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38화(138/221)
138.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5)
138. 국제 화학올림피아드 (5)
한명 한명씩 은상 메달 수상자들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이인영은 떨리는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지금부터는 금메달 수상자들을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과 동시에 이인영이 나를 쳐다봤다. 마치 고양이 귀가 쫑긋 올라갈 때 짓는 듯한 표정으로.
은메달 수상자의 이름에 불리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곧 금메달 확정이었으니까.
눈이 커다래진 이인영을 바라보며 이재성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뭘 이런 거 가지고 놀라냐?“
”아, 안 놀랐거든? 그냥 이제 금메달 부르기 시작하는구나 해서 그랬다. 지겨워서!“
”아예.“
이인영이 말없이 이재성의 팔을 꼬집었다. 다시 또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행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게 보였다.
이제 그들의 이름이 불릴 테니까.
”Jaehyun Kim, Republic of Korea!”
그때 김재현이 호명되었다. 나는 담백하게 말을 건넸다.
“축하해요, 형.”
“고마워. 팀을 잘 만난 덕이야.”
처음에는 나이도 다르고 서로 안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보니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가 대표팀은 말 그대로 팀이다. 성적이나 그런 건 개별로 진행되더라도 같이 생활해야 하는 팀.
‘혹시라도 화학 관련해서 궁금한 거나 어려운 거 있으면은 나한테 물어봐도 돼.’
‘안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도 네 이름이 종종 들렸거든. 근데 여기서 보니 신기하다.’
생각 외로 김재현은 친화력이 좋았다. 적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선을 긋지 않았고, 내가 아밀로잽 개발자라는 사실에도 놀라기는 했지만 어려워하진 않았다.
그의 화학 실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은 팀원들끼리 싸우는 일도 허다했다. 같은 학교 학생들로만 선발한 것도 아니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니까. 실제로 다른 나라의 팀 경우 아예 기권하겠다고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있었다.
단상 앞에 나간 김재현의 목에 금메달이 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옆자리에 앉아 있던 교수진들이 크게 박수를 쳤다.
”올해는 금메달 4개 확정이군요. 국가 순위 1위는 확정입니다.“
”한학수 이사장님께서 하시면 분명 기뻐하시겠지요. 국가 1위를 워낙 기대하셨으니까요.“
”일단 지금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리고 오겠습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자리로 돌아온 김재현을 환하게 반겨 주는 교수진들. 몇몇은 김재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교수진들도 이번에 꽤 고생 했을 테니까.’
흔히들 교수들이 인솔자로 따라 오는 걸 보고 그들의 역할은 학생 관리일 뿐. 그 이후로는 쉬고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시험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 따라 온 교수진들은 그럴 수 없었다.
실험 시험이 시작되기 전 미리 실험 장소에서 모든 시약과 장치들을 미리 검사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면서 불편함을 겪을 만한 것들을 사전에 주최 측에다가 이야기 해두며, 영어로 제작되어 있는 시험지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도맡아 한다.
“Jaesung Lee, Republic of Korea!”
이재성의 이름이 호명되자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맡겨두었던 금메달을 이제 찾아가겠다는 것처럼.
그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했다는 표정.
“쟤 저런 표정 지을 때마다 진짜 재수 없어.”
“나도 동의 해.”
“그런가?”
이인영과 내가 한마디씩 말을 주고받고 있자, 김재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난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재성이가 하는 행동이 뭐랄까 다 눈에 보이더라고.“
”눈에 보여요? 저게요?“
”내 남동생도 평소에는 괜찮다고 말은 해도 불안할 때마다 오히려 괜찮은 척하거든.“
한마디로 허세지 허세.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김재현의 말을 듣던 이인영이 빵 터진 목소리로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고.
허세라.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다. 이재성이 약한 소리 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윽고 메달을 목에 걸고 자리에 돌아온 이재성. 그는 한동안 영문도 모른 채 이인영과 내 웃음 소리를 들으며 “이것들이 단체로 X쳤나···” 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이름이 나왔다.
