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98화(198/221)
198. 치료 (1)
198. 치료 (1)
[아밀로잽 임상 실험 병원 지정] [치매 치료 전문 시설 개소]안 본 사이에 처음보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져 있었다.
‘일단 병원으로 오렴. 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꾸나.’
김성진은 병원으로 연구실을 옮긴 상태였다. 아밀로잽 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어서오렴.”
“교수님!”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김성진이 서 있었다.
전에 봤을 때와 마찬가지였지만, 조금 더 피로한 지 눈이 조금 충혈되어 있었다. 김성진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동안 잘 지냈니? 별 일은···있었겠고. 협박범은 잡혔고?”
“아니요. 아직 안 잡혔긴 한데··· 그래도 일단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건 없으니까요.”
“쥐 사체를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거다.”
김성진이 무심한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그는 현수막을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마중을 나갔어야 했는데, 용케 잘 왔구나. 택시라도 타고 왔니.”
“아뇨. 아는 분이 태워주셨어요.”
아는 분? 김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학수 이사장, 아니 장관님이요.”
“아하, 안그래도 최근에 병원에 한번 찾아오신 적이 있으셨단다.”
“병원에요? 왜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밀로잽을 만든 사람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이 많으시더구나.”
“아밀로잽이라면···”
“우수한 인재가 한국에 남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셨고.”
아까 한학수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김성진도 비슷하게 나누었던 듯 했다. 그렇게 한차례 한학수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
추운 칼바람이 불자, 김성진이 병원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만 들어가자꾸나. 이러다 감기에 걸리겠으니.”
“네.”
김성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선 병원. 병원 곳곳에서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저마다 대기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옆에 가족으로 보이는 누군가와 함께 앉아있었다.
“사람이 엄청 많네요.”
“원래도 많은 곳이었지만, 이번에 아밀로잽 관련해서 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구나.”
“왜요?”
“아밀로잽 임상 실험에 참가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라는데···물론 지금은 더 받고 있진 않다만.”
김성진은 아밀로잽 임상 실험과 관련해 더 깊은 내용들을 전달해줬다. 환자에게서 발견된 부작용은 없는지, 추가로 임상 실험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고 있는지 등.
여러가지 연구 환경이나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아밀로잽을 구하려고 암시장까지 동원한 사람도 있다더구나.”
“암시장이요?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물론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얻고 싶어하는 약이란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말이지.”
지금도 아밀로잽 임상 실험 대기자로 줄 서 있는 사람이 한가득이고, 라고 이야기하는 김성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낮이가 없었다.
···대기자까지 있을 줄이야. 물론 치매를 치료하는 약이 전세계적으로 없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치매 자체를 치료하는 것보다 증상을 지연시켜주는 쪽에 가까운 아밀로잽이 이정도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
그러다 문득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잠시 멈춘 김성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그래도 공항에서 사람들이 엄청 알아보시더라고요. 기자님들도 있었고요.”
“네가 공항에 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네.”
“하긴, 네가 한국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지금도 다들 네 연구에 주목하고 있고.”
“…예? 제 연구를요?”
농담도 하시네요, 라며 내가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김성진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똑똑하던 애였지만···”
“?”
“자기 일과 관련해서는 영 감을 못 잡는구나.”
“예? 그게 무슨···”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는 눈으로 김성진을 바라보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어머나, 선생님!”
“오늘 출근하신거에요? 오늘은 몇시에 오세요?”
“회진 하실 때 꼭 좀 들러주세요.”
띵.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김성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으니까.
어깨를 움츠리며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자리를 내어주었다. 어쩌다보니 중간에 서있게 된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5층 가시는거죠? 늘 거기로 출근하시더라.”
“그보다 최강석 선생님은요? 늘 같이 계시던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옆에는 아드님이신가봐요. 두 분이 똑닮으셨네.”
호호호, 소리를 내며 웃는 사람들. 이윽고 사람들이 김성진을 향해 말을 쏟아냈다.
“아이고, 그런데 선생님. 아밀로잽 처방 주신 거 있잖아요. 효과가 너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글쎄 저희 어머님이 기억력이 좋아지셨다니까요?”
“저희도요. 이번 명절때 저희들을 다 알아보셨어요.”
“정말이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얼굴이 핼쑥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김성진은 여전히 포커페이스인 상태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빨리 내리고 싶다. 오늘은 이래저래 기가 빨리는 날인 듯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사람들의 관심이 내가 아닌 김성진이라는 점.
5층으로 향하는 그 찰나의 시간. 그 시간동안 사람들은 김성진을 가만두지 않았다.
“혹시 약을 더 받을 수는 없을까요? 효과가 너무 좋아서···”
“선생님, 이거 약 하루에 여러번 먹으면 안될까요? 답답해서 죽겠어요.”
“저도요.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시니···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는 것 같다니까요?”
