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24화(124/221)
124. 하버드 (1)
124. 하버드 (1)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겠습니다.”
“하하하!”
윌튼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안에는 철없는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담겨있었다.
규제 독점권. 말 그대로 출시된 의약품에 대해 시판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였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제네릭 버전, 즉 복제약 생산이 불가능했다.
그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어린 학생이라 그런지 규제 독점권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나보군요. 이 독점권을 포기한다는 건 곧 열심히 연구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뜻입니다.”
“그게 다른 회사에서 연구하는거라면 그렇겠죠.”
“?”
나는 윌튼을 바라봤다. 세계 1위의 제약회사. 기술력에서도, 유통하는 단위에 대해서도. 압도적인 몸집을 자랑하는 곳.
“존슨앤존슨이라면 규제 독점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시장 점유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허와 독점권은 별개의 일이니까요. 독점권을 포기한다고 해서 로열티를 못 받는 것도 아니고요.”
윌튼이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 학생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줄기세포와 관련된 치료제가 시중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쪽 관련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어도 이렇다 할 결과물도 저희가 처음이고요.”
“…아무리 그래도 규제 독점권 포기는 안됩니다.”
윌튼이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게 될 경우 출시와 동시에 경쟁 업체가 뛰어들겠지요. 그렇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시간도 없고 이는 수익과 직결됩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제약 회사도 마찬가지.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세계 1위의 제약 회사 CEO였다.
“모든 규제 독점권을 포기한다는게 아닙니다.”
“…?”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는 병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게 나올테니까요.”
줄기세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원하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실험에서도 한번 더 확인되었다.
이 말은 세포 이상으로 일어난 질병에 있어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된 연구는 존슨앤존슨과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은!”
“그 대신 제가 요구하는 몇 가지 질병 치료제에 대해서만 독점권을 포기해주신다면 말이죠.”
윌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몇가지가 정확히 몇 개 입니까?”
“일단 지금 확정된 건 한 개 입니다.”
“으음···”
그는 신중했다. 앞으로 기업의 존속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미간을 좁히며 고뇌했다.
사실 규제 독점권을 포기한다고 해서 존슨앤존슨이 입게 될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을거다. 적어도 세계1위 기업인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 타격이 적을터였다.
게다가 로열티는 독점권과 상관없이 계속 들어올테니까.
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되길 원한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길 원한다.
“…혹시 확정된 한 개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치매 치료입니다.”
“치매라···”
그는 한차례 더 미간을 좁히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나는 줄기세포 ‘치매’ 치료제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되길 원하고,
그는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대부분’을 독점하길 원했다.
“…좋습니다.”
윌튼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판단 속, 치매 치료제는 그렇게 돈이 되는 느낌이 아니었나보다. 어쩌면 치매 치료가 불가능해보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는 치매 치료제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는대신, 다른 것들을 얻기로 마음 먹었다.
“그 대신 최소 3가지 이상 질병에 대한 치료제는 확보해주셔야 합니다. 그때 실험에서 보여주셨던 하반신 마비와 관련된 질병도 포함해서요.”
“그건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미 그와 관련해서 밤낮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나는 지금도 실험실에서 영혼을 갈고 있을 케빈과 로버트를 떠올렸다. 둘은 이번 줄기세포 포럼을 보고 많은 걸 깨달은 듯 했다. 정확히는 이 포럼을 통해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듯 했다.
나머지 질병에 대한 치료는 그 둘이 알아서 잘 할거다. 내가 집중해야 할 건 하나였다.
치매. 치매 치료 하나만 바라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의 투자와 관련해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조만간 정식으로 계약 날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김만덕 연구원님.”
처음과 180도 달라진 태도로 나를 대하는 윌튼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를 빠져나왔다.
더이상 학생이라는 호칭이 아닌 연구원이라는 호칭과 함께.
*
“뭐, 뭐?!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오랜만에 박성민과 만나기로 한 날. 그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올리며 경악했다.
처음엔 분명 줄기세포 실험과 관련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보니 존슨앤존슨 회장과 독대하게 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박성민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붙잡았다.
