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78화(178/221)
178. 학회 (2)
178. 학회 (2)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번 아밀로잽 임상 실험과 관련해 발표를 하게 된 카이스트의 김성진입니다.]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 나는 김성진에게 전화를 받았다.
‘학회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고…흠.’
물론 전생에 학회 준비를 했었기에 딱히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이것 저것 준비할 게 많으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 뿐.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김성진은 약간 걱정이 되었나보다. 안그래도 해외에 나가서 연구하고 있는 제자인데 세계적인 국제 학회에서 망신을 당할까 염려되는 모습.
그는 이번에 아밀로잽 관련 학회에 발표를 했던 영상을 참고하라며 보내줬다.
‘마침 이번에 아밀로잽 관련해서 임상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서 보고 겸 발표하러 갔던 학회다.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감이라도 익혀두렴.’
다른 말보다도 아밀로잽이 정상적으로 환자에게 작용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졌다.
거리 상 한국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메일에는 김성진이 발표하는 영상이 담겨있었다.
동영상을 여니 바로 김성진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있습니다. 비단 알츠하이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 기능 장애와 인지 저하에 기여합니다. 아밀로잽은 이러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분해, 배출하는 약물입니다.]잔잔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가는 김성진.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또 새로운 점도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이재성, 김영재와 함께 연구했던 아밀로잽은 어디까지나 프로토 타입. 즉 시범 단계의 약물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최강석이 있는 연서 병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서 그 규모는 생각 외로 커져있었다.
영상 속에선 김성진이 임상 실험 결과를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실험쥐를 대상으로 했던 실험과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약했을 때 아무런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 치매 환자들에게 아밀로잽을 투약할 때.
[보시는바와 같이 치매 경증 환자 412명 중 307명의 환자들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양이 33% 가량 감소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아밀로잽 투약 후의 뇌 모습은 fMRI 사진 속에서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실로 놀라운 발견에 청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영상 속에 담겼다.
나는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 마냥 몰입하여 김성진의 발표에 집중했다.
[아밀로잽의 경우 베타-아밀로이드 구조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여 응집체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또한 가용성인 조각으로 분해되도록 촉진합니다.]단순하게 그려진 그림이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이 발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약물은 베타-아밀로이드 침착 부위로 소교세포의 모집을 촉진합니다. 이들 면역 세포는 베타-아밀로이드 단편을 식균하고 뇌로부터의 제거를 촉진합니다.]“오···배출 할 때의 수단으로 면역 세포를 이용했구나.”
이 부분은 내가 관여하지 않은 새로운 부분이었다. 새삼 아밀로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니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같이였지만, 더욱 더 발전 해가고 있는 아밀로잽.
그렇다고 아쉽다거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아밀로잽이 나 혼자서 만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단지 그때 했던 연구가 지금까지 이어져, 이렇게 진짜 치매 환자들에게 투약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아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진행될 줄 알았는데···
‘모두가 이 일에 진심이구나.’
치매를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의 목표가 아니었다.
영상 속 열심히 발표를 하고 있는 김성진도,
영상에서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아마 이 아밀로잽 연구를 하는데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했을 이재성도,
그리고 치매 환자들에게 아밀로잽을 투약하면서 경과를 지켜봤을 최강석도.
그들 모두 치매라는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상이 끝이 나고, 나는 노트북을 한동안 바라봤다.
‘아밀로잽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이 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할 게 많아질거야. 그 과정에서 당연히 너도 참여해야하고.’
이재성은 이제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전했다.
아밀로잽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신약의 일종이다.
그 말인 즉슨 이제 식약처에 정식으로 신약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나면 환자들에게 판매가 가능하다는 뜻.
‘물론 승인이 나고 시판되는 과정에서 안전성은 계속 모니터링 될거야. 하지만 일단 승인이 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일테니까. 저 과정만 넘기고 나면 다 된거라고 볼 수 있겠지.’
덤덤한 말투였지만 이재성의 목소리가 한번씩 떨렸다. 그가 이 순간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밀로잽이 판매된다라···’
처음에는 단순히 치매라는 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뇌에 쌓인 단백질을 배출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김영재와 이재성이 함께했다.
그리고 우리는 해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그게 아밀로잽 관련해서 뭐 좀 생각하느라.”
“아버지 병원에서 진행하는 실험 말하는거지?”
그때, 최한별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앉아있는 곳 맞은 편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켜져 있던 노트북 화면을 그녀가 한동안 바라보더니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끔씩 아버지 통해서 들었거든. 이번에 실험 결과가 좋아서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어.”
“기분이 좋으셨다니, 뭔가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아버지도 사람인 걸.”
생긋 웃으며 말하는 최한별. 우리는 창 밖에 내리고 있는 함박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11월 선거가 끝나고, 한동안 제약회사와 언론사의 러브콜을 받던 나는 메시지 속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최한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아, 그게···”
내용은 심플했다.
[Han byeol] [이번 연구 잘 봤어.] [Han byeol] [마침 겨울방학이 시작이네.] [Han byeol] [밥 한번 먹자.]뭔가 대화가 이상하게 전개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아니 정확히는 거절해도 소용없었다.
