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4화(184/221)
184. 타이틀 (1)
184. 타이틀 (1)
“만덕 학생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에단 교수. 그의 과한 환대가 부담스러웠지만… 그저 멋쩍게 웃으며 그의 앞에 섰다.
“앉죠,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웃으며 자리를 권하는 모습. 이미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찻잔을 보며 긴 시간이 될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에단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몸을 앞쪽으로 당기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광기를 넘어선 무언가로 가득차있는 듯 했다.
아마도 존경, 부러움과 같은 그런 감정들로.
“캘리포니아에서의 연구는 어땠는지요? 줄기세포 연구는 잘 되었나요?!”
“아, 그게—”
“사실 저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진작에 알고 있었지요! 하하하!”
에단 교수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과장된 웃음과 함께 테이블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신문을 꺼냈다.
줄기세포로 제임스를 치료한 일을 다룬 기사였다. 물론 유튜브라는 매개를 이용한 덕이기도 하지만…애초에 하반신 마비 환자를 다시 걷게 했다는 점에서 이 일은 비단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전역, 아니 전 세계에 알려진 역사적인 일이었다.
[생명공학의 발전, 더이상 인류에게 질병은 없다.] [마비와의 승리. 난치병 해결책은 줄기세포] [김만덕. 그는 누구인가?]여러 신문사에 보도된 내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났고, 적어도 내 이름은 이제 슈퍼스타에 준할 정도로 알려진 상태였다.
그나마 사진 크기가 작고 화질이 안 좋아서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실려나갔다면 밖에 다니기도 힘들었을 거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운 나와 다르게 에단 교수는 살짝 부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만덕 학생은 천재, 아니 저와 비슷한 급의 천재입니다!”
아마도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그에게 천재로 인정받는, 그것도 비슷한 천재로 인정받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그는 씩씩거리는 숨과 함께 나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신문 종이에는 이미 여러번 읽은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답했다. 에단 교수가 흥분한 것도 알고 있지만, 굳이 이런 반응에 일일이 맞반응해주기도 귀찮을 뿐더러, 애초에 에단 교수의 경우 자신의 말에 동조를 해주는 순간 더 과열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에···.
이 시간을 조용히 빠져나가기 위해선 최대한 덤덤하게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절 부르신 용건은···”
“우리 사이에 꼭 용건이 있어야 대화를 합니까? 연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용건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같은 동류끼리!”
“제가 뒤에 일정이 있어서요.”
나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만, 사회성이 바닥인 에단은 눈치 채지 못했다.
결국 에단 교수는 계속해서 신문 기사에 나와 있는 문장들을 골라 직접 읽어줬고, 나는 그럴 때마다 “네네.”, “아, 그렇죠.”라며 무미건조하게 반응하며 시계만 힐끗거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에 놓여있던 차는 입에도 안댄 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에단 교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가만보면 만덕 학생은 저한테만 매정하게 구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좋습니다. 필요한 이야기만 하자는 주의! 효율은 저도 참 좋아하는 단어니까요. 그에 반해 저 연구실에서 효율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머저리들에 비하면…에휴, 말을 말죠.”
연구실 사람이라면···김아진과 데이브겠지.
문득 나는 김아진과 에단 교수 사이에 흘렀던 노골적인 불편한 감정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는 전수할 게 없다고 하시던데···.”
“아, 그거 말입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어차피 제 밑에서 진행하게 될 실험들은 단순히 1, 2년해서 끝나는 내용들이 아닙니다.”
에단 교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듯한 태도가 담겨있었다.
“생각해 보십쇼. 김아진 학생은 이제 곧 있으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러면 연구를 하다가 분명히 중간에 끊길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연구라는 게 꼭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연구를 주도하는 사람은 아진 선배인—”
“아는 게 없는데 대체 뭘 주도합니까?”
날이 선 목소리. 에단 교수 역시 이 부분에서는 살짝 짜증이 일었는지 미간을 좁혔다.
