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68화(168/221)
168. 만남 (2)
168. 만남 (2)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케빈!”
선글라스를 낀 채 여유롭게 내게 인사하는 남자.
케빈 그레이.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했던 연구원이었다. 그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하버드에 계속 있을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지 뭐야.”
“원래는 더 빨리 오려고 했었는 걸. 그보다 너도 계속 캘리포니아 대학에 있는거야?”
“일단 가보자고. 가면서 설명해줄게. 안그래도 다들 널 기다리고 있거든.”
케빈이 웃으며 나를 데리고 차로 데려갔다. 얼떨결에 끌려가게 된 나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날 기다리고 있다고? 누가?”
“그야 이제 같이 연구를 할 동료들이지. 다들 줄기세포계의 1인자가 오는 거라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아니 무슨…진짜 오랜 시간 연구한 사람들 앞에서 1인자다, 뭐다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돼.”
절로 식은땀이 나는 듯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케빈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여간 동방 예의지국이라니까. 얼른 타. 짐은 뒤에 트렁크에 실으면 돼.”
“고마워.”
가볍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나는 차에 짐을 실었다. 최소한의 짐만 챙겨서 온 상태였기에 내가 들고 온 건 단촐한 백팩 하나.
그 모습을 본 케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 있을건데 짐이 적은데? 집으로 택배 보낸거야?”
“아니? 집 없는데?”
“? 그럼 어디서 지내는데?”
“연구실?”
“에.”
너무도 평온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케빈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한없이 진지한 내 표정에 무언가 잘못된 걸 느낀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이. 연구실에서 산다는게 진짜 연구실에서 지낸다는 소리는 아니지?”
“하지만 집도 없고 기숙사도 배정 못 받았는 걸.”
“아니 그렇다고 누가 연구실에서 살아!”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케빈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로 오라는 전화를 받은지 얼마 안되었을 뿐더러 모든게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애초에 하버드 학생이 캘리포니아에서 수강하는 것도 일정이 다 끝난 상황이었지만, 높으신 분들 덕에 간신히 허가가 난 상황이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캘리포니아에 집을 턱턱 살 정도로 돈이 많은 게 아니라고.’
물론 숙박 시설을 알아보면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기 체류일 경우에 그런거지, 앞으로 연구하는 동안 머물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애초에 지금 하버드 근처에 있는 집도 내가 구한게 아니라 존슨앤존슨이 준 집.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한정된 상황이었다.
케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기숙사 배정을 왜 못 받아?”
“교류 학생 기숙사는 이미 사전 배정이 끝난 상황이래. 내가 좀 급하게 오게 된 감이 있긴 하거든.”
“아니 무슨 행정 업무를 그따구로–”
케빈이 열심히 대신 화를 내주며 이야기했지만, 나는 별로 타격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연구실에서 지낸다는게 나한테는 그다지 나쁜 조건이 아니었으니까.
논문 보다가 침대에서 잔다.
눈뜨면 어제 실험해뒀던 거 결과 나왔는지 확인한다.
결과가 안 나왔으면 마저 못했던 실험을 이어서 한다.
그러다가 잠이 오면 간이 침대에 논문을 읽다가 잔다.
이보다 완벽한 루틴이 또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자, 케빈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중에 네 뇌도 한 번 뜯어봐야할 것 같아.”
“안 그래도 다들 그 말 하더라고.”
오래 전에 박성민과 지내던 날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틈만 나면 내 뇌를 노리던 사람…다시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을 본 케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차로 이동하면서 만담을 나누다었고 어느새 캘리포니아 대학에 도착하게 된 나는 탁 트인 전망과 특유의 경치에 넋을 놓았다.
하버드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하버드는 뭔가 학문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었다면 이곳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내가 있을 샌프란시스코 도시는 더욱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케빈이 재촉했다.
“하버드에도 다니던 애가 새삼 왜 놀라?”
“샌프란시스코는 또 느낌이 달라서.”
“감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앞으로 네가 있을 곳부터 알려줄게. 네 말대로 이제 네 집이 될 곳 말이야.”
케빈은 웃으며 턱짓으로 한 건물을 가리켰다. 뭔가 대학교 건물보다는 연구소에 가까운 건물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는 건물로 향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캠퍼스가 여러개인데 샌프란시스코 캠퍼스는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으로만 이루어져있어. 대부분 생명과학이나 의학쪽 계열들이고.”
“잠깐, 대학원생? 난 아직 학부생인데?”
