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6화(176/221)
176. 수술 (2)
176. 수술 (2)
“제임스, 기분은 좀 어때?”
“솔직히 말하면…아직까지는 별 변화가 없는데.”
수술을 마치고 난 뒤, 마취에서 깬 제임스가 다리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마취가 덜 깬 듯,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나를 바라보는 제임스. 한눈에 봐도 실망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신경 세포를 이식 했다고 해서 바로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뭐야. 그 말은…”
“응. 수술은 성공적이야.”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자, 제임스가 “예쓰!!!“ 라고 소리쳤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어나 세레모니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아쉬운 대로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제임스의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손상된 부위에 신경 세포를 무사히 이식했고, 아직까지는 면역 거부 현상이나 다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언제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내일? 모레?“
”그건 좀 무리고 일단은 감각이 돌아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부작용이나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지 도 체크해야하고.“
”알았어, 알았다고. 이제부터는 기다릴 시간이라는거지?“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웃으며 이야기하는 제임스. 그의 목소리에는 벌써부터 설렘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웃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제스쳐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하자 제임스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뭐해? 주먹 안 치고?”
“이게 뭐하는 건데?”
“바통 터치라는 거지!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 겸 이제 좀 쉬라는 의미로!”
학생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자 제임스가 재촉하듯 주먹을 계속 내밀었고, 나는 못 이기듯 주먹을 마주쳤다.
“근데 아쉽게도 쉴 틈은 없을 것 같은데.”
“응?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그래서 말이야.”
고개를 갸웃하는 제임스를 향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리모컨을 집었다.
치익, 소리와 함께 켜지는 텔레비전. 마침 화면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척수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및 전신 마비는 현대 의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팀과 캘리포니아 재생 의학 연구소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습니다.]“엑.”
뉴스 앵커의 말을 듣던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이해가 인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엄…좋은 일에 토 달아서 미안한데. 저 뉴스 지금 막 나온거야?”
“지금 바로 나온 건 아니고 너 수술 끝나자마자?”
“그러니까 내가 마취에서 깨기 전에 이미 나왔다는거잖아.”
제임스가 인상을 썼다. 그가 이러는 이유를 대강 알 수 있었다.
보통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보도를 하는 건, 환자가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지금 모든 방송국들이 앞다투어 이 수술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제야 제임스는 병실을 둘러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구나.“
”응.“
브라운은 의사로부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자마자 각종 언론사에 이 내용을 대서특필하도록 했다.
물론 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주지사의 입김이 닿지 않는다고 해도 이 수술은 가히 역사적인 일이었다.
축구 유망주이던 소년이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으며, 어린 천재 소년의 연구로 인해 다시 다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보도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제임스는 내 손에 쥐어져있던 리모컨을 뺏어들었고,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버튼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모든 채널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그 중에는 제임스가 건강할 때의 사진을 보도자료로 쓰고 있는 방송사도 있었다.
그는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칙,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을 꺼버린 제임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상처 받은건가?’
연구에 매진하고, 오로지 다시 걸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로만 진행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있을거라곤 예상 못했다.
문득 ‘좀 더 조심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제임스가 손을 내밀었다.
“카메라 챙겨왔어?”
“어?”
“얼른 영상 찍어서 올려야지. 이 사람들이 감히 내 동의도 없이 맘대로 올리다니!“
심지어 뉴스에 나온 사진도 이상한 걸로 올리고 말이야, 투덜거리는 그는 내가 들고 온 가방을 가리키며 재촉했다.
”지금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저런 앵커들의 말이 아니라고. 무슨 의미인지 알지?”
활짝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제임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 세상의 불행을 홀로 떠받들고 있는 존재처럼 보였다. 자신의 다리를 늘 가리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던 제임스.
혹시 몰라 챙겨왔던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냈다. 재촉하는 그의 손에 카메라를 쥐어주자, 그가 웃으며 녹화 버튼을 눌렀다.
“Hey guys. I’m back! (헤이, 친구들. 내가 돌아왔어!)“
그 한마디가 마치 명대사 같았다.
*
”김만덕 연구원님! 실로 오랜만에 뵙는군요.”
제임스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나를 찾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았다. 과장을 보태자면 핸드폰이 잠시도 쉴 틈이 없을정도로.
‘안녕하십니까? 저는 뉴욕 타임즈에서 의학 전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칼 에머슨이라고 합니다. 이번 실험과 관련해 인터뷰를…’
언론사의 전화는 기본이고,
‘아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뉴스가 사실이 맞는지 궁금하구나. 그러니까 진짜 이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맙소사.’
답지 않게 말을 버벅이며 놀란 김성진의 전화와,
‘만덕킹, 이제 킹이 아닌 갓으로 불러야하나? 만덕갓? 갓만덕?‘
되도 않는 이상한 별명을 붙이며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이인성까지.
