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4화(204/221)
204. 영 앤 리치 (1)
204. 영 앤 리치 (1)
익숙한 천장이다.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느껴지는 강렬한 두통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여기는···?”
고개를 돌리려 하니 목 근육이 뻐근하게 당겨왔다. 마치 오랜시간 사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어서 관절 마디마디도 굳어있던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니 주변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이게 다 뭐야?”
내 손등에 붙어있는 정체 모를 링거와 최금철한테서나 봤던 생명을 위한 여러 기계 장치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주름진 손이었다.
“어머니?”
내 목소리에 잠들어 있던 어머니가 기척을 내며 고개를 드셨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빤히 바라보셨다.
“…아이고.”
“지금 집에서 올라오신 거에요?”
“아이고, 이제 내가 헛것을 보네.”
“네?”
“아이고 우리 만덕이···지금처럼 말이라도 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예?”
영문을 모르겠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비몽사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슬픈 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점점 잠에서 깨면서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는 현실을 파악하신 듯, 두 눈이 커다래졌다.
“마, 만덕아! 지금 정신이 드니? 그런거야?”
“네. 아까 전부터요.”
“아이고,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의료진들을 불렀고 이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그게 사실입니까? 정말 김만덕 연구원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최강석.
그리고 이내 어버버하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안녕하세요?”
“…검사, 검사! 지금 당장 검사 준비하세요!”
검사실로 향하면서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벅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짜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병원장님한테도 보고 드렸어요.”
“대통령님께도 보고 드려야하지 않나요?”
사람들은 수군거리면서도 검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각종 검사들이 이어졌다. 혈압이나 채혈과 같은 검사는 기본이고 MRI 영상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채로 이런 저런 검사에 이끌려가던 나는 간호사와 의사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진찰을 받았고.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최강석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제 담당의시네요.”
“…내가 부탁했지.”
“그런데 교수님 전공은 신경외과쪽 아닌가요?”
각종 차트를 받아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최강석. 자세히 보니 전보다 흰머리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주름도 더 깊어진 것 같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최강석을 바라보며 나는 미간을 좁혔다.
물론 내가 트럭에 치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뇌출혈같은 뇌를 전문으로 하는, 한마디로 신경과 의사인 최강석이 나를 담당한다?
뭔가 불안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나는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제가 많이 다쳤나요? 혹시 뇌라든가?”
뼈가 부러지면 붙이면 된다. 다른 기관이 다치면 어찌 저찌 처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뇌는 그게 안된다.
‘···너무 지레 짐작 하지 말자.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죽을 위기는 아니라는 뜻일테니까.’
보통 그정도 트럭에 치이면 즉사잖아? 하지만 지금 나는 살아있었다고.
순간적으로 그때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튀어나왔다.
동시에 나를 도로쪽으로 밀치던 남자의 얼굴도.
‘그러게 멈추셨어야죠. 연구.’
···떠오른 기억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 개X끼 잡히면 가만 안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의식을 못차리고 있던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넉넉잡아 한 달정도 걸렸다쳐도 분명 미국으로 돌아갔을 터.
“혹시 범인은 잡혔나요?”
“범인?”
“그, 사실 제가 그냥 도로로 뛰어든게 아니라 누가 밀친거였거든요.”
인상착의와 얼굴, 그리고 내 연구를 막으려고 했던 것까지. 최강석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번쯤은 놀랄 법도 한데, 그는 침착한 얼굴이었다.
“진작에 잡혔지.”
“정말요?”
“원한다면 기사도 보여줄 수 있네.”
최금철이 모니터를 돌려 내게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네오 루디즘의 수장, 드디어 붙잡혔다.] [반과학단체의 말로, 무기징역 선고] [극단주의 테러 조직, 네오-루디즘의 악행. 여기서 끝나다.]각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인간말종보다 더 못한 놈들 같으니라고···] [생명을 존중한다면서 생명을 죽이는 이 모순?? 이게 정의라고 생각하는건가?] [김만덕 연구원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댓글들 중 몇몇은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치매 치료제가 나오는 순간이었는데···.진짜 얼른 일어나셨으면] [저놈들은 더 극한 형벌에 처해야합니다.] [최초의 치매 치료자 근황은 어떻게 되었나요?]나는 문득 댓글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최강석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만 급급해서 잊고 있었던 사실.
