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2)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2화(172/221)
172. Life in a day (1)
172. Life in a day (1)
제임스의 동의 하에 다큐 제작이 시작됐다.
아니, 적어도 제임스에게는 그렇게 말해뒀다.
‘영상 쪽은 아예 인연이 없는데···.’
제임스와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하고는 영 인연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지사 브라운에게 제작을 맡기는 것도 불가능.
‘아버지쪽 사람이면 분명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거에요. 그럼 보나마나 신파극처럼 찍힐텐데 그건 싫어요.’
완강히 거절하는 제임스의 말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게 이 다큐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제임스였으니까.
주인공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봤자 불필요한 마찰만 생길 뿐이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결국 실험 안하겠대?”
“아니. 실험은 참가하기로 했는데 다른 문제가 생겨서.”
“다른 문제?”
케빈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근처 식료품점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사 온 듯 품엔 각종 채소가 한가득이었다.
주방 테이블 위에 하나씩 재료를 꺼내는 케빈은 내 이야기를 듣고 미간을 좁혔다.
“그럼 지금 영상을 제작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응. 내가 찍으면 조잡해 보일 것 같아서.”
“음…그거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네가? 어떻게?”
“내 친구가 그쪽에서 일하거든. 영상 관련.”
내 반응에 케빈이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나는 한걸음에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누군데? 친해?”
“아마도? 그리고 걔도 너 알아.”
“? 나도 아는 사람이야?”
“아니. 넌 모르고.”
…나는 모르는데 걔는 나를 안다고?
내가 잘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케빈이 말을 이었다.
“내가 줄기세포 쪽에 아예 발 뺐던 적이 있거든. 그때 네 소식을 들고 나한테 내밀었던 녀석 있어.”
“오···.”
“어떻게 보면 그 길로 나도 줄기세포 연구에 돌아오게 된거니까. 오히려 이쪽 내용을 아는 사람이 영상에 참여하는 게 더 도움 될테니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나야 당연히 환영이지.”
케빈의 말처럼 줄기세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찍는다면 그 퀄리티가 더 올라갈 터. 나는 예기치 못한 행운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최대한 연구 시작하는 날짜에 맞춰서 빨리 시작하면 좋은데.”
“지금 한번 불러볼게.”
“? 지금?”
케빈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머지않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하이, 빌.”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다큐를 찍고싶다고?”
“나 말고 쟤랑 이야기 해. 난 어디까지나 중간 다리 역할이니까.”
양 손을 들어보이며 나를 가리키는 케빈.
아니, 이렇게 바로 연결이 된다고?
당황한 내 표정을 보더니 케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무 놀라지 말라고. 이 녀석이랑 나는 어렸을 때부터 쭉 이곳에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거고. 그나저나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됐다.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케빈의 말마따나 둘은 오랜 시간 알아온 듯 했다.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와 식탁에 자리를 잡은 빌. 케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식충이같으니라고.” 라고 타박을 했지만 요리를 멈추진 않았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기가 구워지는 가운데 빌은 나와 케빈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재밌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요리를 하는 케빈을 뒤로한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내 기사를 케빈한테 보여줬었다고?”
“응. 그리고 이렇게 다시 컴백! 하게 된거지. 어떻게 보면 다 내 덕이라고?”
빌은 생각보다 쾌활한 성격이었다. 친화력도 이인성 못지 않게 좋은 듯 했고.
순식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낸 빌은 내게 이런저런 것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서 쭉 자라왔으며, 영상 관련 쪽으로 일하기는 하지만 방송국 내에서는 큰 힘이 없다. 하지만 영상 제작쪽에서는 크고 작은 상도 받을 정도로 나름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까지.
“사실 케빈 저 녀석이 좀 성격이 더럽잖아. 하루는 줄기세포 논문을 읽다가 갑자기 바닥에 패대기를 치더라고. ‘조작 된 걸 이렇게 떡하니 올려놓다니, 다들 눈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면서 말이야.”
“아···”
“그러다가 또 성격은 얼마나 급한지, 지 맘에 드는 결과 안나왔다고 줄기세포 연구는 망했다나, 뭐라나. 하여튼 이상한 놈이야.”
