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7화(137/221)
137.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4)
137.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4)
이론 시험(Theoretical Examination )
사실상 올림피아드의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이론 시험날이 다가왔다.
“긴장 돼?”
“아니? 전혀?”
“그렇구나. 난 엄청 긴장되는데.”
아침으로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으며 넌지시 물었다. 말은 누구보다 강한 척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먹고 있는 이인영이 좀 마음에 걸렸기에.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인영은 시험 기간이 되면 아침을 안 먹고 왔다.
‘걔 예전에 아침에 뭐 먹고 시험쳤다가 탈 난적 있거든. 그날 이후로 아침에 뭐 잘 안먹음.’
근데 같은 거 먹고도 난 멀쩡했음. 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이인성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시리얼을 다 먹은 후 빵에 딸기잼을 가득 발랐다.
그 모습을 본 이인영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너무 달게 먹는거 아니야? 너 단 거 싫어하잖아.”
“시험 날에는 포도당 좀 먹어줘야 하거든. 그래야 뇌가 잘 돌아가지.”
“뭐만 말하면 다 뇌래.”
사실인 걸,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빵을 베어먹었다. 그 모습을 본 이인영이 마른 침을 삼켰다.
포도당이 뇌의 주 에너지원이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침은 꼭 먹고 다녀야 한다!’ 가 널리 퍼져있었기에···아침을 안 먹는 걸 뭐라해도 먹는 걸 두고 뭐라하는 일은 없었다.
“근데 인영이 너도 뭐 안 먹어도 괜찮겠어?”
“어. 배 안고파.”
“그래도 5시간동안 시험 쳐야하는데···”
배 안고프다는 말과 다르게 이인영은 내가 먹고 있는 빵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험삼아 오른손으로 먹고 있던 빵을 왼손으로 옮겼는데 시선도 같이 이동했다.
하지만 이인영이 뇌에 포도당이 결핍된 상태로 시험장에 보낼 순 없다. 그야 이번 화학 올림피아드의 관건은 이인영의 컨디션에 달려있을테니까.
‘다행히 실험 시험은 잘 친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는 없으니까.’
이론 시험의 배점은 무려 60점. 실험 시험보다 비율이 높았다. 한마디로 아무리 실험을 잘 준비했다고 해도 이론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면···금메달은 어려울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4명 모두 금메달인거니까.
“근데 나머지 둘은?”
“둘 다 아까 먹었어.”
“뭐야, 그럼 넌 왜 이제 먹는데?”
“너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는데?”
남은 빵을 끝까지 먹고 손을 탁탁 털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인영의 미간이 매우 심하게 파여있었다.
“날 왜 기다려?”
“혼자 먹으면 심심하니까?”
거짓말이다. 분명 이렇게 안 먹고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불러냈다. 다행히 아침 안 먹고 기숙사에 짱 박혀있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이인영은 순순히 식당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미간을 좁힌 이인영이 되물었다.
“나랑 안 먹고 그 둘이랑 같이 먹으면 됐잖아.”
“그럼 너 혼자 먹어야 하잖아.”
“아니, 난 원래 아침 안 먹는—”
도돌이표 같은 대화에 이인영이 말을 하다가 뚝 끊었다. 생각해보면 이인영이 아침을 안 먹는 것도 이인성을 통해 들은 거지 그녀가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큼큼, 거리며 헛기침을 하는 이인영. 하지만 선뜻 아침을 먹는 건 망설여지는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빵이나 밥류는 부담스러워.”
“죽이나 스프도?”
“아침에 먹는 건 다. 먹어도 시험 전에는 다 토해내.”
토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그녀는 시험 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모양이었다. 마치 시험때만 되면 배가 아픈 학생처럼 그녀의 위장은 안으로 뭔가가 들어오는 걸 거부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이인영이 이실직고하듯이 털어놓았다.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럼 음료수는?”
“어?”
“음료는 괜찮아?”
“우유나 그런 것도 먹어봤긴 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그래도 예민한 애인데 우유가 허락될 리가 없다.
포도당을 공급하는 수단은 비단 밥만 있는게 아니다. 당류가 포함된 음료, 물론 장기간 봤을 때 건강상에 좋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도움이 될 터였다.
안 먹고 시험치는 것보단 뭐라도 먹고 시험치는 게 나을테니까.
“이거 마셔.”
주머니에서 사과 주스 건넸다. 얼떨결에 주스를 건네받은 이인영이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음료수 먹고 체하진 않을거 아니야.”
