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2)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2화(182/221)
182. 돌연변이 (1)
182. 돌연변이 (1)
신텍시스와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이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존슨앤존슨이 아니었다.
존슨앤존슨의 대표 제임스 윌슨은 곧바로 내게 연락했다.
“저희와 척을 지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닐겁니다.”
그가 꺼낸 첫 마디. 꽤나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윌슨이었다.
‘하긴, 자존심이 꽤 상했겠지.’
그가 줄기세포 치료제에 관심을 보낸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실제로 데이브의 슈퍼진단키트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 것도 이 사람이었고.
윌슨은 이미 내가 신텍시스의 대표를 만나고 온 것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척을 진다뇨? 존슨앤존슨과 계약하지 않는게 척을 지는 건가요?”
“신뢰가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 하지만 나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존슨앤존슨과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
“전에 이야기하셨던 건 기억하시죠? 줄기세포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연구가 된다면 질병의 수만큼 치료제도 나오게 될거라고 했던 거.”
내 말에 윌슨의 눈이 커다래졌다.
사실 많이 고민했다. 눈앞의 대기업. 그것도 굴지의 1위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이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일 거란 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쉬운 길일수록 예상치 못한 후폭풍도 있는 법이다.
안그래도 제약회사의 경우 독점이 심한 편이다. 애초에 신약에 대한 특허권이 말소되기 전까지는 복제약 생산도 불가능하다.
그 회사가 연구비를 투자했던 만큼 충분히 뽑아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 그 시간동안 존슨앤존슨은 더더욱 성장할 터였다.
제약회사의 성장은 어떻게 보면 좋다. 이 회사가 성장할수록 연구가 잘 이뤄지고 많은 신약이 개발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 회사가 모든 기술을 독점해 버리는 순간 가격이 어떻게 튈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소리기도 했다.
“…저희가 악덕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조금 섭섭하군요. 저희는 인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미 많은 신약들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여기서 줄기세포에 대한 특허까지 다 얻어버린다면 그때는 감당할 수 없을거라 판단했을 뿐입니다.”
“이거 참. 김만덕 연구원님인지 아니면 판사님인지 알 수 없을 정도군요.”
그가 살짝 핀잔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입꼬리 한쪽은 올라가 있었다.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한 법이니까.’
존슨앤존슨은 대기업이다. 이런 대기업을 일개 연구원이 내가 이길리는 만무했다. 애초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으로든, 자본으로든.
비트코인이 아무리 펌핑을 해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한들, 현재 기준 시총만 16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200조다.
‘지금 내가 내밀 수 있는 패는 기술. 줄기세포와 관련된 기술밖에 없으니까.’
이것조차 다른 연구원들이 나타난다면 내 이용 가치는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막말로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를 대하고 있지만, 이 뒤에선 열심히 자체적으로 줄기세포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겠지.
그들이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쏙 가져가 버린 후, 토사구팽하듯 버릴 수도 있었다.
“좀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그 말은 저희 존슨앤존슨과도 계속 연구를 진행하시겠다는 말인가요?”
“네. 정확히는 협력의 모습으로 말이죠.”
“협력이라···”
그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 말은 존슨앤존슨에서 독점하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맞습니다.”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이유를 알 수 없군요.”
“최소한 제 연구를 지킬 방도는 마련해 둬야 하니까요.”
결국 이어지는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 우리는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진행할 것인지, 또 CIRM과의 연계, 지적 재산권(IP)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양보하는 듯 양보하지 않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가진 채로 말이다.
“아직도 그때 생각이 유효합니까? 규제 독점권을 포기하겠다는?”
“네. 변함없습니다만···게다가 이번 연구는 저 혼자서 이룬 게 아니어서요.”
베니의 실험은 그렇다 쳐도 이번에 이뤄진 실험은 CIRM과 함께 이루어진 것. 온전히 나의 소유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윌슨은 내 짧은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결정에 변함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았으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계약 이야기를 하다, 그는 문득 생각이 난 듯 테이블 한쪽에 놓여있던 신문을 펼쳤다. 그곳에는 국제 줄기세포 학회에서 발표했던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들, 특혜인가? 희생인가?] 라는 꽤 자극적인 기사 제목. 빠르게 내용을 훑었다. 다행히 제목만 자극적일 뿐 내용은 은근히 우리를 옹호하고 있는 내용이었다.윌슨은 별로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계셨나요?”
