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95화(195/221)
195. 포기 (2)
195. 포기 (2)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포기해야한다니···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밀러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는 뇌세포 복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와서 그게 무슨···”
내 말에 술렁이는 건 비단 밀러 뿐만이 아니었다.
“만덕아,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갑자기 줄기세포를 포기해야한다니!”
“진짜 돌아버리겠네. 내가 볼 때 너 지금 수면 부족으로 조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데 잠깐 진정해봐.”
“나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제정신이야.”
낯빛이 파랗게 질린 케빈을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케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회의장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놀람. 의심. 허무함. 각각의 감정들이 눈에 깃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포기하라고?”
“미쳤네, 지금까지 우리가 쏟아부은 피땀이···”
웅성거림이 강당을 메웠다. 소란스러워진 회의실.
“자, 다들 조용히 해주십시오.”
책임 연구원 밀러 박사가 테이블을 두어번 치며 상황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김만덕 연구원님. 지금 한 말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네. 지금부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준비했던 자료를 넘기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에게 이식하는 종류의 실험이었습니다. 최초로 실험 성공했던 베니의 사례나 최근 성공한 제임스 환자의 사례처럼 말이죠.”
이미 손상된 운동세포를 복원해 베니의 다리에 이식했고, 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제임스 역시 신경세포를 척수에 이식했고, 마비되었던 하반신 다리를 성공적으로 치료해냈다.
하지만 뇌에서만큼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저희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기존 뇌에 존재하는 뇌세포 형태로 분화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뇌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설령 가능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해버렸습니다.”
지속성. 지속성이 없는 세포는 의미가 없었다. 잠깐 있다 사라질 뇌세포라면 없느니만 못할테니까.
게다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도 뇌에서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원하는 형태의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특정 뇌세포 형태로 분화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이고요.”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해낸다. 당연히 이미 죽어버린 뇌세포는 없애버리고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내려고만 했다.
“하지만 설령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뇌세포로 정상적으로 분화하고, 이를 이식해 지속하는게 가능하다고 할 지언정···이후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라면 뭘 말하는건가요?”
“종양으로 변하는 걸 말합니다.”
질문을 했던 연구원이 순간적으로 숨을 참았다.
뇌세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식했던 줄기세포가, 종양으로 변해 뇌에서 자란다면?
“뇌 안에서 자라난 종양은 순식간에 그 크기가 커질 것이고, 그건 치매보다 더 큰 재앙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뇌 안에서 생겨난 종양이 어떤 결과로 변할지는 안봐도 뻔할테니까요.”
단순히 기억을 잃는 것이 아니라 뇌 기능 전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터였다. 아니, 손상을 넘어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연구원들은 부작용을 들은 뒤,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리고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거 너무 위험한 실험 아닌가요?”
“설령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부작용이 너무 큰데···”
“나중에 임상 실험 할 때 환자 모집하기도 어려울 듯 하네요.”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데이비드 밀러 박사가 탁탁,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쳤다.
“그래서 이 연구를 중단하고 싶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해결책을 가지고 온 건가요?”
“당연히 해결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내 말에 몇몇 사람들이 오오, 거리며 감탄 어린 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간엽 줄기세포입니다.”
“중간엽 줄기세포라면···”
사람들이 준비된 자료를 빠르게 뒤적이기 시작했다. 중간엽 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읽어나가는 사람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선 중간엽 줄기세포는 모든 사람들의 몸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방, 제대혈. 특히 골수에서 많이 얻어낼 수 있죠.”
“단순히 많이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걸 사용하자는 건가요?”
“아닙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보다 안정성이 높습니다. 또 이미 몸에 있던 걸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적고요.”
“그럼 왜 지금까지 중간엽 줄기세포가 아니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굳이 실험했던 거죠? 이렇게 좋은게 남아있는데?”
청중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심과 궁금증 그 사이의 눈이었다.
왜 중간엽 줄기세포가 아니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했냐고?
“그야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지만···중간엽 줄기세포의 경우 중간엽 계통인 뼈, 연골, 근육으로만 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 말은 뇌세포로 분화시킬 수 없다는 소리 아닌가요?”
“네. 얼마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때, 자료의 마지막장까지 읽은 한 연구원이 나지막하게 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그는 자료를 한번 보다가 고개를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지 연신 자료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지금 중간엽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을 발견해냈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나는 천천히 자료에 적혀진 부분들을 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배양 배지에 첨가, 줄기세포가 신경세포의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하도록 유도한다.
그다음은 표피 성장 인자인 EGF를 이용해 신경 세포로 증식할 수 있도록 일종의 부스터 역할을 한 뒤,
기본 섬유아세포 성장인자(bFGF)를 이용해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마지막으로 신경 성장 인자인 NGF를 첨가하여 신경 세포가 가지고 있는 특징. 신경 가소성 기능을 해낼 수 있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신경 돌기로 뻗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 하지만 성장 인자랑 영양 인자를 아무리 많이 투여한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분화를 유도해낸 세포에는 한계점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용매로 사용해야합니다.”
다이메틸 설폭사이드, BHA, 베타-메르캅토에탄올등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언급하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저 모두가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이 내용이 진짜라면···천재가 맞네요.”
