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3)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3화(173/221)
173. Life in a day (2)
173. Life in a day (2)
“만약에 이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카메라 렌즈 너머로 제임스의 표정이 잡혔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내 질문에 제임스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짓궃은 질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치료가 힘들 수도 있다고, 헛된 희망을 갖지 않게끔 단호하게 이야기했던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연구원으로 이 카메라를 든 게 아니다.
이 영상을 보고,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제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한 명이라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음…글쎄. 그냥 친구들이랑 놀러갈 것 같은데?”
그러나 내 질문에 제임스는 웃으며 답했다. 딱히 당황스러워하지도, 불쾌해하는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이 질문이 나올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듯이 그는 생각해뒀던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일단 바로 축구장을 뛰는 건 힘들테니까 경기부터 보러가야지. 바로 영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서 프리미어 리그를 보러 갈거야.”
“그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앉아서 응원하는거랑 서서 응원하는 건 전혀 다르거든? 게다가 휠체어 끌고 이동하는게 얼마나 귀찮은 일 인줄 알아?”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는 제임스.
“그 다음에는 바다에 갈거야. 모래를 밟아본 기억이 까마득하니까. 아! 그리고 걸을 수 있다는 건 다리에 감각도 돌아온다는 거잖아?”
“그렇지.”
“좋았어. 그럼 일단 이 앙상해져버린 다리에 근육 좀 붙이고–”
제임스의 말들은 카메라에 하나씩 담겨졌다. 카메라 위의 빨간 불이 반짝일때마다 제임스의 눈도 같이 빛났다.
그는 진심으로 다시 걷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좋아,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고. 모처럼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텐션이 올라간 상황이니까!”
활기찬 목소리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다시 걷게 된다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
“네. 지금까지는 장소만 이야기했으니까…”
아까와 달리 이번 질문은 어려운 듯 했다. 제임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미간 사이로 주름이 잡히는 걸로 봐선, 이건 평소에 생각하던 주제는 아닌 듯 했다.
이 영상들이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빌이 요청한 건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거였으니까.
‘일단 영상만 최대한 많이 확보해줘. 기왕이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기게.’
여기서 말하는 ‘날 것’은 다양한 감정이 드러난다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애초에 난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다. 인터뷰 하는 사람의 감정을 의도해서 꺼낼 수 없기에···질문이라도 많이 던지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별 생각없이 던진 질문에 대한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어?”
“딱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없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제임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반응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할 때쯤,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좀···못되게 굴었어서.”
카메라가 아닌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았다. 나는 아무 대꾸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고가 난 뒤에 친구들이 찾아왔거든. 근데 내가 보기 싫다고 쫓아냈어. 병문안 오는 사람들 족족 돌려보냈지.”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구든 사고 직후엔 정신이 없잖아.”
“그 이후도 마찬가지야. 이제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아무도 못 오게 했어.”
다리를 잃고 난 뒤, 그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혼자 있을 때 슬프지 않아. 더이상 못 걷는다는 사실이 씁쓸할 때는 있어도 절망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어.”
“…”
“하지만 누군가랑 같이 있을 때는 달라. 멀쩡하게 걸을 수 있는 친구를 보면서 내 다리를 괜히 한번 더 보게 되고. 이 담요도 그래서 덮어둔 거야. 보기 싫으니까.”
그는 한쪽 입꼬리를 삐뚜릅하게 올리며 말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어쨌든 그 질문에는 답을 못하겠네.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다리가 낫고 난 뒤인데도? 이제 걸을 수 있는 거잖아.”
“글쎄. 걸을 수 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거니까.”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 수 없었지만···. 다음 질문들도 해야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긴 인터뷰의 시간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카메라를 껐다.
“좋아. 다음번에는 연구원으로 오라고. 한시라도 빨리 실험에 참여하고 싶으니까.”
“이미 세포 채취한 순간부터 실험에 참여한건데 뭐.”
그런가? 라며 웃어보이는 제임스. 나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방을 나섰다.
*
연구와 영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상을 본 빌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거 잘 팔리겠는데?” 라고 이야기했고, 그 모습을 본 케빈이 미간을 좁히며 “이 자본주의에 찌든 놈.”이라고 답했다.
그 뒤로도 제임스를 종종 찾아갔다. 연구원의 신분으로는 찾아가서 진행할 내용이 아직은 없었기에, 빌과 함께 가서 다른 인터뷰를 하거나 다리의 상태를 영상에 담았다.
“케빈.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변환시키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일단 채취된 피부세포에 OCT4와 LHX3 유전자를 주입했어. 운동신경세포로 전환이 되는지를 확인해보고 있는 중이고.”
