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64화(164/221)
164. 노력 (1)
164. 노력 (1)
인간은 약 30억개의 유전자 쌍을 가지며, 총 60억 개에 해당하는 유전인자 중 어떤 것은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돌연변이는 그 사람의 인생과 더불어 후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나 쭉 궁금했던 거긴 한데···. 치매가 유전자로 결정되는 거야?”
완성된 슈퍼진단키트를 연구실로 이동하는 중에, 데이브가 조심스레 물었다. 열심히 만든 진단키트를 연구실로 옮겨도 되겠냐는 말에 데이브는 큰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는 이 키트를 제작하는 중에 가지고 있었던 질문을 내게 던졌다.
“글쎄.”
“뭐야. 만덕 너, 확신을 가지고 진행했던 거 아니었어?”
“난 또 계속 유전자, 유전자 하길래 당연히 치매랑 관련된 유전자가 있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키트를 들고 따라오던 김진수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이윽고 연구실 앞에 다다른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걸로 밝혀진 유전자가 있기는 해. 베타-아밀로이드 전구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대표적이니까.”
한마디로 뇌에 쌓이는 단백질. 그 단백질 자체를 만들어내는 녀석이 곧 치매 유발 유전인자라고 볼 수도 있었다.
혹은 APOE 유전자와 같이 그 안의 대립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가 발병된다고 보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만 나는 머뭇거렸다. 그 모습을 본 데이브가 김빠진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니, 나는 당연히 네가 뭐 알고 이러는 줄 알았지. 유전자 치료하려면 이 키트가 필요한 거 아니야?”
“그건 맞아.”
“근데 대체 뭘 걱정하고 있는건데?”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도 없었다. 늘 바쁜 에단 교수야 그렇다치고 연구실 지박령 수준으로 늘 상주하고 있는 김아진이 없다는게 좀 이상했다.
탁,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슈퍼진단키트를 올려놓는 김진수. 처음에 데이브가 만들었던 것에 비해 이것 저것 추가된 것이 많았고 부피가 좀 더 커진 상태였다.
아직은 어설프게 보이는 슈퍼진단키트였지만, 데이브는 이 진단키트가 마치 엄청난 보물이라도 되듯이 소중하게 다뤘다. 뭐, 어떻게 보면 보물이 맞았다. 이 녀석은 이제 진행할 내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니까. 핵심적인 존재. 그렇기에···.
“혹시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로 나타날까 봐.”
“엉?”
막상 이 순간이 다가오니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더 일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이제 치매 환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분석했는데, 그 어떤 공통점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사실 치매를 결정하는 유전인자같은 건 없었고, 유전자 편집 기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인간이 치매를 치료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이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만약 이 키트를 통해서도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좀···까마득해져서.”
“별 것도 아닌 걸로 걱정하고 있네! 됐고, 빨리 너 노트북이나 꺼내 봐. 설치 프로그램 깔아야 하니까.”
생각외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데이브였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봤고, 데이브는 연구실 이곳 저곳을 휙휙 보며 내 노트북을 찾았다.
그리고 김진수는 연구실 한쪽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내 노트북을 가리켰다.
“이거 너꺼 맞지? 과고 때 쓰던거.”
“어? 어.”
“참 너도. 하버드까지 왔으면 새 거로 바꾸지 아직도 이거 쓰고 있냐? 기숙사 방에서 쓰던 거 그대로 가지고 왔네.”
툴툴거리며 노트북을 가지고 온 김진수. 그는 내게 “빨리 비번이나 풀어.”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번호를 쳤다. 데이브 역시 진단 키트와 관련해서 기존에 있던 노트북의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렇게 작업에 들어간 둘을 보고있는데, 데이브가 입을 열었다.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냐고? 어쩌긴 뭘 어째. 바로 딴 거 해야지.”
“딴 거 한다고?”
“당연한거 아니야? 이미 망한 거 확인했고, 뭐하러 더 붙잡고 있는데? 망한 거 확인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거 아니야?”
