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0화(200/221)
200. 치료 (3)
200. 치료 (3)
“당신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봐.”
최강석은 병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고 남자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아버님 밥 드시는 것만 도와드리고요.”
“간병인 부르면 되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이번에 미국에 가서 한별이나 챙겨. 안그래도 적응 잘 못하고 있는지 자꾸 한국으로 오려고 하니까 당신이 단단히 붙잡고 있고.”
최강석의 말에 그의 아내 한은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별은 할아버지 병세를 듣고 난 뒤로 대학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한은영은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 한가지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밖으로 나가려던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남편을 향해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어서 가.”
“이번에 임상 실험 하는거 도련님도 알고 계신거죠?”
최강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불안함을 느낀 한은영이 발걸음을 돌려 그에게로 갔다.
“여보, 여보가 하는 일이 언제나 옳고 잘 되는 건 알지만, 이건 다른 문제잖아요. 도련님 입장에서도 아버지 수술하는 건 알고 계셔야하지 않겠어요?”
“…이미 말했으니 더는 신경쓰지마.”
“말했다고요? 정말로요?”
한은영은 미간을 좁히며 남편을 바라봤다. 한 평생 같이 살아와도 속을 알 수 없는 남편이었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게 있을때면 유독 시선을 피하곤 했다.
그녀는 일부러 고개를 돌려 남편을 똑바로 바라봤지만, 그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형제지간에 연이라도 끊길까봐 걱정이 돼요.”
“연은 무슨. 그렇게 끈끈한 것도 아니었어.”
“여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원래 나이 들고 나면 가족밖에 없는거에요.”
“나한테 가족은 당신이랑 한별이면 충분해.”
최강석의 다정한 말. 물론 그 말을 전하는 표정이나 분위기는 냉랭했지만 아내의 태도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쨌든 도련님하고도 잘 지내요. 괜히 이랬다가 원망만 살까봐 걱정되어서 그런거니까요.”
“알았어. 이제 가 봐.”
“나중에 퇴근할 때 연락줘요.”
그렇게 한은영이 병실을 나간 뒤, 최강석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최금철.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CIRM에서 진행했던 중간엽 줄기세포 동물 실험 결과입니다.’
며칠 전, 김만덕은 종이 하나를 들고 최강석을 찾아왔다. 연이은 밤샘 실험으로 인해 피로에 찌든 표정이었지만 눈만큼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군요.’
그리고 그가 내민 실험 결과는 더욱 말이 안되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실험쥐의 뇌세포가 복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이전 수준으로.
‘조작한 건가요? 아니면 실험 오류?’
‘아니요. CIRM에서 했던 실험 데이터 값 그대로 가지고 온 겁니다.’
‘하지만···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치료제 개발은 어느정도 되었다는 말인데··· 이걸 어떻게 믿으라는건지?’
최강석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김만덕을 바라보았다.
물론 알고 있다. 이 소년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만큼 이 내용은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김만덕은 한차례 입을 다물더니, 조심스레 최강석을 바라봤다.
‘교수님도 아시겠지만, 이 분야에서 치료제 자체를 개발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 치료제가 인간에게 효과가 있느냐는 거니까요.’
최강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김만덕이 하는 말은 사실이니까.
매년 수백개의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후보 물질을 찾고, 실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고 난 뒤, 동물과 사람에게 차례로 투약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임상 3상. 즉 병에 걸린 사람에게 투약을 하는 시점에서 번번히 실패하곤 했다.
‘동물 실험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한들,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는게 임상 실험이니까요. 치료제 자체를 개발한 거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값만으론 아직 완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워요. 쥐와 달리 인간의 뇌세포에 적용하려면 좀 더 신경세포가 분화되는 속도와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야 합니다. 시냅스 형성도 지켜봐야하고요.’
최강석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 학생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대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제 성인이 된 지 얼마 안되었다고 하기엔 너무나 노련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아밀로잽을 이용해 치매 증상이 호전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영영 불치병으로 남아있을 것 같던 치매 치료에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모든게 단 한사람. 마냥 애송이처럼 보이던 학생이 주도한 일이었다.
“천재···진짜 천재는 이런 건가.”
아무도 못해내는 걸 해내는 사람.
치매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시 걷게 되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을 일으키는 천재.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신가요?”
