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90화(190/221)
190. 증거 (1)
190. 증거 (1)
“대체, 왜. 왜 안되는거야!”
새벽 3시. 에단은 밤새 실험실에 틀어박혔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음 속에서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빠졌다.
‘거짓말. 이건 말도 안되는거라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는 몇번이고 샘플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전자 분석 기계에 넣고 돌리면 될 줄 알았다. 그건 그가 연구원으로 지낼 때 자주 하던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번 건 달랐다.
단순하게 얻을 수 없는 수치. 애초에 단 한개도 아닌 수 천개의 유전자 샘플을 일일이 대조한다는 건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TREM2 라는 유전자를 도대체 어떻게 발견해낸 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분명 무슨 수를 쓴거야. 그게 아니고서는 이 유전자를 발견할 수 없다고. 분명, 분명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깊은 절망감. 그리고 이어지는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이대로면 정말 학생의 연구를 빼앗은 교수로 낙인 찍힌다. 천재 소리는 고사하고 당장 교수 자리에서 내쫓기게 될 판이었다.
‘으으···그것만큼은 절대로···!’
에단은 연신 머리를 쥐뜯으며 고민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미궁속으로 빠질 뿐이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저 둘은 해냈다.
대체 어떻게?
“잠깐만. 인간이 한 게 아니라면?”
순간 떠오른 생각에 에단의 두 눈이 빛났다.
분명 전에 연구실을 갔을 때 봤던 정체모를 기계. 또 연구실에 쓸데없는 걸 가져다놨다는 생각에 에단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고, 김아진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답했었다.
‘이걸로 유전자 분석중이어서요. 공통 유전자 찾고 있어요.’
‘하! 그런 기계로 뭘 한다는 건지. 그런 건 연구가 아닙니다. 단순 노동이라고요, 노동!’
그때는 그냥 멍청이들이 유전자 분석 하나 하는 것도 귀찮아서 만들어낸 물건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바로 그 기계였다.
그러나 에단은 이내 절망적인 목소리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 연구실로 간다고 한들 그 고철 덩어리가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그가 국제 알츠하이머 학회에서 돌아온 날. 김아진은 에단을 보자마자 복도에서 달려왔다. 달려오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에단은 저도 모르게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똑똑.
‘교수님. 문 좀 열어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똑똑똑.
‘들어가시는 거 봤어요. 애초에 저희 눈 마주쳤잖아요?’
똑똑똑똑똑.
“야 이 Xxx!. xXx!! Xx!”
분명 뭐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영어가 아니어서 알아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굳이 알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느낌.
에단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문 너머로 말했다.
‘무, 무슨 일이죠?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다음에 오시죠.’
‘…연구 때문에 여쭤볼게 있어서요.’
‘여, 연구라면?’
‘교수님 조언이 필요해서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에 에단이 문고리를 잡았다. 열어도 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실수로 손이 미끄러졌다.
찰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김아진은 빵끗 웃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 든 종이를 에단의 눈 앞에 들이밀며 물었다.
‘다름 아니라 저희가 연구하던 내용이랑 교수님이 이번에 내신 논문이랑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주제부터 결과값까지 모조리.’
‘하, 하하···그런가요? 시, 신기하군요.’
‘네. 너무 신기해서 조언 좀 여쭤보려고 왔어요. 교수님.’
쾅!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치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 새…아니 교수님. 지금 무슨 짓을 하신지 알고 계신거죠?’
에단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일 것 같이 노려보고 있는 김아진의 살기에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여, 여기서 잘못하면 진짜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단은 애써 목을 빳빳하게 세워보였다.
마치 맹수 앞에서 토끼가 뻗대듯이 최대한 몸을 부풀리려고 노력했으나 앙상한 그의 몸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지, 지금 교수를 위협하는 겁니까? 당장 경찰을 부르기 전에 나가는게 좋을—’
‘그건 걱정 안하셔도 돼요. 이미 짐 다 뺐으니까.’
‘뭐라고요?’
