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2)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62화(162/221)
162. 방학 (2)
162. 방학 (2)
평화로운 아침. 김진수는 아침부터 호화롭게 차려져 있는 소갈비찜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의대에 입학하고 난 뒤로, 김진수는 집안의 상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엄마는 솔직히 진수가 1년 더 재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로 붙고 벌써 1학기까지 보내다니! 엄마는 이제 더 바랄게 없네. 호호호.”
“여보, 애 밥 좀 먹게 그냥 둬.”
“어머, 내가 뭘 그랬다고 그래요? 그냥 갈빗살 발라준 것 밖에 없구만.”
하지만 김진수의 모친의 말과는 다르게 김진수의 밥 위로는 갈빗살이 수북히 올라가있었다.
김진수가 그토록 바라보던 의대 합격. 그것도 빅 5라 불리는 의대 중 하나에 합격했으니 김진수는 부모님의 자랑이자 친척들의 부러움을 받는 존재였다.
그러나 김진수는 밥을 깨작거리다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어머니를 바라봤다.
“…엄마.”
“왜? 우리 아들? 갈비 더 줄까? 아니면 뭐 먹고 싶은 반찬 있어?”
“…아뇨.”
김진수는 고개를 저으며 밥을 한 큰술 떠먹었다. 밥알을 씹고 있었지만 마음이 무거운 탓인지 돌을 씹는 듯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의대 생활은 상상과 달랐다. 물론 의대 생활 자체에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고에 있을 때보단 덜 공부해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이었다.
‘예과 생활 때는 놀아도 돼! 본과 가면 코피 터져라 공부할 테니까!’
‘코, 코피요···?’
‘본과 선배들 공부량 못 봤어? 하루에 PPT만 수천 장이라고.’
그렇게 언뜻 본 본과생의 삶. 김진수는 기겁을 했다. 그도 그럴 게 과고 생활 때보다 빡세면 빡셌지, 쉬워 보이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겁에 질린 김진수를 다독이는 선배가 있었다.
‘근데 걱정 안 해도 돼. 비인기과 갈 생각이면 저렇게 열심히 공부 안 해도 되거든. 적당히 해도 비인기과는 쉬워.’
‘…그럼 피, 피부과나 성형외과 가려면요?’
‘이야! 너 꿈이 크구나?’
피부과랑 성형외과를 지망한 이유는 간단했다. 돈을 제일 잘 버니까.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쏟아부은 돈을 하루 빨리 보답해 드릴려면 제일 확실한 길로 가는 게 좋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김진수의 말에 선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근데 피부과랑 성형외과는 진짜 빡세거든. 원래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가 인기과 아니냐.’
‘그, 그렇죠? 그래도 지금부터 공부하면···.’
‘에이, 예과생이 공부는 씁! 지금은 놀 때야. 차라리 선배들하고 인맥 쌓아뒀다가 나중에 족보 달라고 해. 족보.’
족보의 종류도 다양했고, 얻을 수 있는 루트도 가지각색이었다. 마치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면 아이템을 얻듯이 고급 족보를 얻으려면 따로 노력을 해야 했다.
물론 족보와 상관 없이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의대 공부 자체가 족보만으로 공부를 해도 압도적이었기에···. 효율을 중시하는 김진수에게 족보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첫 여름 방학 때부터 선배들과 탄탄한 우정을 쌓아 족보를 획득하려는 계산을 모두 마친 김진수였지만···.
“이번 방학에 미국 갔다 와도 돼요?”
“응? 갑자기 미국?”
“네. 친구가 거기 있는데 비행기 값도 다 내주겠대요.”
김진수의 말에 부모님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떴다. 그도 그럴 게 가까운 곳도 아니고 미국이다. 그 비행기 값을 다 내주겠다고?
김진수의 모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미국 가는 거야 뭐 이제 방학이니까 괜찮긴 한데···. 얼마나 있다 올 생각인데?”
“어···아마 방학 내내요.”
“뭐? 안 돼. 아무리 그래도 너 이제 갓 졸업한 애야. 엄마도 없이 어떻게 혼자 미국에 있을래? 그 타지에서?”
김진수는 외동이었던 만큼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자라왔다. 당연히 모든 지원을 받았던 김진수였던 만큼, 반대로 약간 과할 정도로 보호받는 경향도 있었다.
