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96화(196/221)
196. 귀국 (1)
196. 귀국 (1)
‘노크?’
불현듯 이상함을 느꼈다. 만약 연구원이라면 연구원증 카드를 이용해 들어왔을 것이다. 만약 외부인이라면 애초에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겠지.
1층 로비에서 막혔을테니까.
‘···아냐. 연구원증을 두고 온 사람일 수도 있잖아.’
아까 박성민과 케빈이 겁주던 게 생각났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바짝 긴장한 상태로 문쪽으로 다가갔다.
게다가 내가 사용하고 있는 연구실 문에는 창이 없는 상태라 문을 열어야 바깥 사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후, 긴장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문 앞에 섰다.
“누구세요?”
하지만 문 너머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몇차례고 문 앞에 서서 “거기 누구 있어요?” 라고 이야기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음···케빈을 다시 부를까. 아니면 박성민 연구원님이라도···그렇게 부를 사람을 찾으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너무 예민한거야. 밖에 경비원만 몇 명인데. 지금 연구하고 있는 다른 연구원들도 있을거고.’
괜찮다. 기우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소리를 내며 작게 열린 문 틈.
아무도 없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 둘이 괜히 호들갑만 안떨었어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을텐데. 박성민과 케빈의 탓으로 돌리며 다시 문을 닫으려는데,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니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Mandeok Kim].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택배 송장이나 별도의 스티커가 없는데···택배로 온 건 아닌 듯 했다.
누군가 일부러 두고 갔다는 소리.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복도를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상자를 집어들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뭐지. 생각보다 묵직한데.”
상자를 흔들어보니 뭔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물건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연구실에 있는 칼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두 눈을 의심했다.
“…”
실험용 쥐 한마리가 죽어있었다. 흰 쥐의 털이 온통 피범벅 되어있는 걸로 봐선 누군가 일부러 이런 끔찍한 짓을 벌여놓은게 분명했다.
온 몸에 털이 곤두섰다.
“대체 어떤 미X놈이 이런 짓을···”
자연스레 같이 동봉되어 있는 붉은색 엽서 한 장을 집어들었다.
[If you don’t stop, you’re next.(멈추지 않는다면, 다음은 너다.)]···누가봐도 명백한 협박 편지.
‘잡아야 한다.’
곧바로 연구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분명 직접 상자를 두고 간 것이니 이 근처에 있을 터.
물론 협박범과 마주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 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로 박성민 말처럼 총을 들고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칼같은 흉기로 위협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칼빵을 맞을바에야, 적어도 얼굴은 보고 싸우는 게 이득이었다.
‘테러가 무서운 이유도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거니까.’
그러나 복도를 뛰어다니며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계단에도, 휴게실에도 사람은 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른 연구실에 들어간 건가?’
그러나 숨을 헐떡이며 연구실에 들어가도 다들
“네? 외부인이요?”
“아뇨, 사람 지나가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다른 연구원들에게 물어도 오리무중이었다. 다들 연구에 몰두하느라 아무런 소리도 못들었다고 했으니까.
결국 나는 보안실로 향했다.
“혹시 CCTV 좀 볼 수 있을까요?”
헉헉거리며 들어가자, 당직을 서고 있던 경비원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CCTV가 연결된 모니터를 내게 가리켰다.
“어어, 이 사람 아니에요?”
“어···! 맞는 것 같아요.”
화면 속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남자가 걸어왔다. 그는 내가 있던 연구실 앞에 상자를 놓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이사람 누군지 조회할 수 있을까요? 출입 기록이라도요.”
“흐음···잠시만요.”
경비원은 황급히 남자가 들어온 시간, 그 시간대를 추정해 출입 기록을 뒤졌다. 하지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리암씨로 확인이되네요.“
“혹시 연락처나 신상을 알 수 있나요?”
“네. 잠시만요, 일단 연락망이…”
뭔가를 뒤적이는 경비원.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CCTV를 돌려보며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여기 있는데요?“
“네?”
