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5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54화(154/221)
154. 동의 (2)
154. 동의 (2)
‘김성진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연구실 맞나요? 다름 아니라 이번에 기사 보고 연락드리는데···.’
‘그, 그! 그 아침 방송에 나온 그거 말이야! 그거 내가 한번 참여해 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소!’
‘저희 아버님이 치매 중증이신데 혹시···.’
“이게 도대체 다 무슨 일인지···.”
김성진은 갑자기 연구실로 밀려 들어오는 전화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방학을 맞아 연구실에서 살고 있던 이재성도 전화를 받아내느라 정신없는 건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한차례 전화 세례를 받고 난 후, 그는 이 소동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알 수 있었다.
[네! 이번에 미국 하버드에서 열린 줄기세포 포럼에서 한국인의 위엄을 알리고 온 멋진 청년이 있다고 하는데요~] [청년이 아니라 소년 아닌가요? 정말이지 한국의 미래가 이렇게 밝습니다.]하하호호 웃으며 만담을 나누고 있는 두 진행자. 그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익숙한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쟤가 왜 저기서 나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TV를 바라보는 이재성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걸 듣고 있는 김성진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 김만덕 학생이 하버드 줄기세포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뭔지 혹시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아, 네. 제가 이번에 연구한 내용은 기존에 운동 세포가 사멸되어서 더이상 걸을 수 없던 실험쥐와 강아지에게 새로운 운동 세포를 이식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는 연구였습니다.] [우와! 진짜 그게 가능한 거에요?]살짝 과장된 목소리 톤으로 반응하는 아나운서. 김만덕은 이런 장소가 조금 낯선지 어색한 웃음으로 “헤헤···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 헤헤거리고 있는 김만덕을 보곤 마치 못본 것 봤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저는 이재성이 있었고.
[그나저나 만덕 학생은 사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그게.]살짝 머뭇거리더니 카메라를 바라보는 김만덕. 김성진은 제자의 그런 모습이 너무 낮설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원래도 방송이나 기사 같은 데 나가는 걸 극도로 꺼려하던 녀석이다. 1인자나 천재 소리에 예민할 정도로 반응하던 녀석이었는데, 그랬던 애가 굳이 방송. 그것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아침 건강 방송에 출연한다는 건 김성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미국에 있더니 애가 변한 건가.’
종종 연구를 하다보면 연구보다는 그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괜히 스타 과학자, 스타 연구원이 생겨나는 게 아니었고.
김성진은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화면 속 제자를 바라봤다. 딱히 순수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치매 치료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열정을 보여줬던 학생이었기에.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오는 말에 김성진은 미간을 좁혔다.
[사실 제 꿈은 치매를 치료하는 연구원이 되는 겁니다.] [이야~ 이 방송을 보고 계실 어르신들께서 정말로 기뻐하시겠는데요? 언제쯤이면 치매 치료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아마 이대로면 평생 못 만들 거에요.] […예?]“아니, 저기서 저렇게 말하는 등신이 어딨어?”
“…씁, 조용.”
이재성이 본 성격을 못 이기고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김성진이 작게 제지하며 화면을 쳐다봤다.
김만덕의 갑작스러운 말에 아나운서 역시 당황했는지, 하하···웃더니 이윽고 화제를 전환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아직 현재 과학 기술로는 힘들다는 걸까요?] [기술도 기술이지만···치매 치료에 참여하는 환자분들이 극히 적은 수거든요.] [아···적은 수인가요?] [네. 치료를 진행하려면 우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임상 연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없는 상황이어서요.] [아하, 그러면 좀 곤란하겠네요.]아나운서는 아까와 달리 이제 감을 잡은 듯했다. 그녀는 여기서 대화를 끊지 않고 천천히 질문을 바꿔 물었다. 옆에 패널로 있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질문이 오가는 걸 보면서, 김성진은 최근 최강석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밀로잽에 대한 동물 대상 실험은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안정성도 확보가 되었고요.’
‘동물과 사람은 많이 다르죠. 실제로 동물에게서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경우도 많고요.’
‘맞습니다. 그렇기에 임상 실험자를 구하는 게 가장 큰 관건입니다.’
김성진의 말에 최강석은 말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김성진 역시 뇌와 관련된 연구를 많이 진행했었지만, 이렇게 직접 신약 개발 쪽으로 뛰어든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연구와 실제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최강석은 그 괴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임상 실험자를 확보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겁니다.’
‘병원 측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는 없나요?’
‘임상 실험자는 동물 실험체와 다릅니다. 실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구해져야 하고 특히나 치매와 같은 질병에서는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죠.’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이전에 진행되었던 연구와 관련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여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제거하고 이를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였지만, 결국 임상 실험이라는 벽 앞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병원에서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도 한정되어 있었다. 적어도 대규모의 인원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제아무리 국내에서 큰 병원인 연서 병원이라 하더라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는 생소한 치료를 선뜻 받겠다고 나서는 보호자들은 없었다.
‘그거···위험한 거 아니에요? 막말로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냥 환자 한 명이겠지만, 저희한테는 가족이에요. 가족.’
‘유전자 편집인가 뭔가, 그거 믿을 수 있는 거요?’
‘에라이, 실험은 니네 집 개시키한테나 하고! 난 약이나 줘. 약!’
가지각색의 사람들. 물론 그중에서도 흔쾌히 치료에 응하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강석은 그냥 거기서 멈추기로 했다.
