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0화(130/221)
130. 학술제 (5)
130. 학술제 (5)
수학여행 기간동안 곽진환을 하버드로 빼오는 건 생각 외로 간단하게 이뤄졌다.
물론 수학여행 총괄을 맡고 있는 담임 박민철의 경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고 일축했지만···. 상대가 하버드 교수면 말 다 했지 뭐.
“곽진환 학생을 데리고 연구를 진행할까 합니다.”
“…네? 진환이를요?”
박민철의 경우 영어 스피킹이 안되는 관계로, 영어 교사인 신나영이 대신 중간에서 말을 번역해 줬다. 온화하게 말하는 노먼 교수와 절대 안 된다는 표정과 함께 X 표시를 그리고 있는 박민철.
“Age doesn’t matter. What matters is that he has great talent.(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곽진환 학생이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 그 진환이가 재능있다는데요?”
“재능이고 뭐고 일단 학교 일정 중이라니까요? 이거 멋대로 빼줬다가 교장쌤 귀에라도 들어가면···!”
“The principal will be very angry if he knows.(교장선생님이 아시면 엄청 화내실 거라…)”
그렇게 몇 차례의 대화가 이어지는 걸 뒤에서 멀찍이 바라보던 나는 곽진환에게 넌지시 말했다.
“오···인기남인데.”
“…닥쳐.”
“하버드대 교수와 한국과고 교사들이 탐내는-”
“-닥치라고.”
사회성을 밥 말아 먹은 놈이지만 이렇게 놀릴 때 나름 타격감이 있다. 어쨌든 노먼 교수와 박민철의 대립은 서서히 막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Then I will officially talk to the principal.(그렇다면 제가 정식으로 교장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 교장쌤이랑 이야기해 보시겠다는데요···?”
“아니, 거기는 지금 밤인데 전화를-”
그때, 나는 노먼 교수를 향해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노먼 교수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그 의미를 알고 흔쾌히 받아 들었다.
“Hello?”
박민철에게는 미안하지만 곽진환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애초에 지금 이 기간이 아니면 방학하기 전까지는 또 이메일로 대화를 나눠야 할 텐데···. 그건 이중으로 복잡한 일이었다.
노먼 교수는 전화기 속 인물과 열심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박민철은 그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
“빨리도 인사한다. 그래, 어찌 되었든 너는 잘 지내는 것 같구나.”
“덕분에요.”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 자체가 박민철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었지만···. 그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노먼 교수가 나와 곽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학생 본인의 동의와 학부모 동의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박민철은 곽진환을 바라봤다. 이미 그는 답을 내려놓은 상황이었다.
“여기 남을래요.”
“하···알겠다. 그럼 어머니하고 통화는 쌤이 하고 오마.”
어머니라는 단어가 나오자 곽진환이 흠칫했지만, 이내 덤덤한 상태로 돌아왔다.
곽진환이야 보아하니 마음 맞는 친구도 없고 수학여행 내내 돌아다니는 걸 딱히 선호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가 이 수학여행을 오겠다고 마음먹은 게 어찌 보면 이 유전자 분석과 관련한 연구 때문이었으니까.
굳이 수학여행 일정에 맞춰 따라다닐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곽진환의 어머니와 통화를 마친 박민철이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곽진환을 바라봤다.
“음···어머니는 일단 찬성이시라는데, 돌아올 때 따로 픽업은 못 해준다고 하시네.”
“괜찮아요.”
“그래, 그럼 어머니 허락도 받았겠다, 그럼 진환이 너는 하버드에 남아라. 그 대신! 무슨 일이 생기거나 따로 귀국할 때 꼭, 꼭, 꼭 쌤한테 연락해야 한다. 알았지?”
네, 짤막하게 대답한 곽진환. 박민철은 그 모습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 좀 부탁한다. 그래도 네가 선배잖니.”
“저 아직 입학 안 했는데요.”
“…어쨌든 너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졸업생, 아니 자퇴생까지도 챙겨주는 박민철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운데 박민철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발걸음을 틀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일정 진행해야 해서 가보마. 잘 지내렴. 진환이 너도 문제 일으키지 말고.”
“네, 선생님. 다음에 한국 가면 꼭 찾아뵐게요.”
“쌤, 안녕히 가세요.”
“…이인성이 너는 따라오고.”