“이런···올해 노벨상은 이미 나온거나 다름없군.”
“보고 또 봐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변해있었다.
의심 가득한 눈에서 떨리는 기대감으로.
“흐음···잠시만요.”
그러나 오직 한 사람. 책임 연구원인 데이비드 밀러만이 여전히 의심이 가득찬 눈으로 자료를 꼼꼼히 읽더니 말을 꺼냈다.
“내용은 참신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실험에 입각한 데이터인가요?”
“물론입니다.”
“그 데이터 수는 어느정도이죠?”
밀러가 양 손을 깍지를 낀 채, 그 위에 턱을 기댔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엔 시간이 없었기에–”
“저는 데이터만 믿습니다. 그렇기에 이 데이터가 신빙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군요.”
···역시 무리인건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실험 값 하나만 보고 연구 방향을 다 바꿔버리기엔 너무나 큰 프로젝트였으니까.
“그러니 더 많이 실험을 하시죠.”
“네?”
“연구 방향을 싹 다 뒤엎어버릴정도로 이건 엄청난 내용이니까요. 그러니 제가 상부에 보고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를 준비해달라는 말입니다.”
“…! 그 말은!”
밀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세상이 한바탕 또 뒤집어지겠군요.”
김만덕 연구원님 때문에 말입니다.
*
‘밀러 박사의 허락은 받아냈지만···’
회의가 끝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혹시라도 새로운 연구 방향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걱정했었는데···다행히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태클을 걸고 싶어도 못 거는 거겠지. 이 부분에 있어서 너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애초에 네가 준비해 온 자료에 세부적인 계획까지 다 적혀있어서 태클을 걸 것도 없었어.”
연구실 안. 케빈과 박성민이 한마디씩 던졌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좀 뚱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한테 한마디도 안하고 발표를 해버리냐. 이 의리라고는 쥐뿔도 없는 제자놈아.”
“동감. 솔직히 좀 섭섭했을지도.”
가만보니 회의실에서 이 내용을 처음 접하게 된 거에 적잖이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멋쩍게 뒷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도 회의 전까지 이걸 말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서···”
“고민? 왜?”
“뭔가 연구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서요.”
“스파이?”
내 말에 박성민이 미간을 좁혔다. 케빈 역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전에 연구실이 괴한에 의해 깽판이 되고 난 뒤 찝찝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거 아니야?’
‘내부?’
‘엉. 들어온 흔적이 없었다며. 그럼 같은 연구실 사람 중 한 명일수도 있다는 뜻이지.’
물론 케빈과 박성민이 그럴 일 없다는 건 알지만···
‘혹시라도 이 내용이 다른 곳으로 흘려들어갔다가, 안좋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자료에도 bFGF는 EGF의 비율이나 화학 물질의 농도나 양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마지막까지 숨겨둬야 하는 부분이었으니까.
“설마 우리가 스파이라는거냐!”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고 조심하자는 마음에—”
“그러니까 우리가 스파이라고 의심했다는거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일부러 해명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오히려 서운함만 더 증폭시켜버렸다.
“안그래도 그 일 관련해서 경찰 조사도 했는데 큰 소득이 없나봐.”
“대체 어떤 간 큰 녀석이 연구소에서 깽판 칠 생각을 하는거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네.”
박성민과 케빈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연구실 깽판 소동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혹시 너 누구랑 원한 관계 있고 그런 건 아니지?”
“저요?”
“어. 생각해봐. 만약 나한테 악감정이 있는 사람이면 앨런 연구소에 있을 때 이미 테러 당했겠지. 케빈 이녀석은 계속 여기서 일해왔고.”
“그 말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박성민.
“하필 네가 들어온 시기랑 이 난리가 난 시기랑 겹쳐서 그런지 영 찝찝하네.”
“…에이, 설마요. 우연이겠죠.”
“비상 연락망도 같이 없어졌다니까 혹시라도 거처 옮겨둬. 너 보스턴 집 주소 이미 다 팔렸다.”
“아···넵.”
“아니면 당분간 우리집에서 지내도 되고.”
케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번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기숙사 남는 방 배정해줬으니까 거기서 지내는게 더 나아. 어차피 한동안 연구실에서 살거고.”
“그래, 그래. 기숙사면 혼자는 아닐거 아니겠네. 일단 당분간만 조심해라. 미국은 생각보다 상상 이상의 나라거든.”
박성민이 장난스레 손가락으로 총 쏘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나저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뭐할거냐? 또 연구실에서 보낼 계획?”
“네.”
“으이구, 여자친구도 사귀고 좀 그래라. 어? 청춘을 연구실에서 다 썩힐래?”
“이게 청춘이죠 뭐. 그리고 선생님도 여자친구 없으시잖아요.”
“너는···지인짜···”
내 말에 박성민이 인상을 썼고, 케빈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나름 각자 크리스마스에 계획이 있다는 둘.
···캘리포니아에서 연구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은 상황.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는 둘을 배웅한 뒤,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앉았다.
중간엽 줄기세포. 이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핵심 요소다.
이미 실험을 통해 한차례 성공했다. 이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다시 연구에 집중하려는 순간.
똑똑.
누군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