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1화(181/221)
181. 라이선스 (2)
181. 라이선스 (2)
신텍시스 대표. 빅토르 리안은 그 후로 이렇다 할 연락은 오지 않았었다.
마지막 식당에서 헤어질 때, 꽤나 질긴 인연이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질 무렵. 그는 돌연 내게 메시지를 남겼다.
하루 빨리 이야기를 하자고 재촉하는 존슨앤존슨 CEO를 뒤로한 채, 나는 한 건물 앞에 섰다.
[Syntexis]‘…여긴가.’
지은지 얼마 안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입구로 들어가는 바닥 조차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약 개발, 공격적인 라이선스 취득, 파이프 라인 구축에 열을 쏟고 있다는 신텍시스.
하지만 아직 본사의 규모나 위엄은 존슨앤존슨을 따라가기 한참 모자랐다.
세계 1위의 제약회사인 존슨앤존슨이 곰 같이 커다란 느낌이라면, 신텍시스는 이제 갓 사냥을 시작한 여우정도.
한마디로 체급에서부터 이미 밀렸다.
“오셨군요. 초행길이라 혹시 길을 잃으셨을까 걱정했습니다.”
“이 근방에 새로지어진 건물은 이거 하나 뿐이어서요.”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그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앉을 것을 권했고 나는 별다른 저항 없이 자리에 앉았다.
“축하드립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성공하셨더군요.”
“네. 운이 좋았습니다.”
“운으로 치부할 순 없지요.”
그는 차가운 민트티를 내게 건넸다. 덕분에 따뜻한 히터에 노곤해지던 정신이 어렴풋이 맑아졌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양 손을 만지작 거리는 빅토르.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에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음…어느정도는요.”
“어느정도라면?”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묻는 빅토르.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듯 했다.
그가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도 그럴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변했으니까.
빅토르와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베니의 실험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제 인간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자고, 연구에 필요한 지원은 아낌없이 해주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던 여러 제약회사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제가…이렇게 빨리 세상에 나오게 될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꽤나 고민한 듯 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
신텍시스는 거대 제약회사로 발돋움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신생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였다.
다른 회사들이 감히 따라하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거나,
다양한 라이선스들을 대기업에 팔아넘기면서 간간히 생명을 연장하거나.
탁. 그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줄기세포 치료제. 얼마에 살 수 있겠습니까?“
”안 팝니다.“
”얼마를 제시해도요?“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나. 그 모습을 본 빅토르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분명 기사에서는 법인을 찾는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기도 하고…애초에 저희는 제조와 판매 부분에서 협력할 기업을 찾는거라서요.“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가 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마디로 약팔이를 해줄 다리를 찾는다?“
”정확히는 약도 만들어주고요.“
”그럴 기업이 많을까요?“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직까지도 내가 세상 철 없는 학생으로 보이나보다.
그게 아니면 지금 이 상황에서도 기싸움을 하려고 들지 않겠지.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동안 왔던 메시지, 전화기록 등을 보며 말했다.
“음…적어도 5개는 넘네요. 제조 및 판매를 도맡아 해주겠다는 기업이.”
“…하하.”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지금 내 행동이 허세로 보인 듯 했지만…진짜 핸드폰에는 각종 제약회사의 번호들이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진작에 박성민이 업무용 핸드폰 만들어두라고 할 때 만들어둘 걸. 잠깐 후회했지만, 그 덕분인지 연구실 밖에서도 연구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러 제약회사 및 다양한 사업가들을 만났었다.
‘전폭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이 줄기세포 치료제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이건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제발 저희가 판매하게 해주십시오…!’
매우 간절한 목소리로 이야기로 간곡히 부탁하는 사람들.
‘만약 존슨앤존슨과 같이 대기업과 협력하게 되면 일개 연구원의 의견이 잘 받아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까?’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그 부분만큼은 존슨앤존슨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투자하겠습니다.’
세계 1위 기업인 존슨앤존슨을 일컫으며 자신의 회사로 오라고 회유하는 손짓들.
나는 그저 묵묵히 듣다가 자리를 빠져나올 뿐이었다.
눈 앞에 놓인 민트티가 동이 났다. 나는 말없이 테이블 한쪽에 놓여있는 물통을 집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적은 전생과 지금을 통틀어서 처음이다.
신약을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신중해야 했다.
‘물론 모든 조건을 따졌을 때 존슨앤존슨과 계약을 맺는게 가장 좋아. 세계 1위 기업인 만큼 다른 기업들은 해주지 못할 지원을 받게 될 테니까.’
실제로 존슨앤존슨의 CEO는 단순히 ‘인재 투자’라는 명목으로 하버드 근처의 집을 사줬다.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모두가 탐내는 인재가 된 상황.
“신텍시스는 뭘 할 수 있습니까?”
내 물음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반쯤 체념한 상황 속 그가 한줄기 빛을 보듯 나를 바라봤다.
오히려 이런 내 질문이 떨떠름한 듯 했다.
딱히 대기업을 일부러 피하자! 하는 마음은 아니다. 그저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보고 싶었다.
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시작으로 이제 치매 치료제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손에 닿는 날이 올테니까.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원하는 건 하나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때와 동일한 대답에 빅토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더니 미간을 좁히며 “진심이었군요.”라고 작게 읊조렸다.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여기서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결국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이겠지.
그리고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저렴한 가격. 그래요. 저희가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모든 가격을 낮춘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고 계신게 있습니다.”
