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4화(134/221)
134.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1)
134.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1)
오늘은 곽진환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는 앤드류 부커 교수에게 이후로도 계속 시달렸는지, 만성 피로상태였다.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온 가운데, 그는 비행기를 타기 전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잘가라.”
“…”
“만나서 더러웠···이 아니라 반가웠고 다음에 다시보자.”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지만, 빠르게 수습했다. 아마도 수습했을 것이다.
“…야.”
수습 못했나? 곽진환이 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김민주 작가 부른거지?”
“!”
내 반응에 곽진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김민주 작가가 내 옆자리에 앉아있긴 했지만, 일부러 곽진환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자리에 앉아있었다. 괜히 발표하다가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PTSD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김민주 작가의 존재는 모를거라 생각했는데···곽진환은 삐뚤어진 태도로 말했다.
“원래부터 이럴 계획이었고?”
“아, 아니 일단 내 말을 먼저 들어봐. 이 모든 건 혹시라도 나중에 방송이 조작된 게 폭로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폭로되든 말든 상관없어.”
“엉?”
곽진환이 씩 웃었다.
“한국 뜰 거니까.”
“에···?”
“미네소타 대학에서 공부하기로 했어. 부커 교수랑.”
“에···?”
출력기가 고장난 듯 나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곽진환은 별다른 설명없이 가방을 고쳐맸다.
“그, 그러면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국에 계실거 아니야.”
내 기억이 맞다면 김민주 작가가 조작을 폭로하고 난 후, 집안 자체가 몰락했다. 곽진환은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해야했고, 그의 어머니는 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었다고.
어떻게 보면 곽진환의 모친도 곽진환을 이용해 책 장사를 한 셈이니···조작이 폭로되고 나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곽진환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잘 지내시겠지 뭐.”
“와, 이 사회성에 인간성까지 바닥난–”
“내가 없어야 그 망할 책 안 팔아도 될테니까.”
“…엉?”
입이 하나 줄어들면 양심을 더는 안 팔아도 되거든. 곽진환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지만 이내 이해 못하는 나를 보더니 어깨만 으쓱였다.
뭔진 몰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내막이 있는 듯 했다.
‘뭐···내가 아무리 과거로 회귀했어도 집안 사정까지는 다 알 수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곽진환을 바라보는데, 그가 한동안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마치 할 말이 있는 듯 계속 노려보는 곽진환.
“…더 할 말 있어?”
“…고.”
“고?”
“고문.”
“…?”
“계약 어긴 대신 고문할거라고. 다음에 만나면.”
아, 아니. 뭔. 그러나 곽진환은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비행기를 타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나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나는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는 녀석의 뒷통수에 대고 대고 소리쳤다.
“만나서 더러웠고!!”
“…?”
“다시는 만나지 말자!!”
“…”
“이 성격 지X맞은 녀석아!!”
후, 드디어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다. 그렇게 쌓인 덕담을 녀석의 뒷통수에 외쳤고, 녀석은 훈훈하게 중지 손가락을 올리며 떠났다.
참 끝까지 재수없는 놈이었다.
*
학술제는 끝이 났다. 하지만 모든 일정이 끝이 난 건 아니었다. 노먼 교수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정식으로 학술지에 기고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이제 9월이 되면 정식 학부생이 될거고, 곽진환이야 그 처리가 좀 복잡하겠지만 올해 안에는 학부생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듯 했다.
‘대학마다 입학을 허가하는 기준이 다르니까요. 사실 하버드에서도 곽진환 학생을 데려가고 싶다는 교수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절하고 미네소타 대학을 골랐더군요.’
그 교수가 퍽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라며 노먼 교수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앤드류 부커가 그간 곽진환과 얼마나, 그리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그 기계나 다름없는 녀석의 마음에 들었다는 건 엄청난 일이긴 했다.
그렇게 노먼 교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응. 인성이는?”
“거실에서 게임 중.”
집에 들어가니 이인영이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인사를 했다. 쌍둥이들이 미국에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전처럼 단순 관광의 목적은 아니었다.
“이번에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가 미국에서 열려서 다행이야.”
“그러니까, 게다가 MIT면 금방이고.”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흔히 생각하는 시험과 다르게 올림피아드는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첫날에 올림피아드 출전 선수로 등록하는 것부터 시작해, 개회식, 실기 시험, 이론 실험, 폐회식이 모두 다른 날에 진행되었고 각 일정 사이사이엔 그 나라의 유명 관광지 탐험이나 대학 내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진행되었다.
아직 올림피아드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이인영은 미리 미국에 왔다. 혼자 보낼 수는 없다며 이인성도 세트로 따라왔다.
“진짜 거머리같아.”
