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1화(201/221)
201. 꿈에 그리던 (1)
201. 꿈에 그리던 (1)
“치료제를 완성했다니,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연구를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거, 위험한 건 아닌지.”
“일단 오늘 발표를 한다고 하니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연서 병원 내, 한자리씩 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오늘 있을 임상시험 안건 때문이었다.
“전에 최강석 교수 밀어붙이던거 다들 기억하시지요?”
“그 양반 고집 불통인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나원 참.”
“그래도 자기 가족이 걸린 문제니 그러는거겠지요. 우리가 이해해 줍시다.”
의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치료제가 완성 되고 다시 이야기해봅시다.’라고 이야기했던게 엊그제같은데, 그새 치료제가 다 완성되었단다.
신약이라는게 이리 쉽게 만들어지는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었던 만큼, 그들은 방어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번에 연구가 좀 께림칙하지 않습니까. 모아니면 도란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아무리 치매 전문 병원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만에 하나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인간 실험 병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쉿. 다 들리겠습니다. 일단 뭐라고 할 지 들어나보자구요.”
의사겸 교수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점차 커지던 가운데, 그들 중 몇몇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머지않아 연서 병원의 병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희 연서 병원에서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김만덕 연구원님으로부터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리 급하게 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움직임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모두가 하얀 가운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저 학생이 치료제를 만들었다고요? 이거 참 뭐라고 해야할지···’
‘방송에서 말하던 게 거품이 좀 낀 것 같던데. 천재라고 띄워주니 저리 설치는 거 아닙니까.’
‘한학수 장관님하고도 아는 사이라던데요?’
이 앞에 서면 생각보다 사람들의 말이 잘 들리는구나.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준비된 내용을 들고 단상 앞에 섰다.
회의적인 사람 반, 경계하고 있는 사람 반.
그리고 그 가운데 최강석 교수도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세포 복구에 성공한 실험에 대해 발표를 하게 된 김만덕입니다.”
짧막한 자기소개를 하자, 사람들이 한층 더 긴장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이런 자리는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내가 이 치료제를 만들어내던 때의 감정이 더욱 압도적인 탓일까.
그들의 시선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준비는 충분히 했으니까. 준비한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을 할 차례였다.
“우선 이식된 줄기세포의 생존율을 보시면, 첫 주엔 80%가 살아남았고, 한 달 후에도 약 70%의 세포가 버텨냈습니다.”
“···흐음.”
청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피피티에 띄워진 수치들을 보며 그들은 서로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놀라운 결과입니다만, 그 세포들이 진짜 신경세포로 변한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줄기세포의 경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보니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분화되거나 그냥 살아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피피티를 띄웠다.
“네. 신경세포로 분화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NeuN, MAP2와 같은 신경 바이오마커의 발현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줄기세포의 60%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은···”
“네. 신경세포로 분화되었습니다.”
모든 줄기세포가 다 마음대로 분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는 아무리 신경 인자와 성장 인자를 투여해도 반응이 없는 녀석들도 있으며, 설령 분화가 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60%가 분화에 성공했다는 건 매우 성공적인 수치에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그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하는지 어떻게 확인하는지요? 신경 세포의 경우 세포들 간의 연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분화된 세포들이 기존에 존재하던 신경 세포들과도 소통도 하고 그러나요? 그냥 덩그러니 있는 건 아니고요?”
철테 안경을 쓴 남자가 안경을 고쳐 올리며 물었다. 날이 선 목소리 답게 예리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못 받아칠 이유도 없었다.
결과가 모든 걸 증명해줄 테니까.
“전기생리학 검사를 해보니, 신경세포로 분화한 줄기세포의 50% 정도가 숙주 세포의 뉴런과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자발적인 시냅스 후 전류도 관찰되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그래도 인지기능이 실제로 좋아졌는지는 좀 의심스러운데요.”
“동물 실험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대조군 대비 40%의 인지능력 향상이 있었습니다.”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피피티를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피피티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한 뒤의 변화가 그래프로 나타나 있었다.
기억력, 공간 학습 능력, 패턴 인식 등 다방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되었다.
심지어 일부 쥐에서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기 이전 상태보다 더 향상된 경우도 있었다.
마치 치매에 걸렸던 적이 없었던 것 처럼.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사람들도 이 결과를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치매가 치료된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니, 이게 진짜입니까?”
“맙소사···말도 안되는군요.”