김아진은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에단 교수를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
‘연구윤리위원회에 정식으로 신고를 넣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학생 연구를 빼돌리는 사람이 교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 그게 무슨···!’
하지만 김아진은 에단을 노려보다가 다시금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연구하던 모든 것들을 들고 나가버렸다.
그 고철 덩어리 기계도 함께.
‘그 기계를 어디서 구한거지? 산 건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가장 쉬운 문제다. 에단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유전자 분석 기계에 대해 물었지만···
‘죄송하지만 그런 장비는 없습니다. 애초에 유전자 하나가 아니라 수 천개를 동시에 분석한다고요? 불가능이에요 교수님.’
‘아마 100년 후에 나오지 않을까요? 적어도 50년은 지나야해요. 하하하!’
‘그런 기계가 나오면 저희가 가장 먼저 사겠습니다.’
“이런! 젠장할!”
에단은 인상을 쓰며 책상을 쾅 내려쳤다. 하지만 아파오는 건 그의 손이었다.
고통. 이어지는 복잡한 감정이 울컥 쏟아져 올라왔다. 질투와 열등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에단은 연구 결과를 바라봤다.
“…잠깐만. 꼭 진짜 실험을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그 순간, 무언가 번뜩였다. 에단의 눈에 이글거리는 빛이 스쳤다.
“그래··· 이미 유전인자가 뭔지 알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다시 실험할 필요가 있겠어?”
결과는 알고 있다. 과정만 알면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라는 거 꼭 눈 앞에서 시연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는 중얼거렸다.
“두고보라지.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고.”
그렇게 에단은 밤새 키보드를 두드리며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
“…괜찮겠지?”
“왜요. 떨려요? 혹시라도 에단 교수한테서 연구를 뺏길까봐요?”
“아니, 에단 그 새끼 만나면 죽빵을 때려버릴까봐.”
김아진이 심호흡을 하며 다른손으로 주먹 쥔 손을 꼬옥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분노를 참고 있는건지, 아니면 최후의 한 방을 위해 기를 모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후자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오늘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날이었다. 1차 본조사때 에단 스스로가 인정하기 원했지만···
그는 결국 가장 멍청한 선택을 해버렸다.
‘제가 논문을 뺏었다고요? 하! 누가 그럽니까?’
‘제보자를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만, 논문을 뺏은 적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당연하죠! 이렇게 된 거 제 연구 결과를 하나씩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에단은 조사단에게 자신이 준비한 걸 보여줬고, 애초에 이쪽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조사단으로선 이 문제를 쉬이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가만히 있을 우리가 아니었다.
‘제보자와 피제보자는 원칙상 만날 수 없습니다. 신변 보호의 차원이기도 하고 공정성 부분에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제보한 걸 알고 있는데요, 뭐. 게다가 이런 식으로 하면 끝나지 않을 것 같고요.’
연구윤리위원회 조사위원단장은 내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천재 교수라고 불리는 에단 스털링.
떠오르는 천재라고 불리는 나.
어떻게 되든 간에 대학 입장에선 둘 중 한명을 놓치게 될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연구윤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그나마 남는 장사일 터.
‘그렇다면 두 분의 연구 과정을 소개하는 부분에 대해 교수진 회의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부담스럽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아뇨, 그게 제가 원하는 거에요. 감사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있을 수록 우리에겐 유리했다. 분명 그 중 한 명은 에단 교수의 연구 방법이 이상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을테니까.
그렇게 연신 손바닥에 뭔가를 쓰며 심호흡을 하고 있는 김아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회의실 문이 열렸다.
데이브였다.
“휴,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네.”
“그건 잘 챙겨왔어?”
“당연하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온 데이브는 웃으며 등에 맨 커다란 가방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슈퍼진단키트도 들어있었다.
“고마워. 갑자기 연락 받아서 놀랐을텐데.”
“오히려 덤덤했는 걸. 그 교수라면 그럴 것 같았거든.”
