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4화(174/221)
174. Life in a day (3)
174. Life in a day (3)
“비상이라니, 무슨 말이야?”
[내가 준 링크 확인했어?]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빌의 목소리가 떨렸다. 얼굴을 못본 채 대화를 하고 있었기에 감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미간을 좁힌 채, 그가 준 링크를 눌렀다.
그러나 링크를 타고 들어간 영상은 딱히 새로울 게 없었다. 제임스와 함께 촬영했던 인터뷰 영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조회수가 달랐다.
[진심으로 치료가 되길 응원합니다.] [너는 정말로 멋진 친구라고!! 너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브로 😀 ] [나는 독일인입니다. 이 영상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그리고 그 밑에 달리는 수 천개의 댓글들. 이 당시 유튜브의 파급력이 전생때만큼 크지 않았던 걸 고려했을 때 이정도의 반응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영상을 제작한 빌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봤어? 지금 모두 우리 영상을 보고 열광하고 있다고!]“열광이라기보단 응원아닐까?”
[그게 그거지! 이쪽에선 무반응인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는데, 이런 맙소사. 벌써 조회수가 5만이라고, 5만!]빌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5만이라. 무려 3일만에 이뤄진 숫자였다.
영상 제작이 마무리가 된 뒤에는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따로 조회수를 확인하지 못했었는데···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마냥 떨떠름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5만이라는 숫자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뮤직비디오나 영상들은 지금 시점에서도 손쉽게 수백만을 찍곤 했으니까.
하지만 일반인, 그것도 제대로 채널 운영이 되지 않는 제임스의 영상이 이정도로 인기를 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누가 우리 영상을 태그했다나봐. 게시글 보고 왔다는 댓글이 많거든.]“태그? 누가?”
[어···잠깐만.]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따로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 대체 누가···
[제인이라는데?]“아.”
[아는 사람이야?]빌의 물음에 불현듯 전에 제인과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
‘모처럼 동아리에 방문했는데 없던데, 학교 그만둔거야?’
갑자기 걸려온 전화였다. 베니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난 뒤, 생각해보니 정식으로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제인이 동아리실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캘리포니아로 떠난 상태였기에 아쉬운 마음을 지닌 채로 돌아와야했고, 결국 고민하다가 이렇게 전화를 걸었다고.
‘아니. 이번에 캘리포니아에서 연구를 하게 되어서. 당분간 여기서 지낼 것 같아.’
‘그랬구나. 혹시라도 자퇴한 건가 싶었지 뭐야.’
천재들은 갑자기 학교를 때려치더라고- 전화기 너머로 제인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베니가 세상을 뜬 후로도 제인은 마음을 잘 추스리고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뭐? 그러면 치료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는 말이야?’
‘응. 참가자 동의도 다 받은 상태야.’
‘흐음···그러면 그 영상을 사람들이 많이 봐야 한다는 거네?’
제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별 생각없이 ‘그렇지?’ 라고 답했다.
그리고 몇 번 말을 더 주고받다가 전화를 끊었을 뿐인데···
어쩐지 전화 끝나고 영상 링크를 보내라고 하더니만.
나는 뒤늦게 제인의 페이스북을 들어갔다. 들어가니 가장 상단에 고정 링크에 제임스의 영상들이 주르륵 올라와있었다.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라간 영상.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안그래도 베니도 줄기세포 치료로 걸을 수 있었던 거죠? 제인님의 응원에 저도 동참합니다.] [우와, 이게 사람한테도 가능한 거였나요? 놀라운데요?] [그녀는 멋지다. 나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그리고 이어지는 제임스에 대한 응원들. 그 응원들은 단순히 제인의 페이스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영상으로 넘어와 댓글창에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한번 탄력을 받기 시작한 영상은 줄기세포에 대해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전해졌고, 순식간에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빌과 나는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공식 운영팀입니다. 다름아니라 이번에 보내주신 영상이 에 실리게 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짝! 하이파이브를 한 빌의 표정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그는 눈 앞에 보이는 메일을 보며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았어. 이정도면 줄기세포에 전혀 관심없던 사람들도 한번쯤은 돌아보게 될거라고.”
“이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어. 사실 내가 제안하면서도 긴가민가했거든.”
“긴가민가했다고? 그렇기엔 너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었는 걸?”
내 말에 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일종의 도박을 한 거나 다름없었다.
내가 주지사와 나눈 이야기의 목적.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CIRM을 지켜내는 것.
그래서 이 뒤의 치매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연구할 때 방해받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는다면 이 CIRM도 결국 폐소되고 말겠죠.’
···주지사의 목적은 나와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그는 정치적인 목적을 내게 숨기지 않았었고, 그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실험에 참가시킬 계획까지 세웠었으니까.
물론 그의 목적이 정치가 아닌 진짜 아들이 치료되기 원해서 그런 걸수도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진행되어서 제임스의 다리가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 아버지가 날 위해서 그런거라고? 그걸 진짜로 믿는 건 아니지?]물론 제임스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나는 빌과 헤어지고 이 사실을 제임스에게 알리고자 당장 전화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떨떠름해하다가 이내 내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불편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네가 아버지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사람이니까.]“그래도 결국 잘 되가고 있으니까 좋은 거 아닐까?”
[…뭐, 그건 맞지만.]내 말에 제임스의 목소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지금 그가 이렇게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이대로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치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그거···부작용은 없는 거 맞지?]“왜? 이제 와서 치료한다고 하니까 겁나?”
