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3)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3화(183/221)
183. 돌연변이 (2)
183. 돌연변이 (2)
“아진 선배, 무슨 일이에요?”
“그게 진단키트로 분석하다가···그보다 너 어떻게 바로 온 거야?”
“네. 마침 시간이 돼서요.”
“아니 그렇다고 이게 바로 올 수 있는 거리인가···?”
김아진의 메시지를 받고 바로 하버드로 달려갔다. 마침 비행기 시간도 딱 맞게 있던 터라 알맞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연락하긴 했다만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는지 김아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슈퍼진단키트와 연결된 컴퓨터를 가리켰다.
“유전자를 발견한 거 같아. 치매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유전자 말이야.”
“확실해요?”
“확실하다고 말하긴 뭐한데···너한테 바로 연락한 거라서.”
그녀의 말에 나는 컴퓨터 앞 의자를 빼서 앉았다.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키보드 치는 소리가 연구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동안 유전체 분석을 열심히 돌렸는지 데이터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확보되어 있었다.
숫자와 영문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데이터 파일을 분석 프로그램에 넣고 돌리자, 이전에 봤던 것 같은 붉은 색 창이 깜빡였다.
[6p21.1]뭔가가 떴다.
전에는 그냥 붉은 색으로 깜빡일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위치가 함께 떴다.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염색체 6번의 21.1이면···”
“이것도 오류인 거 아닐까? 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긴 했는데···.”
“그때도 이렇게 위치 떴었어요?”
“아니. 그때는 그냥 빈칸이었어.”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TREM2 유전자에요.”
“들어본 적 있어. 관련 논문 찾아볼게.”
“네. 그리고 일단 혹시 모르니까 데이브도 부를게요.”
평소에는 그렇게 서로 물어뜯는데 이골이 날 정도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손발이 착착 맞고 있었다.
내가 데이브에게 연락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게 사실이야? 뭐가 발견됐다고?”
오랜만에 본 데이브. 하지만 여전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물음표를 띄우며 받더니, 이내 내가 “뭔가가 발견 되었어.”라는 말을 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는 나와 김아진의 설명을 듣더니 슈퍼진단키트를 보며 이것저것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자주 슈퍼진단키트를 다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긴 시간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따로 발견된 오류는 없어.”
“그 말은···진짜 발견했다고 봐도 되는 거야?”
“일단은 그런 거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데이브.
“축하해. 드디어 하나 찾았네.”
“!”
나와 김아진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치매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전인자.
전생에서도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유전인자를 드디어 발견했다.
‘물론 그 유전인자가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지, 아니면 우연한 계기로 모두에게 발견된 유전인자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단지, 그 가능성 하나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데이브, 혹시 바빠? 진단키트 좀 점검해 줄래? 그동안 뭐 좀 봐야 할 게 있어서.”
“걱정 말라고. 이건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지금 당장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고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저 유전인자가 하는 역할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숨소리마저 조용해진 상태로 각자 몰입하여 자료를 찾고 있는데, 김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선 TREM2에 문제가 생겨서 기능을 못 했다고 보는 게 가장 유력하겠지?”
“네. 그리고 TREM2의 역할은···”
TREM2(Triggering Receptor Expressed on Myeloid Cells 2).
뇌에 존재하는 일차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표면에 발현되는 수용체.
“미세아교세포 자체가 뇌 안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이에요. 만약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뇌 안에 노폐물이 쌓이겠네.”
“그리고 그 노폐물에는 아밀로이드도 포함되고요.”
하지만 TREM2에 대한 논문은 많지 않았다. 이제 막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정도로는 치매와 연관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응. 일단 이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군을 준비해 볼게.”
치매 치료와 관련해 드디어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관련 논문을 다 찾아서 읽고 있는데, 누군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바라보는데, 김아진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
뭐지? 왜 저러는···.
“아진 학생. 제가 분명 연구실 사용하기 전에 미리 말하라고 했을텐…어라? 김만덕 학생?”
열린 문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에단 교수였다.