“이분이 리암씨에요. 저랑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눠서 얼굴을 알고 있거든요. 마침 이곳으로 오네요.“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흰색 실험복 가운을 입은 채 복도를 지나가는 남자. 그는 보안실 문 앞에 서더니 문을 두드렸다.
”어이, 오랜만에 맥주 한잔 어때? 날도 쌀쌀해지는…어라?”
“…리암씨이신가요?”
“예예, 그렇습니다만…”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남자.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아니다. 애초에 아까 CCTV속 남자랑 체격이 전혀 달랐으니까.
“리암 자네 혹시 연구원증 잃어버렸나?”
“아니? 여기 잘 모시고 있는데?”
목에 걸린 연구원증을 들어보이는 리암.
’연구원증도 복제할 수 있어?‘
’솜씨 좋은 사람이면 그정도는 쉽지?‘
불현듯 데이브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차례로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혹시 너 누구랑 원한 관계 있고 그런 건 아니지?’
문득 박성민과 나눴던 대화.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딱히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곳에 와서 내가 한거라곤 연구밖에 없으니까.
‘설마 에단 교수인가?’
하지만 아무리 에단교수라고 해도 이런 방법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안그래도 실험쥐를 만지는 것조차 싫어하던 사람인데 일부러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게다가 나를 협박할 용이었으면 다른 문구를 넣었을 터.
무엇보다 영상 속 남자는 에단 교수에 비해 덩치가 2배는 더 컸다.
결국 우리는 경찰을 불렀다. 한밤중에 연락을 받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 그는 걸레짝마냥 넝마가 된 쥐 시체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음···여기 멈추라는 게 뭘 멈추라고 하는 지 아시겠습니까?”
그는 엽서를 턱으로 한번 가리키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은 너다.’
멈추라니. 뭘?
그때 불현듯 1년 전 이곳에 있던 시위대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연구를 중단하라! 중단하라!’
‘끔찍한 연구! 당장 중단하라!’
‘줄기세포 연구를 멈춰라!’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시위대였지만, 당시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외쳐댔기 때문에 그 소리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설마.
나는 아랫 입술을 한번 짓씹었다.
“아마 연구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흐음···그렇겠네요. 마침 이곳이 연구소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평소 협박을 받았던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처음입니다.”
“의심되는 사람은요?”
경찰의 말에 순간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나마 제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에단 교수였기에 그의 이름을 말했고,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뭔가를 적어갔다.
이어지는 질문들 속 이렇다 할 정보는 없었고, 결국 유야무야 조사를 마친 경찰은 모자를 한번 고쳐썼다.
“일단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따로 조사한 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요란한 사이렌이 삐까번쩍하게 반짝였고, 나는 연구소를 바라봤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이 곧 덮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지난 밤,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CIRM에서는 전체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사안은 당연히 지난 밤에 있었던 끔찍한 쥐 테러 사건.
“협박범은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은 너다.’ 라는 섬뜩한 경고를 남기고 갔습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이면 멈춘다는 게 무엇인지 다들 아시겠죠.”
“소장님, 이건 경찰이 해결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경고가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언제까지 연구원들이 이런 위협 속에서 지내야하는지···얼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연구원증을 아예 다시 갈아버리는건요?”
“그것도 좋은 방안입니다만, 다시 또 보안이 뚫리지 않을거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럼 1층 로비에서 경비인력을 늘리는 건 어떨까요?”
“사실 그것도 부차적인 문제로 협박범이 특정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를 멈추지 않으면 이런 협박은 계속 되겠네요.”
“그렇다고 연구를 멈추라는 뜻입니까?”
연구원들 대부분이 바짝 긴장한 상태로 연구소장을 향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연구원들만 너무 위협 받고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번에도 수많은 연구원들 중에서 줄기세포 연구원들의 차 타이어들만 다 터졌지 않습니까. 이건 누군가가 연구원 신상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더 연구할 수 없습니다.”
다들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가운데, 연구소장 에론 스미스가 미간을 좁히며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의 신상을 위해서라면 당분간 연구를 중단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문제.
연구를 다시 시작하면 이런 식의 테러는 다시 이어질 터였다.
