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2)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2화(132/221)
132. 학술제 (7)
132. 학술제 (7)
시간은 훌쩍 지나 어느새 7월, 학술제 발표일이 다음 날로 다가왔다. 곽진환은 이미 방학이 되자마자 미국으로 온 상황이었고.
“아니 내일 발표를 안하겠다고?”
곽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식 식단이 입에 맞는지 녀석은 구운 빵에 잼을 바르고 있었다.
마치 제집마치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 모습에 순간 말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이제와서? 왜? 지금까지 준비 잘 해놓고 와서?”
“연구를 한 거지 발표 준비를 한 건 아닌데.”
“그건 맞지만, 그래도 너가 연구한 게 반 이상인데···”
“주목받는 거 싫어.”
곽진환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녀석은 한국과고에 있을 때도 사람들한테 관심받는 걸 극도로 꺼려했다. 누가 ‘어! 너!’ 하고 알아보면 바로 인상을 쓰고 사라졌으니까.
물론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또 강해서 수학 점수에서 밀리면 바로 뻗대곤 했다. 마치 작년에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게 이러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말이지. 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설마 질의응답 받는게 겁나서 그러는 건 아니지?”
“X랄한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연구한 내용, 그러니까 치매 유전인자가 연관되어 있는 부분들에 대해 누가 질문을 하면 다 대답해줄 수 있어?”
“그럼 못하겠냐?”
“그럼 됐어.”
곽진환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 뭔가 말려든 것 같다는 표정. 하지만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도 아침 좀 먹어볼까,” 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술제 발표와 준비된 건 모두 끝이 났다. 물론 만일의 일을 대비해 나 역시도 발표 준비를 해뒀지만···내가 발표할 일은 없을거다.
이번 연극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노먼 교수와 이야기하는 걸 보니 영어 스피킹에도 문제가 없고 말이야.’
비록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알아듣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수학이라는 복잡한 학문을 영어를 통해서 전달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곽진환은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했고,
이건 학술제를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딱 좋은 수준일 터였다.
‘생각해보면 전생에 R&E 발표때 큰 반응이 없었던 건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곽진환은 애초에 다른 사람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걸 타인도 알고 있을 거라 전제하는, 아니 타인이 알든 말든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한다.
문득 앞에서 마지막 남은 베이글까지 다 먹어치우고 있는 녀석을 바라봤다.
“재수없는 놈.”
“먹는데 지X이야.”
“그야 네가 내 마지막 아침까지 다 먹었으니까. 어떻게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냐?”
“…꼬우면 빨리 먹든지.”
“진짜 개 재수없는 놈···”
그렇게 툴툴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빨리 내일이 와서 학술제가 끝났으면,
그리고 긴 연극이 막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
“부커 교수님!”
“오, 만덕. 실로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습니까?”
학술제 당일, 왁자지껄한 사람들 가운데서 나는 부커 교수를 바로 찾아냈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난제를 풀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는 안본 사이에 표정이 더 밝아져있었다. 그가 씩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안그래도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꼭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요?”
“네, 오늘 이 학술제에서 저 대신 발표할 남학생입니다. 주 분야는 수학이고요.”
“오호, 수학이라···만덕 학생처럼 천재인건가요?”
앤드류 부커 교수가 허허, 웃으며 물었다. 장난스레 묻는 말이었지만 눈빛에는 은근한 기대가 깔려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웃어보였다.
천재라. 곽진환은 천재일까?
“학술제를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원래 하이라이트는 끝까지 숨겨둬야 재밌는 법이지요. 그나저나 그때 이후로 고등학교에 있는 줄 알았는데 하버드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부커 교수는 그간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당연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가 어느날 동료 교수가 건네는 신문에 나와있어서 매우 놀랐다, 근데 그 내용이 더 충격적이라서 지금도 놀라있는 상태다, 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하반신 마비가 온 개를 걷게 만들다니, 앞으로 인간에게 적용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요,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연구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인간에게도 닿는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하하! 여전하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저 멀리서 노먼 교수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부커 교수와 인사를 한 후 노먼 교수쪽으로 걸어갔다.
