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97화(197/221)
197. 귀국 (2)
197. 귀국 (2)
잠시 한국에 가 있겠다는 내 말에 박성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이다. 한 달.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연구를 하러 가겠다고?”
“쉬어봤자 뭐해요. 어차피 제대로 쉬지도 못할텐데요.”
“진짜 지독하다, 지독해.”
넌 김성진보다 더한 놈이다! 라며 혀를 내두르는 박성민.
이미 나는 연구소장 에론과도 말을 다 끝낸 상황이었다.
‘휴가인만큼 어디로 가든 자유입니다만···어쩐지 이대로 한국으로 보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는 내가 한국으로 영영 떠나가버릴까봐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연구도 못하는 이곳에 날 붙잡을 수 있는 명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는 건 맞겠지요?’
‘아마도요. 이번 연구만 끝이 나면 다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연구라면···전에 회의 때 발표했던 중간엽 줄기세포인가요?’
‘비슷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대답하자, 에론이 어깨를 으쓱였다.
‘다음에 오실 때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두겠습니다.’
에론은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나를 보내줬다.
안전한 환경이라. 협박범이 잡힌다면 어느정도 안전하다 할 수 있겠지만···필시 이 일은 가볍게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계속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는데, 당최 잡히는 게 없다나 봐.”
“그게 가능해요? 멀쩡히 걸어서 연구소 안까지 당당히 들어온 게 찍혔는데도요?”
“그러니까 말이다. 윗선에서 누가 시킨 건지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털끝하나 안잡히다니. 나원 참.”
박성민은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 뒤를 봐주고 있다라···대체 누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협박을 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뭐랄까, 조잡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협박을 하려고 했다면 굳이 이 연구실에서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자신의 신상이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협박범이 그런 걸 다 따지고 있겠니?”
“그리고 쥐를 잡아다 죽인 것도···꼭 어린애들이나 할 법한 짓이잖아요. 번거롭고, 또 유치해요.”
아직도 죽어있는 쥐 사체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내가 미간을 좁히며 말하자, 박성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애나 어른이나 협박을 한다는 점에서 다 유치한 거야.”
“예?”
“사람은 크게 안 변해. 어릴 때 유치한 짓 하던 놈들이 어른이 되면 똑같은 짓을 하고 있기 마련이거든.”
“게다가 그리고 누군가를 괴롭히려면 원래 이렇게 자잘자잘하게 더 신경쓰이지 않겠니?”
신경쓰인다라, 박성민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오래 전, 과학고에 있을 당시 나는 어떤 생활이 떠올랐다.
‘야, 쟤 또 질문한다. 진짜 무슨 수업 시간 지 혼자 다 쓰나 봐.’
‘아 짜증나. 학원을 안 다니면 예습이라도 좀 해오든지.’
‘말 걸지 말아줄래. 우리 별로···안 친하잖아.’
심하게 행동한 건 없지만 조금씩 내 정신을 갉아먹던 말들.
누가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었다.
보이지 않는 혐오가.
물론 회귀 이후에는 그때의 일들이 반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때의 기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그때의 기억은 내게 꽤나 아프게 남아있었다.
“물론 고등학교 내내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던 너는 평생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은 자기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 있으면 유치하게 굴기 마련이야.”
“선생님처럼요?”
“내, 내가 언제 유치하게 굴었다고!”
“맨날 김성진 교수님한테 시비 거시잖아요. 전에 학회에서도—”
일부러 유쾌한 기분을 내고자 장난을 친건데 박성민이 목을 큼큼 거렸다. 보아하니 은근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하다.
박성민은 캐리어를 끌어 내 앞에 뒀다. 이제 수속을 밟을 차례였다.
“학회에서는 다 장난이지, 장난!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
“아까는 나이 상관 없다면서요?”
“예끼, 하여간 한마디도 안 지긴.”
질린다는 듯이 내 등을 떠밀며 공항으로 밀어넣는 박성민. 나는 못이기는 듯 공항 안으로 들어갔고, 배웅을 하는 박성민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다녀오겠습니다.”
“얼른 가라. 한국에 가서 꼭 연락하고!
“선생님도요.”