“그만큼 데리고 오고싶은 인재라는 뜻이지. 어쨌든 행정 처리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을거야.”
학부생인 날 이곳에 오게 하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을 거란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케빈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소리치고 있었다. 저마다 피켓을 들고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고, 가장 앞에 서있는 남자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즉시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무분별한 연구를 멈추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이게 도대체….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말을 잃었다. 하지만 케빈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모습을 보니 한 두번 있던 일이 아닌 듯 했다.
“늘상 있는 일이야.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늘 있는 일이라고? 이게?”
태연하게 넘기는 케빈을 붙잡았다. 그에게 이건 일상적인 일일수도 있지만, 내겐 충격이었기에.
그는 당황한 내 표정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합법이라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응. 그래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된다고 들었어.”
“그래서 그래. 연구가 진행된다는 걸 알고 전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시위를 하고 있는거지. 줄기세포 연구를 멈추라고 말이야.”
케빈은 설명을 이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갔다. 합법인 지역에서 굳이 시위를 한다고? 하지만 케빈은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을 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 연구가 합법이 되고, 캘리포니아 재생 의학 연구소, CIRM이 설립되었어.”
“재생 의학 연구소라면···.”
“맞아. 줄기세포 연구소가 있는 곳이지. 앞으로 우리가 있을 곳이기도 하고.”
전화로 연구소에 대한 설명은 이미 들은 상태였기에 낯선 내용은 아니었다. 케빈은 재생 의학 연구소, 즉 CIRM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줄기세포 연구. 그중에서도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성체 줄기세포와 같이 여러가지 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장기 재생, 신경퇴행성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곳이었다.
“이 연구소가 생긴 건 2004년이야. 10년도 안된 곳이라는 뜻이지. 그럼 여기서 문제. 이 연구소가 생길 때 캘리포니아 유권자 중 몇 퍼센트가 동의했을까?”
“어···잘 모르겠는데.”
“59%야.”
애매한 수치지? 라고 되묻는 케빈. 나는 아무 대답 없이 그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는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빙 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시위대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를 따라 걸었다.
“캘리포니아라는 주 자체를 멀리서 보면 줄기세포에 대해 관대한 곳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사정은 또 달라. 막말로 59%로 승인이 되었다면 41%는 반대이거나 중립이라는 소리니까.”
“…모두가 찬성하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그렇지. 거기다 다른 주 사람들까지 저렇게 합세한거고.”
이후로 케빈은 ‘캘리포니아 발의안 제 71호’에 대해 설명하며 줄기세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렇게 다소 가라앉은 마음으로 연구소에 도착했다.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의 느낌이 확 났다. 그 모습을 본 케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나를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자, 여기가 첫번째로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
“첫번째?”
똑똑 소리와 함께 노크를 하자, 문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문을 열자 중후한 외모의 남자가 우리를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김만덕 연구원님이시군요!”
“아, 혹시…?”
“네, 맞습니다. 일전에 전화드렸던 캘리포니아 재생 의학 연구소 (CIRM)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에론 스미스라고 합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단번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와 달리 인상은 제법 푸근한 모습의 남자였다.
에론은 의자를 권했고, 나와 케빈은 그의 안내에 맞춰 자리에 앉았다.
그는 시원한 얼음물을 건네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는 어떤가요?” 라든가, “이 건물이 지어진지 이제 6년정도 되어갑니다.”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김만덕 학생과 이렇게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저야말로요.”
“안그래도 이번 연구 관련해서 혹시 궁금하신 건 더 없으신지요?”
이미 전화상으로 이야기가 끝난 부분이었지만, 여전히 궁금한 건 많았다. 나는 연구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줄기세포로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가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만덕 학생도 알고 있겠지만 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니까요.”
“혹시 같이 연구하는 팀원 목록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 곧 있으면 알게 될 내용이긴 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내 말에 에론은 싱긋 웃으며 준비해뒀던 파일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파일에는 연구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과 간단한 약력들이 적혀있었다.
“이 연구팀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물론 확정은 아닙니다.”
“음…이렇게 구성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정확히는 이 구성으로 진행하려던 프로젝트에 만덕 학생이 합류된 거로 보는게 적합하겠군요.”
합류라. 사실 연구팀이라고 하면 어벤져스처럼 각국의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합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어쩌다보니 같은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전혀 다른 연구를 서로 진행하다가 우연히 같은 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 줄기세포 포럼때 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렇게 팀으로 합류될 일도 없었겠지.