“…그래도.”
“강요하는 건 아니야. 일단 받아뒀다가 혹시라도 배고프면 마시라고. 조금은 괜찮을 거 아니야.”
그리고 너 사과 주스 좋아하잖아. 맨날 매점에서 사과 주스만 사먹길래 골라온건데 이인영의 표정이 더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좀···그랬나? 생각해보면 화학 올림피아드가 시작 된 이후로 전담 마크다 뭐다 하면서 이인영이랑 붙어다니긴 했다.
안그래도 엮이는 거 싫어하는 애인데 괜히 여기서 더 이야기했다간··· 오히려 손절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나 먼저 기숙사 들어간다. 좀따 봐.”
이인영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
“이론 시험은 총 5시간동안 진행됩니다. 번역된 시험본을 풀다가 이상이 있거나 원본인 영문 시험지를 원할 경우엔 손을 들어주시면 교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자, 실험 시험때와는 다른 진행자가 있었다. 실험 시험때와는 다르게 시험장 내부에는 학생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론 시험을 치고 나면 화학 올림피아드가 끝이 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좀 더 긴장된 분위기가 시험장 안에 팽팽하게 맴돌았다.
‘다들 긴장하고 있네.’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가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부터, 실험 시험때의 실수를 여기서 만회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인종이나 국적은 모두 달랐지만, 시험에 대한 열의는 모두 같았다.
진행자는 모두 참석한 걸 확인하더니 기본적인 안내 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기분.
모든 설명이 끝나고 약간의 대기 시간동안 나는 문득 지난 3일간의 투혼이 떠올랐다.
‘이건 다이벤질(dibenzyl) 분자 내의 결합 해리 엔탈피를 예측하는 문제야.’
‘이 아메바야. 얘가 눈이 없겠냐? 야, 쟤 설명 듣지말고 내 설명이나 들어. 이건 톨루엔의 열분해에서 시작해서 다이벤질 분자의 결합 해리 엔탈피를 구해내야 하는데—’
‘아메바는 누가 아메바라고! 나도 하나씩 알려줄려고 했었거든? 야. 김만덕. 너 누구한테 설명들을건지 네가 정해.’
사전에 제공된 준비 문제는 총 50개였지만 나는 100문제를 푸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재성한테 설명들은 걸 이인영이 “진짜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풀어봐.”라면서 내밀었고,
반대로 이인영한테 배우고 나면 이재성이 “쟤는 주입식으로 외운 거라서 과정이 없어. 결국 과정 없으면 금방 잊어버림.”이라면서 다시 학습시켰으니까.
···진짜로 수고했다. 나 자신.
힘들었지만 괴롭지는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3일동안, 아니 어쩌면 화학 캠프때도 계속 옆에서 알려줬던 녀석들.
처음에는 당연히 화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4명 모두를 금메달 따오게 하겠다는 건 오만이었다.
과거로 돌아왔어도 생물 분야가 아닌 부분에 있어서는 고등학생 수준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나마 생물과 연관이 많은 화학이었기에 충분히 금메달을 따고도 남을 거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내가 금메달을 따게 된다면,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잘난 녀석들 덕분이라고.
우리 팀이 국가 1위를 하게 된다면 그건 여기 있는 모두가 잘났기 때문이라고.
“지금부터 이론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시험자는 시험을 시작하세요.”
사락, 사락.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이론 시험의 문제는 총 6문제. 각 문제 안에 있는 소문제가 많게는 한 문제당 16개까지 있었다. 평균 10개정도로 친다해도 총 60문제에 육박하는 양.
그러나 문제 수보다 중요한 건, 문제의 난이도였다.
차분한 마음으로 전체적으로 시험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실험 시험때와 마찬가지로 번역된 페이지의 수는 무려 40페이지를 넘어갔지만, 그런 숫자에 압도되지 않았다.
시험을 치기도 전에 진다는 표현이 있다.
시험의 문제 수에 압도 되어서,
어려워 보이는 문제 하나에 미리 겁을 먹고,
혹은 컨디션이나 주변의 상황등에 영향을 받아서···
시험을 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꺾여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지금처럼 국제 단위로 치르는 시험인 경우에는 더더욱.
‘시험은 머리 싸움이면서 곧 멘탈 싸움이니까.’
흔히들 ‘머리 좋은 사람이 시험도 잘 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단지 늘 맞는 말은 아닐 뿐.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평소엔 정말 잘하는데 유독 시험날만 되면 평소의 실력을 반도 발휘 못 하는 사람들.