담백한 인사가 오간 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
‘오랜만이네.’
전에 방송에 출연했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유전자 샘플을 얻어내기 위하여, 치매 임상 실험 환자를 모으기 위하여 언론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만···
당분간은 조금 사려야겠다. 한국에서도 협박범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오랜 비행을 마치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마디마디가 다시 펴지는 듯 했다.
‘일단 바로 김성진 교수님한테 간 뒤에···.어라.’
그런데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나서는데,
뭔가 이상하다.
수군대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흡사 연예인이 공항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팬클럽같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안 그래도 사람 많은 걸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멈칫거리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게다가 다들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다고. 심지어 몇몇은 검은색 플랜카드를 들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두 눈을 끔뻑였다. 이윽고 눈을 비비기까지 했다.
[노벨상 탄다! 한국의 자랑!] [잘생겼다 김만덕 잘생겼다 김만덕] [올해 노벨상 수상자 10000%!]뭐, 뭐야. 대체 저 문구들은? 플랜카드를 든 사람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다들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나이가 희끗한 어르신도 플랜카드 하나를 양 손에 든 채 흔들고 있었고, 방송사 취재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플랜카드를 든 사람들을 차례로 인터뷰하고 있었다.
비록 거리가 멀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대충 “노벨상”, “희망”, “천재” 같은 단어들이 얼핏 들렸다.
“오늘 귀국하는 거 확실하지?”
“네. CIRM 연구소에 아는 지인한테 물어봤어요.”
“좋아. 오늘 단독 인터뷰 따면 회식이다!”
한껏 기합이 들어간 상태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이 기다리는 건···
“김만덕 연구원님 만나면 싸인해달라고 해야지.”
“나는 사진! 친구들한테 자랑할래.”
“저희 집에서도 난리입니다. 이미 기사 사진들 오려서 부적처럼 쓰고 있다니까요?”
··· 다름 아닌 나.
귀국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사람들이 공항 입구에 몰려있었다. 다들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들이었다.
···지금 저기 사이로 지나갔다간, 오늘치 체력을 몽땅 다 뺏긴다.
아니, 적어도 일주일치 체력이 날라간다.
그럼 연구도 제대로 못할 터.
‘무조건 피한다.’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조용하고 은밀하면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며 지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 어!어어어!”
목을 쭉 빼고 주변을 바라보던 사람들 중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나왔다! 나왔어요!”
“저기 기둥 옆에 서있는 사람 맞죠?”
“맞네, 맞네! 방송에서 보던 사람이랑 똑같네.”
이어서 파도처럼 우루루 쏠리는 시선들. 그리고 이내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 무리 중 가장 빠른 집단은 따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KBG 기자 차형준입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잠깐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안녕하세요! SMC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로 연일 화제를 모으셨는데요,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면—”
“TV과학저널 과학탐사대입니다. 줄기세포와 관련해서 취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소리를 치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기자들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고 나는 그저 마른 침만 삼켰다.
물론 한국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소식을 못 들은 건 아니다.
이인성도 걸핏하면 “너보다 유명한 과학자 되는게 내 목표다.” 라고 이야기했고,
이인영도 가끔씩 “근데 너 너무 유명해져서 나중에 우리 진짜로 모른척하는 거 아니야?”라며 걱정 반, 농담 반이 섞인 말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그냥 겉치레처럼, 허울 좋은 칭찬처럼 으레 하는 말인줄 알았다. 진짜로 “너 한국에 오면 아마 다들 싸인받으려고 달려들걸?” 이 진짜인 줄은 몰랐다고···!
게다가 이런 기자들의 인터뷰는 어느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해도···
“아이고, 아이고. 연구원님. 우리 아버님 좀 꼭 좀 치료해주세요. 치매 치료는 연구원님만이 희망입니다.”
“저희 회사 사람들 쉬는 시간이나 밥 먹을 때마다 연구원님 이야기해요. 이번에는 진짜 우리나라에서 과학으로 노벨상 타는 사람 나올 것 같다고!”
“연구원님, 연구원님처럼 되려면 뭐 공부해야해요?”
“싸인해주세요!”