한 줄 한 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사람들의 약력을 읽고 있는데, 에론이 따뜻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크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만덕 학생이 합류한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기뻐했으니까요.”
“예? 기뻐했다고요?”
“그럼요. 만덕 학생이 포럼때 보여줬던 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모든 연구원들에게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뇌리에 남아있거든요.”
그 말에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케빈이 재밌다는 듯이 내 옆구리를 쿡쿡 치며 “봐봐 내말이 맞지?”라고 놀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애초에 나는 역사적으로 남을만한 위인도 아니다. 크리스 교수가 아니었다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도 않았을거고.
오히려 이렇게 과하게 기대를 받는 환경이 더 불편했다.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럼 직접 가서 연구원들을 만나보시겠습니까?”
“…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씩 이동하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아예 새로운 사람들과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뇌세포를 복구해내는 게 가능할까.
아밀로잽과 유전자 편집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기입니다.”
그가 가리킨 곳 앞에 섰다.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였다.
이 안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든간에, 줄기세포로 뇌세포를 복구해내는 것.
그래서 아밀로잽과 유전자 편집 기술이 성공리에 끝났을 때, 바로 치매 치료에 들어가는 것.
‘…그래. 해보는거야.’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건 늘 긴장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전생에 한번 마찰을 겪었던 만큼 여전히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더는 불평하거나 두려워할 시간이 없다.
김아진이 말한 2년. 그 2년 안에 모든 걸 끝내야만 한다.
후, 작게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웰컴~ 웰컴~”
“…에.”
“표정 봐. 이거 사진 찍어뒀다가 김성진 그 녀석한테 보내줘야겠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앞에서 요란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박성민···연구원님?”
“선생님 호칭은 어디다 팔아먹고 왔냐.”
“아니, 왜 여기 계세요?? 앨런은요??”
박성민. 앨런 뇌과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때 과학고 특별반 선생님이었던 사람.
“줄기세포 연구하려 오신거에요? 선생님은 이쪽 아니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분명. 그, 그···영재! 영재 교육 하신다고!”
“영재 뇌 발달 말하는거냐? 그 연구 끝난지가 언젠데.”
“에.”
박성민은 지난 연구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그냥 단위 연구 수준이 아니라 CIRM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야. 줄기세포 부분의 연구원들만 참여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거라고.”
“하, 하지만 아까 그 연구원 목록에는 선생님 이름이 없었는데요?”
“그야 내가 빼달라했지. 서프라이즈 하려고.”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성민을 바라봤고,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줄기세포, 신경 생물학자, 임상 연구원, 의사, 데이터 과학자나 통계학자 등 최소 전문가 십여명이 붙을거야.”
“…그렇게 대규모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그것도 내가 빼달라고 했지! 너라면 분명 ‘그런 대규모 프로젝트에 제가 참여해도 될까요?’ 라든가,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든가, ‘저는 천재가 아닌걸요.’ 이런 소리를 할게 눈에 선하니까.”
···이 사람, 생각보다 나를 잘 파악하고 있다. 박성민이 한 말 중에는 틀린 말이 없었기에 잠자코 듣기로 했다. 박성민은 이후로도 “줄기세포 1인자와 연구라니, 영광입니다.” 라며 계속 나를 놀려댔고, 옆에 있던 케빈도 “그럼 앞으로 뭐라 불러야해? 천재 소년? 1인자?”라며 합세했다.
과하게 긴장하고 있던 탓일까, 온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긴장이 풀린 상태로 박성민과 케빈은 연구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오, 다른 연구원인가?”
“다른 연구원이요?”
“안그래도 너 보겠다고 다른 팀에서도 구경 온다고 그랬거든. 싸인도 받는다고 하던데?”
“제가 무슨 슈퍼스타도 아니고…”
과장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늘여놓는 박성민. 나는 그저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린 문 너머에는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본능적으로 우린 알았다.
이 사람. 절대 연구원 아니다. 저 말끔한 표정, 저 걸음걸이. 어쨌든 이쪽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예측은 곧 맞아떨어졌다.
“실례지만, 김만덕 연구원님이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요?”
남자는 정중히 인사를 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님의 비서 윌리엄 터너입니다. 주지사님께서 김만덕 연구원님과의 만남을 희망하고 계십니다.”
“…예? 누구요?”
“혹시 원하시는 날짜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 달라고 하십니다.”
“어…어. 그게. 저도 지금 이제 막 캘리포니아에 온 거라,”
내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박성민과 케빈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