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0화(180/221)
180. 라이선스 (1)
180. 라이선스 (1)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장소에 따라 할 말과 안 할말이 구분된다.
“자기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게 의사를 묻는다니, 모순 아닙니까?”
적어도 지금 이 남자의 발언은 ‘줄기세포 학회’에서는 적절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한데 모인 이곳. 누구보다 환자에게 치료제를 처방할 때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지 매년 귀가 아프도록 들어오던 사람들이다.
보호자 지정 절차. 즉, 환자가 무능력 상태로 인정될 경우 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권한을 위임받는 절차를 말했다.
“지적 장애, 정신 질환, 치매와 같은 질병처럼 환자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 보호자가 대리 결정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고,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그러자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누구죠? 처음보는 사람인데. 일반인이 참석할 수 있던가요?”
“거참, 여기서 윤리를 따지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으셨구만!”
“하여간 어딜가나 사사건건 따지려드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죠. 쯧, 이러니 학문이 발전하지 못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하는 말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닌, 여기 있는 모두를 향한 말이기도 했으니까.
더군다나 요즘처럼 줄기세포 윤리문제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남자의 질문이 반갑게 느껴질리는 만무했고.
“그럼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대가 저러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입은 옷차림이나 말할 때의 제스처.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연구를 하는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까지.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남자의 말에 반응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걸 멈췄다.
그때 남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럼 이번 실험때도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셨겠군요?”
“…이 환자의 경우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만.”
“하지만 미성년자인 것 같던데요? 보아하니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고요.”
엄밀히 말하면 제임스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사람으로 보호자의 동의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치료를 하도록 말을 꺼낸 사람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즉 제임스의 아버지였으니···동의는 이미 이뤄진 거나 다름없었다.
“보호자의 동의도 구했습니다.”
“하!”
그 순간, 남자가 큰 목소리로 탄식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사람들이 물음표를 띄웠다.
하지만 나는 불현듯 그의 다음 말을 직감했다.
이 사람. 몰라서 이딴 질문을 던졌던 게 아니구나.
“그 보호자가 캘리포니아의 주지사이겠지요? 제임스 애셔. 브라운 애셔.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니 말입니다.”
“…”
남자는 기세 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 아들이었다고요?”
“전혀 그런 언급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신문에도 두사람이 가족이라는 말은 없지 않았습니까?”
“어머나, 그럼 주지사님은 자기 아들을 실험대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 코웃음 치듯 웃어보이는 남자.
···낭패다. 일부러 주지사인 브라운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던게 오히려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려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자가 큼큼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아까보다 더 자신감이 붙은 분위기.
“저는 윤리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정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진행한 것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모든 실험은 환자의 동의를 받은 후에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동의를 구하셨겠지만, 이게 주지사님의 아들을 치료한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남자는 내가 아닌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캘리포니아는 줄기세포 연구가 합법입니다. 이는 엄청난 혜택이지요. 미국 내에 줄기세포를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을 모두 이곳으로 모을 수 있으며, 또 해외의 우수한 인력들도 충원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능수능란하게. 뱀의 혀처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재생의학 연구소. 즉 CIRM은 법안 71을 근거로 설립되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가 유일한 희망인 환자들을 치료해주기 위함이지요. ”
쉬지않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언뜻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거 중에, 아니면 시위대 속에서, 아니면 캘리포니아 주청사 근처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던 사람이었다.
“CIRM에 투자되는 연구기금이 무려 30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30억 달러가 과연 투명하게 사용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여러 환자들을 제치고 주지사의 아들을 치료한 것이 과연 특혜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남자의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나를 바라봤다. 어서 이 말에 반응해달라는 눈빛과 함께.
나는 마이크를 꽉 쥐었다.
···넘어가면 안된다. 여기서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게 더 중요했다.
남자가 이곳에서 이러는 이유. 그걸 알기 위해서면 이 남자를 봤던 곳을 떠올려야 했다.
내가 미간을 좁힌 채 침묵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특혜가 맞나보군요. 이번 주지사도 표심이 위태롭다가 이번 실험으로 간신히 재선한 거였지요?”
“아들이었으면 진작에 밝히면 되었을텐데. 왜 굳이 숨기려고 했던 걸까요?”
“그야 당연히 켕기는게 있으니 그런거겠죠! 막말로 일반인이 치료를 받을 수야 있겠습니까?”
침묵이 길어질 수록 관중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심해진다.
침묵은 긍정이 되고, 이건 물어뜯길 빌미가 된다.
“하지만 이걸 특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막말로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으니 임상 실험으로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그 임상 실험 대상자도 절차에 따라 뽑았어야 한다가 저 남자의 주장인거겠죠. 하긴, 저도 영상보면서 의아하긴 했습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마비 환자중에 저 학생인지 궁금했거든요.”
“하여간 빽 있는 놈들이 더 한다니—-윽!”
삐이익—! 그 순간 마이크 노이즈 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람들이 잔뜩 인상을 쓴 채 귀를 막았다.
나는 마이크를 툭 치던 손가락을 내렸다. 그러자 귀를 찢을 듯한 노이즈 소리도 잦아들었다.
남자는 나를 바라봤다. 짙은 눈썹과 각진 턱. 뭔가 심기 불편한 표정까지.
어디서 봤나 했더니 직접 마주쳤던 사람은 아니었다.
우연히 TV에서 봤던 개표식. 스치듯 등장한 장면 속 라이벌 정치인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던 남자였다.
···이래서 정치하고는 얽히고 싶지 않다니까.
“주지사의 아들이 참여한 건 맞습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는 약간 실망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삐뚜릅하게 올리며 말했다.
“특혜를 인정하십니까?”