김진수의 모친의 눈에는 아들은 아직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과학고에 있을 때도 잘 지냈는데요, 뭐.”
“얘 좀 봐. 과학고는 한국에 있었으니까! 게다가 룸메이트도 있었고! 그 친구는 왜 미국에 널 부른다니? 이상한 애 아니야?”
“룸메이트였어요.”
“어? 룸메이트?”
김진수의 말에 이번엔 김진수의 부친이 반응했다. 평소 친구에 대해 별 이야기를 안 해오던 아들이었는데, 유독 과학고에서 만난 룸메이트 이야기는 자주 하곤 했었다.
게다가 룸메이트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만큼 김진수의 부모에게도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룸메이트면 최근에 그 방송 나왔던 걔 말이냐?”
“네.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애요.”
“어머! 그런 걸 먼저 말했어야지, 엄마는 또 이상한 애. 막, 해외 물 먹은 그런 애일까 봐 걱정했었던 건데. 근데 걔가 우리 진수를 미국으로 초대했다고?”
우리 아들이 성공하니까 이제 막 친구가 부르고 그러는 거네, 라고 말하는 모친의 말을 김진수는 애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성공했다고? 내가?’
김만덕에 비해?
부모님이 보시기엔 내가 더 성공했다고 생각하시는건가?
아니 애초에 나랑 걔랑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는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계산해봐도 누가 더 성공한 삶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계산이 나온 듯 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참 어떻게 보면 안타까워. 이야기 들어보니까 부모님이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 해줬다며? 그러니까 애가 현실성이 없어서 의대 말고 그런 데를 가는 거지.”
“하버드에요, 엄마.”
“하버드라고 해도! 한국에서 살아갈거면 의사가 최고야. 엄마 말 들어서 틀렸던 적 있어? 없지? 해외 유학이다 뭐다 해도, 한국인한테는 서울대가 최고고.”
끼익,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선 김진수.
“어쨌든 이번 방학에 미국 갔다 올게요. 의대 합격하면 뭐든지 다 들어주신다고 했잖아요.”
“진수, 너 그게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어머, 여보. 괜찮아요. 그래, 진수야. 엄마가 친구랑 통화 한 번만 하고 보내줄게. 됐지?”
하지만 김진수는 별다른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쾅 닫는 것만큼은 아직인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본 김진수의 부친이 혀를 찼다.
“쯧, 애가 의대에 합격하고 나더니 버릇이 없어졌어.”
“여보. 그래도 진수가 사춘기 하나 없이 이렇게 자라온 게 어디에요? 그냥 이럴 땐 들어주는 게 맞아요. 쟤도 이제 대학생인데.”
“쯧쯧, 애도 아니고.”
그 이후 김진수의 모친은 김만덕과 약 4번의 통화를 진행했고, 긴 심문과 비슷한 통화 끝에 미국으로 향하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렇게 김진수는 어른도 애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미국에 도착했다.
*
“요! 제로(zero) 앤 원(one)!”
“…쟤 뭐라는거야?”
“내가 네 이름 이진법 할 때 그 진수라고 알려줬거든. 그랬더니 0이랑 1로 이루어졌다고 제로 앤 원이래.”
공항에 나가 김진수를 만났다. 데이브는 저 멀리서 나오는 김진수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고, 김진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안경을 쓱 올릴 뿐이었다.
생각보다 작은 캐리어를 끌고 온 김진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짐이 별로 없네? 방학동안 있다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들이랑 가는 MT는 가야 할 것 같아서. 인맥도 자산이거든.”
“어···뭐. 나야 말릴 생각은 없는데, 꼭 가야 하는 거야?”
내 말에 김진수가 훗,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마치 철없는 아이를 대하는 듯한 그 묘하게 기분 나쁜 표정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얼마나 큰 역할인지 모르지? 더군다나 우리집 같은 평범한 중산층은 개원의 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나중에 병원에 취직해야 한다고.”
“와, 의사들도 힘들구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취업하려면 인맥 없이 되겠어? 그렇다고 이제 막 면허를 딴 내가 기술이 좋을 리도 없고.”
이미 그 이후의 미래까지 다 계획한 김진수를 보며 나는 “우와.”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녀석인데 전생 때는 왜 자퇴를 했던 거지?