뭔가 구린 냄새가 무지 났었으니까, 라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이야기하는 데이브. 그리고 곧이어 에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노려보는 두 명. 김아진과 데이브를 보고 “히익,” 소리를 냈다가 슬금 슬금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각자 입장을 밝히시고 연구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피제보자인 에단 교수님부터 내용을 정리해 말씀해주시지요.”
연구윤리위원회 단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에단이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앞에 나왔다. 그의 앞에는 하버드 내의 교수진들이 쭉 일렬로 앉아있었다.
“에단 교수가 진짜 논문을 뺏었으려나요.”
“뭐, 아무리 재수 없는 사람이긴 해도 설마 그럴려고요. 뭐가 아쉬워서?”
“이번에 평가에서 또 꼴찌하지 않았습니까. 그것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 걸수도 있지요.”
“크, 큼큼!”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에단이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히 앞을 바라봤다.
나는 그런 에단의 표정을 말없이 쳐다봤다.
“여러분! 지금부터 치매 유전인자로 밝혀낸 TREM2 돌연변이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에단의 우렁찬 목소리에 교수진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당당한 그의 태도는 전혀 논문을 뺏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에단은 준비해 온 피피티를 넘기며 온 힘을 다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일반 사람들, 아니 전공자가 듣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딱 하나 빼고.
“그럼 지금 일일이 유전자 분석을 하셨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어떻게···그 많은 유전자를 대조해가며 분석하신거죠?”
에단은 결국 이 부분. 그러니까 슈퍼 진단 키트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을···
“밤낮으로 했습니다!”
“예?”
“못할거는 아니지요. 일단 분석할 부분을 염색체 전체가 아닌, TREM2의 위치를 잡고 분석하기 시작한 거니까요.”
한마디로 무식하게 모든 걸 다 분석한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유전자들만 대조하면서 보면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요. 그렇기에 저는 밤낮으로 코피를 쏟아가며—”
“자, 잠깐만요.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하필 TREM2 유전자를 골랐고, 그것만 분석해봤는데 하필 그게 치매 유전인자였다?”
교수 중 한명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에단은 오히려 그 질문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바로 과학이 재밌는 일이지요.”
“예?”
“이 세상에 위대한 발견을 해낸 과학자들 중 대부분이 운으로 발견해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에단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김아진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와···나 지금 소름돋았어.”
“저도요.”
여기서 운을 운운할 줄이야.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적어도 비슷한 프로그램이라도 가지고 올 줄 알았는데···
“뭐, 아예 안되는 일은 아니긴 하죠.”
“생물학같은 경우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으니까요. 페니실린도 운좋게 발견된 거였고요. 맞죠?”
하지만 교수 중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세상은 논리로만 설득되지 않는다.
저런 비논리적인 이유로도 설득이 되곤 했다.
그만큼 과학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으니까.
“자, 그럼 이번에는 김아진 학생이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에단 교수가 단상에서 내려가고, 김아진이 떨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얼마나 연신 아랫 입술을 씹었는지 살짝 헐어있을 정도였다.
“선배, 너무 긴장하지 마요. 잘 될거에요.”
“응. 고마워.”
짧게 인사를 하고 난 뒤, 김아진이 앞으로 나갔다.
이번 발표는 내가 아닌 김아진이 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연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닌 김아진이니까. 그렇기에 이 논문을 되찾아올 사람도 내가 아닌 김아진이었다.
그녀는 긴장이 되는지, 단상 앞에서도 연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짧게 기합을 넣은 후 발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치매의 원인이 되는 유전인자를 분석한 김아진 입니다.”
짧은 소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발표.
그 내용은 에단 교수에 비해,
“여기 이 표를 보시면 대한민국의 연서병원에서 받은 치매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 샘플의 목록입니다. 이 샘플의 경우에는 사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부분이며 이와 관련된 부분은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더 꼼꼼하고,
“저희는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연구 목표 자체를 유전자 편집 기술에 잡았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인자를 제거하거나 복구하는 방향으로 연구 방향을 잡았고, 현재는 제거보다는 복구쪽에 초점을 더 둔 상황이었습니다.”
철두철미 했으며,
“하지만 저 많은 유전인자를 일일이 다 분석했다는 건가요?”