“다 들린다 동생아. 그리고 너때문에 온 거 아니거든, 만덕킹 보러 온거지.”
“그니까 올림피아드 대표도 아니면서 왜 오냐고 어차피 며칠 뒤면 우리 다 없을텐데.”
“그럼 나 혼자 이 넓은 집에 있을 수 있는거임? 개꿀.”
이인영의 말에 1도 타격을 받지 않는 이인성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게임에 집중했다. 참고로 나는 게임기를 산 적이 없다. 그 말인 즉슨 한국에서 게임기를 들고 왔다는 소리다.
그때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재성이었다.
“거머리는 얘가 아니라 너겠지. 굳이 뭐하러 여기 옴? 그렇게 김만덕이 보고 싶음?”
“넌 아무말도 하지마. 부탁할게. 응?”
“싫음.”
이재성이 망설임 없이 대꾸하더니 나를 바라봤다. 학술제가 끝난 날 이메일을 보내온 녀석.
[너네 집에서 자도 됌?]이인영이야 평소에도 연락을 하는 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화학 올림피아드 관련해서 와도 된다고 말해놨다만, 이녀석은 의외였다.
그도 그럴게 굳이 미리 미국에 올 필요는 없으니까. 한국에서 출국 날 다같이 오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그렇게 의아한 눈으로 [맘대로] 라고 답장을 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화올 준비는 잘했고?”
“어···그게.”
“…뭐야 그 반응은? 설마 공부 안 했어?”
“야. 너 김만덕 공부량 몰라서 그래? 얘가 공부를 안 했겠냐?”
옆에 있던 이인영이 이재성을 타박했다. 그녀는 “얘 과고 있을 때도 제일 열심히 공부했어.”라며 내 편을 들어주었지만···
“미안하다.”
“뭐, 뭐야. 진짜 공부 안했다고? 3일 뒤에 등록하러 가야하는데?”
“할 말이 없다.”
“아니 이 미X놈···”
이재성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공부 하지 않은 걸 두고 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국가대표로 선정되고 난 이후 시간은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시간을 화학 올림피아드 공부하는데 쓸 수는 없었다.
크리스 에반 교수랑 줄기세포 공부하랴, 존슨앤 존슨 CEO와 미팅하면서 조건 조율하랴, 심지어 이후에 실험쥐 대니와 베니 치료로 1분 1초도 허투로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막 끝난 학술제 발표까지. 솔직히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변명의 이유가 될 순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들은 국제 화학올림피아드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으며 공부하고 온 셈이었으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당장 이인영이 먹고 있는 조각 케이크를 던지고, 이재성이 게임기를 뺏어 내게 던진다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팀이라고 누누히 이야기했던 건 나였으니까.
‘물론 어차피 시험 자체는 개인 순위가 매겨지지만, 그래도 국가 순위에 영향을 주는 건 총 메달 수 이니까.’
아무리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금메달을 받고 내가 동메달, 아니 메달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그건 결국 국가 순위 하락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건 과학창의재단의 한학수에게 큰소리를 쳤던 걸 배신하는 셈이기도 했다.
착잡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과연 화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수 있었을까? 아니 애초에 이럴 줄 알았으면 중간에 포기를 하고 다른 사람을 올리는게–
“뭐, 그럴 것 같긴 했어.”
“너 바쁜 걸 우리가 모를까봐? 한국에서 이미 네 기사만 수십개 보고 오는 길인데.”
“…응?”
예상과 다른 따뜻한 반응에 나는 눈을 살며시 떴다. 이인영은 먹고 있던 케이크를 마저 먹고 있었고, 이재성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뭐지, 이 여유로움은···? 살짝 이상함을 느끼며 둘을 번갈아보고 있는데, 게임을 하고 있던 이인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덕킹···.”
“?”
“난···화학하는 애들이 너무 무서워.”
“…?”
“얘네는 포기를 모르는 애들이거든.”
정확히는 너를···.
마치 공포영화의 마지막 엔딩처럼 나를 돌아보는 이인성. 그러나 그 말뜻을 이해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그럴 줄 알고 지금까지 학원에서 뽑아준 프린트물이랑 교재 총정리 다 들고 왔으니까. 다행히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가더라고.”
“···? 캐리어에···? 설마 거기에 프린트 물만 넣어온 건 아니지?”
“맞는데? 왜?”
그야 네가 끌고 온 캐리어는 이민용 가방이잖아…32인치 캐리어 안에 얼마나 많은 프린트물을 가지고 왔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인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 짐도 챙겨왔어.”
“아니, 그걸 걱정하는게 아니라–”
“부족한 공부량이야 이제부터 채우면 되는거잖아?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까 72시간이나 굴릴 수 있어.”
