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67화(167/221)
167. 만남 (1)
167. 만남 (1)
“…야.”
“왜.”
“…너 누나 있었냐?”
방학이 끝나기 전, 데이브, 김진수, 김아진. 이 셋을 불러 따로 만남을 가졌다.
이제 캘리포니아로 가게 되면 이 뒤의 일은 이들 손에 달린 거나 마찬가지일테니까.
하버드내에 있는 한 베이커리 카페. 김진수는 먹고싶은 빵을 한가득 담아온 김아진을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아닌데.”
“그럼 누군데? 설마 여친?”
“뭐라는거야. 같이 연구하는 선배야.”
내 설명에 김진수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데이브도 빵을 한가득 담아서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김아진은 이미 내게 설명을 어느정도 들은 상태인지라, 이 자리가 그다지 낯설지 않았고. 슈퍼진단키트를 만들다가 갑자기 불려나온 김진수와 데이브만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데이브를 위해 일부러 영어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학기부터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지낼 것 같아.”
“왓? 갑자기 캘리포니아?”
“진심으로?”
김진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야. 하버드랑 캘리포니아랑 급이 같냐?”
“대학교에 급이 어디있어. 필요한 연구 있으면 하러 가는거지.”
“아니–! 어이가 없네? 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하버드로 오려고 난리인 경우는 있어도 굳이 하버드에서 뭐가 아쉽다고 거길 가냐?”
“줄기세포 연구는 캘리포니아 대학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러나 김진수는 내 설명에도 납득이 안되는지 연신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김진수를 납득시키는게 아니므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에는 유전자 관련된 연구를 진행 못할 것 같아.”
“헤이, 캡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이 슈퍼진단키트는? 이 키트는 어떡하라고?”
“그래서 이분을 데리고 온 거야.”
내 말에 동시에 두 명이 김아진을 바라봤다. 갑작스럽게 주목받자 이런 분위기가 영 낯선지 김아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볼을 긁었다.
“어···안녕?”
나름 무해한 미소로 웃어보이는 김아진. 그 모습에 데이브는 별 반응 없이 “그래서 이분이 누군데?” 라고 말했고, 김진수는 연신 큼큼 거리며 먼 산을 바라봤다.
뭐지. 이 극명하게 갈리는 듯한 반응은? 어쨌든 나는 김아진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랑 같이 유전자 편집 기술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실험을 진행해왔었고, 이번에 한국에서 받아온 데이터 관련해서도 같이 연구했었어.”
“그럼 이 슈퍼진단키트로 유전자 분석하는 것도 이분이 하실거란 소리야?”
“응.”
“허어···”
데이브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나와 김아진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살짝 회의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캡틴. 너랑 같이 연구를 했다는 것까지는 충분히 좋은데,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걸 이분이 할 수 있을까?”
“왜 못할 거라 생각하는데?”
데이브의 말에 김아진이 받아쳤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느낌은 아니었다.
“…프로그래밍 해본 적 있어?”
“없는데?”
“봐봐. 캡틴은 적어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이 있는 상태여서 데이터값을 분석하거나 진행하다가 버그가 떴을 때 대처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 진단키트를 맡기라고?”
절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데이브. 내가 유전자 편집 기술에 애착을 갖는 것처럼, 데이브에게도 슈퍼진단키트는 자식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설득할 빌미는 충분했다.
“데이브. 네가 슈퍼진단키트를 만든 이유가 뭐랬지?”
“어? 갑자기?”
“지금 버전 말고. 맨 처음에 네가 만들었던거 있잖아.”
미야 피 40번 넘게 뽑았던 그거, 라고 말하자 데이브가 기억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침이랑 혈액으로 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용으로 만들었던 거? 그야···집에서도 손쉽게 병을 진단할 수 있으면 했으니까.”
데이브가 만든 슈퍼진단키트는 어디까지나 편리함에 방점을 둔 진단키트였다. 혈액을 채취하는데 거부감이 있을까봐 타액, 즉 침으로도 진단할수 있도록 만들었던.
겉보기와는 다르게 꽤 섬세한 부분까지도 고려했던 슈퍼진단키트.
“프로그래밍 부분은 너희 둘한테 맡길게. 유전자 관련해서 분석하는 건 선배가 할거고.”
“…”
“진단키트의 목적은 병을 진단하는거잖아. 단순히 데이터를 넣고 돌린다고 해선 이게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내 말에 데이브가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좁혔다. 그가 이렇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협력할 때였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단순히 기술 발전을 위한 기술은 한계가 있다.
“난 찬성이야.”
“왓?”
그때, 계속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김진수가 입을 열었다. 느닷없는 찬성 발언에 데이브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나 김진수는 태연한 모습으로, 아니 좀 으스대는 듯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지금 슈퍼진단키트는 프로토 타입인 거잖아? 게다가 데이브 말 들어보니까 이걸 뭐 가정에 공급하고 그럴려는 것 같은데···하나만 생각하면 안되지.”
“뭐가 안되는데?”
“생각해봐! 가정에 공급하는 용으로 만들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엄청 많이 만들어야하고, 가정용으로 판매할 수 있을정도로 작게 만들어야한다고? 일단은 연구소에 납품하는 식으로 만들어서 돈을 왕창 땡겨야지!”
“연구소 납품?”
김진수의 말에 데이브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연신 표정을 찡그렸다. 김진수는 그런 데이브를 보며 차근 차근 돈 되는 루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슈퍼진단키트는 데이터 분석용이잖아. 그러면 이걸 좀 더 개발해서 연구원들이 쓸 수 있게 프로그램 형식으로 공급하자는거지.”