“만덕아, 이건 선생님으로서도 아니고 연구원으로서도 아니고 인생 선배로서 하는 말이지만···. 규제 독점권 포기하는 건 좀 생각해 봐야 할 일인 것 같다.”
“돈 때문에요?”
“뭐야, 그걸 아는 녀석이 그런 거냐!”
너무도 순순히 답을 하자, 박성민이 한 차례 더 경악한 얼굴로 대꾸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하아, 긴 한숨을 내쉰 그가 타이르듯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선물로 사 온 유명 제과점 쿠키를 오독 씹어먹으며 들었다.
“네가 아직 어려서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은데, 독점권이 있을 때의 로얄티랑 없을 때의 로얄티는 차이가 어마어마해. 아예 하늘과 땅 차이라니까?”
“그래도 둘 다 엄청 많잖아요.”
“아니이! 아무리 많아도 거기서 존슨앤존슨에서 떼가고 뭐에서 떼가고 하다보면 줄어들잖냐! 네가 땡길 수 있는 건 두둑하게 땡겨 둬야지!”
이렇게 순진해서 쓰나, 박성민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직 계약서는 안 썼다고 했지? 그럼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제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시죠?”
“어? 뭔 말?”
“치매를 치료하겠다고 한 거요.”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그가 호들갑을 멈췄다. 그는 나를 쳐다봤다.
치매 치료. 어릴 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하지만 송형민의 말을 들은 이후로부터 목표가 조금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는 치매를 치료하는 기술이나 약만 만들어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순진했던 시절이었다. 나만 노력한다면, 의학 기술만 발달한다면,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어질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시절이.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차가웠다. 기술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았다.
“저는 치매가 마치 감기처럼 걸리면 누구나 치료받길 원해요. 돈이 많은 사람들만 치료받는 게 아니라요.”
“정말이지. 너란 놈은···.”
박성민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심경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 선생님도 치료받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니까 걱정 말아라.”
“어, 똥칠할 때까지 살면 더 위험한 건데.”
예끼, 이놈이! 박성민이 장난스레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는 웃으며 받아쳤지만 그 표정에는 착잡함이 남아있었다.
‘하긴, 나도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
박성민의 입장에서는 꽤나 고민했을 거다. 현실을 말해서 제자의 꿈을 사그라트리는 게 좋을지, 아니면 현실을 가린 채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주는 게 좋을지.
그는 결국 주제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 내부를 구경했다.
“그나저나 이 집은 어떻게 구한거냐? 여기 지역 비싼 거로 유명한데.”
“아, 선물 받았어요.”
“…엉? 뭐? 집을? 누구한테?”
윌튼과 대화를 하던 중, 그는 내 처치를 듣고 한차례 고민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교수 집에 지내고 있다는 말에 그는 미간을 좁히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집을 제공해 드리도록 하죠. 마침 이번에 정리하려던 집이 있었습니다.’
‘어···어차피 이제 입학하면 기숙사에 지내면 되는데요.’
‘일종의 투자입니다. 앞으로 제 회사의 귀한 인재가 되실 분인 만큼, 세계 1위의 이름에 걸맞은 대우를 해드리는 게 맞으니까요.’
지금 시기가 시기인지라 서브프라임을 직격으로 맞은 미국의 집값은 매우 저렴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집을 턱턱 주다니···?
새삼 세계 1위의 기업의 재력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야, 가만 보면 네가 나보다 더 잘사는 것 같단 말이지. 알고 보니 숨겨둔 재산이 있고 그런 건 아니지?”
“있으면 좋겠네요.”
“쓰읍, 이 녀석 좀 수상한데? 뭐야, 진짜 뭐 있는 거 아냐? 독점권을 팍팍 포기할 수 있는 뭔가가?”
장난스레 웃는 박성민을 보며 나는 그저 말없이 허허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윌튼이 준 집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문득 전에 곽진환한테서 온 메일이 떠올랐다.
“맞다, 선생님 곽진환 기억하세요?”
“곽진환? 그 수학 암산으로 풀어제끼던 녀석?”
박성민의 기억 속에도 곽진환은 암산 천재로 기억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쿠키를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범상치 않은 녀석이라서 기억은 하고 있었다만···. 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까지는 아니고 최근에 연락이 돼서요.”
