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4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40화(140/221)
140. 작업 (2)
140. 작업 (2)
오랜만에 동아리실 문 앞에 섰다.
[Nerd King의 허가 필요] [노크 소리는 무조건 짝수로 맞출 것] [부원 외에 입실 불가]안 온 사이에 뭔가가 덕지덕지 늘어난 것 같다. 나는 요란스러운 문구를 무시하고 동아리실 문을 열었다.
안에는 한창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는 데이브가 있었다.
“미야는?”
“방학맞이 집 방문. 아마 개학 앞두고 올 것 같아.”
“넌 집에 안 가봐도 돼?”
“이것만 마무리하고 가려고.”
집 컴퓨터는 썩 좋지가 않아서 말이야, 데이브가 하늘 위로 팔을 쭉 뻗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안 감은 머리, 퀭한 눈, 테이블 위에 깔린 각종 에너지 드링크들.
나는 데이브가 작업하고 있는 컴퓨터를 향해 걸어갔다. 컴퓨터 옆에는 그가 만들고 있는 ‘슈퍼진단키트’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윙 하는 모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지?”
“응! 하루에 1시간 30분씩 꼬박꼬박 자고 있어!”
“아니···그건 자는 게 아니잖아.”
그러나 데이브는 경쾌하게 엔터키를 누르더니 이윽고 방전되듯 테이블에 얼굴을 박았다. 딱 봐도 이제 슬슬 한계에 도달한 듯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그래도 드디어 투자자를 찾았다고! 무려 존슨앤존슨이야, 존슨앤존슨!”
“그거 잘됐네.”
“아니 왜 안 놀라는데? 존슨앤존슨에서 연락이 왔었다니까?”
일부러 데이브한테는 내가 관여했다고 알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은근히 이런 거에 눈치를 보는 녀석이라 괜히 시끄러워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슈퍼진단키트’는 어디까지나 당뇨병 진단을 위해 만들어졌던 키트였다. 이 상황에서 내가 무리하게 개입하다가는 어떤 식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했고.
‘지금은 자금만 충분하게 대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과거로 회귀한 이후로 알게 된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유효하다는 것. 하지만 과거와 정확히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원인은 비슷할지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도출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할 일에 대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다.
“데이브, 아까 통화로 이야기했던 건 어떻게 됐어?”
“아···그거? 네가 말해서 전부터 모아두고 있기는 했는데···”
데이브가 작동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리고 한 사이트를 열어 내게 보여줬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유저 사이트였다.
“비트코인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
“가격은?”
“1,000비트를 1달러에 팔겠대.”
2010년, 한 남자가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를 구매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이를 두고 1,400억짜리 피자라며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반대였다.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비트코인이 화폐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된 거니까.’
한마디로 이 일이 없었다면 비트코인은 그저 데이터 쪼가리에 그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데이브는 여전히 불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이걸 돈 주고 사려고? 아무 쓸모도 없는 건데?”
“응. 계속 팔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씩 사줘. 그런데 너무 대량으로 한꺼번에 사면 안 돼. 그냥 장난삼아 산다는 식으로 글을 올려줘.”
“왜 그렇게 귀찮은 짓을···알았어. 캡틴 말 들어야지 뭐.”
비트코인 거래소는 2010년에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지금은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는 유저들이 사이트상에서 서로 주고받거나, 채굴 등을 통해 수집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돈으로 모든 비트코인을 매수할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과 관련해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 이 상황에서 갑자기 매수자가 등장하면 판도가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었다. 채굴 역시 마찬가지고.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이니까.’
아밀로잽 발표 이후 국내 제약회사들을 만나고, 또 이번 줄기세포를 통해 존슨앤존슨 CEO를 만나면서 어렴풋하게 생각했다.
만약 내가 과거로 회귀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 기술들을 몽땅 기업들에게 넘겨버렸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만큼 자본의 유혹은 어마어마한 것이었으니까. 설령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자본력을 믿고 기술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연구원 밑에 있는 것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술이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어?”
“음···4만 2천 비트. 이 중 2천 비트는 이벤트로 받은 거야. 요즘 사람들이 사이트 홍보차 막 뿌려대고 있거든.”
“좋아. 지금처럼 계속 모아줘. 그리고 혹시라도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꼭 연락해 주고.”
“진짜 넌 우리 동아리 캡틴의 자격이 있어. King of Nerd.”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데이브를 뒤로 한 채 나는 동아리실을 빠져나왔다.
연구원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연구원도 결국 사회 구성원이었다. 그 말인즉슨 보이지 않는 알력들이 이곳저곳에 퍼져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연구는 내 자식이다. 내 자식과도 같은 연구를 세상에 혼자 내보낼 수는 없다.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을 넘어 치매 환자라면 누구나 그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까지 만들어두는 것. 누가 듣는다면 바보 같은 소리라며 뭐라 하겠지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치매 치료니까.
그렇게 나는 동아리 실 문 앞에 적힌 [Nerd]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
“치매 치료와 관련해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생각을 전혀 없는 건가요?”
“지금은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좀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치매 유전인자를 제거하는 방향 말입니다.”
“안 그래도 이번 학술제 때 발표한 내용 잘 봤습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들이더군요.”
더운 여름, 나는 카페에 앉아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맥 아인,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였다.
동시에 이번 국제생물올림피아드 위원장이기도 했고.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하버드 내에서 열린 줄기세포 포럼 때 봤던 이름이니까요. 그런데 올림피아드라니···”
“아직 정식으로 입학한 건 아니어서요.”