뒤이어 도착한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 눈에 한가득 담겨있는 순수한 호기심들은···매우, 매우 적응이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맑은 눈의 광인이 수 십명.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 파묻혀 쓰러지려는 찰나,
지이잉–하고 휴대전화가 울렸다. 빠르게 확인해보니 익숙한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한학수 이사장님]‘…무슨일이지?’
최근까지도 비트코인을 사는데 있어 유용한 자금, 즉 장학금을 마련해주었던 한국창의재단의 이사장 한학수였다.
여전히 쉴새없이 몰아치는 싸인과 사진 요청 가운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이사장님?”
[어어, 그래! 한국엔 잘 도착했고?]“어···네. 그런데 제가 한국에 도착한 것 어떻게···] [이정도 나이에 이 위치가 되면 모르는 일이 없어진다네. 그보다 바로 갈 곳은 정했나?]
“아···네. 김성진 교수님 연구실로 우선 가려고요.”
“그래? 그럼 그 전에 잠깐 시간 좀 내주게나.”
“?”
순간, 전화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확인하니, 저 멀리 익숙한 실루엣이 서있었다.
한학수였다.
“금의환향이구만.”
“이, 이사장님? 이사장님이 왜 여기에···”
“그야 인재를 누구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데리고 오는게 내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
업무? 나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기자 중 한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장관님이시잖아!”
“작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 임명되신···!”
기자들이 몸을 돌려 카메라로 한학수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전이랑 똑같은데 풍기는 위엄은 더욱 배가 된 듯한 느낌. 한학수는 마치 홍해를 가르듯 인파를 가른 후, 내 앞에 섰다.
“그래, 미국 유학은 좀 괜찮았나?”
“아···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요.”
“안그래도 소식은 들었네. 연구소에 있다가 협박을 받았다지? 많이 놀랐겠구만.”
일단 자리를 이동합세, 라며 나를 이끄는 한학수. 그의 행동을 보고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이란, 매우 높은 위치였으니까.
“아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자네는 뉴스도 안보고 사나? 임명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지.”
“물론 뉴스는 보지만···”
정치쪽은 원래도 안봤고, 관심도 없었다. 게다가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 정치면을 꼼꼼히 읽을정도로 한가하지도 않았고.
차에 탄 뒤로도 여전히 놀란 눈을 하고 있자, 한학수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학 교육에 투자를 하지만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현실, 한국의 대학 순위가 타 대학보다 그리 높지 않은 것, 유망한 인재들의 유출···
그가 언급하는 문제들은 무엇 하나 가벼운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장관이 된 이유와 연결지어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자네가 가장 큰 계기가 되었지.”
“예? 저요?”
“왜 뛰어난 학생들은 모두 해외로 가야만 할까. 물론 지원 시설이나 연구 환경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었네. 하지만 이해가 간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지.”
인재 유출. 비단 연구쪽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은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가장 큰 이유는 환경이었다.
“국내에서 연구를 해서 그걸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이나 값진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노벨상을 목표로 행동하다보면—”
“알고있네. 노벨상은 그냥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지.”
한학수는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저 한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김만덕 학생과 같은 발견을 할 수 있길 바라네. 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말이지.”
“세상을 바꾸는···”
“예를 들면 뇌세포를 되살려낸다거나, 하는 것 말일세.”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치매를 치료한다는 건 이야기했었어도,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체 이 사람,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지?
물론 한국에서 기사를 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한학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까는 표면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난 잿밥에도 관심이 많네. 노벨상 말이지.”
“아···”
“그리고 뇌세포를 복구해내는 건 노벨상을 받고도 남을 업적이라고 생각하네만.”
그의 말과 함께 차가 건물 앞에 멈춰섰다. 한학수는 내게 명함을 한장 꺼내 건넸다.
[한국창의재단 이사장 한학수]가 아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한학수]가 적혀있는 명함을.“자, 내 역할은 여기까지네. 지금부터는 자네가 할 차례네.”
노벨상 기대하겠네, 라고 말하는 한학수. 나는 차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었다.
눈 앞에 보이는 으리으리한 건물.
그리고 익숙하게 봐왔던 이름.
[연서 병원]···내 모든 걸 쏟아부을 곳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