“Mandeok Kim, Republic of Korea!”
이름이 불렀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이름이 불리는 건 또 다른 느낌. 자리에 일어서는데, 이인영이 “잘 갔다 와.” 라며 짧게 격려했다.
칠판에 붙어있던 화학 올림피아드 공지를 보던 게 불과 작년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단상 앞에 서있다.
시상식이 꽤 오랫동안 진행 되고 있는 중이었고, 메달도 하나씩 건네주고 있었기에 국제 올림피아드 위원장과 진행요원의 얼굴에 피로감이 물들어있었다.
“Oh, you are···.(오, 당신은···.)”
순간 위원장에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이윽고 약간의 감탄사와 함께 건네지는 메달. 피로로 물들어 있던 그의 표정이 순간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뭐지? 날 아는 사람인가?
이번 화학 올림피아드에 있으면서 느꼈던 건 생각보다 아밀로잽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었다.
아카이브에 올렸을 때 까지만 해도 젊은 학자들이나 아니면 좀 더 인터넷 문화 쪽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본격적으로 네이처에 기고 된 이후로 나이에 상관 없이 또 분야에 상관 없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니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의 위원장이라면 충분히 나를 알아볼 만도 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 하는 거 같던데 무슨 말 했어?”
“아니 그냥 잠깐 반가워하는 느낌 정도?”
“뭐야 별거 아니었네.”
또 네 팬이라셔? 이인영이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Inyoung Lee, Republic of Korea!”
그녀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단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어갔다.
목에 걸리는 메달에 살짝 움찔하는 이인영.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로써 한학수와의 약속은 지켰다.’
물론 아직 생물 올림피아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생 때도, 지금도. 생물학은 내 홈그라운드니까.
변수가 있다면 전생이 없던 최한별이 국가대표로 들어왔다는 거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최한별을 걱정한다? 의미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국가대표 명단을 보니 최한별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전생에도 같은 팀이었던 녀석들이었다.
비록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나쁜 관계도 아니었던 놈들. 적어도 실력만큼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진짜 다 금메달이네.”
“그러게.”
“근데 어째 넌 별로 안 놀라는 것 같다?”
이재성이 덤덤하게 말하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전원 금메달. 국가 순위 1위. 심지어 전원 금메달을 받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거든.”
“참나. 이게 전에 쟤가 말한 무슨 감인지 촉인지 하는 그런 거냐?”
“아니.”
나는 웃으며 이재성을 바라봤다.
“그동안 우리 열심히 했잖아.”
전원 금메달은 단순히 메달 색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바꾼 미래. 아니, 우리 팀이 바꾼 미래라는 것.
자리로 돌아온 이인영의 목에는 금메달이 환하게 걸려 있었고, 그녀는 연신 메달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듯이.
“지금부터는 개인 순위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학생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금메달 수여식이 모두 끝나고 나자, 개인 순위 발표 시기 진행되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의 개인 순위를 시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 시험, 실험 시험의 각 1등과 종합 1등.
즉 3명만 호명되었다.
“실험 시험 1등입니다.”
곧바로 진행되는 시상.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진짜 천재들의 영역이나 다름없었기에 마음을 내려놨다. 애초에 실험 부분에서는 실수가 몇 개 있기도 했고.
이론은 어느 정도 벼락치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험의 경우에는 장비나 시약을 구할 수도 없었고, 설령 구할 수 있다고 한들 그 모든 실험을 실제로 해 보기에는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인영이 같이 실험 과정을 짚어주지 않았으면 힘들었을지도 몰라.’
이인영을 돕기 위해 한 행동이 결국은 나에게 도움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채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Jaesung Lee, Republic of Korea!”
“!”
뜻밖에도 이재성의 이름이 불렸다. 이재성 역시 이건 예상 못 했는지 떨떠름 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실험 시험 1등’이라고 적힌 명패를 받아왔고, 그 명패를 든 채로 우리 셋을 바라봤다.
한쪽 입꼬리를 귀까지 건채로.
