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88화(188/221)
188. 디펜스 (1)
188. 디펜스 (1)
[경증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과 환자와 보호자 관리] [치매 및 파킨슨 병 진단을 위한 자기공명영상(MRI)의 이용] [퇴행성 뇌질환 종류에 따른 바이오 마커 활용]“와···포스터가 엄청 많네요.”
“아무래도 국제 학회다 보니 그렇네. 그리고 포스터 발표의 경우엔 관련성이 적은 포스터들도 일단 게시하고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기조 연설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세션별로 이동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커다란 홀 안으로 들어가자 화이트보드와 같은 큰 판 위에 포스터들이 줄지어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게시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명찰을 맨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로 각자 관심있는 분야의 포스터를 찾아다니고 있는 사람들.
“그러면 이번 임상 실험 결과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저희가 개발한 운동법에 의하면 손가락 운동 횟수를 의도적으로 늘린 결과···”
“이 그래프가 잘 이해가 안가는데요. 특정 환자의 데이터값만 튀어오르고 있어요.”
“아! 그 부분은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지 4년이 된 환자로···”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관람자와 열띤 표정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발표자.
모두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해 진심으로 토론하고, 토의하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 궁금해하던 분야로 가서 물어보거나,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서 등. 이유는 다양했지만 열정은 동일했다.
“아니! 김성진 교수님 맞으시죠? 아까 연설은 매우 잘 들었습니다. 아밀로잽 임상 실험 결과를 듣는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아 분해 및 배출을 해내는 치료제라니! 치매 치료계에도 특이점이 오는 것인가요! 하하하!”
그때, 한 남자가 김성진을 보고 아는체를 했다. 가만보니 내 앞쪽에 앉았던 남자였다.
그는 김성진이 피피티를 넘기며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온 몸이 들썩거리던 사람···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었다.
‘이번 아밀로잽을 투약한 50대 남성의 사례를 보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자세한 수치는 피피티에 나온 것처럼···’
‘맙소사! 이건 말도 안되는 군!’
‘이 그림에 나와있듯이 아밀로잽의 경우 올리고머화 베타-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기작을 보이며···’
‘왓 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모든 리액션을 다하고 있는 남자. 아무리 개방적이고 자기 표현이 강한 미국이라고 하지만, 이정도는 좀 과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이던 남자가 김성진과 마주보게 되었으니···
“정말이지, 이번 연설을 보고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치매 치료의 한 획, 아니 아예 새로운 지평을 여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비록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에 의한 치매만 해결하는 거긴 하지만 이 방법이 개선되면 다른 질병에도 적용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단 치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우요! 교수님의 연구는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아니죠, 인간을 치매라는 극악무도한 질병으로부터 건져올리는 구원자입니다!”
남자는 금방이라도 호흡이 넘어갈 것처럼 요란스러웠다.
‘…천재라.’
천재 이야기가 나오자 자동으로 에단 교수가 떠올랐다. 끊임없이 자신을 천재라고 지칭하는 것과 다르게 김성진은 단 한번도 스스로를 두고 천재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천재라고 불리는 것을 매우 꺼려하고 있었다.
‘교수님은 천재 소리 들으실 때마다 어떤 기분이세요?’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란다.’
‘어, 왜요?’
하루는 연구실에 있다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김성진을 보고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때마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하곤 했다.
‘나는 지금까지 진짜 천재를 본 적이 없단다.’
‘네?’
‘나도 천재가 뭔지 모르겠는데, 칭찬을 들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지.’
그때 김성진은 아리송한 말을 던졌었다. 물론 아직도 제대로 이해는 못하고 있지만···나는 김성진을 바라봤다.
그는 남자의 칭찬이 부담스러운지 주춤하며 몸을 살짝 뒤로 뺐다. 물론 박성민은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감사합니다만,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과한 칭찬은 부담스럽습니다.”
“아닙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천재입니다. 이런 약을 과연 누가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이런 아이디어를 직접 약으로 개발할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비범한,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라는 겁니다!”
“흠···”
그런데 이어진 남자의 말에 김성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뭐지, 드디어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하는건가? 이제 자기애가 넘치는 교수님을 보게 되는건가?
하지만 김성진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저 역시 이런 아이디어를 직접 약으로 개발하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맞지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혈뇌장벽을 통과해내도록 만든 것도 일반 사람이라면 할 수 없었을테지요.”
“맞습니다, 교수님! 그게 제가 하려던 말입니다!”
“…”
이 사람 설마···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분해해내는 발상도 역시 인상깊었습니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들만 골라서 제거해낸다는 생각이었으니까요.”
“저도 그 부분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단순히 표적으로 삼는게 아니라 이 아밀로잽은 그걸 혈뇌장벽 수준으로 분해하니까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한발 더 앞서 나가서 보는 이 통찰력. 정말이지 본받고 싶습니다.”
잠깐, 멈춰.
“게다가 올리고머화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기 위해 분자 수준에서 고리를 끊어낸다는 아이디어도 참신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시니 당연히 여러 학문에 대한 조예가 깊으시겠지만 화학 분야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런 생각을 해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대단하십니다!!”
“그, 저, 저희 이제 포스터 구경 해야하지 않을까요? 시간도 얼마 없는데.”
결국 대리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내가 버벅이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성민이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 학생은 누구인가요?”
남자가 나를 바라봤고, 나는 뻘쭘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남자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고.
김성진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꽤나 뿌듯한 표정과 함께 남자에게 말했다.
