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5화(175/221)
175. 수술 (1)
175. 수술 (1)
미디어의 힘은 엄청났다. 처음에는 5만을 갓 넘겼던 조회수는 순식간에 10만을 찍었고, 이제는 머지않아 40만을 달려가고 있었다.
“유튜브에서는 뭐라 그래?”
데이브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 10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내가 캘리포니아에 지내는 동안 하버드에선 김아진과 데이브 역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 숨 돌리게 된 데이브는 캘리포니아로 놀러왔다.
“뭐라 그러긴. 딱히 별 말은 없었어. 공식 채널에 영상이 올라간다는 말밖에.”
“별 말이 아니긴! 공식 채널에 올라가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그리고 때마침 내가 제임스의 치료 과정을 촬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데이브는 두 눈을 빛내며 이것저것 묻고 있는 중이었다.
한동안 영상 관련해서 흥미를 보이던 그는 문득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내게 물었다.
“근데 캘리포니아에도 집을 산거야? 이제 막 산 집 치고는 가구나 그런게 오래되어 보이는데.”
“내 집은 아니고, 동료 연구원 집이야. 마침 오늘 일정이 있어서 집 비운 상태고.”
“나 있어도 되는거야?”
“응. 미리 허락 받았어.”
케빈은 생각보다 흔쾌히 데이브가 오는 걸 반겼고, 편하게 있다가 가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 이야기를 전달받고 나서야 데이브가 좀 더 편안해진 모습으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있잖아. 사실 나 전에 만났어.”
“누굴?”
“그, 전에 너희가 교내에서 만났다던 서명 운동 패거리 말이야.”
데이브에 말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한동안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또 활개를 치고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하던데?”
“당연히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더라고. 애초에 네가 했던 실험이랑 전혀 다른 내용을 진짜인 양 말하고 있길래 한마디 쏘아붙였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라니까!”
분한 목소리로 말하던 데이브가 조심스레 내 안색을 살폈다. 그리고는 우물쭈물 거리며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에 무언가 있음을 직감한 나는 데이브를 재촉했다.
“다른 무슨 일이 있는거야?”
“아니···무슨 일이 있다기 보단, 좀 걱정된달까.”
“누굴? 나?”
“어. 너도 봤을 거 아니야. 최근에 테러 있었던 거. 줄기세포 연구하는 연구원들만 공격하고 도망쳤다며?”
데이브가 말하는 테러는 일전에 주지사 브라운이 이야기했던 내용이었다. 제임스의 영상이 인기를 받으면서 줄기세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고, 이는 이전에 있었던 테러를 상기시켰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는게 제일 무서운거라는데, 지금 이게 딱 그 모양 아니겠어? 애초에 캘리포니아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합법인 거잖아. 대체 왜 반대하는 건데?”
“뭐···그 사람들한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테니까.”
덤덤하게 말하자 데이브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뭐야, 이 아무렇지 않은 말투는? 너는 화도 안 나?”
화라. 나는 한동안 데이브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서명 운동하는 무리를 만났을 때는 털끝이 쭈뼛 설 정도로 화가 났었다. 말도 안되는 내용을 짜집기해서 사람들하게 유포하는 것도 모자라 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중단하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시위대를 만났을 때는 문득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져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증거를 내밀어도, 절대 들리지 않는다.
그 사실 자체가 두려운 감정을 만들어냈다.
“화라···당연히 화 나지.”
“근데 왜 이렇게 차분한건데? 지금 연구소 앞에서도 시위대인가 뭔가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그거 어떻게 못하는거야?”
“시위 자체는 정식으로 허가 받고 하는거라 막을 수 없어.”
“거 참. 이상한 법이네. 연구원들을 위협하는데도 막을 수가 없다고?”
데이브의 분한 목소리를 들으니 입안이 썼다. 그도 그럴게 나 역시도 이 부분은 아쉬웠으니까.
연구원들을 공격한 괴한은 금방 잡혔었다. 하지만 그는 끝가지 시위대의 존재를 부정했고, 결국 개인이 독단으로 벌인 소행으로 인정. 시위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생명을 존중하라는 무리가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들고 있으니 나원 참. 이게 맞는거야?”
“어쩔 수 없어. 그럴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니까.”
연구에 매진 하는 것. 그것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나는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데이브를 달래듯, 노트북을 꺼내 지금까지 편집한 영상을 보여줬고 이내 데이브는 “와우!! 이거 엄청나잖아!!” 라며 다시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부디 이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 역시 데이브와 같은 반응이길 바라면서.
*
제임스의 실험은 날이 갈수록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신경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까지 성공적으로 끝난 상황입니다.”
“놀랍군요. 그럼 이제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일이 남은건가요?”
“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캘리포니아 의과 대학팀과 함께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지사이자 제임스의 아버지인 브라운과 독대를 하는 시간. 전에 한번 왔었던 장소라 그런지 전보다는 덜 긴장되었다.
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차를 내게 권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솔직한 마음으로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박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브라운. 그가 지금 내게 보이는 호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덕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말이지요. 저희 아버지도 이렇게 큰 표 차이로 당선 된 적은 없으셨는데 말입니다.”