“아뇨. 저건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유전자 샘플의 수가 많기도 하고 유전자 염기서열의 수까지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수가 될텐데 인간이 발견해내는 건 불가능하지요. 운으로 발견하는 건 더욱, 더 불가능한 수치이고요.”
“그럼 대체 어떻게···”
“기계를 이용했습니다.”
논리적이었다.
갑자기 기계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아진의 손짓에 맞춰 데이브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커다란 가방에 간신히 가지고 온 슈퍼진단키트를 꺼냈다.
“저게 대체 뭐지요?”
“보기엔 그냥 고철 덩어리같은데···”
사람들이 미간을 좁히며 슈퍼진단키트를 빤히 쳐다봤다. 이윽고 데이브는 외관을 장식하고 있던 철로 된 부분을 들어냈다.
그러자 각종 회로로 뒤덮여있는 기계가 나타났다.
“슈퍼진단키트로 수 백, 수 천개의 유전자들을 분석해주는 기계입니다.”
“그냥 단순히 분석만 해주는 거면 새로운 기계는 아니지 않나요?”
“단순 분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유전자들 간의 연관성과 두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도 분석해줍니다.”
“…? 지금 그 말이 사실인가요?”
김아진의 말에 교수진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물건을 쉽게 믿지 못하는 듯 했다.
“에이, 저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애초에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저런 기계가 아니라 슈퍼 컴퓨터정도는 있어야 가능하다고요!”
“지금 보아하니 이 학생들이 좀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데···”
“이럴 게 아니고 그냥 한번 돌려봅시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더러는 이 슈퍼진단키트를 보고 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기계였으니까.
“슈퍼진단키트는 존슨앤존슨으로부터 투자도 받은 물건이라고요!”
“뭐, 뭐?! 그게 사실인가 학생?”
“그런데 저 학생은 누구죠? 제보자 중 한명인가요?”
자신의 걸작인 슈퍼진단키트가 의심받는 걸 보자, 데이브가 속상한 듯 소리쳤다. 그러자 교수진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데이브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 어떤 남자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걸 지금 돌린다고 해서 우리가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죠?”
“네?”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리가 유전자 쪽으로 다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계를 돌리는 거면 자체 프로그램으로 결과가 뜰텐데···해석하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 되는거 아닙니까?”
남자는 뒷통수를 긁으며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 김아진이 당황한 듯 말을 이었다.
“이 기계에 대한 보증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그는 한번 에단을 바라봤다가 다시 김아진을 바라봤다. 미세하지만 에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었다.
···.설마 여기에 바람잡이를 넣어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째 에단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가 저걸 본다고 한들 해석할 순 없으니까요.”
“나원 참. 이래서는 누가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없군요.”
“이렇게 되면 지도교수 손을 들어주는 게 관례상 맞지 않나요? 어차피 저들도 다 에단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던 학생들이었다면서요?”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김아진이 위축된 표정으로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음···이렇게 되면 연구 과정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거 다같이 올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보아하니 김아진 학생도 에단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고, 지도 교수님인만큼 여러 조언을 받았을거라 생각하는데요.”
학생 혼자 다 한것 같이 느껴져도 지도 교수님도 많이 고생하셨을 겁니다, 라며 중재하려는 조사위원.
김아진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절대 안돼요. 애초에 아무것도 안 한–”
“저는 괜찮습니다. 위원장님.”
그때 에단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아진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다정하게,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이 학생들의 이름을 빼놓고 올렸던 게 가장 큰 문제였네요. 저도 이 두 명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었죠.”
“…뭐라고요?”
“논문을 철회하고 이 둘의 이름을 같이 넣어 다시 출판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역시 지도 교수님이시군요. 거기 학생 두 명도 이정도면 만족하겠지요?”
“…만족하냐고?”
“아! 물론 1저자는 제 이름으로 넣어야합니다.”
이어지는 에단의 말에 김아진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모습. 에단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잠시만요.”
그 순간, 내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에단 교수가 나를 돌아봤다. 김아진도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