그렇게 담임은 자신도 하버드에 남겠다며 떼 아닌 떼를 쓰는 이인성을 끌고 홀연히 사라졌다. 폭풍이 몰아친 듯한 상황 속에서 노먼 교수가 흐뭇한 미소와 함께 나와 곽진환을 바라봤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반갑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교수이자 기초 생물학 강의를 하고 있는 노먼 코헨입니다.
“…”
“얘, 얘가 좀 낯을 많이 가려서요.”
곽진환의 사회성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한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곽진환에 대해 대신 소개를 하며 분위기를 무마시켰다.
한국과고라고 한국에서 수학, 과학 잘하는 애들 모아둔 곳이 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전국에서 공부 꽤나 하는 애들은 다 모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얘는 수학에선 거의 정점을 찍고 있다···며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그러나 곽진환은 이런 내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곽진환은 뚱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참자···원래 천재들은 좀···어디가 부족하니까. 차라리 나날이 사회성이 발전해 가고 있는 내 모습에 뿌듯해하자. 그래, 그러자.
그렇게 그의 연구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럼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몇가지 물어볼게 있습니다. GWAS와 관련하여 곽진환 학생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겠습니까?”
노먼 교수의 물음에 곽진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무시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유전자 정보 분석하는 거요.”
“맞습니다. 어떤 유전자가 어떤 병을 유발할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노먼 교수는 게놈연관프로젝트에 이어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늘어놓았지만, 곽진환은 이해한다는 듯 한번씩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 쪽으로만 강한 줄 알았는데 생물학에 대한 지식도 꽤 있는 편이군요.”
“…”
곽진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쪽을 한번 봤다가 다시 노먼 교수 쪽으로 시선을 옮길 뿐이었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왜냐? 어제 곽진환을 붙잡아 놓고 명강의를 펼친 사람이 다름 아닌 나니까. 한마디로 녀석이 이해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내 덕이 크다는 소리였다.
“유전자 간 종속성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도요.”
“…분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곽진환이 입을 뗐다.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를 한번 바라보더니 순간 망설였다.
잠깐만, 망설여? 뭘? 하지만 이내 곽진환은 종이 위에 설명하는 걸 포기했는지 그냥 말로 띄엄띄엄 설명하는 걸 택했다.
“카이제곱검증···.”
“카이제곱검증이라, 멘델의 독립 분류 법칙에도 사용되는 것이지요. 연관 여부를 카이제곱검증값을 이용해 분석해 낸 건가요?”
“랑 로지스틱 회귀···”
“로지스틱 회귀 역시 특정 유전병이 발생할 확률을 모델링할 때 자주 쓰이는 통계 기법 중 하나이죠.”
곽진환이 한 단어씩 던지면 노먼 교수가 척하니 받아서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일반적인 대화로 보기엔 어려웠지만 어찌 되었든 둘 사이에선 학술적인 대화가 오고 가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이미 어제 곽진환을 통해 얼추 들었던 내용들이었기에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꽤나 긴 시간 끝에 우리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성에 대해 토론했고,
“그럼 학술제 때는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통계적으로 발견해 내는 과정을 이야기하면 되겠군요.”
“교수님,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 달 내에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모두 발견해 내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열띤 토론들이 오가던 가운데 나는 찬물을 끼얹었다. 곽진환도 ‘이제 와서 왜 이럼?’ 이라는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거였다. 아무리 곽진환이 발견해 낸 방법이 쓸모 있다고 해도 60억 개의 유전자를 다 분석해 내는 데는 시간적으로도 부족했으니까.
꽤나 진지해진 내 표정을 보고 노먼 교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당연하지요. 여기서 만덕 학생이 치매 유전인자를 모두 발견해 낸다면 이건 단순히 학술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노벨상감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
“만덕 학생이 지금까지 해오던 연구의 스케일이 모두 범상치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술제는 학생들이 1년 동안 연구해 오던 걸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만덕 학생에게 손쉽게 제안할 수도 있었던 겁니다.”
생각해보니 노먼 교수는 나를 만난 첫 날에 학술제를 제안했다. 한마디로 학술제 자체가 학계에 큰 충격을 주거나 혼란을 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란 뜻이었다. 적어도 대학교 내 학술제라면 말이다.