그는 안 본 사이에 훨씬 더 핼쑥해져 있었다. 미간을 잔뜩 좁히고 있던 그는 내 존재를 확인하더니 단숨에 표정을 풀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캘리포니아에 있는 거 아니었나요?”
“아, 그게···”
“드디어 저와 연구를 하려고 온 거군요! 그런 거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좋습니다. 이렇게 깜짝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지요. 정말이지 오늘따라 운이 좋더니만!”
에단 교수는 나를 만나자마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뒤에서 뻘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데이브를 마주했다.
동시에 미간을 팍 구기며 김아진을 바라보는 에단 교수.
“…또 외부인을 데리고 온 겁니까, 김아진 학생?”
“교수님. 그게 아니라요–”
“안 되겠군요. 제가 몇 번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연구실은 연구원증이 없는 사람은 일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했었지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불쾌한지 데이브와 김아진을 몇 차례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어차피 이제 김만덕 학생도 돌아왔겠다, 김아진 학생은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도–”
“제가 부른 겁니다.”
“예?”
“저 학생이 꼭 필요했거든요. 이번 연구에서요.”
내가 데이브를 가리키며 이야기하자, 에단 교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을 들었을 때, 데이브가 이 연구실에 찾아온 게 몇 번 더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있을 때도 김진수와 데이브를 곧잘 불러내곤 했었으니까.
하지만 캘리포니아로 떠날 때 이미 모든 연구에 대한 일들을 김아진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연구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연구실 외의 사람을 부르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지금 상황이 너무 급해서요.”
“급하다고요?”
“유전인자 하나를 발견해 냈거든요.”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에단 교수가 아무리 꽉 막히고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마저 화를 낼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나와 김아진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간을 좁히며 내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저와 따로 하도록 하죠.”
“아진 선배는요?”
“저는 이제 곧 고국으로 돌아갈 학생에게 전수할 지식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하지만 에단 교수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리고 김아진도 이미 이런 상황에 많이 놓였었는지 “에효,” 하고 작게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에단 교수는 나를 바라보며 “지금은 강의가 있으니 오늘 저녁에 따로 연락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길로 문을 닫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김아진이 닫힌 문을 향해 중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오···누나 그런 욕도 할 줄 아시네요.”
“그럼 지금 상황에 욕 안 하고 버티겠니?”
“대체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내 질문에 김아진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도 마. 너 가고 나서 얼마나 히스테리를 부리는 줄 알아? 네가 있을 때랑 없을 때랑 완전 달라. 저 사람.”
“그래도 아까 말은 좀 많이 상처인데요. 고국으로 돌아갈 학생에게 전수할 지식은 없다뇨. 이게 무슨 말이에요?”
“너도 알다시피 이제 곧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미리 말해두니까 저러는 거야. 어차피 곧 갈 학생인데 자기가 지도해봤자 뭐하냐는 거지.”
한마디로 천재도 아닌 나한테는 1분도 쓰기 아까우시단다, 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김아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데이브도 어깨를 으쓱이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사실 저번에 진단키트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왔거든.”
“그건 나 있을 때도 그랬잖아.”
“근데 음···좀 색다르게 들어오긴 했어.”
“색다르게?”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데이브를 바라봤다. 그러자 방금 전 분명 문이 잠겨있는 상황에 데이브가 문을 열고 들어왔던 게 떠올랐다.
에단 교수가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 연구실 중 이곳은 여러 장비나 문서로 인해 보안이 되있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문이 닫혀있다면 들어가기 전에 카드를 찍고 들어와야 했다.
“잠깐 너 방금 연구실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온 거야?”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내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러자 김아진이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그거 내가 연구원증 줬어.”
“선배 거를요?”
“그냥 연구원증 주니까 자기가 복사하던데?”
“? 그게 가능해요? 그럼 기존에 있던 거는 못쓰게 되잖아요.”
내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묻자, 데이브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안되는 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내 특기지.”
···조금은 에단 교수가 화를 내던 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김아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시선을 회피하며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그, 그렇지만 생각해 봐. 진단키트 저거 하나 고치려면 시간 꽤 걸리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연구실에 있을 순 없잖아.”