이 이후의 사람들을 대할 자신이 없었기에. 정확히는 이 치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치료를 한다는 점은 확실히 아직까지도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임상 실험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해하고요. 하지만 치매 환자분들의 유전자 데이터가 있어야 향후에 신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전자 데이터요?] [네. 쉽게 말해서 치매 환자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있는지 분석하는 작업입니다.]아나운서가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김만덕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유전자 하나로 치매가 발생한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치매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양의 유전자 데이터는 필요합니다.] [흐음…하지만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는 생소한 기술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보니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게다가 유전자 데이터라는 것도 낯설고요.]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직 이 기술과 관련해선 국내에서도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두려움과 걱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김만덕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치매보다 두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단호한 그의 말에 불신을 가지고 있던 패널도 조용해졌다. 그는 차분히 그가 준비해 온 내용을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김성진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이미 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신약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여기서도 임상 실험자가 모집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뭔가요?] [뇌에 비이상적으로 축적되는 단백질로 치매의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어머, 하는 말과 함께 놀라는 아나운서. 그리고 이어지는 자료제공 화면에는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해 네이처에 수록된 아밀로잽 논문이 차례로 띄워졌다.
김성진과 이재성은 말없이 그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만덕이 이 이후에 뭘 말할지 알 수 있었기에.
[지금 당장 치매를 치료하라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분들이 와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실험체가 아니라 한 명의 환자로서요, 그의 말과 동시에 밑에는 [지금 치매를 앓고 계시거나 치매와 관련된 임상 실험에 참여하시려는 분은 아래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배너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연서 병원 최강석 뇌혈관전문의’ 라는 이름과 함께 병원 번호도 함께 떴다.
그리고 그날, 연서 병원은 14,048명이라는 이례적인 임상 실험 참가 신청을 받게 되었다.
*
[제목: 오늘자 줄기세포좌 아침 방송 관련 기사 ] [내용:미래기술육성사업, 2008년 하반기 지원 과제 12건 선정
△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분해 기술 투자
한국과학기술원 뇌인지신경학과 김성진 교수팀은 치매 치료에 핵심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뇌장벽(BBB) 수준으로 분해·배출하는 기술을 개발에 나섰다.
···(중략)···
뿐만 아니라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Cas9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치매의 원인이 되는 유전인자를 제거하여 치매 치료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탑5 병원인 연서 병원과의 공동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환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거 어제 기사 난 건데 대기업에서 밀어주는 기술이었음??? 이거 되는 주식 아니냐???] [ㅇㅇ: 오늘 아침 방송 보고 우리 집 난리남 ㅋㅋㅋㅋ 밥먹다가 당장 전화 러쉬] [ㅇㅇ: 근데 ㄹㅇ 이게 이 나라 현실 아님? 아니 연구를 하려고 해도 참여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ㅋㅋㅋㅋ] [ㅇㅇ: ㄴ 본인 부모님이 참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요?] [ㅇㅇ: 지금 현실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상황. 어떻게 보면 이 연구가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음.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함.] [ㅇㅇ: 이게 꼭 희생은 아니지 않나? 운 좋으면 ㄹㅇ 치료되는 건데?] [ㅇㅇ: 전 재산 박았다.]
*
[제목: 오늘 아침에 나온 방송…믿어도 될까요?] [내용:안녕하세요. 올해 83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65세 며늘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고 다니는 병원에서 임상 실험 약 제안을 하긴 했었는데…
영 떨떠름하더라구요…괜히 어머니 상대로 몹쓸 짓 하는 것 같고…
근데 오늘 방송 보니까 좀 생각이 달라지네요. 혹시 관련해서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사랑행복하자: 아이고 ㅜㅜ 그동안 힘드셨겠어요, 안 그래도 저희집에도 치매 어르신이 계셔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이미 동물 실험까지 다 끝난 약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세한 건 병원 예약해뒀어요 ^^] [킹왕짱짱: 저두 별다른 약이 없다길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신청했어요…사실 지금보더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서···.] [이시대의완소남: 다들 힘냅시다.]
*
지금 이 시기는 전생 때처럼 인터넷 커뮤니티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방송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거기다 아침 방송의 주 시청자는 주부 혹은 노령층. 그들의 관심사를 정확히 지목한 주제였기에 이 방송과 관련한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한테가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이 남자에게.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네.”
“잘못된 방법은 아니니까요.”
“잘못된 방법은 아니지만···.”
최강석은 말을 아꼈다. 그가 생각할 때 이 방법은 정식 절차를 거친 방법이 아니었다.
보통 임상 실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건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제안을 하거나, 그도 안 되면 신문에 공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방송에 나와서 하기엔 돈이 많이 들었고 또 잘못되었을 때 타격이 크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많은 양의 유전자 데이터였다. 그걸 위해선 신문에서 몇명 모집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물론 방송에 나오는 직전까지도 다시 돌아갈까 고민했었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걱정했지만···이후 최강석으로부터 모집된 임상 실험 참가자 수를 듣고는 씩 웃을 뿐이었다.
하아, 결국 최강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집 센 사람은 우리 딸 한 명인 줄 알았건만···어쨌든 자네가 원하는 건 환자들의 유전자 데이터 파일이 필요한 거겠지?”
“네. 그 파일을 분석해서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조사하려고 합니다.”
“이후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할 거고?”
“네.”
그는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보였다. 공동 연구와 관련된 서류로 아밀로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환자의 데이터를 에단 교수의 팀. 그러니까 내게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부분에 관해서는 환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이었고.
최강석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었다. 연구와 관련된 구체적인 서류는 연구실로 직접 발송이 될 것이며, 이건 간단한 안내에 불과하다, 라고 말하는 종이의 수만 해도 수십 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설명을 마친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운 세계라네. 여기가.”
“이제 그 세계에 들어왔네요.”
“이미 진작에 들어온 상태긴 했지.”
그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임상 실험자 확보. 곧 유전자 데이터 확보가 끝이 났다.
꽤나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방법을 통해서.
그리고 이 요란스러운 방송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