노먼 교수는 평소와 다르게 좀 더 어두운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웃어보이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만덕, 이제 곧 있으면 발표를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네. 잠시만요, 그런데 곽진환은 어디에…”
그는 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을 이었다.
“곽진환 학생이라면 몸이 안 좋아 잠깐 쉬고 있겠다더군요. 연구를 하느라 몸살이 왔나 봅니다.”
“몸살이라···”
개 뻥이다. 몸살은 무슨. 보나마나 사람 많은 곳 싫어서 피해있는 거겠지. 그러나 이런 내용을 모르는 노먼 교수는 곽진환을 ‘머리는 좋지만 몸이 약한 학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 노먼 교수의 말에 맞춰 나는 미간을 좁히며 꽤나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군요. 그럼 잠깐 곽진환한테 가보겠습니다. 발표 관련해서 곽진환한테 물어볼게 있어서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저한테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곽진환이 유도해낸 수식 중에서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본인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니까요.”
내 말에 노먼 교수는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알려준 대기실을 향해 걸어갔다. 대기실이라고 해봤자 빈 강의실 하나를 빌려둔 것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학술제가 진행되는 홀에 모인 상황.
한마디로 빈 강의실엔 녀석밖에 없었다.
“야.”
“…?”
고개를 책상에 처박은채 잠을 자고 있는 녀석을 흔들어 깨웠다. 녀석은 이제 막 잠에 들었었는지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 발표 못하겠음.”
“…?”
“네가 해야 할 듯.”
“뭔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다시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숙이려는 녀석을 막아세웠다. 그리고 녀석이 연구한 내용이 담긴 종이를 들이밀었다.
“네가 여기에 적은 로지스틱 회귀의 핵심은 선형 예측 변수의 선형 결합을 시그모이드 함수에 적용해서 출력값을 0과 1 사이의 확률로 변환하는 거랬잖아?”
“어.”
“여기서 e가 자연 로그의 밑인 것 까지는 알겠는데 너가 설정한 파라미터들이 이해가 안가는데.”
“아니 이게 이해가 안된다고?”
곽진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는 최대우도추정(Maximum Likelihood Estimation, MLE), 로그 손실(Log Loss) 함수, 교차 엔트로피(Cross-Entropy) 오차 등 여러가지를 언급하며 나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모르겠어.”
“아니···유전인자 분석을 로지스틱 회귀로 분석하는 건 고차원 공간에서 비선형 결정 경계를 탐색하는 거랑 비슷하다, 라고 한 것까지는 이해했지.”
“응.”
“이때 유전자 변이의 계수를 β로 두게 되면 이건 로그 오즈(log odds) 비율을 의미한다. 이해했어?”
“아마도?”
“그렇기에 이건 변이의 존재가 특정 질병 발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됐지?”
“모르겠어.”
“…”
처음과 끝이 같은 수미상관 대화법이었다. ‘모르겠어.’ 로 시작해서 ‘모르겠어.’로 끝나는 대화에 곽진환이 나를 바라봤다.
말을 하진 않지만 눈에서 ‘개 짜증 나는 새X···’ 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 분명 어제까지는 이거 다 이해하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분명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까 발표 대본을 보는데 순간 헷갈리는거야. 가끔 문제 풀다보면 그럴 때 있잖아. 분명 아는 내용인데 잉? 하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하필 지금 왔다?”
“응.”
“하···이게 뭔···”
곽진환이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시계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냥 그 부분은 건너 뛰고 이야기하든가.”
“안돼. 이 부분이 설명이 안되면 이후에 네가 유도해낸 부분, 그러니까 유전인자 분석때 로지스틱 회귀 검증을 어떻게 써야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나는 곽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가 발표해주라.”
“싫어.”
“조금은 고민해주고 말해주지 않을래?”
“싫어. 절대로.”