”봤냐? 과고생들아?“
”와···진짜 재수 없어.“
”동의.“
동생이 있는 김재현을 제외하고 우리 둘은 질색하며 이재성을 바라봤다.
저 녀석은 하여간 입이 문제다. 축하해주고 싶다가도 욕하고 싶게 만드는 재주.
물론 인성엔 문제가 있지만, 일반고 학생이 실험 1등을 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이기도 했다. 다른 과고생들에 비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해냈다는 거니까.
어디에 있든 간에, 어느 고등학교냐가 아니라,
화학으로 인정받았다.
”어떡하냐, 무려 한국 과고 출신을 이겨 버렸네?“
잔뜩 놀려 댈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는 이재성. 저 녀석의 잘난 척 섞인 이야기를 더 듣고 있으면 아침에 먹었던 빵을 다 게워해야 될 거 같다.
녀석이 금메달을 받은 건 좋지만, 신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하여간 이 녀석이나 곽진환이나 자꾸 나한테 시비를 턴다. 이런 유치한 장난에 말려들지 않…
그 순간, 이론 시험 1등의 이름이 불렸다.
”김만덕! Republic of Korea!”
잔뜩 신이 나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던 이재성이 순간 말이 없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봤냐?”
지금은 잠깐 유치해지기로 했다. 웃으며 앞으로 나가자, 위원장이 명패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이제 보니 위원장이 아는 체를 했던 건 이 이론 시험 1등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이론 시험 때 시간이 많이 남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만점을 확신할 순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수확에 떨떠름하게 자리돌아오자, 눈에 띄게 가라앉은 이인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내가 들고 있는 명패와 이재성이 들고 있는 명패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족속이다. 분명 아까까지는 금메달이었던 것 하나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는데, 팀원 중 두 명이 일등을 해버리니 금메달이 쓸모없이 느껴지는 듯했다.
“음, 꼭 1등을 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
“…화학을 제일 좋아하지도 않는 애한테 위로받고 싶지 않아. 그것도 이미 1등 한 애한테는 더더욱.”
“그러게 누가 1등 하지 말라고 함?”
이재성이 옆에서 눈치 없게 시비를 걸었지만, 이인영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걸 느낀 이재성이 어떻게 해 보라는 듯 나를 향해 눈짓했다.
아니 근데 이걸 뭐 어떻게 해.
시험 전이면 어떻게든 같이 공부라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시험이 끝난 상황에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애초에 말로 누구를 위로하는 건 내게 없는 능력이기도 하고.
그러나 앞에 있던 사람들이 뒤를 돌아봤다. 아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인영에게로 쏠렸다.
“종합 순위 1등, Inyoung Lee, republic of Korea!”
“…?“
이인영의 이름이 불리자, 그녀가 순간 정지화면처럼 가만히 있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다른 세상에 비해 배로 더 크게 들렸다.
몇몇은 휘파람을 불며 진심으로 일등을 축하해 주고 있었고.
이미 이론과 실험에서 1등을 얻어낸 교수진들 역시 이건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이인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놀란 건 이인영도 마찬가지였다.
이론 시험이 끝나고 이재성은 아쉽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부족 했다는 게 그의 평.
나 역시도 실험 시험에서 실수했었으니까.
비록 이인영은 이론과 실험에서 일등은 하지 못했어도, 전체적인 점수 자체는 우리보다 높게 나왔던 것이다.
이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금메달을 받으러 갔던 것과 다르게 환한 표정으로 단상에 나갔다.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종합 1위’ 명패.
멀리서 그녀가 금메달과 명패를 든 상태로 사진을 찍는 걸 바라봤다.
이인영이 저렇게 활짝 웃는 것은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축하해.”
“…응!”
자리에 돌아오는 그녀에게 담백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녀라면 충분히 받을 만한 상이니까.
화학을 가장 사랑하는 그녀라면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 모두 모여서 사진 찍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고, 뒤늦게 올림피아드 시상식에 참가한 한학수로부터 낯부끄러운 칭찬을 한 시간 동안 듣게 되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