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5화(185/221)
185. 타이틀 (2)
185. 타이틀 (2)
“잠깐 나갔다올게.”
“어디가요?”
“교수님이 좀 뵙자고 하셔서.”
“에단 교수님이요?”
한창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던 김아진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근데 그 상태로 가도 돼요?”
“상태? 왜?”
나는 미간을 좁히며 김아진을 바라봤다.
퀭한 눈과 며칠 안 감은 머리.
치매 발병 유전인자로 추정되는 TREM2이 발견되고 난 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연구에 쏟고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닌데···”
“뭐래. 그건 너도 마찬가지거든?”
물론 나도 연구실 밖을 당최 나가고 있지 않았지만.
TREM2에 대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놀랄 일의 연속이었다. 논문을 볼 때마다 우리는 마치 새로운 비기를 손에 얻은 것마냥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읽었다.
미세아교세포에서 발현되는 TREM2 유전자.
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진행중이었지만, 지금 밝혀진 기능만 해도 엄청났다.
첫째, 뇌의 염증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다. 참고로 염증은 모든 병의 근원이나 다름없다.
둘째, 이 미세아교세포는 세포 잔해, 즉 이미 죽은 세포나 베타-아밀로이드 물질을 먹어 치우는 역할도 했다.
아밀로잽이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 및 배출해 낸다면, 이 녀석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
한마디로 ‘식균작용’을 한다는 소리였다.
김아진이 나가기 싫다는 듯 몸을 어기적거렸다. 뭔진 몰라도 에단 교수와의 면담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갑자기 왜 부르시는 건데요?”
“낸들 아니. 평소에는 뭐 물어보려고 해도 한 번도 안 만나주시더니 너 오니까 갑자기 달라진 거봐. 진짜 재수 없다니까.”
미간을 팍 구긴 채 질색하는 김아진은 대충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실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기 직전, 뭔가가 생각났는지 몸을 살짝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오늘도 연구실에 있을 거야?”
“네.”
“몇 시까지?”
“적어도 이번 달까지요.”
“아니, 오늘 집에 몇 시에 갈 거냐고.”
“안 가요.”
살짝 안쓰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아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달까지는 무슨. CIRM 연구실에 고쳐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다.
그렇게 김아진이 떠난 뒤, 다시 연구에 돌입했다.
‘일단 TREM2 유전자가 손상된 실험쥐는 다음 주 중으로 준비되니까 그때 실험을 해보면···.’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의 발병은 역시 맨 처음의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긴 했다.
유전자 하나로 모든 질병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증상이 쌓이고 쌓여서 ‘치매’로 발전한다.
‘뇌의 염증 지수에 대해서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또 뇌 속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에 대한 바이오마커로 뭘 사용할 건지도 일단 조사해 보고.’
뿐만 아니라 김아진과 의논했었던 부분.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할 것이냐,
아니면 ‘복구’할 것이냐.
‘지금 TREM2 유전자 자체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지. 이걸 아예 제거해 버린다면 기존의 TREM2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지도 몰라.’
그렇게 참고 문헌으로 살펴볼 만한 다른 논문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불현듯 지난번 에단 교수가 골똘히 생각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던 에단 교수.
그 표정은 분명 ‘이거다!’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문제는 뭘 두고 ‘이거다!’라고 생각했냐는 건데···끄응, 갑자기 떠오른 표정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뭔가 찝찝하다. 유사과학을 믿지 않는 내게도 일종의 ‘촉’이 발동하고 있었다.
‘에단 교수가 갑자기 아진 선배를 왜 부른 거지?’
분명 에단 교수는 김아진을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이제 곧 사라질 사람. 즉, 자신에게 필요 없는 사람으로.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에단 교수는 김아진을 줄곧 그런식으로 취급했던 모양이고, 에단 교수는 틈만 나면 김아진이 연구하고 있는 곳에 와서 시비를 털다갔다.
예를 들자면,
‘네이처나 사이언스지를 읽을 수는 있나요? 아뇨, 아뇨. 거기에 김아진 학생이 뭘 올릴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진 학생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연구는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김아진 학생이 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아예 안 드는군요···’
와 같은 말들로.
‘그걸 그냥 두고 있어요?’
‘그럼 뭐 한 대 쳐? 그럴 수도 없잖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나름 한 성깔하는 김아진인 만큼, 분명 듣는 순간 속에서 천불이 났을 텐데 생각 외로 그녀는 묵묵히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제 저녁, 연구실 옆 휴게실에서 치킨 도시락을 먹던 김아진이 무심한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너랑 한 약속이 있는데 어떻게 그만둬?’
‘예?’
그때의 일을 떠올려서인지, 아니면 에단 교수를 떠올려서인지 미간을 팍 구기는 김아진.
‘솔직히 치사하고 더러워서 눈물이 다 났거든?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막말로 지도교수가 왜 있는데! 궁금할 때 물어보고 이것저것 까이고 그러려고 여기 있는 거지. 이제 갈 사람이니까 안 알려주겠다고?’
푹! 치킨 너겟을 포크로 콱 찌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참고로 김아진은 대학원생이 아니다. 졸업을 유예한 대학생.
‘그래도 약속했잖아. 너 돌아오기 전까지 연구해 두기로.’
‘···’
‘게다가 지도 교수님, 아니 그 지도 교수놈이 갈군다고 그만두면 그 녀석한테만 좋은 꼴이잖아? 절대 그럴 순 없지. 그리고 내가 볼 때 제대로 연구도 안 하는 것 같아. 시간이 그렇게 남아도니까 허구한 날 와서 시비나 털다 가지!’
