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5화(135/221)
135.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2)
135.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2)
국제 화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Chemistry Olympiad,IChO).
국제라는 이름에 맞게 세계 각국에서 화학 덕후들이 모인 곳이었다.
“국제 화학올림피아드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에 모인 총 66개의 나라의 학생들이 모였으며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은 모두 250명입니다.”
“66개국이면 264명이 되어야하는 거 아니?”
“꼭 4명이 필수는 아니니까.”
이재성이 혼잣말하듯 이야기한 내용에 이인영이 빠르게 답변했다. 그 모습을 본 이재성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너한테 안 물어봤는데. 혼잣말 한거거든?”
“그럼 안 들리게 말하든가.”
분명 내게 화학 공부를 시킬 때만 해도 둘이 손발이 척척 맞았는데···아니나다를까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재성과 이인영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목소리로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내 옆에 서 있던 남학생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기···저 둘은 원래 저래?”
“아, 응. 근데 신경 안 써도 돼요.”
“막 여자애가 남자애 머리를 뜯고 있는데도···?”
“괜찮아, 괜찮아. 친근감의 표시에요. 친근감.”
원래 애들은 서로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자라는거니까. 예로부터 약간의 장난은 유대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나는 내게 말을 건 남학생을 안심시켰다. 남학생의 이름은 김재현. 성원과고 3학년이자, 남은 한국 국가대표였다.
“그런데 깜짝 놀랐어. 공항에 가니까 학생들은 없고 다 교수님들밖에 없는거야.”
“아···좀 사정이 있어서요.”
“난 또, 혹시 나머지 3명이 다 기권한 건 아닌가 고민했었거든.”
그런 고민을 했었다니, 새삼 김재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인간이란 원래 사회적 동물이다. 그 말인 즉슨 무리의 소속감에 크게 좌우되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서로 친해보이는 세 명. 심지어 한국에서 미국까지 오는 비행기 시간만 13시간 훌쩍 넘는데 그동안 교수들의 이야기를 홀로 받아주며 왔을터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응! 나도!”
측은한 마음이 들어 나는 손을 내밀었다. 다행히도 김재현은 밝게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
그렇게 길고 긴 개회사가 끝나고 우리는 우선 숙소로 이동했다. 국가별로 배정된 방은 성별에 따라 나뉘어있었지만 간혹 다른 나라의 학생들과도 같이 쓰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인영. 그녀는 노르웨이에서 온 여학생과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학생들이 묵는 건물은 층이 달랐기에 이인영과 짧게 인사를 한 후 헤어졌다.
나, 이재성, 김재현. 이렇게 세 명이 한 방이 되었다.
2층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방에 들어서자 마자 이재성은 냅다 1층 침대에 짐을 던졌다. 정말 예전부터 꾸준하게 느껴오는 거지만 이녀석도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다.
눈을 가늘게 뜬 상태로 이재성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제야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는지, 녀석은 나름 이유를 늘어놓았다.
“원래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인 거 몰라?”
정정하겠다. 이유가 아니라 궤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김재현을 바라봤다. 김재현 역시 이재성의 이런 모습에 당황한게 그대로 느껴졌다.
“1층 하실래요?”
“어, 진짜? 그래도 돼?”
“네. 전 상관 없어요.”
남은 1층 침대는 김재현에게 양보했다. 물론 무리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배려한 것도 있지만,
이재성이랑 같은 층이면 숙면을 취할 수 없을 것 같다. 으윽. 아직도 귓가에 들려오는 무기화학 내용이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미간을 좁히며 최근에 생긴 PTSD에 몸을 떨자, 이재성이 같잖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기숙사에 짐을 풀고 우리는 개회식이 있었던 홀로 이동했다.
“여기야!”
“오, 빨리 왔네?”
“응. 짐 가져온 게 별로 없어서.”
이인영이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실제로 이인영은 화학 올림피아드에 참석한 이후로 이렇게 조금 들뜬 상태였다. 그녀는 곳곳에 있는 화학 홍보 포스터와 플랜 카드를 보면서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으니까.
그때 이인영 옆으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반갑네. 김만덕 학생. 이렇게 보는 건 또 오랜만이군?”
“어···한학수 이사장님···?”