가끔씩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사람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절대 건널 수 없는 넓은 강 하나가 놓여있는 듯한 기분.
에단 교수와 나 사이엔 강이 있었다.
물론 연구를 진행할 때 지도 교수의 개입은 교수마다, 연구의 성격마다 천차만별이다. 지도 교수의 조언이 꼭 필요한 연구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 지도 교수의 주 연구 분야와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가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갈 때는 지도 교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곤 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교수님도···.”
나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 쪽은 모르시지 않나요?”
“!”
나름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만, 이미 에단 교수의 눈썹은 좁아지다 못해 두 개가 맞닿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하긴 말투가 조심스럽다고 내용까지 공손한 건 아니니까.
그는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꽤 강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마치 ‘너는 내 편 아니었어…?’ 라고 말하는 듯한 배신당한 사람의 표정.
“농담이지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물어본 거였습니까?! 이거 참!”
물론 에단 교수가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해 본 적이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식균작용을 다루기 위해 겉핥기 식으로 잠깐 연구한게 다 다.
지금 김아진과 내가 하고 있는 부분.
슈퍼진단키트를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편집해 내는 건 그한테도 낯설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슈퍼진단키트 자체가 완성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
‘슈퍼진단키트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겠지.’
“아무리 만덕 학생을 제가 총애한다고 해도 방금 그 말은 몹시 기분이 나쁘군요. 제가 모른다니요?”
“죄송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이 세상에 그것도 이 생물학 분야에 있어서 제가 모르는 건 없을 겁니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이 세상 누구도 모르는 내용이겠죠!”
과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고.
이 세상에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거나, 뇌의 용량 초과로 인해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일 것이다.
한마디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
하지만 에단은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듯 했다. 정확히는 천재인 자신이 뭔가를 모를 수도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천재라는 게 뭐길래.’
천재라는 타이틀에 그가 예전부터 집착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시 이렇게 들으니 그 정도가 심해진 것 같았다.
“저희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건 치매 환자들에게서 공통의 유전인자를 분석해내고 이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제거하거나 복구해내는 연구에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지요.”
“공통의 유전인자를 분석해내는 걸 하신다고요? 어떻게요?”
어떻게 보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이건 데이브를 비롯한 나, 김아진, 김진수에게도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는 말이었다.
슈퍼진단키트를 이용해 분석할 수 있도록 여러명이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했다. 나중에 이 키트를 통해서 다른 질병도 분석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을 에단 교수는 굳이 알고 싶어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천재가 아닌 사람들이 뭔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기대감도 품지 않았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
…참으로 한결같은 사람이다.
에단 교수는 어린아이처럼 “그냥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스탠스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공통의 유전인자를 어떻게 분석해내실건데요?”
“잘 하면 됩니다.”
“수천억 개에 이르는 유전인자를 ‘잘’이라는 단어로 분석해 낼 수 있다고요?”
집요하게 묻는 탓인지, 에단 교수가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연하지요. 제가 못하는 건 없으니까요. 막말로 저는 그런 기계를 이용해서 뚝딱뚝딱하는 건 저급하다고 봅니다. 그런 건 연구가 아니라 그냥 조사이지요, 조사. 연구는 좀 더 고차원적인 일입니다. 적어도 수십 년은 갈아 넣어야 하는!”
…이러다가 대화가 안 끝나겠군.
문득 이 대화에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에단 교수 역시 자신이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큼큼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김아진 선배는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에 가 있는 동안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을 계속 붙잡고 연구하고 계셨고요.”
“그래서 뭐 이렇다 할 결과가 있습니까?”
“네. 치매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있는 유전인자를 발견했어요.”
“!”
내 말에 에단 교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진심으로 놀란 듯 했다.
“…그, 그게 정말로 존재하는 겁니까?”
“교수님은 모르셨어요?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아까 분명 모르는 게 없으시다고.”