[아니, 겁나는 게 아니라–]제임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충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지.” 라든가 “너 시간만 신경쓰다가 실험 단계 건너뛴 건 아니지?” 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실험 단계 건너뛰면 큰일나. 애초에 그러면 세포가 제대로 분화되지도 않고.”
[나는 줄기세포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니까···어쨌든 그럼 이 상태면 언제쯤 직접 치료받을 수 있는건데?]하지만 제임스의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예상보다 연구가 빨라진다는 뜻이었지, 언제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약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중이었으니까.
이 연구에 투입된 사람은 케빈과 나를 포함한 5명의 연구원들이었다. 이미 케빈의 실력은 잘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었고, 나머지 3명의 연구원들도 모두 케빈에 준할정도로 수준급의 연구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애초에 이번 연구는 베니를 치료하던 것에서 좀 더 심화된 버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초반에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김만덕 연구원님. 이 부분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분화시킬 때 바이러스 벡터로는 뭘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분화시킬 수 있을거에요. 아무래도 장기간에 걸쳐서 발현되거든요. 바이러스 벡터를 생산할 때도 편리한 축에 속하고요.’
물론 내가 말할 때마다 두 눈을 빛내면서 듣는다는게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그래도 실험에 참가한 연구원이 많다는 건 여러모로 할 일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 치료받는 건 무리야. 괜히 서두르다가 부작용만 일어날 수 있다고.”
[…그럼 적어도 한달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소리지?]“한 달?”
꽤나 구체적인 기간을 말하는 제임스. 나도 모르게 되묻자 그가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뭐···한 달 뒤면 선거날이니까. 아버지가 싫은 건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줄기세포 연구가 끊겨야된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꽤나 어른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제임스. 처음에는 줄기세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던 그였지만, 이 실험에 참가하면서 그도 많이 바뀌었다.
정확히는 내가 그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순간부터 그는 줄기세포 치료를 일종의 상징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하반신 마비이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채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전신 마비라든가, 시각 장애라든가 말이야.]만약 내가 치료가 된다면, 그 사람들도 치료해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제임스.
나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줄기세포 치료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제임스가 말한 장애들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면···
“치매도 치료될 수 있겠지.”
[맞다, 너 원래 목표가 치매 치료제 개발이라고 했던가?]“응.”
내 대답에 제임스가 신기하다는 듯 반응했다. 그리고 우리는 몇차례 “앞으로 100년뒤에도 질병이란 게 존재할까?”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오는 날.
그 날이 치매가 치료되는 날일거라 생각하면서.
*
“이 일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리도 끔찍한 행위가 응원받고 있는 세상이라뇨. 통탄할 뿐입니다.”
“몇번이고 유튜브 측에 신고를 넣었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일어나지 않네요. 이게 맞는 건가요?”
잔뜩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테이블을 가운데에 둔 채 모여있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중앙에 앉아 있던 남자가 사람들 쪽으로 노트북을 돌렸다.
그곳에는 [내가 줄기세포 치료를 결심한 이유] 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제임스라고 소개한 남자는 덤덤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어쩌다가 사고를 당했는지, 그래서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지금 마음은 어떤지.
[의사들에게 가도 다들 똑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받아들여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냥 뭐··· ‘아, 나 X됐구나.’ 라고 생각했죠.]꽤나 과격한 말을 내뱉는 남자였지만 말투나 태도는 덤덤했다. 그는 때때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야기했지만 대부분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실험에 참가하게 되어서···솔직히 지금 심정도 좀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진짜 치료가 될까?’하는 의문도 있고.] [그래도 실험에 참가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뭐···아무래도 그렇죠.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길이니까요. 부작용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무도 모르고요.]하지만 영상 속 남자의 표정은 두려워하거나 초조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모습으로 이야기했고, 그 덕에 그가 하려는 실험이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이곳의 모인 사람들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 환자 매수당한 거겠죠?”
“당연히 그렇겠지. 조만간 선거철이잖아. 보나마나 캘리포니아 주지사쪽에서 섭외한 게 분명해.”
“진짜 그 늙은 여우같은 작자가···!”
기술 발전을 증오하고, 이 세상의 과학은 더이상 발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네오 루디즘. 그 회원들은 이 인터뷰를 보며 혀를 찼다.
만약에라도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힘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겪게 된다.
“그, 그런데요···줄기세포로 사람들이 치료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때 이제 막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규 회원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름 용기를 내어 한 말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좋은 게 뭔데?”
“네?”
“지금 당장은 질병이 치료가 되면 좋겠지. 하지만 그건 하나만 보고 둘은 생각 못 하는 일이야. 처음에는 질병 치료라는 이름이다가 나중에는 부자들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줄기세포를 이용하겠다고 하면 어떡할래?”
“하지만 여기 영상을 보면 줄기세포는 실험자의 피부세포를 채취한다고···.”
쾅! 남자가 테이블을 쳤다. 그와 동시에 신규 회원은 입을 꾹 닫았다.
“영상에 보이는 걸 진짜로 믿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누가 아니라고 말하겠어?”
“신규라 아직 순진해서 그래. 보이는 대로 다 믿을 때잖아.”
“하긴 나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지.”
기존 회원들이 조소가 가득한 말투로 한 마디씩 던졌다. 결국 신규 회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내 노트북 속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리곤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되겠어. 계획을 앞당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