단순히 공부량이 많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둘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니 뭐···. 나는 여전히 시니컬하게 굴고 있는 김진수를 집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네 명의야?”
“응. 아마도 그럴걸?”
존슨앤존슨의 CEO로부터 받은 집. 일종의 투자금 느낌으로 받은 집이었기에 관련된 세금과 비용 처리는 거기서 다 해준 상태였다.
그는 웃으며 ‘미래의 인재에 대한 투자’라고 이야기했지만···. 이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이후 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 존슨앤존슨과도 엮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진수는 이런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기에, 그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문 채로 집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윽고 띠링, 하는 듯한 표정과 함께 나를 바라봤다.
“아직까진 내가 위다.”
“응?”
“그런 게 있어.”
미국의 현재 집 시세와 내 예상 소득을 비교하면···. 김진수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지만 원래도 좀 이상한 녀석이었던 만큼 그러려니 했다.
집 안으로 들어온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나를 바라봤다.
“아무 방이나 써도 돼.”
“…빈 방이 왤케 많아?”
“몰라. 내가 산 집 아니야.”
“와우! 드디어 내가 만덕 킹의 집에 왔도다!!”
데이브 역시 집에 방문한 건 처음이었기에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방 안 이곳저곳을 찍더니 어딘가로 보냈다.
“누구한테 보냈어?”
“미야. 자랑하려고.”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거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가져온 슈퍼진단키트도 함께 올려뒀다.
김진수의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지만, 데이브가 노트북을 꺼낼 때,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툴툴대면서 데이브 옆에 자신의 노트북도 꺼냈다.
“잠깐만. 그 노트북 고장 났던 거 아니야?”
“고장···났었지! 났었는데 고쳤어.”
“흠···.”
김진수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데이브를 바라봤다. 하지만 원체 능글거리는 녀석이었던 만큼 미꾸라지처럼 상황을 빠져나왔다.
나는 이 예상치 못한 조합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일에 수지타산을 따지는 김진수가 데이브의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과학고 시절 때도 내가 들고 온 네이처라든가 학술지를 보며 관심을 보인 적은 있었지만 진심으로 대한적은 없었다.
‘그런 건 의대 붙고 난 뒤에 해도 안 늦으니까.’
‘일단 지금은 입시부터 하고.’
‘취미 생활? 수학 문제 풀기라고 하면 되냐?’
문득 그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면서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나는 앞에서 데이브와 투닥거리고 있는 김진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너 슈퍼진단키트에 쓸 시간 있어?”
“시간?”
“응. 미국 왔으니까 관광도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려고 했던 건 아냐?”
내 말에 김진수가 픽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는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로 대답했다.
“그런 건 이거 다 끝내고 해도 돼.”
“이 자식! 코드 몇 번 짜봤다고 통달한 듯이 말하지 말라고!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코드에 코도 몰랐던 녀석인 주제에! 우쭐해하긴!”
“우쭐해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거든? 그리고 그때는 내가 뭘 몰라서 빌빌댔지만—”
데이브와 김진수가 열렬히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스승이라고 불러!”라고 말하는 데이브와 “스승은 무슨. 보고 배워라, 애송이.”라고 정답게 나누는 대화를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수야. 그러면 너 MT 가기 전까지는 이거 다 끝낼 수 있겠지?”
“장난하냐? 너 이거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르지? 모르니까 그런 말 할 수 있지.”
“어···안 돼?”
“어. 안 돼.”
쳇. 곽진환이나 이재성은 이렇게 도발하면 어떻게 해서든 해냈지만, 김진수는 그 둘과는 궤가 달랐다. 누구보다 자기 실력을 잘 알고 있고, 이길 수 없는 게임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 그였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도발이 아닌 채찍을 사용할 때였다.
“어···그럼 어쩔 수 없네. 한국 못 가겠다.”
“…엉?”
“너 비행기 푯값 있어?”
“그, 그게 무슨···너 우리 엄마한테는 네가 책임지고 다 내주겠다고 했다며!”
“에이, 그거야 너 미국에 오게 하려고 한 말이고. 뭐, 간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게.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면 돈 보내주시겠지.”
“이···이···!”
김진수가 배신당한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자, 그럼 이제 열심히 만들어 볼까?”
한동안 집안이 시끌벅적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