케빈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빌은 웃으면서 그를 깠다. 실시간으로 딜이 들어가고 있음에도 끄덕없는 케빈의 표정도 만만치 않았다.
케빈이 말하는 조작이 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 교수가 사퇴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네.’
하지만 줄기세포계는 여전했다. 잔잔하고,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정체된 것처럼. 고여있었다.
“그럼 이번에 하려고 하는게 정확히 뭔데? 베니랑 관련된 일은 이미 알고 있는데, 그거랑 비슷한 일이야?”
“응. 이번에는 사람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직접 하려고해.”
“오우···그게 가능한 일이구나.”
내 대답에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빌. 그는 진심으로 놀란 듯 했다. 하지만 대화를 듣고 있던 케빈이 끼어들었다.
“가능한지 아닌지는 아직 몰라.”
“뭐? 그런데 사람한테 실험을 한다고?”
“응.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나는 최대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이야기는 돌려 말하며 내용을 전달했다. 처음부터 정치적인 일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편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이 영상의 목적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관 없이 모두가 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길 원했다.
빌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미간을 좁히며 곤란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너가 말한 다큐를 촬영한다고 해도 방송국엔 못 올릴 것 같은데.”
“어? 왜?”
“우선 방송국 내에서 내 파워가 그렇게 세지 않기도 하고···무엇보다 그런 다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라서 송출되기 어렵거든.”
애초에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방송도 아니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이 나와 힘겹게 치료를 받아가는 이야기.
“일부러 남의 고통을 보려고 채널을 고정해두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한마디로 시청률이 나오기 어렵다는 소리야.”
“결국 네가 힘이 없어서 못 올린다는 거 아니야. 시청자 탓하지 말라고 빌.”
“힘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니까? 케빈 너야 다큐 말고는 아무것도 안보는 이상한 취향의 소유자니까 그렇다쳐도 일반인들은–”
케빈과 빌이 투닥거리며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애써 힘겹게 만든다고 한들,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물론 주지사에게 말하면 어느정도 힘을 써주긴 하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방송에 내보낸다고 해도 아무도 안본다는 점에서는 다시 또 원점일 터.
나는 말없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어떻게 해야 이 영상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할까. 모두가 불편함 없이, 지루하지 않게 자발적으로 영상을 보는 방법이···
“그럼 방송국 말고 다른 곳에 올려보는 건 어때?”
“다른 곳?”
다투던 둘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나는 고기를 썰어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전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이용할 때가 왔다.
*
. 유튜브에서 주최한 전 세계 영상 프로젝트였다.
전생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상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찍어 올리면 제작자가 내용을 편집해 공식 홈에 올리는 프로젝트였다.
오늘 날로 치면 전세계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한데 모아둔 거라고나 할까.
‘전생에는 지금보다 더 빨리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전생에 비해 일정이 밀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 영상들이 모여 세상에 공개되는 것도 선거 전.
“그러니까 지금 이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 공식 홈에 걸자는 소리야? 말도 안되는 거 알고 있지?”
“여기 보면 어떤 영상이든 괜찮다고 되어있는 걸. 잠깐 나와도 돼.”
“아니, 아니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만덕.”
케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녁을 다 먹은 우리는 거실에 모여 앉아 중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 안건은 ‘영상 제작과 송출’ 이고.
“지금 네가 원하는 건 이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줄기세포가 안전하고 계속 지원받아야 된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거잖아? 근데 이 영상은 끽해야 1분 정도라고.”
“그정도면 딱 적당해.”
“진심이야?”
여전히 케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썼고, 빌은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었다.
케빈이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고작 1분가지고는 줄기세포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줄기세포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다가 분량이 끝나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1분동안은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시청자를 잡아둘 수 있었다.
“다큐를 만들어서 방송국에 송출한다고 해보자. 아마 영상을 줄이고 줄여도 1시간 정도로 편성이 되겠지?”
“그렇지. 아무래도 방송 한개가 한 채널에 송출되는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뒤의 방송 스케쥴도 있고.”