과학창의재단의 이사장인 한학수가 웃으며 나를 반겼다. 하지만 그의 환대에도 나는 쉽게 반응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과학창의재단의 이사장은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학 교육을 총괄하는 곳이자,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들로 정신없이 바쁜 곳이다. 그곳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이사장이 대회에 친히 참석할 시간따위는 없었고, 그렇기에 보통 창의재단의 다른 직급의 사람을 보내곤 했다.
“이번 대회는 좀 특별하니까 말이지.”
“하하···.”
“다행히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건, 약속도 기억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나?”
한학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대화를 알 리 없는 나머지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속? 김만덕 뭐 약속한 거 있대?”
“몰라? 따로 들은 건 없는데?”
“우와···.”
나머지 둘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김재현. 그의 눈에 나는 마치 이사장의 총애를 받고 있는 학생처럼 보인 듯 했다.
하지만 진실은 총애보다는···
‘국가 종합 1위. 한국을 알리고 오겠습니다.’
압박에 가까웠다.
물론 한학수는 여전히 웃으며 “긴장하지 않아도 되네. 평소처럼만 하고 하고 오게나.” 라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여전히 호랑이 같은 눈빛은 거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물론 여기서 국가 1위를 하는 건 전적으로 내 노력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었다. 국가 1위라는 건 결국 개인이 따온 메달의 개수의 총 합. 만약 내가 금메달을 따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은이나 동메달이라면 국가 순위는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제일 불안한 건···.
“와…너 이사장님이랑 따로 아는 사이였어?”
“응.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거짓말, 아까 보니까 완전 온화하게 웃어보이시던데?”
온화라. 이인영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보다. 나는 떨떠름한 웃음으로 대꾸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김재현도 금메달을 받아. 애초에 이 국가대표 선수 중에서 변경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예정에 없던 내가 등장하면서 다른 선수에게도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다행히 전생과 동일하게 김재현은 국가대표로 선출되었다.
비록 전생때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개인전 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간당간당하게 금메달 순위권이었고 그 덕에 한국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 은메달 1개가 바로 이인영이고.
“이제 나도 이만 나가봐야하네. 이제부터 교수진들이랑 학생들은 접촉해서는 안되어서 말이지.”
국제 대회인 만큼 꽤나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교수진들은 대회가 시작된 뒤로는 학생들과 접촉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혹시라도 따로 시험과 관련된 내용을 알려주거나 부정행위가 일어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학수는 오로지 내게 ‘약속한 거 기억해라?’ 를 다시한번 상기시켜주기 위해 이 자리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미션을 완수하고 난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당을 빠져나왔다.
한학수가 떠난 뒤로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일정이 간단하게 소개되었다. 가장 중요한 시험은 총 2개로 실기 시험과 이론 시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3일 후, 실험과 관련된 실기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하루 쉰 후 그 다음 날 이론 시험. 사실상 그 두 시험을 치고 나면 화학 올림피아드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이제부터는 자유 시간인거네?”
“아무래도 비행기 타고 오느라 시차 적응이 안 된 학생들도 많을테니까. 첫 날은 컨디션 회복하라는 뜻 아닐까?”
내 설명에 이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한다는 제스쳐. 그러나 그녀의 입에선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그렇구나···.그럼 지금부터 나랑 유기화학 공부 할 사람?”
“컨디션 관리하라는 말 못 들었냐, 이 아메바야.”
이재성이 미간을 좁히며 이인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인영은 굴하지 않고 말했다. 오히려 표정에 약간 자신감과 자만감 그 사이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최고의 컨디션 관리야 말로 공부인 거 몰라? 화학 시험 치러 와서 화학 공부를 안하면 뭘로 컨디션 관리를 하는데?”
“휴식, 휴식을 하라고. 괜히 힘 빼다가 실기 시험때 망치지나 말고.”
“어차피 3일이나 뒤에 시험치는데? 난 공부할거니까 신경 꺼.”
그렇게 탱자 탱자 놀다가 메달 못 따도 난 몰라, 이인영이 꽤나 도발적인 말투로 이재성을 자극했지만, 이재성은 심드렁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김재현을 바라봤다.
“형은요?”
“음···사실 나도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좀만 쉴게.”