한동안 웃던 노먼 교수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러니 꼭 모든 유전인자를 밝혀내지 않아도 됩니다. 연구의 방향과 발견해낸 부분들을 이야기해도 좋고···. 사실 이 논문에서는 이 통계 분석이 더 주목받을 테니 말이지요.”
“…”
곽진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뭔진 모르겠지만 뿌듯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좀 아니꼽다.
‘…그래. 지금은 곽진환이 발견해 낸 거에 초점을 맞추자. 이 방법은 비단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테니까.’
서둘러 가다가 오히려 더 돌아갈 수 있는 게 연구다. 괜히 빨리 유전인자를 밝혀내겠다고 설쳐대다가 놓치는 게 생길 수도 있었고,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럼 곽진환 학생이 언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죠?”
“원래라면 금요일인데, 주말까지 더 있다가도 될 것 같아요.”
“좋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군요.”
노먼 교수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격적으로 학술제에 올릴 연구, 시작해 보도록 합시다.”
*
노먼 교수, 곽진환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때 가장 의외인 점이 있다면···.
‘이 녀석 노먼 교수님 말은 잘 듣는단 말이야···’
첫 날에 워낙 이미지가 안 좋다보니 곽진환과 노먼 교수 사이에도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먼 교수는 하버드 내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고, 다른 의미로 학생들을 다루는데 노련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국과고 시절에도 틈만 나면 엎드려 자거나 교사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 말이 많았던 녀석인데···. 물론 지금도 말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대화 수준까지는 올라간 상황이었다.
“배고파? 뭐 먹을래?”
“나가.”
“여기 내 집이거든···.”
심지어 먹고 잘 곳 없어서 재워주고 있건만, 나한테는 여전히 싸가지가 없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말이 이런 말이었나···. 그렇게 거실로 쫓겨난 나는 문득 핸드폰 진동을 느꼈다.
[Hanbyul] [오늘 특별한 일 있어?]그리고 한 가지 더 일이 있다면, 최한별과 채팅을 주고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딱히 그녀가 원해서 한다기 보다는 곽진환과 관련해 담임이 시킨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최한별과 내가 주고받는 대화라고 해봤자 ‘오늘은?’, ‘이상 없음.’, ‘그래.’ 정도였으니까. 나는 문득 오늘도 평소와 같이 ‘이상없음.’이라고 보내려다가 메시지를 지웠다.
[Mandeok] [이상 있음.] [Hanbyul] [?]물음표 하나만 보내왔지만 뭔가 눈동자가 떨리는 게 느껴진다. 마침 시간도 여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곽진환이 점령한 내 방에 연구할 자료가 있었기에···. 잠깐 동안 쉬어가기로 했다.
[Mandeok] [쫓겨남.] [Hanbyul] [어디서?] [Mandeok] [내 방에서.] [Hanbyul] [그래.]중간에 답변이 달라도 아웃풋은 동일하구나.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렇게 최한별은 사실 기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한 번 더 울렸다.
[Hanbyul] [생물 올림피아드는 그대로 참가해?] [Mandeok] [응. 국가대표로 선정되었으니까.] [Hanbyul] [제한 조건 있지 않아?] [Mandeok]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20세 이하 청소년이니까. 엄연히 말하면 지금 난 입학 전이기도 하고.]엄연히 입학이 아닐 뿐이지 입학 확정이 난 거긴 하지만···. 애매한 규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한별은 오히려 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Hanbyul] [그러니까 내 말은···어차피 이 올림피아드 결과는 너한테 아무 영향을 못 미치잖아.]최한별은 굳이 단어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돌려 말하면 ‘시간 낭비 아니야?’라고 묻고 있었다. 나는 답장을 하려던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사실 최한별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물 올림피아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대학을 위한 입시로 사용하곤 한다. 그래서 나이 제한도 저렇게 걸려있는 거고. 게다가 어떻게 보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내게 생물 올림피아드의 수상 여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전 세계에서 생물에 진심인 녀석들이.
물론 전생에서도 한번 봤던 녀석들이다. 하지만 그때 합숙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과 친해지지 못했다. 잠재적 경쟁자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참여했던 녀석 중 일부는 각 생물학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나갔지.’
유전학, 세포생물학, 면역학, 미생물학, 해부학, 신경과학 등···.
한마디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인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 특히 생물에 미친 생물 덕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좀처럼 얻기 힘들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씩 웃으며 최한별에게 답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