[Mandeok] [미안. 나 지금 캘리포니아에 있어서.] [Han byeol] [나도야.] [Mandeok] [?]캘리포니아에 있다는 애인데 굳이 못 만난다고 이야기하기가 좀···안그래도 최한별이 하버드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캘리포니아에 왔기 때문에 그녀와 만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연구해야하니 못 만난다고 이야기하기엔, 이제 막 제임스의 연구가 성공리에 끝났다는 게 알려진 상태였고.
“딱히 이유는 없는데.”
“응?”
“그냥 캘리포니아에 왔는데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최한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멋쩍어보이는 표정이 내게는 좀 새로운 느낌이었기에, 좀 벙찐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뭔진 몰라도 최한별에게 나는 ‘심심할 때 불러도 되는 사람’ 정도로 승격되어 있는 듯 했다.
좋은 거 맞겠지?
“그보다 이번에 실험했던 거 엄청나던데. 진짜 하반신 마비였던 거 맞아?”
“응. 척추가 손상되어서 다리 쪽은 감각도 없던 환자였어.”
“그러면 이제 모든 환자들이 너한테 연락오는 거 아니야?”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베니의 치료가 세상에 알려졌던 것과는 전혀 비교도 안될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메일함은 메일 터져버리기 일 수였고, 심지어 몇몇은 직접 연구소에 찾아와 눈물 바다를 만들고 갔다.
‘연구원님, 저희 아들 좀 제발 고쳐주세요. 제발요···’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저희 딸도 고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연구원님. 어머니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십니다만, 혹시···’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치기 위해 먼 캘리포니아까지 단숨에 날아온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람에서 진짜로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 덕에 안그래도 폐쇄적으로 외부인을 받고 있던 연구소는 더욱 보안을 강화했고, 결국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는 살짝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엄청 많이 오셨지.”
“…다 치료해 줄 수 없나 보구나?”
“응. 아무래도 이 실험은 돈도 돈이지만 안전성이 완벽하게 보장된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지금 첫 실험체가 된 제임스가 운이 좋았다. 운이 안 좋았다면 이식한 신경 세포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분화를 반복하다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도 혹시라도 제임스에게 이식된 신경세포들이 무사히 기능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그래도 어떤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온 사람들인데 그냥 치료해주면 안되나?”
“그냥 치료해줬다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이번 케이스가 특이한 경우이기도 하고.”
“특이해?”
최한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다.
제임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캘리포니아가 마침 줄기세포 치료가 합법인 가 아니었다면,
제임스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까?
‘연구원님, 놀라지 마세요. 저 이제 걸어요. 걷는다고요!’
제임스의 회복 속도는 말도 안될 정도로 놀라웠다. 처음에는 단순히 발바닥에 감각이 돌아온 정도였던 그는 이제 보조 기기의 도움을 받아 어렴풋이 걸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걷는다는 표현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설프게 보일 수 있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고스란히 유튜브에 올라갔고 그의 인기는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었다.
[기적의 줄기세포, 하반신 마비에서 다시 걷기까지] [줄기세포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불치병이 사라진 세상] [줄기세포 허브로 거듭난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이야기하다]신기한 점이 있다면 이렇게 제임스에 대한 신상이 세상에 공개되면 분명 주지사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제임스는 나름 학교에서 인싸였던 녀석이고, 그런 녀석의 뒤에 주지사 집안이 있다는 걸 학생들이 모르진 않았을 것 같기에.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기듯이 제임스와 관련된 내용 중 주지사 브라운의 이야기는 쏙 빠져있었다.
‘설마 일부러 지우는 건가?’
물론 브라운이 전에 제임스와의 관계를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는 했다만···그렇다고 이렇게 모든 내용들을 지울 정도로 진심일 줄은 몰랐다.
하여간 정치의 세계는 어렵고 복잡한 듯 했다.
“사실 좀 걱정 했거든. 안그래도 하버드 내에서도 줄기세포 관련해서 한동안 뜨거웠어.”
“하버드에서?”
“최근에 어떤 단체에서 서명 운동을 하다가 붙잡혔나봐.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도 않은데다가 그 내용이 하버드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이었으니까.”
최한별이 말하는 그 단체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만났다는 걸 모르는 최한별은 조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단체에서 너를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내용을 편집한 것 같더라고. 물론 나는 그게 아니란 걸 알지만···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너를 좋게 보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한별이 전해주는 내용은 내가 들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충 내가 했던 실험은 무자비하고 비윤리적이며 이기적인 실험이었다는 것과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거라는 말.
그녀는 말을 하다가 문득 멈췄다. 말하다보니 내가 신경쓰인 듯 했다.
“괜찮아. 어차피 사실도 아닌 걸. 그리고 이번에 방송도 많이 탔어서 사람들도 그게 아니란 걸 알거야.”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그래도 이미 믿고 싶은대로 믿는 사람들한테는 안 들릴테니까.”
믿고 싶은대로 보고 듣는다. 시간이 지나도 이 말은 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이다.
내가 해야할 수 있는 건 연구밖에 없다.
“…그래도 조심해. 미국은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야.”
“설마 총이라도 쏘겠어?”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어쨌든 학회 발표하게 되면 나도 가도 돼?”
“뭐…일반인 자격으로 참가 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
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우리는 한동안 이런 저런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창문 밖으로 눈발이 한층 더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나는 카페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유리벽 하나가 있을 뿐인데 두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모습.
문득 이 유리창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뭐든 걱정이 앞서면 좋을 게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최한별과 헤어지고 연구소로 다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