“아, 교수님. 전화를 안 받으시길래 여쭤보니 여기 계신다고···”
마침 그 천재가 제발로 찾아온 상황이었다. 최강석은 예상치 못한 김만덕의 등장에 떨떠름한 마음을 애써 가리며 덤덤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지요?”
“어, 음···그게 아무래도 좀 찝찝해서요.”
찝찝하다? 최강석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럼 뭐가 마음에 걸리는 건가요?”
“…왜 최금철 환자를 임상 실험자로 추천하셨는지 못 들은 것 같아서요.”
최강석의 이마 위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김만덕이 이런 말을 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치료되길 바라는 아들의 마음이지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김만덕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중간엽 줄기세포에요. 뇌세포를 복구하는거요. 하지만 최금철 환자의 경우 나이도 많고 뇌출혈 전적도 있어서 오히려 수술을 했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최강석이 말을 잘랐다.
그리곤 한동안 말없이 최금철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한가지 묻겠습니다. 김만덕 연구원은 지금 이 상태가 살아있는거라고 생각하나요?”
“그게 무슨···”
“저는 죽은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는 턱짓으로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최금철을 가리켰다.
“인간은 생각하고, 판단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인간입니다. 지금 이 상태는 그저 육신만 남아있는거지요.”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지요.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는데?”
“…아무리 그래도 무리하게 수술을 하다가 위험한 것 보다는–”
“하!”
최강석은 탄식을 내질렀다. 이윽고 최금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아들 강석이입니다. 최강석.”
“…”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허공을 바라보던 최금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앙상한 얼굴로 한동안 아들을 바라보던 최금철이 말했다.
“…자동차.”
“아뇨. 제 이름이요, 제 이름.”
“버스, 버스. 버스랑 택시. 택시 타야해. 버스 타면 안 돼.”
“강석. 강석이요, 아버지. 제 이름이 뭐라고요?”
“자꾸 나한테 소리지르지 마요···아저씨 가세요. 가.”
귀를 막고 침대 이불을 머리 끝까지 쓴 채 누워버리는 최금철.
그 모습을 최강석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가! 나가! 나가!”
이불을 쓴 채로 악을 지르는 모습에 최강석은 고개를 돌렸다. 결국 쉬지 않고 고함을 지르다가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되자, 최강석은 간호사를 부른 후 병실을 빠져나왔다.
“앞으로 쟤 못 들어오게 해. 쟤 싫어. 못 오게 해!”
닫은 문 뒤로도 연이어 들리는 고함 소리.
최강석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 끝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상태로 살아계시다가 돌아가신다 한들, 이미 제 마음 속에는 돌아가신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
“이미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
최강석은 눈을 감은 채로 말했고, 서서히 문 안쪽도 조용해졌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최강석은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
“만덕아, 너 지금 상태가···”
“괜찮아요.”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보다 교수님. 지금 새로 비율을 조정한 배양 배지에서는 신경영양인자(BDNF)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시냅스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걸로 확인되고요.”
“신경 세포 발생 자체에 영향을 주는 신경성장인자(NGF)도 체크해야겠구나.”
김성진과 함께 연구를 하는 건 꽤 오랜만이었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줄기세포는 골수와 지방 조직 중 어디에서 얻어내는게 좋을 것 같니?”
“아무래도 치매 환자들의 경우 나이가 있는 편이니 지방 조직에서 얻어내는 게 더 나을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골수 채취 수율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뇌세포로 분화시킬 때는 골수가 더 낫지 않겠니? 아무래도 지방 조직 보다는 분화력이 더 좋으니 말이다.”
김성진이 묻고, 내가 답하고.
예전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지만 우리는 한가지씩 실험에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며 연구를 진행해갔다.
‘…예전이랑 정반대네.’
지금까지 김성진과 했던 연구들은 그가 압도적으로 정보의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묻고, 그가 답하고.
그가 지시하고, 내가 실험하고.
하지만 중간엽 줄기세포에 있어서는 내가 압도적이었다.
“줄기세포 자체에 대해서는 깊게 연구해본 적은 없지만···하면 할 수록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되는구나.”
하지만 김성진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적극적으로 임했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강석 교수님은요?”