그 밖에도 한국, 미국 가리지 않고 각종 학회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자리를 빛내줄 수 있냐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네, 존슨앤존슨 대표님.”
하지만 나는 모든 러브콜을 거절하고 이 사람을 만났다.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매듭 지어야 하는 내용이 있었으니까.
존슨앤존슨의 대표 제임스 윌튼. 그는 나를 보더니 활짝 미소지었다.
“이번에 고친 학생의 이름도 마침 제임스이더군요. 이건 운명이지 않겠습니까?”
그는 농담을 하듯 가벼운 어투로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욕망이 담겨있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먹어 삼키려는 크나큰 욕망이.
“하여튼 이번에 이렇게 만나뵙자고 한 건, 그때 제안드렸던 걸 정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제안이라면…”
“오! 이제 와서 기억이 안난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그는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1분, 2분… 침묵이 맴돌았고, 그는 말없이 웃는 얼굴로 나를 기다렸다.
”이미 김만덕 연구원님은 저와의 약속을 어기셨다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약속이요?“
”앞으로 진행할 줄기세포 연구는 저희 존슨앤존슨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연신 웃는 낯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이 남자가 하는 말이 뭔지 안다. 나 역시도 그때 그런말을 했던 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줄기세포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할 생각이었으면 내게 연락을 했겠지.
”정식 계약을 미룬 건 존슨앤존슨 쪽이어서요. 연구를 같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네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그가 큰 목소리로 웃었다.
정식으로 계약 날짜를 잡자던 윌튼은 그 이후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며 날짜를 유보했다.
그때 일을 떠올랐는지, 윌튼이 넉살좋은 미소로 나를 달랬다.
“압니다. 정식으로 계약 날짜를 미룬 건 제쪽이었죠. 이제와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유요?”
“네. 아시다시피 존슨앤존슨은 가업 계승 구조로 내려오는 기업이 아닌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운영되는 회사입니다.”
윌튼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때 김만덕 연구원님이 제시했던 조건. 규제 독점권을 포기한다는 건 사실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나는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연구원이 아니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해야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영인이었다.
“사실 이사회에서는 이 제안에 대해 연일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거지요.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는 순간, 기업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극대화될테니까요.”
하나하나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의 시각에서 설명을 시적하는 윌튼.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듣던 중, 끼어들었다.
“하지만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는 건 치매 치료제인데요? 다른 부분에 대한 건 존슨앤존슨쪽에 맡기기로 이야기 됐던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럼 그때 했던 이야기를 다시 되돌아보면 저는 그때 분명히 말씀드렸었죠.“
적어도 3개 이상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줄 것. 그리고 그 중에 하반신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포함할 것.
”캘리포니아 재생 의학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셨기에…이번 실험과 괸련해 치료제를 만들게 된다면 진행한 치료제에 대한 지분은 저희 존슨앤존슨에서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다. 보통 치료제에 개발에 대한 지분은 연구소, 연구원, 연구 자금의 출처, 파트너쉽 등 다양하게 쪼개진다.
여러사람의 도움이 없았다면 신약은 개발되지 않았을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존슨앤존슨이 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지분을 주장하려면 지금이 아니라 적어도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을 맺어둬야했다.
“이 뒤의 연구로 치매 환자를 치료하신다고요.”
“네.”
“좋습니다. 저희 존슨앤존슨에서 정식으로 연구하시죠.“
월튼이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인간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건 꽤 시간이 흘러야 가능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이번이 운이 좋았던 겁니다. 치매 치료는 더 복잡한 문제이니까요.”
“그런가요? 하지만 어째선지 김만덕 연구원님이라면 이번에도 운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선점하려는 그의 모습. 이전 베니의 치료가 끝나고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하긴. 이번엔 사람이니까.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 머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터.
“규제독점권은요?”
“…그건 곤란합니다.”
“전과 말씀이 달라지셨네요.”
“그건 김만덕 연구원님도 마찬가지이지요.”
하반신 마비 치료제, 존슨앤존슨과 공동 연구하기로 했잖습니까? 한마디도 지지않고 받아치는 윌튼.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는 거대 제약회사의 CEO다. 그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한낱 연구원과 유치한 입씨름을 하면서까지 그가 이러는 이유는…
“제가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드실 생각이시군요.”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인거지요.“
그는 씩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현재 치매를 치료하는데 연간 3만 달러가 듭니다. 그러나 치료 정도를 기대하기는 어렵고요.“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이젠 달라지겠죠. 줄기세포 치료제가 니올테니.“
”…“
”전 세계 치매 환자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0만명입니다. 이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보수적으로 100만명 정도라고 쳐도…“
3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30조.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지 않을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이었다. 물론 이 돈을 전부 다 받을 순 없겠지만…
10%. 아니, 5%만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조 단위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윌튼이 승리를 자신하듯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좀 생각이 달라지셨습니까?”
과연 그는 과학자가 아닌 CE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