“아뇨. 오히려 되묻고 싶군요. 이게 특혜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그야 당연한 소리죠. 이게 특혜가 아니면 뭡니까? 주지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 비싼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받을 수 있는 건데도?”
남자가 누군지 떠오른 이상, 그가 하려는 목적도 분명했다.
제임스를 이용해 주지사를 끌어내리는 것. 이미 선거가 끝난 마당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인정할 수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흘러가게 둘 순 없었다.
“특혜라는 건 안전성이 모두 확보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걸 특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말도 안되는 소리. 궤변입니다!”
“그럼 한가지 질문하겠습니다. 혹 질병을 앓고 계신게 있으신지요?”
나는 남자를 바라보며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내 말에 남자가 경계하듯 미간을 좁혔다. 나는 그런 그를 달래듯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지금 CIRM에서는 다양한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셨다시피 30억 달러를 지원금으로 받았기 때문이죠. 지금 가지고 있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너무 건강하셔서 불편한 곳이 없으신건가요?”
“…고혈압이랑 당뇨가 약간. 그것 말고는 정상입니다.”
못마땅하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남자. 그는 이 발언이 혹시라도 책잡힐 부분이 될까 심하게 경계하는 듯 했다.
“저런 개인적인 걸 묻다니, 좀 그렇네요.”
“여기가 줄기세포 이야기하러 온 곳인데, 애초에 지금 주제가 다르게 진행되는 것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하반신 마비 치료제는 어떻게 되고 있다는겁니까?”
이 상황이 지겹게 여겨지던 몇몇 과학자들이 투덜거리는 말을 내뱉었다. 저마다 연구하던 것도 제쳐두고 달려온 상황인데 이런 불필요한 입씨름이 오가는게 영 불편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이대로 무마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저 남자가 하는 말이 기정 사실이 되어 연구실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릴테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소문은 길게 이어진다.
나는 빙긋 웃어보이며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마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원 중 한명이 당뇨와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치료제 개발도 거의 끝난 상황입니다.”
“…그렇습니까.”
“마침 특혜도 이야기하셨겠다, 저도 특혜 하나를 드려볼까 합니다. 지금 당장 저희 CIRM에서 당뇨 치료제를 투약 받아보시는 건 어떠실련지요.”
“…뭐라고요?”
내 말에 남자가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한눈에 봐도 불쾌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믿을 수 있는 약입니까?”
“일단 이론상으론 그렇습니다.”
“무슨···그 말은 안전하다는 겁니까, 아니라는 겁니까?”
“그야 모르죠.”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장내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동시에 내 표정도 어둡게 변해있었다.
세간의 시선으로 보면 제임스는 특혜를 받은 게 맞을 수도 있다.
주지사의 아들이기에,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닌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들이었기에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이 실험에 뛰어들었다. 다시한번 걸어보겠다고 척추를 열어서 세포를 집어 넣었다.
인간에게 한번도 실험해보지 않은, 어떻게 보면 저 남자가 말했듯이 ‘인간 실험’을 한 최초의 대상자.
“성공하면 특혜. 실패하면 안타까운 실험자로 끝나겠죠.”
“…그런 말도 안되는 말장난을 하려거든–”
“지금 말장난을 하는 사람은 그쪽이지 않습니까?”
단호한 내 말에 그가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정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발을 한번 구르며 삿대질을 했다.
위협을 주기위한 전형적인 제스처. 하지만 전혀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장내의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었으니까.
“그, 그러니까! 뭐가 되었든 그 학생이 치료를 받은 건 주지사의 아들이었기에 가능한 거 아닙니까? 그건 인정하시죠?”
“네. 인정합니다. 동시에 주지사의 아들이었기에 실험으로 위험할 수도 있었고요.”
“어찌되었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아닙니까!”
“네. 그리고 이제 그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질 것 입니다.”
“그래, 지금 그렇게 인정을—뭐라고요?”
내 말에 남자가 눈썹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내밀었다. 자신이 잘못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더욱 커졌다.
음. 아마 이 내용이 기사로 나가고 나면 존슨앤존슨에서 또 연락이 오겠군.
순간 존슨앤존슨 CEO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현재 고가의 치료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지원금을 받아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치료제를 무상으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그 말은···”
“네. 저희는 적극적으로 법인을 찾아나설 생각입니다. 현재 이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에 성공하게 될 경우 이로 인해 벌어들일 경우 일정 부분을 다시 CIRM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하긴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료제는 꽤나 매력적일테니까요.”
내 말에 남자가 할 말을 잃었다.
특혜 논란으로 몰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치료제를 상용화 시키겠다니.
“그, 그렇지만 그거 안전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엔–”
“아까는 그 환자에게 먼저 치료하게 했다고 뭐라 하시더니 이제는 모두가 치료받게 한다고 뭐라 하시는군요.”
“그, 그런게 아니라 아직 상용화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물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인간 실험’이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것 같아서 말이죠.”
나는 씩 웃으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제임스가 갓 올린 영상의 제목.
[이족보행 성공!]보조기기 없이 걷는 영상. 불과 3초도 안되어서 다시 주저앉긴 했지만,
그는 스스로 걸었다.
이게 내가 생물학을 좋아하는 이유다. 늘 말도 안되는 결과를 이렇게 보여주니까.
다른 학문보다 수백배로 변수로 가득 찬 이 학문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그렇게 국제 줄기세포 학회가 끝난 뒤, 나는 두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제가 이사회에 안건을 올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상용화 할 법인을 찾는다니요? 당연히 저희와 이야기가 다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정말이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한명은 존슨앤존슨 CEO이고···
[잠시 만나뵙고 싶습니다만.]···신텍시스의 대표 빅토르 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