“그···벼락치기 공부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야. 72시간 동안 공부만 시키겠다고? 잠도 안 재우고?”
이인영의 말을 들은 이재성이 코웃음을 쳤다. 역시, 이재성은 같이 뇌를 공부했어서 그런지 잠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렇게 구세주를 바라보듯 이재성을 바라봤는데, 그의 손에 흰색 PMP 하나가 들려있었다.
“잘 때도 공부할 수 있게 암기 내용 녹음해왔음.”
“…그거 효과 없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해봐야 알겠지.”
“아니 그거 진짜–”
그러나 내 말은 녀석들에게 닿지 않았다. 이인영이 웃으며 나를 잡아당겼고, 이재성이 의자를 빼두었다.
“자, 우리 가볍게 유기화학부터 시작하는거야. 알았지?”
“유기화학이 어떻게 가볍게 시작하는–”
“지금부터 토 달때마다 수면 시간 30분씩 줄어들거야.”
“…옙.”
오른쪽엔 이인영, 왼쪽엔 이재성. 나는 둘을 친절한 지도를 받으며 화학 공부에 매진했다. 그 모습을 이인성이 문틈으로 바라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갔다.
주위에 정상이 없어, 정상이···라고 중얼거리면서.
*
3일의 폐관 수련이 끝났다. 나는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니 밥을 먹을때도 수련은 이어졌다.
‘지금 네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
‘시…식빵입니다.’
‘갈! 모든 대답은 화학식으로 이야기한다.’
‘전분, 그러니까 C₆H₁₂O₆입니다···.’
그 뒤로도 글루코오스의 탄소 원자의 형태, 글리코사이드 결합 등을 설명하고서야 겨우 식빵을 먹을 수 있었고,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이재성이 준 PMP를 몰래 꺼두고 자도 아침에 보면 [분석 화학 총정리(4/11).mp3]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 옆에 단정한 글씨체로 [끄면 죽는다] 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고로, 지금의 나는 화학과 한 몸인 상태. 나는 곧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요,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이라.
“잘 잤어? 컨디션은?”
“매우 좋소이다. 취침시 C₁₇H₁₆N₂O₂ 의 분비가 활성화 되었기때문이오.”
“그게 뭔데···? 그보다 너 말투가···.”
이인성이 살짝 뒷걸음치며 물었다. 나는 평온한 모습으로 답했다.
“멜라토닌이오.”
“아, 그거 알아! 그거 잠 잘 오게 하는 호르몬이잖아.”
“갈!! 멜라토닌의 역할을 하나로 단정 짓지 말지어다! 멜라토닌의 경우 수면뿐만 아니라 항산화, 면역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그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돌(indole) 구조로–”
마치 자다가도 누가 쿡 찌르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화학 지식들이 내 뇌에 들어온 상태였다. 사실 이미 어느정도 베이스가 된 것도 영향이 컸지만, 저 둘의 영향이 컸다.
“잘 학습되었군.”
“3일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네.”
뿌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이인영과 이재성. 그 모습을 보며 이인성은 조용히 “만덕킴이 망가졌어···.” 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얼른 등록하러 가자. 아까 보니까 교수님들이랑 나머지 팀원도 곧 도착할 것 같아.”
“좋소이다.”
“이제 그 말투도 그만해.”
“응.”
이인영의 타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챙겼다. 먼저 나가서 택시를 잡아두겠다며 둘이 먼저 나갔고, 그 틈에 이인성이 조용히 물었다.
“근데 너 진짜 괜찮아? 보니까 애들이 3일동안 장난이라고 해도 좀 과한 것 같던데.”
“음···. 안 힘들었냐고 하면 거짓말이긴 하겠지만···.”
나는 3일동안 녀석들이 화학 지식을 내게 우겨넣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는 팀이라며? 국가 1위 안 할거야?’
‘너 금메달 꼭 따게 할거거든? 내가 가르쳐주는데 은메달? 택도 없지.’
마치 내 성적이 자신들의 성적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가르쳐주는 녀석들. 나 하나도 챙기기 바쁜게 올림피아드다. 그런데 녀석들은 나를 위해 자신들의 지식을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있었다.
“고마워서.”
“? 고통스럽게 한 게 고맙다고?”
“그냥 다.”
사실 이인영이나 이재성이나 한국에서 교수진들과 같이 올 수도 있었을 거다. 굳이 둘이 운영진들에게 말을 하면서까지 여기에 와 준 이유.
이인영이 어떤 마음으로 프린트물을 챙겨왔을지,
이재성은 어떤 심정으로 녹음본을 담아왔을지.
“금메달 따서 올게. 꼭.”
나는 씩 웃으며 집을 나섰다.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첫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