“그럼 최금철 환자는 어떤가요?”
최금철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줄기세포라는 건 언제 어떻게 어긋날 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안정적으로 잘 분화되었다고 해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말에 최강석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정정하시네.”
“발음이나 말이 어눌한 부분은 없으시고요? 특히 초반에 브로카 영역 쪽이 손상되었어서 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정상적이네. 치매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셨네.”
그러나 최강석의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치매 이전 상태로요? 그럴리가···”
“왜 안될거라고 생각하나?”
“그야 한 달만에 그만큼 신경 세포가 생성되어야하는데 일단 줄기세포도 1차 이식밖에 안한 상태고요.”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최강석이 얕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줄기세포는 총 5차 이식 완료되었네.”
“예? 아니, 5차까지 이식하셨다고요? 한달 동안요?”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그럴게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최금철 환자의 골수를 채취해야한다. 그런데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그만큼 많이 수술을 진행했다고?
건강한 사람이라고 한 들, 몸이 버티질 못할 것이다. 게다가 최금철처럼 고령의 환자라면 더더욱.
하지만 최강석은 내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쳤다.
“자네 어디까지 기억이 나나?”
“트럭에 치였던 것까지 기억나요.”
내 말에 최강석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트럭에 치여 응급실로 이송되었네.”
“네.”
“그리고 뇌사 판정이 났고.”
“…예?”
“1년동안 의식 불명 상태였지.”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뇌사? 뇌사라고?
그리고 1년? 1년이나 누워있었다고?
“뇌사인데 어떻게 제가···지금 이 자리에 있는건가요?”
“글쎄. 어떻게 된 걸 것 같나?”
“설마 이것도 꿈인가···”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방법. 허벅지를 꼬집었다.
하지만 아팠다.
아니지, 그때 할아버지가 부채로 때렸을 때도 아팠으니까···꿈 속이어도 감각은 유지되나?
그도그럴게 최강석의 말은 신빙성이 없었다.
1년동안 누워있었던 건 그렇다고 쳐도, 뇌사자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예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설마.’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최강석을 바라봤다. 그는 씩 웃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야!! 김만덕!”
“? 이인영?”
“야···너, 너 진짜···!”
“만덕쓰!!!”
말을 잇지 못하는 이인영을 뒤로, 이인성이 뛰쳐 들어왔다. 최강석은 진료실에 갑자기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인성은 나를 보더니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어떻게 쓰러져있는 동안 더 못생겨지다니···!”
에. 진심으로 경멸의 눈빛을 담아 이인성을 바라보니, 그가 멋쩍다는 듯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그러자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이인영이 이인성을 뒤로 잡아챘다.
“이제 막 깨어난 애한테 장난을 치고 싶냐?”
“이런 거 해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장난 아닐 수도?”
에효, 하고 한숨을 내 쉰 이인영은 이내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이야.”
“어···오랜만인가?”
“넌 아니겠지만 난 그래.”
이인영이 쓰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 둘을 바라보던 최강석이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원칙상 진료실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만···”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니 일단 다들 앉도록 하지.”
최강석은 천천히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트럭에 치여 1년동안 뇌사 상태였으며,
그동안 날 도로로 밀쳤던 개X끼는 붙잡혔고,
최금철은 정상 상태로 회복되었다는 것.
“제 뇌에 줄기세포를 이식했다고요?”
“유일한 방법이었네.”
“하지만 분명 제가 발견해낸 건 어디까지나 치매와 같이 일부 부분들이 손상된 경우에 회복시키는 거였는데···”
신경세포는 단순히 만들어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존에 있던 신경세포들과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최강석은 말없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더 발전시키신 거군요.”
“자네가 만들어 둔 줄기세포 치료제 덕분이네. 그게 없었다면 자네 치료는 아예 불가능했을테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네를 살리겠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지.”
인생 잘 살았군. 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최강석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뒤, 최강석은 내 뇌 상태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줬다.