“그리고 설령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걸 보고 싶어서 기다려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야. 그냥 TV가 켜 둔 걸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임스가 치료되는 구체적인 과정들도 물론 영상에 다 담을거야. 하지만 그건 방송에 송출되는게 아니라 개인 채널에다가 올릴거고.”
“개인 채널이라···그러면 관심있는 사람들은 들어와서 더 볼 수 있겠네.”
“맞아. 그리고 이 채널에 온 사람들은 적어도 줄기세포에 대해 알고 싶어서, 아니면 제임스가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들일테니 나머지 영상들도 다 찾아볼 확률이 커.”
내 말에 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케빈은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1분은 너무 짧아. 1분동안 뭘 보여줄건데? 막말로 그 1분 동안 제임스가 두 발로 서서 치료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는거잖아.”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 속.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제임스가 치료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캘리포니아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해주세요!’ 라고 영상을 올렸다간 아예 유튜브 공식에서 거절 당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정치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영상을 고를려고 할테니까.
나는 생각에 잠겼다. 1분. 1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렇게 연구와 더불어 영상에 대한 고민도 같이 시작되었다.
*
“김만덕 연구원님은 올해로 몇살이세요?”
“여기 나이로 하면 17세요.”
“뭐야, 나보다 어렸잖아!”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임스와 계속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영상을 찍는게 좀 낯설다보니 인위적인 모습들이 자주 담겼고,
그 영상들을 보던 빌이 고개를 저었다.
‘이 영상들은 못 써.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고 있잖아.’
‘하지만 줄기세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걸.’
‘이번 영상들의 주제는 ‘일상’이야. 이렇게 긴장한 모습들로는 유튜브쪽에서 안 받아줄 가능성이 커. 좀 더 편안하고 평범한 대화들을 위주로 구성해 봐.’
그게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테니까, 빌은 영상 전문가 답게 어떤 장면들이 시청자에게 인기가 있을지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혹시라도 유튜브 공식에 영상이 채택되지 않을 것도 염두에 둔 채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늘 같이 제임스 영상을 찍으러 오던 빌이었지만, 오늘은 사정상 나 혼자 오게 되었다.
“와, 그럼 17살에 하버드 다니면서 연구하는거네? 엄청난 녀석이었잖아!”
“그래도 연구원 신분으로 온거니까 친구처럼은 대하지 말아주세요.”
나름 칼같이 선을 그어버리자, 제임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연구원님. 그나저나 그럼 오늘은 어떤 영상을 찍을건데? 그보다 내 세포들은 잘 자라고 있어?”
“…일단 채취는 끝났으니까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변환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세포 배양은 그 이후에 진행되고요.”
“뭔가 께름칙한 걸. 내 세포들이 거기서 자라고 있다니!”
세포 배양이라고 굳이 단어를 정정해줬건만, 이 녀석은 당최 들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연구가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것.
이전에 베니를 치료하면서 거쳤던 과정들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
여전히 싱글벙글 웃어보이던 제임스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 인터뷰부터 해볼까? 아무거나 다 물어보라고!”
꽤나 패기넘치게 이야기하는 그. 나는 물끄러미 빌이 준 캠코더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카메라 너머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자자! 아무거나 다 물어봐!” 라고 이야기하는 제임스를 향해 나는 고민했다.
‘나 혼자 인터뷰를 진행하라고? 어떻게?’
‘너무 걱정하지 마. 오히려 내가 있는 것보다 단둘이 있는게 더 솔직한 영상을 뽑아낼 수 있을거야.’
‘하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걸.’
애초에 남한테 별로 큰 관심없이 살아온 나다.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나한테 이런 일을 하라니.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빌은 가볍게 이야기했다.
‘인터뷰의 기본은 궁금증이야. 사람들이 궁금해 할 걸 네가 대신 물어봐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떤 질문을 해야할까. 어떤 질문을 해야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제임스를, 줄기세포를 더 알아보려고 할까.
순간 나는 떠오른 생각에 망설였다. 하지만 아랫입술을 한번 짓씹은 뒤, 나는 조용히 첫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