“좀 더 실험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인지 테스트 한 예시를 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웅성거림 가운데 몇몇이 손을 들며 자료를 요구했다.
“구체적인 자료는 조만간 줄기세포 학회지인 Stem Cell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필요하시면 따로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잠깐만요. 한가지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부작용에 대한 말이 없는데요. 의도적으로 빼신 건 아닙니까?”
가장 뒤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염증 반응은요? 줄기세포가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나요?”
남자의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항염증 효과가 있었습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30% 가량 감소한 반면, 항염증 사이토카인은 증가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조작 아니고요? 오히려 염증이 사라졌다?”
“중간엽줄기세포의 면역조절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엽 줄기세포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원하는 줄기세포로 분화를 시킬 수도 있지만 그만큼 원치 않은 줄기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무리 자신의 세포를 의도적으로 조절한거라 해도, 몸 속에 존재하고 있던 줄기세포보다는 불안정했다.
한마디로 안정적이면서 자유자재인.
중간엽 줄기세포의 등장.
“이 무슨…”
남자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두 눈으로 실험 결과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최강석만은 별다른 반응 없이 망부석마냥 앉아있었다. 다들 열띤 표정으로 내용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그리고 나는 그가 가장 기다리고 있을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 결과를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장기적인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죠, 그렇죠. 아무래도 부작용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동시에 말씀하셨던 대로 최금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임상 시험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이 순간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게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은 많이 일어나고 있었지만···임상 시험까지 이어지려면 꽤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기에.
임상 시험과 관련해 총괄을 맡고 있는 남자가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김만덕 연구원님이 보여주신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인류 전체를 뒤흔들 엄청난 내용이라고 생각되어지는군요.”
하지만 이야기 내용과 다르게 그가 보이는 태도는 어쩐지···주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맞게 그는 우려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에게 직접 하는 건, 어디까지나 위험 요소가 따르는 일입니다. 지금 바로 그 환자에게 임상 시험에 뛰어들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언제 가능한가요?”
“적어도 동물 실험에 대한 부작용이 다 나온 뒤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뇌라는 기관은 자칫 한번 손상을 입으면 회복이 안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최금철 환자의 차트를 보니 이미 뇌출혈 전적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더군요.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차라리 다른 대상자를 물색해보시죠.”
“일단 임상 시험이란 것도 단계가 있지 않습니까? 우선 건강한 사람들부터 시작한 뒤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임상 실험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세계를 놀라게 할 치매 치료제의 발견.
임상 시험까지 성공리에 끝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들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저희 아버지는 죽습니다.”
“최, 최강석 교수님.”
“치료를 해도 죽고, 치료를 안해도 죽는다면···어떤 선택을 하는게 맞는겁니까?”
최강석 교수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최강석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최강석 교수님, 상황은 압니다만 이렇게 될 경우 책임 소재가—”
“압니다. 저 역시 의사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하는지도, 환자의 보호자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
“부탁드립니다.”
“!”
그 순간, 최강석이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일어난 행동에 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아니, 지금 그 최강석 교수가 고개를 숙이다니.”
“고지식한 걸로 소문난 인간이···”
“평소에 그렇게나 이성적이던 분이 이렇게 감성적으로 밀어붙이시다니, 쯧.”
그를 향한 실망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지만, 그는 꿋꿋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병원장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최교수님. 고개를 드시지요.”
“…”
“안 드신다면 최금철 환자에 대한 임상 시험을 불허하도록 하겠습니다.”
“!”
최강석 교수가 병원장을 바라봤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도 병원장의 말에 놀란 듯 했다.
최금철 환자에 대한 임상 시험 허가.
즉, 치매 치료제 허가였다.
“원장님!”
“아니, 원장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중에 뒷일을 어떻게 책임지시려고—”
병원장의 결정에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몇몇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괜히 연서 병원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지금 여기가 초등학교도 아니고 떼쓴다고 될 일이 아닌—”
탁! 병원장이 테이블을 한번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정적이 내려앉은 회의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최교수가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허락한 게 아닙니다.”
그는 자신 앞에 놓여있는 [임상시험 의약품 허가‧관리 지침]을 가리켰다.
“이 책에 의하면 ‘항암제,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한 질환이나 긴박한 상황 하에서 적용되는 의약품을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3상 임상시험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허가한다.’라고 나와있습니다.”
“하, 하지만···”
“그리고 그 의약품 대상에는 제 7항.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도 해당이 됩니다.”