나는 곽진환과 있었던 일을 박성민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유전자 편집과 관련해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 특히 확률 통계적인 부분에서 막혔었고 곽진환한테 한번 풀어보라고 넘겼던 것, 그리고 그가 결국 풀어냈다는 것까지도.
그렇게 일련의 일들을 묵묵히 듣고 있던 박성민이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면 지금 그 애가 유전자 간의 연관을 예측하는 식을 만들었다는 거니?”
“아마도요.”
“대체 한국과고에는 어떤 괴물들이 살고 있는 거냐···?”
허허,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그럴 게 이제 나도 무서워질 지경이었으니까.
수학 천재인 곽진환부터 훗날 유전자 편집 기술에 획을 긋는 김영재까지 포함하면 하여튼 범상치 않은 학교인 건 분명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최강은 너지만 말이다.”
“전 평범하다니까요.”
“이젠 그 말에 안 속아! 하여튼 그러면 이제 유전자 편집 기술 쪽으로 다시 연구할 거니?”
박성민이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나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번 줄기세포 포럼에서의 일은 파급력이 컸다. 포럼에 참가했던 캘리포니아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일정을 앞당기자고 제안해 올 정도였으니까.
원래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에 뛰어들 생각이었지만···.
‘곽진환이 이렇게 빨리 발견해 낼 줄은 몰랐으니까.’
곽진환에게서 온 이메일 덕에 생각이 많아졌다.
포기했던 연구를 다시 시작하느냐,
아니면 기존에 하던 연구를 계속 이어서 하느냐.
“물론 둘 다 진행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말이 안 되고요.”
아무리 내가 치매 연구에 진심이라고 해도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면 결국 두개를 놓칠 가능성이 컸다. 하나 하나가 큰 범위이고 모든 집중력과 정신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깊이가 깊은 연구들이었다.
나는 그 연구들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별안간 그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 등을 두드렸다.
“너가 지금 크게 착각하고 있는게 하나 있다.”
“…예?”
“너 지금 몇 살이지?”
또 나이 드립인가, 미간을 좁히며 몸을 뒤로 뺐다. 불신 가득한 눈으로 박성민을 바라보면서.
“…18살인데요.”
“생일 지났어, 안 지났어?”
“…아직이요.”
“그럼 만 나이로 16세잖아, 아이고 젊다 젊어. 갓 태어났네.”
우쭈쭈, 하며 어린 애 취급을 하는 박성민. 순간적으로 눈 앞까지 다가온 그의 정수리 머리를 보며 ‘한번 뽑아봐?’ 라는 충동아닌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그러나 순간적인 살기를 느낀 박성민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앞으로 네가 해야할 연구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야. 꼭 지금 당장 두 개를 동시에 하려고 안해도 돼. 때로는 네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해결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너한테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니?”
“어…치매 연구?”
박성민은 내 대답에 지독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샴페인을 꺼내며 말했다.
“물론 네 연구의 종착지는 치매 치료이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필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다.”
“경험…이요?”
“그래. 연구라는게 머리로만 하는게 아니거든. 사람들하고 의견도 주고 받고, 내가 뭘 모르는지 알아가다가 또 다른 분야도 기웃대다가 아이디어도 얻고. 그렇게 지식을 확장해나가는게 지금 네 나이대에 할 일이야.”
그리고 그렇게 랩실에만 있으면 병든다, 박성민은 마치 경험담을 이야기하듯 머리를 쓸어만지며 아련하게 답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불현듯 한국과고에 있던 날들을 떠올렸다. 전생이 아닌 불과 작년에 일어났던 일들.
혼자서 이뤄낸 것들도 있었지만, 함께 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분명히 존재했다.
나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 적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학창 시절.
뻥! 그 순간, 샴페인 뚜껑이 저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박성민은 샴페인 병 자체를 내게 들이밀며 외쳤다.
“하버드대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박성민이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고, 문득 쿠키 박스 옆 정갈하게 놓여있는 합격 통지서를 바라봤다.
[Certificate of Admission to HARVARD COLLEGE] [Mandeok Kim]세계1위. 꿈의 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