환자들이 너도나도 궁금한 점을 물어봤고, 김성진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효과가 좋아보이는 건 일시적인 착각입니다. 아밀로잽은 기억력 자체를 회복시키는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뇌 속의 노폐물을 제때제때 배출시켜주면 영향 주는 거 아입니까?”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지 않는 한 기억력 자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성진은 높낮이 없는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헛된 희망을 주지 않았던 만큼 잘못된 정보를 주지도 않았고, 사람들은 그런 김성진의 모습을 좋아했다.
거짓하나 없이 사실만 말하는 것.
어떻게 보면 김성진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루에 여러번 복용할 경우 뇌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고령인 경우에는 뇌출혈도 유발할 수 있고요.”
“아이고, 뇌출혈이요?”
“예. 그러니 적정 복용량을 준수해주십시오.”
“네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띵, 소리와 함께 열린 문. 김성진은 사람들에게 짧게 목인사를 한 뒤, 엘리베이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잠깐이었지만 그가 사람들로부터 받는 신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빠른 걸음으로 가는 김성진을 따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김성진을 따라 들어간 곳. 뇌신경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맞았다.
“미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진 않았는지요?”
“네,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전처럼 말씀 편하게 하셔도···”
“아닙니다. 이제는 동등한 연구원이니까요.”
전과 다르게 최강석은 내게 존댓말을 했다. 그리고 그건 나를 같은 연구원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기도 했기에···썩 나쁘지 않았다.
최강석은 하얀색 가운을 입은 채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매우 많이 수척해져있는 상태였다.
생기없는 얼굴, 주름살이 전보다 배로 깊어진 듯한 느낌. 최강석 역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는지,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아버지 때문인가.’
최한별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위독하다고 했었다. 그 말인 즉슨 최강석에겐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뜻.
그렇게 한차례 서로의 안부를 형식적으로 묻던 중, 최강석은 좀 더 대화를 하기 좋은 장소로 나를 이끌었다.
“편하신 곳에 앉으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그보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신다고요.”
자리에 앉자, 최강석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김성진 교수님으로부터 어느정도 설명을 들은 상황이긴 하지만, 본인에게 직접 더 듣고 싶습니다. 정확히 어떤 연구를 진행하려는 건지는 알아야하니까요.”
곧바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강석. 그의 모습에 나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지금 나는 이곳에 놀러온 게 아니다.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 왔다.
새삼 지금 상황을 다시 한번 체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세포를 복구하려고 합니다.”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요.”
“이미 실험도 마친 상황입니다. 모두 성공적이었고요.”
나는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중간엽 줄기세포에 대해 설명했다. 다행히 최강석 역시 이쪽 부분에 대해 무지한 게 아니었기에···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경청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김성진 교수를 바라보았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길 원하십니까. 중간엽 줄기세포와 관련해서 연구를 진행해도 될 가치가 있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의견이 중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꽤나 집요하게 이유를 물어보는 최강석. 단순히 연구를 시작하는 거로 치부하기엔 뭔가에 쫓기는 듯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최강석의 페이스에도 말리지 않은 채로 김성진이 말을 이었다.
“우선 뇌라는 기관은 매우 복잡한 기관이라는 걸 잘 알고 계실겁니다. 또 다른 기관에 비해 손상을 입으면 꽤나 영구적으로 피해를 보고요. 그런 상황에서 줄기세포가 뇌 속에 종양으로 발전하거나, 면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로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성진의 설명이 쭉 이어지자, 최강석이 고개를 간간히 끄덕였다. 확실히 반대하기 위해 가능성을 언급한 건 아닌 듯 했다.
즉, 진짜 이 실험의 가능성이 궁금하다는 뜻.
“…그렇다면 이 실험은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겠지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겁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분화시키는 절차나 성장인자, 영양인자의 비율 등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조정이 필요합니다.”
“조정이라···”
내 말에 최강석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리고는 몇 분 간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듯 하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럼 그 실험의 위험성은 어느정도입니까?”
“위험성이요?”
“부작용이나 사망 가능성 말입니다.”
최강석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직 내가 한 실험들은 어디까지나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이었지 사망 가능성이나 부작용등은 알기 어려웠으니까.
누구보다 이런 연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최강석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려고 합니다.”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동물 실험도 끝내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동물 실험···알겠습니다.”
최강석은 예상했다는 듯, 내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하지만 영 석연찮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성진이 말을 꺼냈다.
“만약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이 된다면 연서병원에서 바로 사용하는게 가능할련지요?”
“음···일단 안전성이 확보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뒤에도 여러 절차를 거쳐 검증이 끝나고 나면 시중에 유통이 될거고요.”
“그렇군요. 그럼 임상 실험 대상자에게 투약하는 건요?”
원래라면 시중에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신약 투약이 불가능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라든가,
더는 치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든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상 실험에 뛰어들곤 했으니까.
“심의를 받아야합니다만…쉽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심의만 받을 수 있다면···”
“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겠죠.”
마치 제임스의 다리를 고쳐줬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제임스는 한명이었지만, 여기는 한 명 이상에게 투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임상 실험과 관련해 김성진과 최강석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쾅!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최강석 선생님! 지금 최금철 환자가···!”
간호사가 사색이 된 채로 최강석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