“이 자리에 있다 보면 모르는 걸 찾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하긴. 윌슨 정도의 위치라면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손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전에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만났던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윌슨은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기우이긴 하지만, 연구원이나 과학자가 직접적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건 좋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얼굴이 등장하는 건 더더욱이요.”
실제로 기사 한쪽에는 내 사진이 커다랗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름과 소속도 함께.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른침을 삼켰다.
물론 CIRM 앞에 있던 시위대는 진작에 해체되었다. 제임스가 치료가 되면서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도 균열이 생겼던 것 같았다.
전에는 실체가 없는 줄기세포 연구였다면, 이젠 이걸로 직접 치료를 받은 사람이 생겨나 버렸으니까.
게다가 내가 하던 연구가 유도만능줄기세포. 그러니까 환자의 세포를 직접 채취해 사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어느 정도 타협하기도 했다.
제임스의 영상 곳곳에서 줄기세포의 연구에 대해 홍보하는 내용과 줄기세포와 관련된 오해를 푸는 내용도 있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생명을 해치는 선이 아니라면,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생각과 함께 시위대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졌다.
“이제 줄기세포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것 같은걸요.”
“흠···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시위대도 없어졌고, 인터넷 반응도 그렇고···”
내가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자, 윌슨이 고개를 저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런 사건 뒤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요.”
“…모두를 납득시킬 순 없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간에, 조심하시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저희와 진행할 연구가 매우 많으니까요.”
윌슨은 웃으며 악수를 청했고, 나는 한차례 어깨를 으쓱인 후 손을 맞잡았다.
*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더니. 겨우 존슨앤존슨과 신텍시스와의 계약을 끝내고 본격적인 치매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연구실이 다 뒤집어졌다고요?”
“그래. 나도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박성민은 두통이 나는 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서 그가 꽤나 고생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연구실이 뒤집어졌다. 누군가 들어와 깽판을 치고 갔단다.
“아니, CCTV 있잖아요. 그거 보면 다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마침 점검중이었대.”
“점검이요? 그럼 출입기록은요? 로비에서 찍고 들어와야 하는 거잖아요.”
놀란 목소리로 말하자, 박성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없어. 들어온 흔적도. 나간 흔적도.”
“아니 무슨 귀신도 아니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안 그래도 시위대 때문에 이중, 삼중 보안을 해 두고 있는데 저걸 그냥 뚫고 왔다고?”
이건 귀신도 못 할 일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박성민.
“하여튼 간에 지금 당장 연구 시작하는 건 힘들 것 같다.”
“많이 심각한 정도에요?”
“일단 연구실 문서 일부랑 장비 일부가 훼손되었더라고.’
말도 안 되는 일에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봤지만, 박성민 역시 별 방법이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이렇다 할 연구가 시작되지 않아서 큰 영향이 없다는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그럼 장비 수리는 언제 끝나는데요?”
“적어도 3개월은 넘게 걸릴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이런 장비들은 수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잖냐.”
물론 다른 연구실에 있는 기기들을 빌려서 사용하거나 CIRM의 자금을 이용해 새로 구입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기기를 빌리는 과정이 잘 진행될지도 모를 뿐더러, 자금을 이용해 새로 구입하는 것 역시 결국 연구비로 포함. 이후에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그 금액만큼 다시 토해내야 할 수도 있었다.
예산을 억지로 아낄 필요는 없었지만 기기 하나에 10억, 20억을 호가하는 녀석들이니···
“이렇게 된 거 3개월 휴가라고 생각하고 좀 쉬다 와라. 너 이거 연구하느라 잠도 못 잤을 거 아니야. 학회 준비하느라 또 정신 없었을 거고.”
“그거야 그렇긴 한데···”
결국 박성민의 말에 일단 최대한 수리를 맡기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게다가 CIRM측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졌기에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박성민과 헤어진 후, 나는 케빈의 집으로 왔다. CIRM에 있어봤자 난장판이 된 연구실로는 들어갈 수도 없었기에.
마침 케빈 역시 이 소식을 듣고 집에 와있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어이없다는 듯 웃던 그는 입을 열었다.
“연구소 내부에 스파이 있는 건 아니겠지?”
“스파이?”