그는 지침을 펼쳐 ‘허가 대상’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중증질환, 대체의약품이 없거나 기존의약품에 비해 상당한 임상적 유익성이 있는 품목’의 경우 허가 대상에 해당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만. 치매 역시 중증 질환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최강석 교수님. 지금 생명이 위독하시다고 하셨지요?”
최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반발은 계속 이어졌다.
“치매 때문에 위독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뇌출혈로 인해 건강 상태가 악화된거지 치매에 대한 임상 허가를 승인하는 건 비약이 좀 심하지 않나–”
“박교수님. 왜 이렇게 반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저는 다 연서 병원을 위해서···”
“연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딱 잘라 말하는 병원장. 그의 말에 박교수도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상황을 단번에 정리한 그는 나와 최강석 교수를 바라봤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에 일어났고,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채 밖으로 빠져나갔다.
모두가 떠나간 뒤, 최강석과 나만 회의실에 남았다.
“…따로 병원장에게 이야기를 한 건가요.”
“아뇨? 전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최강석이 삐뚜릅하게 웃었다.
“이 병원에만 30년째입니다. 저 병원장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죠.”
“그렇군요.”
“그리고 누구보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정한 사람입니다.”
“그런 냉정한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이신 교수님도 대단하신데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자, 최강석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최금철 환자를 임상 시험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말인가요?’
치료제가 개발되고 나는 병원장에게로 향했다.
최강석도, 김성진도 아닌. 병원장에게.
그의 방에 찾아가자 병원장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오늘 회의장에서 반발하던 사람들과 같이.
‘너무 위험합니다. 연서 병원을 걸 정도로 무모한 도전은 하고 싶지않습니다. 안그래도 임상 시험으로 환자 사망 사건이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 알고 하시는 이야기입니까?’
‘압니다.’
‘게다가 최금철 환자라면 최근 아밀로잽 부작용으로 한차례 논란이 되었던 환자 아닙니까. 이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큰일납니다.’
안그래도 아밀로잽을 향한 언론사의 공격으로 인해 연서 병원은 진땀을 빼고 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면서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굳이 최한별의 할아버지를 치료하면서 위험을 질 필요는 없었다. 치매 환자는 많고, 보다 괜찮은 임상 대상자를 구할 수도 있었다.
굳이 뇌출혈로 인해 더이상 치료할 방도가 없는,
이제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데리고 이 약을 시험해 볼 필요도 없었다.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죽을 환자.
그런데, 건강한 치매 환자가 있긴 하나?
‘치매 환자들 대다수, 아니 거의 전부라고 봐도 될 정도로 치매 환자는 노인분들입니다.’
‘그렇지요.’
‘차후 다른 임상 대상자로 실험을 하다가 사망하게 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어차피 이 사람은 병원장이다. 병원을 위해 행동하고, 어떻게 해야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밀어붙인다고 한들 씨알도 안먹히겠지.
‘뇌출혈이 발생해 더이상 이렇다 할 방도가 없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후의 수단까지 도입한, 환자를 생각하는 연서 병원. 어떻습니까?’
‘…아니.’
‘아니면 이곳에 현직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강석 교수의 아버지라는 걸 언론에 사용해도 그림이 좋을거라 생각되고요.’
‘…’
내 말에 병원장은 말이 없어졌다.
‘이대로 치매 치료제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면 결국 저는 CIRM으로 돌아가 실험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
‘세계 최초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일조한 연서 병원. 치매 병원으로 지정된 만큼 꽤나 강력한 홍보 문구로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나는 망설이고 있는 병원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기회입니다. 병원장님. 설령 실패한다고 한들, 환자의 상태를 이유로 드시면 됩니다. 마지막까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일을 동원한 병원 이미지로 가는 것도 좋겠군요.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병원. 좋네요.’
‘생각보다 김만덕 연구원님은···계산적인 분이셨군요. 나이도 어리신데.’
가시가 있는 말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다.
···뭐, 잘 되었으니 더 생각하지 말자.
나는 눈 앞에 있는 최강석을 향해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강석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순진한 얼굴로 갸우뚱 거리는 날 바라봤고,
“…일단 수술 일정부터 잡도록 하지요.”
라고 말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하는 걸 정해놓고 방법을 찾아나가라는 말.
그 말은 언제나 옳았고,
“…최금철 환자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
오랫동안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