USB에 뭔가를 옮기기 시작한 그는 의자에 앉아 뭔가를 두드렸다. 약간 시간이 걸리는 듯 그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데이브 카터. 항상 정신없고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는 괴짜 중의 괴짜.
그렇기에 젊은 나이에 IT 스타트업 기업으로 백만장자에 들 수 있었던, 괴물같은 놈.
“그건 나도 동의.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매몰 비용이 늘어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진수가 껴들었다.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김진수는 대화에 참여하는데 어색하진 않았다. 데이브가 김진수를 바라봤다.
“매몰비용?”
“이미 네가 써버렸으니까 더이상 회복할 수 없는 비용 말이야. 그럴 때는 그 선택한 걸 후회하기보다 이후의 일에 대해 전략을 세우는 게 더 수지타산에 이롭다는 말씀.”
역시 인간 계산기답게 김진수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게 계산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할 말이 생겨서 신이 났는지 안경을 한번 치켜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만약에 네가 음식집에 갔어. 근데 신메뉴를 팔길래 만 원을 주고 샀어. 근데 그게 말도 안 되게 매운 거야. 위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오우···한국인들은 매운 걸 진짜 좋아하네.”
“그럼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야.”
음식을 먹는다, 혹은 버린다.
“물론 만원을 주고 샀으니까 버리긴 아깝겠지. 하지만 이대로 음식을 먹었다가는 위에 구멍이 나서 오히려 병원비가 더 들 수도 있어. 이때 너는 과감하게 선택을 해야 해. 앞에 낸 만원을 잊어버리겠다고.”
“잊어버린다라···.”
“이미 쓴 시간과 돈은 돌아오지 않아. 그 사실이 이후에 네가 하려는 거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뜻이야.”
고로 후회는 짧게, 행동은 빠르게 해야 한다는 말씀! 이라고 마무리 요약 정리까지 끝낸 김진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데이브가 그 모습을 보며 “뭐, 뭐야···난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해서 말한 건 아닌데···?”라고 떨떠름해 했다.
이미 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라···. 문득 그 말을 듣던 나는 여전히 으쓱이고 있는 김진수를 바라봤다.
“그럼 만약에 진짜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래서 간 곳이 나랑 안 맞으면?”
“뭐? 너 하버드 힘드냐?”
“아니, 내 이야기는 아니고.”
빠르게 말을 돌리자 김진수가 수상쩍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별로 고민도 하지 않더니 그는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딴 길을 찾아야지. 그게 매몰 비용을 최소로 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그런데 그게 꼭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닐 수도 있잖아. 뭐 예를 들면···. 주위의 기대라든가, 사회적 평판이라든가.”
“흐음···.”
보다 구체적인 내 물음에 김진수가 미간을 좁혔다. 아까까지는 약간 장난기가 있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지금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훗, 하는 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당연히 더 돈 되는 쪽으로 가야지.”
“…엉?”
“원래 돈 많이 되는 곳에 평판이 있는 법이야. 지금 있는 길이 안 맞는다? 더 돈 되는 다른 길 찾으면 그만임.”
“진짜 뼛속까지 자본주의야···. 하지만 맞는 말이지.”
데이브가 그런 김진수의 말에 경멸에 가까운 눈을 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진수에게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했다.
물론 김진수는 누가 다가오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이길래 질색하며 데이브를 바라봤고.
“너 나중에 내 회사에 들어와라.”
“…회사?”
“이 슈퍼진단키트가 잘 작동되면 존슨앤존슨한테 정식으로 투자 제의를 할 거거든. 지금은 이 진단키트에 대해 일시적으로 투자를 받은 거지만, 그보다 더 큰 범위에서 투자를 받을 거란 말이지?”
“…존슨앤존슨 이야기가 사실이었어? 구라아니고?”
김진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수의 표정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미친! 진짜 존슨앤존슨의 투자를 받았다고?! 와! 나 미쳤네! 그럼 나 지금 대기업한테 투자받은 거 제작한 거임?”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네.”