“…주지사님이 쌓아온 명성 덕분인거지 제 덕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덤덤한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 괜히 이런 말로 기뻐했다간 정치적으로 엮이기 딱 좋다.
어디까지나 내가 그의 제안에 동의한 건 줄기세포 연구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거지, 그의 정치적 야망에 힘을 보태주려던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브라운은 그러거나 말거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저희 집안이 대대로 주지사를 배출한 집안인 것도 한몫했겠지만, 이번에는 줄기세포가 큰 힘을 보탰으니까요. 심지어 CNN에도 저희 아들의 영상이 나온 것 같더군요.”
“영상을 직접 보셨나요?”
“…물론이죠! 아무리 선거 준비때문에 바빠도 아들의 모습은 늘 챙겨보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는 웃으며 제임스의 치료 영상이 올라가고 있는 채널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언급했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주지사 선거는 브라운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초반에는 반대팀에서 계속 주장하는 ‘줄기세포의 위험성’에 휘청이는 듯 했지만, 이내 제임스의 영상 덕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제임스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 이어지는 걸테니 말이지요.”
“그나저나 아드님 수술 날에는 오시나요?”
“아, 그게 말이죠.”
수술 이야기가 나오자 브라운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까와 다르게 조금 미안한 기색을 담아 웃어보였다.
“사실 제임스가 제 아들인 걸 아직 안 밝힌 상황이지 않습니까?”
“네. 주지사님께서 최대한 마지막에 밝히자고 하셨으니까요.”
브라운은 선거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제임스와의 관계를 숨기고 있었다. 마지막에 동정표를 받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이런 아들을 줄기세포에 참여시킬 정도로 줄기세포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쓰려고 했던 ‘최후의 패’는 사용하지 않고도 그는 선거에서 이겨버렸다.
브라운은 다리를 꼬며 흐음,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말을 이었다.
“만약 지금 제임스가 제 아들인 걸 밝혀지면 괜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비난이요?”
“뭐, 그런거 있지 않습니까. 아들을 이용해서 선거에 당선되었다-그런 거 말입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브라운이 말하는 내용은 사실이었으니까.
이 선거에서 브라운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제임스의 몫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굳이 지금 이 시기에 저희 관계가 밝혀질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부자 관계인 걸 숨기시겠다는 뜻인가요?”
“아니죠. 지금 말하지 않겠다는 거지요.”
그는 느린 목소리로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치인은 순간 순간의 이벤트마다 새로운 판을 짜야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그였지만, 나는 그 모든게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역시 정치인들과 엮이면 좋을게 없다.
“…그렇게 치면 이제 더이상 제임스가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일 아닐까요? 이미 주지사님은 당선되셨고, 줄기세포 연구도 계속 지원을 받을테니 제임스 치료는 조금 천천히 진행되도 될 것 같은데요.”
“그건 안될 일이지요. 제임스의 치료 여부가 결국 줄기세포 연구와 계속 이어진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브라운이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아차, 싶었는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제 아들이 다시 걷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답니다.”
“…알겠습니다. 수술 이후의 경과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김만덕 연구원님께도 분명 좋은 경력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주지사라는 저의 인맥도 언젠가는 이용하실 수 있으실테고요, 라며 웃는 브라운.
그렇게 나는 별다른 말 없이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고, 비서의 안내에 따라 차에 탑승했다.
“집 말고 CIRM으로 가주시겠어요? 연구할 게 남아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
“전에 이미 말씀 드렸지만 외과적인 부분은 제가 아니라 교수님들이 집도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탈수초화와 축삭 손실 정도가 가장 심한 부위에 일차 이식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척수 손상 부위에 신경 세포를 이식하는 날. 이미 이전에 의과 대학팀과 충분한 회의 시간을 가졌지만, 한번 더 당부를 했다.
베니의 치료를 하던 때는 지금 상황보다 비교적 간단한 축에 들었다. 연구를 하면서 실험쥐나 개에게 이런 이식류의 실험을 하는 건 많았지만, 지금의 나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었다.
“추궁절제술을 통해 경막을 열 예정입니다. 최대한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 도입될거고요.”
“네. 저도 일단은 수술실 안에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수술을 진행하는 건 의사들이지만 세부적인 주사 지점의 깊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입실하는 편이 나았다.
“환자에게서 채취해 분화시킨 줄기세포 치료제 뿐만 아니라 NGF, 신경 성장 인자와 지지체를 함께 투여해야 합니다. 줄기세포 치료제 단일만으로는 치료를 완벽하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밖에도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마음 중 대부분은 불안함과 떨리는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나 스스로가 꺼내는 말들이었다.
몇 번이고 확인했다. 제임스의 수술 이식 날짜가 결정된 이래로 이 장면을 수 백번도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최악의 상황은 면역 거부가 일어나 상태가 더욱 악화되거나 척수쪽에 다른 합병증이 일어나는 것.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이식된 신경 세포가 척수에 통합되어 기존 신경과 연결을 시작하는 시냅스 통합이 일어나는 것.
과연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 이제 들어가시죠. 김만덕 연구원님.”
제임스의 줄기세포 수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