“연구가 멈춰서는 안됩니다.”
“김만덕 연구원님!”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구원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해 쏠렸다.
“지금 여기서 중단한다면 결국 줄기세포 연구는 영원히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구를 한다는 말입니까! 막말로 연구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김만덕 연구원님. 연구에 대한 열정은 잘 알겠으나, 일단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겁에 질린 목소리들.
아무리 연구가 중요하고 재밌다고 한 들,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을테니까.
하지만 난 달랐다.
“저는 이번 연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연구소장님. 연구를 멈추시면 안됩니다.”
“흠···이유는요?”
“이대로 연구를 중단한다면 그게 바로 협박범이 원하는 걸테니까요.”
단호한 내 말에 연구소장 에론이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썼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던 만큼 그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타협안을 내세웠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제 곧 있으면 새해인 만큼 당분간 휴가인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휴가요?”
“예. 평소보다 조금 더 긴 휴가로 합시다. 한 달 정도로 하지요. 그리고 그 동안 경찰의 도움을 받아 협박범을 잡도록 합시다.”
“오···휴가라.”
연구소장 에론의 말에 몇몇 연구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합법적으로 주어진 휴가. 아무리 연구가 급하고 바쁘다고 하더라도 휴가를 제치고 연구를 할 사람은 드물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인 만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에론의 말에 동의했다.
“찬성입니다. 한달이면 잡을 수 있겠지요.”
“좋습니다. 모처럼 한달 휴가가 생겼군요.”
“만약 한 달동안 범인이 안잡히면 휴가는 연장되는 건가요?”
뜻하지 않은 휴가에 몇몇 연구원들이 너도나도 말을 꺼냈다.
하지만 에론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이정도는 괜찮겠지요, 김만덕 연구원님?”
“···”
“연구가 한 달 밀린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진 않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한 달 연구가 밀린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바로 최강석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으니까.
최한별의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독단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오히려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 혼자 있다가 어떤 변을 당할지 정말로 알 수 없을테니까.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론은 무거운 목소리로 회의를 정리했다.
“그럼 당분간 CIRM은 한 달동안 모든 연구를 중단하겠습니다.”
*
[협박범한테 다친 곳은 없니.]“…네. 불행히도요.”
[? 불행이라고?]CIRM의 모든 연구가 중단된 후, 나는 당분간 케빈의 집에 얹혀살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기숙사로 간다고 했지만, 박성민과 케빈이 뜯어 말렸다.
‘장난해? 지금 널 노리고 있는거라고. 근데 지금 이 상황에서 기숙사에 가겠다고?’
‘기숙사에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잖아. 당분간 여기서 지내.’
‘그래. 만덕아. 선생님 생각할 때도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케빈의 집에서 얹혀 살게 된 지, 약 3일 째. 박성민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성진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다행이 아니라 불행이라고 한거니?]“네. 차라리 그때 협박범한테 다치거나 얼굴이라도 봤으면 누군지 알기라도 할텐데···이대로면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 못할지도 몰라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자, 김성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네가 얼마나 답답한 마음인지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협박범하고 직접적으로 만나려고 하지는 말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야.]“하지만···하지만 이대로는 안돼요. 시간이 없어요.”
[뭐?]물론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한들, 최한별의 할아버지가 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임상 실험도 거치지 않은 치료제를 과연 최강석이 허락해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자, 김성진이 조용히 물었다.
[예전에도 느낀거지만, 넌 너무 급하고, 그건 상황 해결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야.]“…시간이 없으니까요.”
[잘 생각해보렴. 지금 조급한 상태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단다.]“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도돌이표 마냥 같은 말을 반복하려는 찰나, 김성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 목표를 정해놓고 방법을 찾으렴.]한결같은 그의 방식.
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연구를 꼭 미국에서 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하기엔···”
내 말에 김성진이 낮게 웃으며 답했다.
[네가 한국 과학계에 미친 영향이 어느정도인지 잘 모르나보구나.]이번 기회에 알아보렴, 라고 김성진이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