“아니, 그 전에. 그럼 이거에 대한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건데? 솔직히 이거 만드는 데 내가 더 열심히 했으니까—”
바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김진수의 모습에 데이브가 살짝 주춤했다. 그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지만 끈질긴 김진수의 모습에 결국 수익분배를 시작했고, 노트북에는 모든 프로그램이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시스템창이 떴다.
아예 자리를 옮겨 정확한 계약서를 쓰고 있는 둘을 내버려둔 채 유전자 데이터 샘플을 진단키트에 넣었다.
데이터 샘플만 일단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일단 시작을 했으면 어떻게든 끝을 봐야 하니까.
‘설령 이 과정에서 공통된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물론 마음이 편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유전자 말고 다른 방식의 치료방법을 찾아보면 된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래도 치매 치료제를 만드는 걸 포기하진 않을 거니까.
그렇게 옆에서 열심히 떠들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나는 내 오랜 연구를 마무리 짓기 위한 첫 단계를 시작했다.
*
“너 아직 기숙사에 안 갔어?”
“어, 선배. 이제 와요?”
신나게 계약서를 작성하던 김진수와 데이브는 연구실을 떠났고, 나는 홀로 연구실에서 데이터 샘플 분석에 들어갔다. 임상 시험 대상자만 해도 천 명이 넘는 수였기에, 하나하나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개를 돌리니 우산을 털고 문 앞에 서 있는 김아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 몇 시인지는 알고 있지?”
“어···.”
“어···는 무슨! 새벽 3시야, 새벽 3시!”
진심으로 경악하는 김아진. 하지만 나는 멋쩍게 뒷통수만 긁을 뿐이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분석뿐이었다. 지금까지 진단 키트가 완성되지 않아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 키트가 완성된 덕에 지금부터 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
“사실 진단키트가 다 만들어졌거든요.”
“!”
“그래서 샘플 분석하느라 기숙사에 갈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아, 내 말에 깊게 한숨을 내쉰 그녀가 우산을 문에 걸어두고 내 쪽으로 왔다. 연구실에 있다보니 밖에 날씨를 확인 못 했는데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실험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슈퍼진단키트를 보며 내게 물었다.
“난 뭐하면 돼?”
“어···아직 샘플 키트에 넣고 돌리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하나 처리하는데도 3시간 넘게 걸리거든요.”
“유전자 개수 따지면 3시간도 짧지.”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노트북 쪽으로 다가온 그녀는 화면 위에 떠오르는 정체 모를 프로그램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뭐야?”
“유전자 샘플들을 서로 종합적으로 비교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여러 개를 넣으면 그 유전자들 사이의 연관성 파악도 가능하고, 하나만 넣으면 자체적으로 유전자 간에 연관되어 있는 부분도 나타나고요.”
“이거 다루는 법 알려줘. 이 뒤는 내가 할 테니까.”
어라, 나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김아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너 거울 안 봤지? 지금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얼굴이야.”
“하지만···.”
“잠 좀 자고 와.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김아진의 말에 나는 망설였다. 물론 지금까지 잠을 못 자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 어쩌면 요 근래 푹 잠을 자본 적이 없기도 했고.
그렇다고 이걸 김아진에게 맡기고 가기엔 뭔가···뭔가···.
내가 제일 먼저 발견하고 싶단 말이다···!
“그냥 여기 있을래요. 어차피 지금 기숙사 가서 자면 밤낮 패턴 바뀌어요.”
“에휴, 알았어. 그럼 커피라도 사 올게. 근처 편의점 있을 테니까.”
“고마워요, 선배.”
그렇게 김아진이 다시 우산을 들고 나가고 나는 노트북을 바라봤다. 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뜨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지루한 과정. 처음에는 바로 치매와 관련된 유전인자가 두둥, 하고 뜨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지루하고, 지겨운 일이었다. 영화처럼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있는데···.
‘아···자면···안 되는데.’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있던 탓일까, 결국 졸음을 못 이긴 나는 꾸벅 꾸벅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띠띠띠띠.
띠—띠링!
“…어?”
복잡한 프로그램 위, 다른 부분과는 다르게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