꽤나 강하게 이야기하는 곽진환. 하지만 이정도는 예상했다.
“설마 어릴 때 그 방송때문에 그래? 트라우마?”
“…”
“진짜 그거랑 이건 다르지. 막말로 여긴 미국이잖아. 고작 학술제 발표고. 누가 이런 발표를 와서 찍겠냐?”
“…그딴 거 때문이 아니라-”
“너 이거 진짜 열심히 연구했잖아.”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곽진환이 말을 하다 멈췄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그를 설득했다.
사실 이 발표, 내가 해도 상관 없다. 아니 애초에 이 발표는 누가 하든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이름은 다 적혀있고 누가 앞에서 질문을 받냐, 마느냐의 문제니까.
어떻게 보면 내가 발표를 해서 하버드대 교수들의 눈도장을 찍어둔다면, 오히려 이득일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진환에게 기회를 주는 이유는···
‘소문 들었어요? 아니 글쎄 그때 나왔던 수학 천재, 다 조작이었다지 뭐에요?’
‘아이고 저런. 부모가 얼마나 욕심이 많으면 애를 데리고 그렇게 했대요?’
‘부모도 부모지만 애가 설마 몰랐겠어요? 지도 다 욕심이 있으니까 저랬겠죠. 어휴 영악하다, 영악해.’
그가 앞으로 받게 될 비난에 대한 약간의 연민과,
‘진짜야? 그러면 전에 과학의 날때 발표했던 것보다 더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소리잖아!’
‘…그 자료. 나도 볼 수 있냐? 아밀로잽 연구할 때 좀 참고하게.’
‘확실히 이 유전공학 분야쪽으로는 엄청 도움이 될 것 같구나. 관련한 연구가 좀 더 있을지 알아보마.’
곽진환이 연구해낸 걸 들은 김영재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도 그럴게 그의 분야는 유전자 편집이니 이 통계적 모델링을 활용하면 보다 자신이 연구하는 유전자들간의 연관성을 조사할 수 있을테니까. 이재성과 김성진 교수도 마찬가지로 기뻐했고.
그러니까 그는 과학계를 적어도 10년은 빠르게 앞당겼다. 아니, 10년은 무슨. 전생에는 그보다 더 뒤늦게 발견해냈으니까.
‘일종의 성의 표시랄까.’
미우나 고우나 곽진환 덕분에 내 연구가 시작될 수 있었다. 과거에 머물러 있던, 오래된 내 연구를 꺼내준.
그러니 이번엔 곽진환을 과거에서 꺼내줄 타이밍이었다.
“발표는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야. 괜히 내가 잘못 설명해서 네가 연구한 게 이상하게 전달되는 걸 원치않아.”
“…”
“그래도 싫다면 강요하지는 않을게.”
내 말에 곽진환은 아무 말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그가 고민하고 있다는 뜻.
연구원들에게 있어 ‘연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자식이다. 머리로 낳은 내 자식.
“…발표 대본이나 넘겨.”
결국 곽진환은 내가 건네는 발표 대본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까지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한숨을 돌린 나는 곽진환이 앉아있던 책상에 앉았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하여간 이래서 사춘기 학생은 어렵다니까. 이러다 진짜 내가 몸살나는거 아닌-?”
그때 발에 치이는 무언가. 곽진환의 가방이었다. 그리고 반쯤 열려져 있는 가방 안에는 익숙한 표지가 하나 보였다.
정보 기하학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진짜 자존심 하나는 더럽게 세다니까.”
하여간 그냥 뭘 해주는 법이 없어요, 나는 그가 손수 메모해 둔 부분들을 읽었다. 발표하는 피피티 장면마다 작게 메모해둔 부분들을.
#슬라이드 7
[로지스틱 회귀 검증 개념 설명 → 치매 유전자 설명 순서 생각하기. 이대로? 아님 반대로?]#슬라이드 11
그렇게 빼곡하게 적혀져 있는 발표 메모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사실 이 발표를 누구보다 원했던 건 곽진환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