“내일 아침에 오신다고 하더구나. 아무래도 날도 날이니, 임상 실험과 관련해서 나눌 이야기가 있겠지.”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엽 줄기세포로 인한 치료제가 개발이 되고, 동물 실험에 대한 결과값이 인정을 받으면서 이제 인간에게도 시행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당연히 그 제안자는 최강석이었고, 임상 실험 대상자는 최금철이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에요. 일단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거, 최교수. 아버지 일이라 급한 건 알겠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병원측에서도 곤란해요.’
‘문제가 발생할경우 제가 다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최강석은 앵무새마냥 같은 답만 대답했다. 고집을 부리는 그의 모습에 동료 의사들도 당황한 듯 했다. 이런 모습을 보이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치매환자와 같이 의사 결정이 안되는 경우, 보호자가 대신 결정을 할 수 있다. 모든 동의를 구하면 수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임스때도 이런 저런 절차를 건너뛰기도 했지만…그거랑 이거는 결이 다른 문제.
제임스는 어디까지나 하반신 마비였던 환자. 적어도 건강 상태가 안좋다거나,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는 아니었다. 치료 범위도 하반신이었고.
하지만 지금 최금철은 달랐다.
‘잘못하면 이대로 사망하실 수도 있어요.’
‘저는 의사입니다.’
그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로 살다보면 여러 환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낌이 오지요. 이 환자에게 주어진 날이 어느정도 될지, 이 수술로 얼마나 살 수 있게 될지.’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설령 곧 죽게 된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게 의사이고요.’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멀리 창밖을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그의 동공이 이따금씩 흔들렸다.
‘김만덕 연구원님이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것처럼, 저 역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그의 고집에 나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치매 환자란, 이미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으니까.
최강석은 어떤 식으로든 끝을 보고 싶어했다. 이렇게 가늘고 길게, 언젠가는 회복되시겠지, 하는 희망으로 말라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렴. 가지고 오마.”
“괜찮아요. 어서 집에 가세요. 가족분들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오늘은 12월 31일. 2011년의 마지막 날.
거리마다 캐롤이 울려퍼지고 한껏 설렌 표정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선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김성진 역시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있다가 모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집에 안가봐도 괜찮겠니?”
“네. 어머니한테는 따로 전화드렸어요.”
“…알겠다.”
아쉬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에 갈 수 없었다.
아직 여기서 해야할 일이 남아있었으니까.
결국 김성진은 “꼭 쉬어야 한다.”라고 당부하듯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을 닫는 순간까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아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연구에 쏟았다.
실험을 하다 엎어버리는 일도 대다수였다. 아니 10번 실험하면 10번 다 데이터 값이 엉망으로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계속했다.
그냥 했다.
10번 실패하면 11번째 도전했다.
100번 실패하면 101번째 도전했다.
원하는 결과값이 안정적으로 나올때까지. 계속.
‘너···괜찮아?’
‘야야! 너 코피! 코피나!’
‘네 몸을 챙겨야지. 막말로 그 할아버지가 너희 할아버지라도 돼? 왜이렇게까지 하는건데!’
녹초가 된 채로 집으로 돌아가면, 이인성과 이인영이 사색이 된 채로 나를 간호하는 날이 이어졌고, 결국 속이 상한 목소리로 이인영이 말했다.
‘이러다가 네가 쓰러지면 무슨 소용인데? 설령 연구에 성공해도 할아버지 몸 상태 안좋으시면 결과가 안좋을수도 있는거잖아.’
‘알아.’
‘너 혹시 최한별 할아버지여서 이렇게—’
‘나는 지금 싸우고 있어. 인영아.’
‘…싸움?’
[자, 벌써 2012년의 해가 밝았는데요~] [2012년은 임진년입니다. 임진(壬辰)년의 임(任)은 검은색, 진(辰)은 용으로, 흑룡(黑龍)의 해라고 불리는데요.]‘이 연구가 이길지, 내가 이길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모든 걸 걸었다는 말이야.’
[무려 60년만에 돌아오는 흑룡띠라고 하지요?] [흑룡의 해, 우리 국민 여러분들 모두 흑룡의 기운을 받아 하시는 일 다 잘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TV와 인터넷에서는 흑룡의 해로 떠들썩하던 그 순간. 나는 연구실 한켠에서 숨을 참고 있었다.
등줄기 위로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이 요동친다.
손바닥이 축축해져갔다.
“…완성됐다.”
치매 치료제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