“뇌사 상태에 있다가 의식이 돌아온 상황이지만···뇌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긴 어렵네.”
“역시 그렇겠죠?”
“하지만 11차 이식까지 마치고 나면 상황이 좀 나아질 걸세.”
“에···몇차요?”
미간을 좁히며 묻자, 최강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뇌사자의 뇌를 복구시키는 건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어서 말이지.”
“그, 그건 맞지만···”
11차 이식이라니. 골수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최강석은 “지방 조직에서도 추출해서 사용했으니 너무 걱정 말게나.” 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에 나는 멋쩍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진료가 끝이 나고, 나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최강석이 1년동안 마련해줬다는 VIP병동. 그 금액이 어느정도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푼돈은 아닐게 분명했다.
어기적거리며 링거를 끌고 병실 문을 열자, 익숙한 뒷모습이 의자에 앉은 채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자로 잰듯한 긴 생머리. 가냘픈 체구.
“최한별?”
“!”
내 말에 최한별이 고개를 돌아봤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바라봤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링거를 끌고 가는 것도 잊고 앞으로 달려가다가 하마터면 주사바늘이 뽑힐 뻔 했고.
“야, 야. 왜 울어. 응? 울지 마.”
하지만 내 말에도 불구하고 최한별은 서럽게 눈물을 뚝뚝 흘렸다. 최한별이 우는 건 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나때문에 우는 건 처음이다.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가운데, 최한별이 허공에서 갈 곳 잃은 채 안절부절 못하는 내 손을 잡았다.
“이제 괜찮은거 맞지?”
“···응.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데 이제 차차 괜찮아질거래.”
“다행이다···”
최한별이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좀 건강에 안 좋은 것 같은데. 줄기세포 부작용인가.
“저···저기. 그, 손 좀 놓아줄래?”
“싫어.”
“엉?”
“…농담.”
뭔가 좀 달라진 듯한 최한별이었지만, 그녀는 곧바로 손을 뺐다. 방금까지 붙잡혀 있던 손이라 그런지 화끈화끈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병실 옆에 놓여있는 강아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가 나기 직전. 오락실에서 경품으로 받았던 인형.
‘최한별이 매일 찾아왔다고요?’
‘사고가 난 뒤로 매일 오고 있네.’
‘아니, 그럼 학교는 어떡하고요? 그보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최강석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답할 뿐이었다.
‘딸 아이 고집은 나도 못 꺾어서 말이지.’
아까까지 펑펑 울던 얼굴은 사라지고 이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최한별.
무슨 말을 해야하지. 어색하다.
이 어색한 공기를 없애줄 사람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이인성이라든지, 아니면 이재성이라든지, 아니면 박성민이라든지···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어색한 공기좀 없애주길 바라는 가운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수님!”
구세주를 바라보듯 김성진을 바라보자, 그가 나와 최한별을 번갈아 바라봤다.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니?”
“아뇨, 전혀요. 별 말 안하고 있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그리고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지금 이제 막 일어난 상태라 정신이 없겠지만···”
“아뇨, 아뇨. 완전 괜찮아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괜찮겠니?”
김성진이 조심스레 물었고,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어색한 공기만 벗어날 수 있다면야···!
“완전 괜찮은걸요? 그런데 제가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 제 뇌에 있는 줄기세포는 제가 만들어낸게 아닌지라.”
“괜찮단다. 치매 치료제를 최초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할 말은 차고 넘칠테니 말이다. 그럼 지금 갈 수 있겠니?”
“어? 지금 당장이요?”
내 말에 김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몰라도 소식 하나는 빠르네. 그렇게 생각하며 김성진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어색하던 병실을 빠져나와 복도로 이동하는 중, 나는 김성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어디서 요청 들어온 거에요? 방송국? 학회?”
“아···그건 아니고.”
김성진이 말을 하다 말았다. 불현듯 드는 불안감에 그를 바라보는데,
“대통령님께서 찾아오셨단다.”
“…예? 아, 아니.”
내 표정을 보고는 큼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는 김성진.
아니, 그런 건 좀 빨리 말해달라고···.
그렇게 나는 회의실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