“이것 참! 규정을 바꾸자고 건의를 해봐야겠습니다.”
맥은 장난스레 웃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경우가 워낙 특수한 경우니까 뭐. 이런 빈틈이 있을 거라 생각 못 하는 것도 당연했다.
국제생물올림피아드 날짜는 훌쩍 다가왔다. 하지만 전생 때도 겪었던 만큼 내게 새로울 건 없었다. 그때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진행되었으니까.
그러나 내 위치는 전생과 달랐다. 한낱 학생이 이렇게 생물 올림피아드 위원장과 독대할 수 있을 순 없을 테니까.
“그런데 원래 일정이 이렇게 뒤쪽이었나요?”
“아···원래는 7월 초쯤으로 잡혀있었는데 조금 문제가 생겨서 말이지요.”
내 기억이 맞다면 생물 올림피아드는 화학 올림피아드보다 더 빠르게 쳤었다. 그렇지만 이번 생물 올림피아드는 유독 날짜가 뒤로 밀린 느낌.
하지만 맥은 더 자세한 설명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안 그래도 이번 캘리포니아 줄기세포 연구단과 연구를 진행하신다고요?”
“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안 나왔지만 일단 그렇게 예정하고 있습니다.”
“흐음···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던 맥은 넌지시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캘리포니아 대학으로 넘어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물론 하버드보다 학교 평가 부분이나 여러 부분에서 밀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저희도 매년 학교 평가를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했다. 캘리포니아라는 지역과 같이 그와의 대화는 여유로움이 넘쳤지만 어쩐지 지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만덕 학생.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데 있어 외적으로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돈 아닌가요?”
“하하하!”
그가 호쾌하게 웃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웃어 보이던 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돈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거라면···?”
그는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두꺼운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인종도, 나이도 각양각색이었다.
“사람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왜 생물 올림피아드 일정이 조정되었는지 물어봤었죠?”
“…네.”
“간단합니다. 문제를 출제했던 교수가 연구 윤리로 인해 구속되었고, 그로 인해 문제를 다시 출제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봤다. 연구 윤리? 구속?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맥은 그런 내 반응을 보며 재밌다는 듯 음료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탁, 소리와 함께 내려놓는 잔.
“물론 구속이 되긴 했지만 풀려날 겁니다. 그 교수가 연구하던 분야는 의료용 마약류였으니까요. 단지 지금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좀 조심하는 분위기인 거죠.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
“그 연구는 우리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합법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였다면 구속될 일조차 없었을 거고요.”
싱긋 웃으며 이야기하는 맥. 나는 이 짧은 예시를 그가 무슨 의도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법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
“법은 가장 느리고 까탈스럽게 움직이는 녀석이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줄기세포만 해도 하버드보다 캘리포니아 대학이 좀 더 연구하기 좋은 환경인 건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현재 줄기세포와 관련된 대부분 연구가 거기서 진행되는 중이기도 하고.
“그러니 아예 선택지를 제외하진 말아 달라는 작은 부탁이었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늘 백방으로 뛰고 있는 중이니까요.”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이제 곧 개회식이니 말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맥. 그를 따라 나 역시 따라 일어섰고, 생물 올림피아드 개회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맥과 헤어지고 한국 국가대표팀 쪽으로 향한 나는 물끄러미 다른 국가에서 참여한 학생들을 바라봤다.
‘…맥이 이야기한 게 틀린 건 아니야. 실제로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중요하니까.’
물론 내가 진행했던, 그리고 앞으로 진행할 줄기세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다. 즉,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논란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란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법.
여기에 있는 학생 중에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에 미치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톡 쳤다.
“무슨 생각해?”
“어.”
“아까부터 불렀는데 못 듣는 것 같길래.”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생물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모여있었다. 옆 교수진들도 함께.
맥과의 대화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나는 한국 대표팀이 아닌 다른 팀 중앙에 서있던 중이었고. 다른 나라 학생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위아래로 훑어보는 게 느껴졌다.
···빠르게 이동하자.
“미안.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오래 기다렸어?”
“아냐. 우리도 막 도착한 상황이었어.”
최한별 역시 이번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 출전하게 되었다. 최한별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녀석들이었고.
생물 올림피아드 역시 평범하게 진행될 거다. 개회식하고 실험 시험, 이론 시험 친 후에 폐회식. 화학 올림피아드와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이미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다 알고 있고.’
중간에 교수가 바뀌었다는 부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생물학에 있어서는 어떤 문제가 나와도 맞힐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어떻게 보면 잔잔하고, 조금은 지루한 생물 올림피아드가 진행될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미안해. 진짜.”
“…무리야.”
“딱 1시간만 아니면 30분이라도!”
나는 문에 딱 달라붙은 채로 간절하게 빌었다. 문 너머로는 광기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만덕 킹! 만덕 킹! 만덕 킹!”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을—”
“특이점은 이미 왔다!! 생물학만이 미래다!!”
새벽 2시. 광신도들을 피해 도망쳐온 곳.
“나 이대로면 내일 이론 시험도 못 쳐! 금메달은커녕 메달도 못 딸 거라니까?”
“…네 방에 가 있으면 되잖아.”
“이미 점령당했지!”
“…하아.”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최한별을 간절하게 바라봤다.
“…진짜 잠깐만이야.”
그날, 나는 살기 위해 최한별 숙소로 피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