“…그냥 한번 되물어본 것 뿐입니다. 일종의 감탄사인거죠. 감탄사.”
그는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이내 미간을 좁히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연구···발표는 했습니까?”
“발표요?”
“뭐 논문이라든가, 학회에 보고라든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리는 에단 교수.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의아했기에 나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
“아뇨. 이제 막 발견한 참이어서요.”
“혹시 어떤 유전자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저는 잘 모릅니다.”
내 말에 에단 교수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물론 어떤 유전자인지 안다. 유전자의 위치까지도 안다.
하지만 뭔가, 뭔가 느낌이 지금 알려주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유전인자는 엄연히 김아진이 슈퍼진단키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분석해 가면서 얻은 결과다. 지금 나온 건 간단해 보이는 결과 하나이지만, 이걸 얻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밤낮으로 노력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유전자에 대해 발표하는 일이 있다면 최소한 내가 아닌 김아진이 하는게 맞았다.
에단 교수는 급격하게 말 수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만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더이상 할말이 없으시다면 가보겠습니다.”
“혹시 그 유전인자. 김아진 학생도 같이 발견한 겁니까?”
연구실 문을 나가려는 순간, 에단 교수가 멈칫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의 기준에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김아진이 자신도 모르는 걸 발견했다는 것에 대한, 복잡하고도 심란한 감정이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네.”
짧게 대답했다. 이건 더 덧붙일 것도 없는 사실이니까.
“…알겠습니다. 조만간 김아진 학생과도 면담을 해보도록 하죠. 지도 교수로서 말입니다.”
그의 입꼬리가 어쩐지 씰룩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그를 연구실에 둔 채 밖으로 빠져나왔고,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
에단 교수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리고 그 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이렇게 젊은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솔직히 크리스 교수가 사직하지 않았으면 에단 교수가 거기에 있을 수나 있었겠습니까?’
‘급이 안되는 사람이죠. 애초에 연구해 오던 분야 자체가 다르고요.’
‘천재, 천재 하길래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하고 기대했건만···’
하지만 에단 교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처음 그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이지, 그 이후로는 끊임없이 그의 자리를 증명해야 했다.
정확히는 천재라는 타이틀을.
“학생 평가도 D라고? 이런 망할 것들 같으니라고···!”
그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물론 진심으로 있는 힘껏 내려치기에는 그는 겁이 많은 편이었기에 내리치는 순간에는 힘을 뺐다.
학생 평가 D. 등급이 총 A, B, C, D. 4개가 있으니 에단은 그 중 꼴찌인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밖의 교수업적평가에서도 그는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최근 있었던 학과장 평가. 분자세포생물학과에 소속된 에단 교수는 학과장과 수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진행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에단 교수의 등급이 정해졌다.
‘에단 교수님.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어떤 사전 노력을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노력이요? 무슨 노력이 필요합니까?’
‘…음. 예를 들면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조 자료를 준비해 둔다거나, 혹은 내용이 정리된–’
‘그런 걸 제가 왜 준비해야 합니까?’
에단 교수는 진심으로 물었다. 그리고 학과장은 들고 온 체크리스트에 뭔가를 기록했다.
그밖에도 학과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라고 물었고, 에단 교수는 ‘잘 되고 있습니다.’라며 다소 질문에 안 맞는 답을 내놓았다.
그런 평가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에단 교수는 한 장의 종이를 받았다. 모든 평가에서 꼴찌라는 의미의 종이를.
물론 에단 교수가 진짜 천재였다면, 적어도 그 스스로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이런 종이쯤은 그냥 넘겨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어렸을 때 한정’으로 천재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에단 교수는 슬슬 궁지에 몰리는 것을 느꼈다.
업적. 업적이 필요했다.
모두가 자신을 다시 천재라고 불러줄 만한 업적이.
“…김아진 학생. 잠시 연구실로 따라오세요.”
그렇게 그는 처음으로 김아진과 대화라는 걸 해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