉽게 진단하는 키트를 만든 것이지, 이렇게 모든 병을 진단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혈액으로 당뇨병을 진단하는 키트는 있어. 하지만 데이브가 만든 건 진단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를 컴퓨터상으로 처리해서 이후 당뇨 발병 확률까지 미리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이었는데···’
지금 데이브의 모습은 사기꾼이나 다름없었다. 혈액 하나로 모든 병을 예측해 준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데이브는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야 피가 검사하기 딱 좋은데. 얘는 요즘 통 안 보인단 말이야.”라고 말했고, 나를 향해 손짓했다.
“자자, 여기 앉아서 이제 얌전히 피를 뽑히면 돼.”
“지금?”
“안 아파. 금방 끝나니까 어서 여기 앉…?”
그 순간 데이브의 레이더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미야의 책. 정보 기하학책이었다.
“저기, 데이브. 궁금한 게 있는데.”
나는 데이브의 앞으로 가 시선을 끌었다. 캐비닛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미야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데이브가 어쩌다 이런 걸 만들어 냈는지 알아야만 했다.
‘물론 전생과 현재가 똑같이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어. 비록 지금은 이렇게 만들어도 나중에 가서 당뇨병이랑 관련된 걸 만들 수도 있고.’
하지만 그 모든 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데이브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동아리실을 한번 훑어보더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곤 어깨를 으쓱이며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듯 턱짓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테이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혼자 만든 거야?”
“슈퍼 진단 키트? 당연하지!”
“혹시 투자라든가 그런 건?”
투자라는 단어가 나오자 데이브의 미간이 좁아졌다.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를 바라보듯 데이브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투자야 받고 싶지. 근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잖아?”
“하지만 이 정도 아이디어면 분명 투자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말은…모든 병을 진단할 수 있다면 분명 엄청난 거니까.”
자신의 발명품을 인정해줬다고 생각했는지 데이브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까보다 조금 풀어진 태도로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를 바라봤다.
“네가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데이브는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투자의 세계, 정확히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이는 스타트업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기술을 만들어 내면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요량으로 특허를 내야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다. 기술을 만들어 낸다고 쳐도 그게 상업성이 있는지 또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어필해야 한다. 그렇게 상업성도 얻고 특허도 받아내면 네트워크, 소위 말하는 인맥을 이용해서 이 기술을 상용화해 줄 기업을 찾아나서야 한다.
엄청난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거기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는 소리.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스타트업 단계까지 올라가도 벤처 캐피탈이나 엔젤 투자자들의 눈에 들어야 한다고. 투자 받는 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야.”
물론 내 슈퍼 진단 키트는 완벽하지만 말이야! 데이브는 어깨를 쫙 피며 말했지만, 그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투자고 뭐고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데이브 말이 맞아. 아이디어만으로 억대 투자를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
보통 투자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훌륭하군요. 이 아이디어를 100억에 사겠습니다!’와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르곤 하지만 생각보다 자본주의의 세계는 차가웠다.
뛰어난 천재들의 아이디어를 교묘한 말로 몰래 빼가는 사람부터, 경제쪽에 어두운 공대생들이나 연구원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일단 피부터 뽑은 후에-”
“일단 내 생각을 말해보면,”
“응?”
“이건 너무 광범위해.”
“…엉?”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채 잉? 하는 데이브를 바라봤다. 누군가가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비판하는 건 꽤나 고된 일이고, 또 어색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었지만···.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네가 말한 건 혈액을 이용해서 병을 진단하는 키트잖아. 하지만 이건 이미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검사야. 심지어 병원에서 하는 건 전문적인 진단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을 검진하는 건 불가능하지.”
“아, 아니 내 말은 말이 모든 병이라는 거지 진짜 모든 병이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그럼 이게 진단할 수 있는 병으로 구체적으로 뭐가 있는데?”
사뭇 달라진 내 모습에 데이브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병명 중 흔히 알려진 병들을 이야기했고, 그중에는 당뇨병도 있었다.
원리 자체는 간단했다. 혈액 내 DNA나 특정 단백질을 검출해 내 이 병을 겪게 될 확률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분석해 내는 것. 물론 기존에 쌓여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보다 정밀한 값을 내겠지만···. 지금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데이브는 마치 투자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설명하듯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데이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 이 녀석도 곽진환과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의 천재라는 점이고,
“…혹시 이 키트. 치매 검진에도 사용할 수 있어?”
“어, 어? 치매?”
둘. 이 녀석의 천재성을…내 연구에 도움이 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
치매는 조기 진단이 중요한 병이다. 물론 조기에 진단을 한다고 해서 병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는 확연히 줄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심리적 저항이 생겼고, 이는 조기 진단을 어렵게 했다.
‘하지만 집에서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면?’
어쩌면 치매 치료에 있어 엄청난 혁신을 끌어올 수도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갑자기 치매 이야기가 나오자 데이브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는 뒤통수를 긁으며 조금 머쓱한 태도로 답했다.