그도 그럴 게 시험은 일종의 전략 싸움이니까.
큰 6개의 문제 중 내가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녀석을 골랐다.
아보가드로 상수를 결정하기 위해 X-선 회절 데이터를 사용하는 문제.
‘이건 어려운 게 아니라, 복잡할 뿐이니까.’
계산 과정이 많고 손이 많이 가는 문제일수록 나중에 풀면 실수가 잦다. 시간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이 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소 까탈스럽지만 시간만 투자한다면 확실히 풀 수 있는 문제. 그 문제를 위주로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금 결정은 면심입방체 구조를 가지니까 이때의 단위 세포에 원자수는 총 4개. 이제 금 원자의 수를 계산하면···’
차근차근, 한 걸음씩. 그러나 정확하게. 나는 문제를 풀어나갔다.
단위 세포의 한 변 길이를 이용하여 부피와 질량을 계산. 이후 금 원자 한 개의 질량을 구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아보가드로 상수를 얻어낸다.
문제를 푸는 시간 동안 자연스레 주변의 환경이 차단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뭔가에 집중을 하게 되면 이렇게 다른 것들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험을 칠 때나, 연구를 할 때나. 무언가에 쉽게 몰입되는 능력. 내가 유일하게 재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문제를 풀어내고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원래라면 검토의 과정도 거치겠지만 지금은 문제를 모두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물쩡 거리다가는 다른 건 손도 못대게 될 테니까.
사각사각. 빠르게 손을 놀렸다. 분명 시험장 내에서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내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5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괴로운가? 그만두고 싶은가?
‘…재밌어.’
재밌어. 재밌다. 문제를 푸는 게 너무도 재밌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이 미치도록 재밌었다.
문제를 푼다. 라는 간단한 행위였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것들이 내 뇌를 계속 자극했다. 한 문제씩 풀어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함. 그 쾌감은 게임이나 다른 것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인영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짚어줬던 문제, 이재성이 자는 내내 틀어두게 했던 문제 해설 등. 아는 내용이 나오니까 반갑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걸 발견해 낸 것처럼.
그렇게 마지막 문제까지 다 풀고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문제 푸는 것에 너무 몰두되어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검토 시간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든 고개 너머로 보이는 건, 아직 2시간이나 남은 시간이었다. 다른 학생들이라면 이제 막 세 번째 문제에 접어들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빨리 풀었다고 해서 그게 다 맞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차분한 마음으로 한 문제씩 검토를 이어나갔고, 모든 검토 끝에서 더이상 다시 확인할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
“지금까지 국제화학올림피아드, IChO에 참여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올림피아드 마지막 날. 우리는 시상식에 참여했다.
“이번 올림피아드의 점수를 총 계산한 결과 약 10%에 해당하는 28명의 학생들은 금메달을, 약 20%까지에 해당하는 54명의 학생들은 은메달을 받게 됩니다.”
이어서 동메달과 입선을 받게 되는 학생 수도 설명하는 남자. 국제화학올림피아드의 주최를 맡은 위원장이었다.
“집에 가고 싶어···”
“…피곤해.”
“얘들아 괜찮아···?”
안그래도 체력이 그닥 좋지 않은 이인영과 이재성이었다. 긴 올림피아드 일정동안 시험도 두번이나 쳤으니 이제 슬슬 한계이기도 했다. 둘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김재현까지.
나는 그 셋을 바라봤다.
‘금메달 4개. 꼭 따오겠습니다.’
그 말은 패기였을까, 만용이었을까. 화학 올림피아드는 출전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뭐, 패기였는지, 만용이었는지는 이제 곧 알게되겠지만.
“뭐야. 너 왜 웃고 있어?”
“그냥. 좋아서.”
“…너 진짜 화올 오더니 좀 이상해진 것 같아.”
이인영이 극혐한다는 표정으로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혼자였으면 이곳까지 오지 못했을 터. 분명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도 어려웠을거다.
이인영과 이재성. 이 둘의 힘이 컸다.
그렇게 입선 수상자들과 동메달이 모두 언급되어지고, 이제 금메달과 은메달 수상자만 남게 되었다. 이인영의 표정이 부쩍 눈에띄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여기까지 안 불렸다는 건 적어도 은메달은 확정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사실에 만족할리 없는 이인영이었다.
“지금부터 은메달 수상자를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인영에게 화학은 전부다. 다른 무엇보다 화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금메달은 곧 그 사실을 증명해줄 터.
그렇게 은메달 시상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