“김만덕 너는 어쩔래?”
이재성이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하지만 이 짧은 대화로 나는 이인영이 왜 은메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인영은 긴장을 하면 실수가 많아진다.
이건 지난 화학 올림피아드 여름학교 입교시험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인영은 생각보다 체력이 저질이다.
이건 지난 1년간 같은 반에 있으면서 알게 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인영은 생각보다 고집이 세다.
이 역시 같이 R&E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 모든 걸 종합하자면···.
“김만덕! 너도 같이 도서관으로 와! 내가 밤새도록 유기화학 일대일 강의해줄게!”
나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이인영을 바라보았다.
고집이 센 이인영은 금메달을 받기 위해서 올림피아드 기간 내내 밤새 공부를 했을 것이고, 평소의 저질 체력탓에 쉽게 체력은 고갈되었을 것이며, 그건 올림피아드 시험 당일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무리를 줬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건···
“그래. 같이 가자.”
“진짜?! 진짜 같이 공부할 거야?”
“응. 같이 공부하자.”
페이스 메이커. 한마디로 전담 마크가 필요했다.
*
“저기 있잖아···우리 언제 도서관 가?”
7월의 MIT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선글라스를 낀 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도서관으로 직행하려는 이인영에게 “목이 마르니 카페에 잠깐 있다가 가자.” 라며 그녀의 노선을 틀었다.
눈 앞에 놓인 아이스티를 쭉 들이킨 후, 대답했다.
“사실 너무 더워서 탈수증상 오는 줄 알았거든. 이제 좀 살 것같네.”
“그래? 흠···. 뭐, 그래. 그럼 이제 도서관으로 가자.”
“좀 만 더 있다가면 안될까? 도서관 가면 계속 공부할텐데, 지금 잠깐 쉬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러나 이인영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좁혔다.
“쉬는 건 올림피아드 끝나고 쉬어도 충분해. 게다가 3일동안 공부했던 거 다 까먹으면 어떡하려고?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려면 복습은 필수라고.”
“알아, 아는데 내 말은···.”
이인영을 붙잡을 수 있는 말을 고르고 골랐다. 물론 지금 이인영이 도서관에 간다고 해서 그녀의 체력이 급격하게 깎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생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해도 이번 생에는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가 공부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한번 집중하기 시작한 그녀는 내 말도 못 들을 정도였으니까.
탁. 그 순간 이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오늘 이상한 거 알아?”
“어?”
“…10년뒤에 보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이인영은 살짝 화가 났는지, 그대로 유기화학 책을 들고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도 못하고 질질 끄니 짜증이 날 법도 했다.
‘애초에 누굴 케어해 본 적이 있어야 마크를 하든 말든 하지.’
전생에도 내 컨디션 하나 제대로 건사 못해서 랩실에서 쓰러졌던 전적이 있는 몸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얼마나 화학 공부에 몰입하고 있는지도, 그 결과가 신체적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화학이 제일 좋으니까.’
‘같은 금메달이어도 개인전 순위는 다른 거 알지? 이번엔 절대 안 뺏길거니까 긴장해.’
생각해보면 그녀는 늘 화학이야기 뿐이었다.
문득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지금 걱정해야 할 사람은 이인영이 아니다. 이인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명이 금메달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이번생에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애초에 ‘나’라는 변수가 생겨버렸으니까.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수신인 주소록에서 익숙한 이름을 찾았다. 자판을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치매를 연구하는게 내 인생의 전부였던 나는 안다.
지식에 목마른 자를 말리는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나역시도 주변에서 그만 좀 연구하라고, 쉬면서 하라고 이야기할 수록 오히려 더 독하게 연구에 매달렸다.
[미안. 지금 바로 도서관으로 갈게.]그만큼 재밌었고, 달콤했으니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진동이 울렸다. 답장이 바로 왔다.
[늦게 오면 자리 없을 줄 알아.] [응. 빨리 갈게.] [뛰어와.]나는 씩 웃으며 카페 밖으로 나가며 답장을 보냈다.
[응. 뛰어갈게.]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공부를 말려 줄 사람이 아닌 같이 공부를 하다가 쓰러져줄 수 있는 사람일테니까.
그게 우리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