“산업 스파이처럼 일부러 연구하던 거 빼내고 그런 사람들 있잖아.”
케빈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스파이라. 에이. 설마.
나는 미간을 좁히며 반응했다.
“스파이였으면 굳이 장비를 훼손시켰을까? 연구가 진행된 걸 빼간다면 모를까.”
“문서 몇 개가 사라졌다며? 그럼 충분히 가능성 있지.”
“연구 관련은 아니야. 애초에 지금 이렇다 할 연구가 진행된 것도 없는데 뭐 하러?”
내 말에 케빈이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러 우리보다 더 빨리 연구해서 특허를 내려고 하는 거지!”
“됐어. 애초에 완벽히 똑같은 약이 아닌 이상 특허도 다 다르게 나올 텐데. 굳이?”
“그냥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맞다. 특허하니까 생각난 건데 계약은 어떻게 됐어?”
케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존슨앤존슨과 신텍시스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건 이미 같은 연구원들에게 알린 상태였다.
이 연구는 나 혼자서 진행한 것이 아닌 만큼, 모두에게 지분이 있었으니까.
“그럼 줄기세포 치료제를 두 기업이랑 계약한 거야?”
“정확히는 이번에 만든 치료제는 신텍시스와 논의하기로 했고, 존슨앤존슨은 CIRM에 공동 연구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어.”
“엄청나네.”
짧게 소감을 전하는 케빈. 나는 그저 덤덤히 “자세한 건 변호사가 진행할거야.”라고 말했고, 케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계약 관련해서 케빈의 질문을 들어주다가, 그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맞다, 그때 학회에서 깽판 부린 사람 기억하지?”
“깽판?”
“그때 너한테 특혜다 뭐다 삿대질했던 사람 말이야.”
아아, 나는 불현듯 떠오른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케빈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에 선거 나왔던 후보자 중 캠프 스태프였대.”
“일반인이 학회에 막 참가해도 돼? 국제 학회급인데?”
“뭐, 원래 어렵긴 하지만···”
케빈이 조금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우물쭈물하듯 말했다.
“그쪽 정당에서 학회 쪽으로 기금을 냈다나 봐. 좀 큰돈으로 말이야.”
“…별일이네. 그렇게 줄기세포를 깎아내리려고 하더니.”
“내 말이! 어쨌든 이렇게 된 마당에 노선을 틀기로 마음을 먹은 건지, 뭔지. 나 원 참. 정치인들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일관성이 없어, 일관성이. 투덜거리듯 말하는 케빈.
그리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이제 이 바닥에 뛰어든 너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곳도 마냥 깨끗한 곳은 아니거든.”
“이제 뛰어든 건 아니지. 나름 연구 자체는 오래 했으니까.”
“대학교에서 연구한 거 말고. 사설 연구소나 기업에서 일해본 적 있어?”
케빈의 물음에 나는 곰곰이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전생 때도 딱히 사설 연구원으로 일하거나 기업 산하의 연구원으로 일했던 적은 없었다.
고개를 젓자, 케빈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과학이라는 게 그 당시에 어떤 정당이랑 엮여있는지도 중요하거든. 이번에도 봐. 만약 상대 쪽 정당이 당선되었으면 CIRM이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진작 다른 연구소로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비아냥거리듯 이야기하는 케빈이었지만, 그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다.
“게다가 정치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많은 편이거든. 언론도 그중 하나이고.”
“너무 음모론 같은데. 그냥 연구하는 건데 그렇게 관심을 보이려고.”
“어쨌든 세상은 마냥 순수하지 않다는 거야. 내 말에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은 없으니까.”
새삼 오래 전, 이 바닥이 더러워서 잠시 연구원을 그만뒀었다는 케빈의 말이 떠올랐다.
음···아직 세세하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진 걸 느꼈는지, 케빈이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래서 갑자기 생긴 휴가는 어떻게 쓸 예정인데?”
“휴가라···.”
사실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이렇다 할 계획도 없었다.
연구가 시작된 이래로 내 목표는 오로지 치매 치료뿐이었으니까.
나는 찬찬히 고민하다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 이 시간을 그저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다.
그렇게 주어진 3개월이란 시간동안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 연구실 올 수 있어?] [아니, 내일 당장.]김아진에게서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급한 일이야.]SOS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