베니에게 했던 실험과 과정 자체는 유사하게 흘러갔다. 애초에 동물과 인간의 세포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
연구실 한쪽 모니터에선 변화되고 있는 세포들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우선 제임스가 치료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해. 베니도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었으니까.’
만약 이 실험으로 제임스의 다리가 정말로 낫게 된다면, 그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정말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이 실험을 시작으로 수십, 아니 수백만의 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될테니까. 떨리는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케빈이 스트레칭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시계를 한번 확인하더니 문을 가리키며 나를 바라봤다.
“점심 먹으러 가자.”
“조금만 더 연구하고.”
“조금은 무슨. 너 어제도 연구실에서 밤 샜다며? 그러다가 진짜 쓰러진다고.”
진짜 연구 오래하고 싶으면 밥 부터 챙겨먹어라- 라고 이야기하는 통에 결국 나는 하던 연구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연구소 사내에 있는 구내 식당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는데, 케빈이 빵을 뜯으며 물었다.
“그러면 뇌세포 연구는 나중에 참가하는거야?”
“응. 적어도 이 연구가 끝나야 참여할 수 있을테니까.”
“어쩐지, 안그래도 박성민 연구원님이 엄청 아쉬워하고 있더라고.”
원래 이곳에 온 이유는 뇌세포 연구때문이었지만···. 이렇게 된 상황에서 두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직 임상 단계에도 접어들지 않은 뇌세포 연구와 다르게 제임스의 일은 직접 사람에게 투여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뇌세포에 포도당을 공급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음…? 주변을 둘러봐도 빈 자리가 수십개다. 굳이 내 옆에 앉는다고? 고개를 갸웃하며 옆을 바라보자 한 여자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만덕 연구원님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이번에 뇌세포 연구에 같이 참여하게 된 에밀리라고 해요. 반가워요.”
아. 그러고보니 다른 연구원들도 있었지. 뒤늦게 깨달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전에 박성민이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 진행되는 ‘손상된 뇌세포 복구 연구’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CIRM 연구소에서도 주력으로 두고 있을정도로 인력과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투자된 프로젝트.
당연히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사람들의 수가 많은 만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연구원들도 한 트럭이었다.
‘애초에 지금은 이 연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여자는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실험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지금 다른 연구때문에 참여하시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네. 급하게 진행하게 된 연구가 있어서요.”
“혹시 무슨 연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자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미 제임스의 치료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 상황. 그 중 일부는 이미 개인 채널에 올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임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들이라는 점은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제임스가 원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주지사의 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패는 최후에 꺼내놓는 법이니까요.’
선거가 불리하게 흘러갈 때 최후의 수단으로 밝히자는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제야 제임스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인상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요? 겉으로 볼 때는 온화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죠. 하지만 실상은 가족도 결국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으로 가득찬 사람이에요.’
오랜 시간 분노가 쌓여있던 탓일까, 아직도 그 말을 뱉던 제임스의 화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하지만 제임스 역시 그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이 실험이 진행된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애초에 그의 아버지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줄기세포로 실험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겠지.
제임스는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로 인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모르진 않았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제가 주지사의 아들이라는 걸 밝혀야만 한다면···미리 알려만 주세요.’
체념하듯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줄기세포 치료입니다.”
“줄기세포라면 전에 베니 치료했던 것의 연장선인 건가요?”
“네. 그런 셈이죠.”
“어머나! 저 그 실험 정말 인상깊게 봤어요.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에밀리는 생각보다 내가 했던 실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줄기세포 연구로 이 프로젝트에 배정된 게 아니었고 뇌인지신경망쪽으로 참여한 상황이었다.
“뇌인지신경망에서는 이제 재생된 뇌세포가 기존의 뇌세포들이랑 어떤 연관을 지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에요.”
“연관을 짓는다라···.”
“아무래도 뇌는 복잡한 기관이니까요. 세포 하나하나가 기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뇌세포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세포가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는 걸 두고 시냅스라고 부른다. 이런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는 한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김만덕 연구원님이 전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인상깊었어요. 치매를 치료하려면 근본적인 치료와 더불어 이미 손상된 부분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한다는거요.”
“인지 기능을 회복하려면 뇌세포 쪽을 복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 생각에 완전 동의해요.”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작스러운 합류였지만 연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덕인지 딱히 어색하거나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실험과 관련해 피드백을 나누고 뇌라는 기관의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을 정도니까.
“덕분에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음엔 연구실에서 뵈어요.”
웃으며 자리를 떠나는 에밀리. 마음같아서는 나 역시도 연구에 바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집중해야할 게 따로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다잡으며 식당을 나서려는데, 앞에 앉아있던 케빈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역시 줄기세포의 1인자···.”
“뭐래.”
“여자 연구원이랑 말도 술술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읊조리는 케빈이었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케빈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빌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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