분명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고! 라고 이야기하는 김아진. 그녀는 몇 분간 죄 없는 치킨 너겟을 포크로 난도질했다.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치킨 너겟 두어개를 그녀의 도시락 위에 올려 주었다.
‘고마워요. 그래도 선배 덕분에 TREM2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됐어. 나 혼자서 발견한 것도 아닌데 뭐.’
‘그래도요.’
‘그럼 나중에 밥이나 사.’
‘전에 그 레스토랑 예약할까요? 제일 비싼 코스로?’
내 말에 피식 웃어 보이는 그녀.
사실 캘리포니아에 가 있는 기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6개월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같이 연구하는 동료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물론 나는 혼자 연구하는 걸 선호했었지만···.
전생의 나는 애초에 연구 말고도 다른 사람과 같이하는 활동을 싫어했다. 하지만 김아진은 원래부터 성격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한마디로 인싸다. 그런 성격은 자연스럽게 연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고, 전생에 그녀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는 걸 좋아했다.
6개월동안 다른 사람과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혼자 슈퍼진단키트를 두드리며 그녀는 어떤 생각으로 있었을까.
‘…뭐.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었겠지.’
같은 상황이어도 누구에게는 최고의 연구 환경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연구 환경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그때의 대화를 상기하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의아한 마음에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는데,
“여보세요?”
[연구실이니?]“교수님?”
[그래.]듣자마자 누구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김성진이었다.
[방해하고 있던 건 아닌지.]“전혀요. 마침 쉬고 있었어요. 그나저나 번호는 바꾸신 거에요? 처음 보는 번호인데요?”
[아, 그게···]김성진 교수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얼마 전에도 들었던 목소리인데도 불구하고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연구 관련해서 알려줄 게 있는데 시간 괜찮니?]“연구 관련이라면···”
[치매랑 관련된 새로운 논문이 있어서. 물론 너라면 먼저 읽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김성진의 말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한동안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줄기세포다 뭐다 해서 정작 치매 치료의 동향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삼 아무것도 알려주기 싫어하는 에단 교수와 다르게 이렇게 전화로 이야기해 주는 김성진이 천사로 느껴질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다른 지도 교수를 만났던 적이 별로 없구나.’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지도 교수는 총 3명.
줄기세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던 크리스와,
지금 명목상 지도 교수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는 에단 교수.
그리고 전생의 지도 교수 김성진이었다.
학부 시절 때 무작위로 배정되는 지도 교수도 김성진이었고,
이후 석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대학원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김성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이 지도 교수를 욕할 때 잘 이해 못하곤 했지.’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는 지도 교수썰.
어떤 지도 교수는 대학원생을 개인 비서처럼 부려 먹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지도 교수는 대학원생이 쓴 논문을 은근슬쩍 자신의 공으로 바꿔치기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족속들에 비하면 김성진은 천사,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도교수처럼 여겨지곤 했다.
‘생각해 보면 전생 때도 팀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는 김성진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었지.’
물론 팀에서 쫓겨나게 된 것도 김성진 탓이라고는 볼 수 없었으나 애초에 팀에서 나가게 된 마당에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으니까.
···물론 하나 꽂히면 어떻게든 이뤄낸다는 게 좀 무섭긴 했지만. 어쨌든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아마도.
그때, 김성진이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미국에 왔단다.]“미국이요?”
[미리 말하고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한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말이다.]미국에서 사용하는 핸드폰이 따로 있다는 김성진. 그는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천천히 설명했다.
[이번 아밀로잽과 관련해 다른 연구를 병행하던 게 있었는데, 마침 그거랑 관련해서 학회가 이번에 열린다고 하더구나. 아까 말한 치매 관련 논문도 그 학회 연설자로 오신다고 하고.]“어···무슨 학회인데요?”
[음···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같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내일 시간 괜찮니?]갑작스러운 학회 이야기에 나는 주춤했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학회라는 게 그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니까.
물론 싸우고 논쟁을 하는 건 아니다.
발표자가 연구 내용을 가지고 이런저런 발표를 하고,
궁금증이 있으면 질문을 하고,
그러다가 더 내용이 보완되는 곳.
하지만 학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더군다나 인맥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허구한 날마다 학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기에···안 그래도 사람 많은 곳이 싫은 나로서는 학회 참석이 망설여졌다.
[다름 아니라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ADI)에서 주최하는 학회란다.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말이지.]“어, 어디요?”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란다. 나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갈게요.”
단칼에 대답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순간적으로 말이 없어졌다. 김성진의 당황한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바쁜 거 아니었니?]“아뇨. 하나도 안 바빠요.”
물론 바쁘다. 하루에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놓쳐버릴 순 없었다.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 ADI(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라고도 불리는 이 협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알츠하이머 협회였다.
각종 치매 치료에 대한 현황 보고는 물론. 다양한 치매 치료 연구원들이 한데 모여 치매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는 곳인 만큼 다양한 치매 환자의 유형과 특징, 진행되고 있는 치매 치료제 임상 시험 결과 보고, 치매 관련 정책 등 다양한 내용이 오갔다.
이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기회였다.
“내일 시간 비워둘게요.”
[…그럼 그렇게 하렴.]단호한 내 말에 김성진이 연신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한 적은 드물었으니까.
물론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에 참석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참가 자격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기에 교수나 연구원이 아니더라도 참석할 수 있지만···
치매와 관련된 유전인자를 발견한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한 순간이니까.
그렇게 김성진과 내일 만날 일정을 잡은 후, “그럼 내일 보자꾸나.”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고,
“교수님!”
“그래. 잘 지냈니?”
“네. 덕분에요.”
“다행이구나.”
김성진은 커다란 건물의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츠하이머 국제컨퍼런스] [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그럼 안으로 이동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