“그럼 그냥 키트를 옮기면 되잖아요.”
“저거 무거워.”
일부러 힘든 척 울상을 짓는 김아진. 결국 나는 고개를 저으며 데이브에게 말했다.
“얼른 반납해.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나. 안 그래도 보안 문제 때문에 연구소마다 다 난리인 거 몰라? 잘못하면 감옥 갈 수도 있다고.”
“에이, 엄살은.”
“진짜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제 유전자도 발견했겠다. 내 임무는 다 했다!”
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만든 후, 익살스럽게 웃는 데이브.
···애초에 연구원증이 일반 카드 복사하듯 복사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둘째 치고, 이러다가 데이브에게 진짜 피해가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데이브에게 신신당부한 뒤 다시 논문을 찾으려고 몸을 돌렸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데이브를 바라봤다.
“그런데 카드 복사하는 거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거야?”
“응? 보통은 힘들지? 나야 뭐 심심할 때 이런 거 하고 노니까 빠삭한 거고. 왜? 너도 하나 복사해 줄까?”
“…그게 아니라 뭔가 찝찝한 일이 하나 있어서.”
CIRM 연구실이 뒤집어졌다. 누군가 깽판을 치고 간 게 분명한데, 기록상 들어온 흔적이 없다.
나는 이 일을 데이브에게 말하자, 그가 미간을 좁히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우선 진짜 외부인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기록에는 아무것도 안 찍혀 있는데?”
“음···누가 들어올 때 빨리 따라서 들어왔거나, 아니면 아예 바리케이드를 넘어 들어왔을 수도?”
“그건 불가능이야. 애초에 출입구에 지키고 있는 사람이 몇인데.”
“그럼 내부 사람인 거 아니야?”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아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내부 사람이요?”
“응. 기록에도 안 남아있고, 연구실에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면···내부 사람일 확률이 더 크겠는데?”
“오, 일리가 있네!”
김아진의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내부 사람이 연구실을 깽판 치고 갔다고? 대체 왜?
“그러게. 그렇게 했다가 연구소에서 짤리는 건 당연할 텐데. 그걸 모르고 그랬을 리는 없고.”
“없어진 문서가 그렇게 심각한 거야? 중요한 연구 결과 같은 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손상된 뇌세포 복구’ 연구는 이렇다 할 시작도 못 한 상황이었다. 주 연구 멤버인 내가 제임스를 고치기 위해 한동안 참여하지 못했으니까.
없어진 문서는 별거 없었다. 게시판 한쪽에 붙어있던 비상 연락망과 초반 회의 때 잠깐 날려 쓰듯 적어놨던 회의록 몇 장이 다였다.
“회의록에도 별거 없었어. 끽해야 이제 방향을 어떤 식으로 잡아갈까, 정도를 의논하는 시간이었으니까.”
“비상 연락망을 가져갔다고? 왜? 어차피 연구소 내 인트라넷 보면 다 뜰 텐데?”
“내 말이.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간다니까?”
비상 연락망이라고 해 봤자 급할 때 전화할 개인 연락처와 내선 번호 정도가 적혀있었다. 같은 연구소 내 사람이라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정보.
내 이야기에 김아진과 데이브는 미간을 좁히며 여러 추측들을 내놓았지만 그다지 신빙성 없는 내용들이었다.
“결국 뭐가 되었든 간에 적어도 3개월 동안은 여기 있겠다는 소리네?”
“네. 지금 CIRM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요.”
“좋았어, 오늘부터 Nerd 동아리 개시다!”
해맑은 목소리로 “만덕킹!”을 외치던 데이브.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논문을 정리하다가,
“…저 혼자 가요?”
“어차피 나 따라가봤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할 걸? 난 이제 곧 ‘떠날’ 학생이니까 말이야.”
김아진이 떠난다는 말을 강조하듯 손가락을 구부리며 말했다. 결국 나는 김아진을 연구실에 둔 채 밖으로 나왔고,
교수의 개인 연구실 앞에 섰다.
“…하아.”
[Ethan Sterling]나는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