“그게···사실 다른 병들은 원인이 그나마 뚜렷한 편이잖아? 근데 치매 부분은 좀 어렵거든. 알려진 단백질이 몇 개 있긴 한데 그건 말마따나 뇌에 축적되는 거라 혈액상으로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럼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엄···아예 불가능하고 그런 건 또 아니긴 한데, 아무래도 치매 쪽으로 하기 위해서는 기반 시설이나 자본이 확보된 상태에서 연구를 해야 한달까나.”
데이브는 이어서 병명을 진단하기 위한 여러 도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기존 환자의 데이터값도 필요했는데 이건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못 구할 것도 아니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말이다.
“만약 충분한 자본이 있다면 치매를 진단하는 키트도 만들 수 있다는 거지?”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기술적인 걸 해결하는 데는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시간을 줄여주는 게 돈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어깨를 으쓱이는 데이브.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슈퍼 진단 키트’를 이리저리 만지작댔다.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자 머쓱해진 데이브가 장난스레 말했다.
“그나저나 마치 투자자라도 된 것 같은데? 뭐야, 희대의 걸작 슈퍼 진단 키트에 투자라도 해보시겠습니까?”
“응.”
“농담도!”
“농담 아닌데.”
“…엉?”
나는 씩 웃으며 데이브를 바라봤다.
“투자, 한번 해볼게.”
“어···진짜? 거짓말 아니고?”
“응. 진짜.”
“너가 돈이 어디있다고?”
데이브가 불신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데이브.
“최소 1만 달러부터 시작인데? 감당할 수 있겠어?”
“1만 달러라···너무 적은 거 아니야?”
“아, 그런가? 그럼 한 100만 달러?”
100만 달러면 약 13억.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100만 달러라···.
“좋아.”
“…잠깐만.”
이쯤되자 데이브도 상황이 장난이 아니란 걸 알아챈 눈치였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진심이야? 농담이지? 네가 그런 큰돈이 어딨어?”
“난 없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뜬 데이브를 바라봤고, 싱긋 웃으며 답했다.
“나 대신 내줄 사람은 있거든.”
엄청 돈 많은 할아버지가.
*
“정말이지, 마이클 잭슨을 만나는 것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조금 바빠서요.”
하하! 내 말에 눈앞의 남자가 호쾌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는 테이블 위 찻잔을 들어 홀짝였다.
제임스 윌튼. 존슨 앤 존슨 CEO였다.
“하긴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과학자이니 이 정도는 제가 감수해야겠죠. 자, 그럼 한번 들어볼까요?”
윌튼의 눈이 빛났다. 사업가, 즉, 포식자의 눈이었다.
“왜 지금은 연락에 응했는지 말이죠.”
그날, 그러니까 줄기세포 포럼에 그가 나타난 날을 기점으로 존슨 앤 존슨에서는 꾸준하게 접촉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줄기세포에 대해 투자를 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했지만, 누구를 위한 투자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환자보다는 회사를 위한 투자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자선단체가 아닌 사업가였으니까.
딱히 그 사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개인적인 목적일지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허다했으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의 눈이 매섭게 빛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애초에 윌튼은 내가 연락을 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연락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왜 하필 지금 연락을 했는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나는 여유롭게 찻잔을 들었다.
“투자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투자라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투자인 걸까요?”
그는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가 이렇게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됐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이뤄졌어도 이를 제약회사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든 곳은 없었다.
한마디로 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자가···.
곧 독점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 목을 타고 넘어오는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진단키트입니다.”
“…진단 키트요? 무엇에 대한 진단인지요?”
말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히는 윌튼.
하지만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치매를 진단하는 키트입니다.”
“치매라…예상하던 거랑은 좀 다르군요. 솔직히 저는 줄기세포에 대한 투자로 만덕 학생을 만나려고 했던거니까요.”
윌튼이 다소 회의적인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게 그는 실험쥐 대니나 베니의 사례처럼 하반신 마비 치료에 무척이나 관심을 보였으니까. 치매나 인지 기능은 그가 추구하던 방향과 달랐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 비교가 끝난 듯,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죠. 진단키트에 대한 설명을 더 들어봐야겠지만 그쪽에도 투자를 진행하겠습니다. 그 대신,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하는걸로요.”
물론 그 연구에 대한 결과에 대한 지분엔 존슨앤 존슨도 포함되고요,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말이 얼마나 큰 뜻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분이라.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아밀로잽에 대해 발표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지. 돈이 되는 건 기가막히게 알아차리는 사람들답달까.’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크리스 교수가 사직을 했지만 아직 캘리포니아 줄기세포 연구팀하고의 약속도 잡혀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존슨앤 존슨과 계약을 체결해버리면 앞으로의 연구는 이 제약회사에 묶여버릴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말은…
‘돈이 안되면 발견을 해도 세상에 못 나오겠지.’
그제야 과거, 송형민이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돈이 안되면 결국 상용화될 수 없다는 말. 오히려 약효가 너무 좋으면 시중에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꽤나 잔인한 자본주의적 현실.
나는 고민했다. 줄기세포와 치매 진단. 그 어느쪽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자본주의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이…
그 순간,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