빅토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직접 환자의 척수에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치료였지요. 한마디로 이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싶다고 약국에 가서 뚝딱 받아올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요? 약은 저렴하더라도 수술비나 이런 걸 생각하면 김만덕 연구원님이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을텐데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빅토르가 말한 내용은 사실이다. 그가 말했듯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통해 치료를 받으려면 약국이 아닌 병원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돈이 깨진다는 의미였다.
‘나중에 치매 치료제가 나온다고 한들 이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결국 줄기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기준으로 제작되게 된다. 물론 다른 세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
문득 오래전 이재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병원보다 약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그런 약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던 말이.
‘…아밀로잽도 이제 곧 상용화되겠지.’
제약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나면 아밀로잽 역시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보다 훨씬 더 간단한 약.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하고 배출해내는 것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가속화되지는 않을 터. 이재성이 꿈꿔왔던 대로 치매 자체를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모든 걸 바꿀 순 없다라···그 말은 수술비도 줄이겠다는 말인가요? 어떻게?”
“꼭 줄인다는 선택지 말고도 지원금이라는 제도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나라에선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수술비를 일정 이상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그 덕에 생전 처음보는 희귀병에 걸리더라도 수술비 부분에서는 한시름 더는 경우가 있었다.
“치매 환자 수는 수 천만명입니다. 그 사람들을 지원하다보면 나라 재정이 남아나지 않을겁니다.”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라 전체가 치매 환자들로 가득 메워질 수도 있겠죠.”
“…너무 극단적입니다.”
“돈이 많이 든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하아···”
결국 빅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두 손 두 발을 든 듯한 모습.
“알겠습니다. 그럼 구체적인 계약에 대해 논의 하는 날을 다시 잡아보도록 하죠.”
최대한 김만덕 연구원님의 꿈을 이루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만남 날짜를 정했다.
*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세야. 이제 곧 있으면 분명 종말이 올거야. 인류가 불러온 종말 말이야!”
“썩어 죽을 놈···!”
사람들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들은 눈 앞에 놓인 기사를 찬찬히 읽다가 저도 모르게 기사를 구겨버렸다.
[줄기세포의 미래, 모든 사람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라는 제목의 기사. 그리고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동양인 소년이 걸려져있었다. [김만덕 연구원은 이번 실험 이후로 CIRM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치매 질병 치료와 연관된 ‘뇌세포 복구’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치매? 지금 이 말은 뇌에다가 줄기세포를 넣겠다는 소리죠?”
“끔찍하다 못해 이제는 징그러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거지?”
“저는 이 기사 읽다가 소름이 끼쳤다니까요. 으으···”
한 남자가 양 손으로 어깨를 쓸어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반대편 여자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들은 과학 기술의 진보를 막기위해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단체. 네오 루디즘이었다.
마침 캘리포니아 선거전을 통해서 신입 회원들을 많이 모집했었는데, 이번 실험을 통해 우수수 빠져나갔다.
결국 거의 텅 빈 회의실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몇몇 남은 사람들이 이 사태의 주범이자, 그들에게는 만악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김만덕 사진을 노려봤다.
“어제도 회원 한명이 이탈했어요. 자기는 변화된 세상을 받아들이겠다나 뭐라나.”
“변화된 세상이라니. 결국 그 세상 때문에 스스로 망할텐데 말이지.”
“결국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사람들인거죠. 눈 앞의 혜택에 좋다고 헤헤거리는 머저리들. 그런데 회장, 우리 진짜 이대로 있어도 되는거에요?”
탄식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중, 회원 한 명이 회장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회장은 조용히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는 뭔가 고민이 많은 듯 했다.
“지금 이 기사를 보면 치매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할거라고 했지?”
“그렇게 적혀 있네요.”
“그 말은 아직 시작은 안했다는거 아니야.”
“그렇···죠?”
회장의 말에 회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우리 전에 하려고 하던 건 어떻게 됐지? 혼쭐을 내주려고 했던 거 말이야.”
원래 계획대로라면 제임스 영상이 나오던 날. 그러니까 제임스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 걷기 한참 전에, 그들은 이 실험을 뒤엎으려고 했다.
지금까지 연구원들을 위협했던 것처럼, 겁을 줘서 실험을 그만두게 만들려고 했다.
유치해보일 순 있지만 사실 힘보다 좋은 원초적인 해결은 없다. 잘하면 녀석에게 오랜 트라우마를 새겨 이쪽에 발도 못 들이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연구원과 제임스라는 녀석 주위에는 보안이 심했다.
네오 루디즘 회원들이 다가가려고 하면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서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리고 그 사내들은 일반인인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만뒀죠! 휴, 진짜 천만다행이에요. 누가 그 녀석이 주지사 아들인지 알았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주지사 아들을 건드렸다간 진짜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걸요.”
그때 분위기 파악을 못 한 회원 한 명이 “그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가서 팼었다간···으으.” 라고 읊조리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지만 그 말은 회장의 분노를 더욱 거세게 만들 뿐이었다.
“…주지사 아들이라. 역시 과학자 놈들이란! 아주 정치적으로도 더럽게 연결되어있다니까.”
“회장. 우리 이 녀석은 그냥 넘어가요. 분하고 끔찍한 일인건 알지만 이거 진짜 잘못하다간 큰일난다니까요?”
막말로 우리는 시민 단체인거지, 무력 단체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회원을 보며 회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힐난했다.
“그런 썩어빠진 정신머리로 무슨 신념을 지키겠다고. 잘 생각해. 지금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게 아니야.”
그는 구겨진 기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며 말했다.
“이건 정의(正義)다.”
그리고 정의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아.
그들의 회의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약간의 부도덕한 일을 고려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