“…그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닌데. 난 연구원들을 위한게 아니라 가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생각해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치매밖에 없다고?”
김진수는 데이브를 두고 여러가지 루트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지금은 치매 한정이지만, 연구소에 납품을 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나가다 보면 데이브가 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슈퍼진단키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가만히 듣고있는데 등 뒤로 소름이 돋는 듯 했다. 대체 이녀석은 돈 냄새를 어디까지 맡는 걸까···? 심지어 연구소 납품 프로그램의 경우 비싼 건 10만 달러, 즉 1억도 호가한다는 말에 데이브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고로 내 말은 연구원들도 알기 쉽게 만드는 게 결국 진정한 슈퍼진단키트를 위한 길이라는 거지!”
“오오오오!! 좋아! 코딩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다룰 수 있도록 만들고 말겠어!!”
갑자기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되려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김진수는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김아진은 이 모습을 보며 웃는 표정으로 “네 친구들 좀···독특하네.” 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김아진은 데이브와 김진수. 이 둘과 함께 유전자 분석 단계도 진행하기로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정을 잡던 중, 데이브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면 캘리포니아 대학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무슨 연구하는 건데? 전에 그 쥐 실험?”
“아니. 이번엔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를 시작하려고 해.”
“와우. 엄청난 연구네.”
데이브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김진수 역시 안경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뭐. 너라면 그쪽으로 연구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별로 놀랍진 않네. 그럼 얼마나 있다오는데?”
“음···일단 연구를 해봐야 기간을 얼추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단 2년은 잡고 있어.”
“2년? 짧은거야, 긴거야?”
아직 제대로 된 연구를 해본 적이 김진수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길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런 실험에 있어서는 그렇게 긴 편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실험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건 물론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엎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태반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생명과학 분야. 그것도 줄기세포라는 분야에선 2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하여튼. 나도 이거 오래는 안 붙잡고 있을거니까 얼른 하고 오든가.”
“왜 오래 안 붙잡고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니야? 나 의대생이라고. 의대생. 예과 끝나면 바로 본과인데 이걸 계속 붙잡고 있을 순 없잖아?”
“오, 의대생이었어?”
김진수의 말에 김아진이 반응했다. 그녀는 딱히 큰 의도 없이 반응한 듯 했지만, 김진수의 입꼬리가 광대까지 올라갔다.
“큼큼, 제가 좀 공부를 잘했거든요.”
“오···어쩐지 아까 연구소 납품 이야기하는데 똑똑해보이더라.”
“하하하!”
과하게 웃는 모습이 영 아니꼬왔다. 더군다나 하버드에 입학한 김아진인데 똑똑한 걸로 치면 이쪽도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김진수가 좋아하고 있으니 굳이 토달지 말자. 그의 행복을 지켜주자는 생각으로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 데이브가 말을 꺼냈다.
“그럼 그때까지 잠깐 이별이네.”
“그렇지.”
“그래도 한번 너드킹은 영원한 너드킹이야.”
“너드킹?”
김아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황급히 데이브의 입을 막으려고 했으나, 늦었다.
“만덕은 우리 동아리 회장이거든. 캡틴이지.”
“어쩐지. 그래서 아까 캡틴, 캡틴 그랬구나? 난 그냥 별명인 줄 알았어. 그나저나 무슨 킹?”
“너드킹. 우리 동아리 이름이 너드거든. Nerd.”
···숨기고 싶었던 동아리 이름이었는데.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그렇구나···지금까지 동아리 활동하러 간다는게···너드···음···그래.”
김아진 역시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너드···그것도 너드킹···”이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아무것도 안들리는 척 자리에 앉아있었다.
얼른 집에 가야겠다.
“이만 일어날까요?”
“그래. 너드킹.”
“그럼 앞으로 유전자 데이터 분석하는 건 아진한테 주면 되는거지? 너드킹?”
“푸,푸하핳! 너드, 너드킹이래. 이거 한국말로 하면–”
“거기까지.”
빠르게 김진수를 커트하고 난 후, 우리는 자리에 일어났다. 이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김아진과 데이브가 조절하기로 했고, 옆에서 계속 깐족거리는 김진수를 가볍게 응징(물리)하고 난 후 우리는 평화롭게 헤어졌다.
그렇게 여름 방학이 끝이났고, 김진수는 한국으로,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모오오오옵시도 아쉽습니다만···’
캘리포니아 대학으로 가는게 확정이 난 뒤, 에단 교수는 매일 같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그가 하는 말의 요지는 간단했다.
‘대식세포를 가지고 연구하자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요? 그 약속이 있었기에 실험실을 빌려줬던 것도 기억하고 있겠지요?’
잊어버리지 못하게 평소에도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던 내용이었다. 에단 교수 입장에서는 이 연구가 끝나면 바로 자기 연구를 진행할 때 데리고 있으려 했는데,
갑자기 캘리포니아로 가버린다고 하니 그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긴 했다.
결국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버드에 돌아올 것이라고 다섯번 넘게 약속을 하고 난 뒤에야 캘리포니아로 갈 수 있었다. 교류 학생의 경우에는 지도 교수의 허락이 필수였기에.
물론 나중에 에단 교수랑 진짜로 연구를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다만···일단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자 확연히 느껴지는 건···
“진짜 축복받은 땅이네.”
물론 여름이라는 계절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느낌과 특유의 분위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골드러시와 오일러시가 있던 곳이라 그런지 뭔가 더 풍족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 너도 나도 선글라스를 낀 채 이동하고 있는 모습에 순간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도 일었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오려는데,
“헤이! 그동안 잘 지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