“아밀로잽을 개발한 천재입니다.”
“예?”
“이번 연구는 이 학생이 시작한거니까요.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김성진의 말에 남자가 순간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아, 아밀로잽을 개발한 사람이 김성진 교수님 아니었나요?”
“전혀요. 저는 임상 실험과 관련해서 이후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부합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쪽이겠군요.”
“이, 이렇게 어린 학생이···?”
남자는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지, 진짜입니까···? 학생이 아밀로잽을 만들었다고요?”
“그게 엄연히 말하면 저 혼자 만든게 아니고–”
“그러니까 진짜 학생이 만들었다는건가요?”
“아···”
“진짜로??”
결국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만 끔뻑거릴 뿐.
···내가 볼 땐 박성민보다 김성진이 더 성격이 안 좋은 것 같다. 아니 안 좋은 거 맞다.
“자, 이만 포스터 구경을 하러 가볼까나.”
“그래, 그래! 이러다가 하나도 구경 못하고 다 끝나버릴라!”
내가 원망 어린 눈으로 김성진을 바라보자, 김성진이 저 멀리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신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나를 이끄는 박성민.
우리는 최대한 남자로부터 멀리 이동했다.
···여기서 더 천재니, 뭐니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고개를 못 들 것 같으니까.
“생각보다 칭찬을 어려워하는구나. 이제는 익숙해질법도 한데.”
“전혀요. 애초에 전 천재 그런게 아니니까요.”
“뭐, 언젠가는 인정하게 되는 날이 올거다. 머지 않아서 말이지.”
우리는 중심부로부터 떨어진 구역을 먼저 거닐기 시작했다.
김성진은 포스터를 꼼꼼히 보는듯 하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스쳐지나갔다.
인정하게 될 날이 온다고?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우자, 김성진이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치료제로 승인이 날 것 같더구나. 임상 실험 결과가 워낙 좋아서 말이다.”
“…! 정말요?!”
“그래. 그때되면 아밀로잽 관련해서 인터뷰도 많이 들어올테니 긴장하고 있으렴. 그때는 줄기세포계의 1인자가 아니라 치매 치료계의 1인자라고 적힐테니까.”
천재 소년이라는 타이틀도 꼭 덧붙여서 말이지, 나는 김성진의 말에 멋쩍게 웃었다.
이 모든게 일종의 예행 연습이었다며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김성진과, “저거 그냥 재밌어서 저런거다. 성격 더럽거든.” 이라고 설명을 해주는 박성민.
그렇게 우리는 포스터 사이사이를 거닐다가, 순간 내 발에 우뚝 멈췄다.
“왜? 무슨 일이야?”
“어···잠시만요. 제가 헛것을 보나봐요.”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 볼 일이 없는 얼굴이기도 했다.
“…에단 교수님?”
“아는 사람이니?”
“어···네. 지도 교수님이세요.”
내 말에 김성진이 미간을 좁혔다.
“지도교수라면···하버드에서 말이니?”
“네. 그런데 지금 여기 계실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치매쪽으로는···”
“뭐, 포스터 발표는 상관 없는 주제도 많이 붙여두니 말이다. 그럼 가서 인사라도 드리는 건 어떻겠니.”
지도 교수라는 말에 김성진과 박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서로 안친하다고 해도 이런 장소에서 만나면 예의상 찾아가보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 앞에 선 나는 형식상으로라도 예의를 차릴 수 없었다.
“치매 환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된 유전인자라던데요?”
“어머나, 그게 진짜로 발견되는 건가요? 신기해라.”
“교수님, 몇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 TREM2 유전자가–”
꽤 많은 인파 사이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자.
에단 스털링이었다.
“네네, 그 부분은 말이지요. 저희 연구실에서 밤새도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견해 낸 유전자입니다. 저 역시도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지 코피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꽤 열정적인 분이신가 보구나.”
“뭐야, 너랑 완전 반대네. 이러니까 만덕이가 하버드로 갔지!”
박성민이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김성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다들 열띠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상황 속.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아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 김성진과 박성민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TREM2 유전자의 경우 미세아교세포와 아주, 아아주 관련이 깊은 유전자입니다! 미세아교세포가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암암, 이 분야에서 천재라고 불리고 있는 저 에단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왱왱 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때려 박힌다.
제대로 된 설명은 하지도 못하면서 일부러 과장스런 행동을 하는게 눈에 거슬린다.
천재, 천재라고 연거푸 이야기 하는 저 단어가 몹시···
“…교수님.”
“?”
“만약에 대학원생이 지도교수를 없애면 정당방위로 인정 되나요?”
“??”
섬뜩한 내 말에 김성진의 표정이 굳었다. 박성민도 마찬가지.
“그, 그게 무슨 말이니.”
“아. 정정할게요. 대학원생이 아니라 지금은 학부생이에요.”
“마, 만덕아 살인은···”
그 순간, 오래전 같은 동아리에 있던 미야가 한 말이 떠올랐다.
‘만약 누군가 네가 힘들게 연구해서 만들어 낸 치매 치료제를 훔쳐 간다면 어떤 기분일 거 같아?’
‘아···.’
‘너가 느끼는 감정의 정확히 1024배 정도로 화가 날 거야.’
음, 미야. 네 말은 틀린 것 같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1024배라면···
“저 미X 새끼가···”
이미 그 사람은 진작에 스트레스로 쇼크사했을 테니까.
나는 곧바로 에단 교수를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