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5화(205/221)
205. 영 앤 리치 (2)
205. 영 앤 리치 (2)
회의실로 들어가자 경호원과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양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남자.
대한민국의 총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직급에 걸맞게 그의 몸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학수 장관을 통해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넵.”
“게다가 작년에 불미스러운 사고를 당했다는 것도요.”
내 기억이 맞다면 대통령이 오는 그날. 나는 사고를 당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 입장에서도 썩 당황스러웠을 터.
“이렇게 회복하시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그의 환대에 떨떠름해진 나는 멋쩍게 웃음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최근 초등학생 설문조사에서 장래희망 1위가 무엇인지 혹시 아십니까?”
“어···운동 선수?”
“과학자입니다.”
대통령의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과학자야 늘 인기 순위에 있긴 했다만 1위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내 표정을 본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했다.
“다들 김만덕 연구원님이 롤모델이라고 하더군요.”
“하하···롤모델까지야.”
“그만큼 김만덕 연구원님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갑작스러운 칭찬. 여전히 칭찬에 내성이 없던 나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치매 치료제에 대한 등장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네?”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치매 치료제는 전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전세계 최초. 그리고 유일한.
치매 치료제.
만약 치매 치료제가 세상에 있었고, 단지 그 가격이 비싼 거였다면 나역시도 이렇게 까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목을 메지는 않았겠지.
그만큼 최초로 개발했다는 건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두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김만덕 연구원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자마자 이렇게 바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치매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건 엄청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달려올 일인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나중에 만나도 상관없지 않나?’
무려 대통령이다. 매일 살인적인 일정이 꽉꽉 채워져 있는.
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거라면 비서실장을 보내도 충분했을 터.
그는 내 표정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했다는 듯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시다시피 정식으로 치매 치료제가 상용화 되기 전에 사고를 당하셨고, 그간 의식불명의 상태였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지만···혹시라도 김만덕 연구원님께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귀화하시는 걸 막아보고자 이렇게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
“귀화요?”
“네. 아마 조만간 다른 나라에서도 연락이 올 겁니다.”
그가 말해주는 일들은 비현실적이었지만···지금까지 일들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치매 치료제를 보유한 나라. 그것만으로도 막강한 힘이 될테니까.
“노벨상에 김만덕 연구원님이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예? 저요? 제가요?”
“…반응을 보니 처음 들으시는 것 같군요. 하긴 이제 막 깨어나셨으니 못 들으셨을만도 합니다.”
최강석이나 김성진한테도 못들은 말. 나는 같이 들어온 김성진을 빤히 쳐다봤다.
“큼···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멋쩍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성진. 하지만 분명 내가 거절할까봐 아무 말도 안해준 게 뻔하다.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김성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노벨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조건으로는 살아있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아···그렇다면 저는···?”
“하지만 김만덕 연구원님은 뇌사 상태였기에···노벨위원회 측에서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더군요.”
원칙적으로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수상한다. 그러나 상을 받으러 오던 중에 사망하거나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에 사망한 경우에도 노벨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뇌사자의 경우 위원회측에서도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다시 의식을 차리셨으니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실거라 생각됩니다.”
“아하. 네”
“과학 분야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 수상을 하시는거고요.”
이런 저런 혜택들, 쉽게 말해 국가 귀빈급 대우에 대해 안내해줬지만, 나는 떨떠름한 표정만 지을 뿐 그다지 기쁘다거나 설레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붕 뜨는 느낌.
늘 해오던 거를 해왔을 뿐인데 갑자기 이벤트 보상처럼 모든게 와다다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내 표정을 살핀 대통령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김만덕 연구원님이 한국에 남아계시길 간절히 원하는 바입니다.”
“한국에···”
“한국의 연구시설이나 지원들도 이제는 해외 선진국들을 따라가고 있는 추세니까요. 게다가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를 다른 나라에 빼앗겨버린다면 국민들의 원성과 질타도 만만치 않을겁니다.”
살짝 협박성으로 들리긴 했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종종 TV에 나오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면 최대한 관련 부서와 협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하는거라···”
“어차피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신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얻게 되시겠지만 말입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다른 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 회사의 경우 그 치료제 하나만으로도 회사가 운영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만큼 ‘최초’라는 타이틀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게 치매 치료제라면 더더욱.
하지만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치매 치료제에 대한 모든 로열티를 포기하겠습니다.”
“…예?”
내 말을 들은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김성진도 같은 표정이었다.
“지금 치매 치료제에 대한 로열티를 포기하신다고 한 건가요?”
“네. 마음 같아서는 특허도 포기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었다간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겠죠.”
특허를 포기했다가 다른 제약회사에서 특허를 걸어버리면 큰일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최초 치료제에 대한 특허는 가지고 있는게 좋았다.
대통령은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양 손을 깍지꼈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그건 제가 들어드리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로열티에 대한 권리는 제가 아닌 김만덕 연구원님께 있는 거니까요.”
“네. 그대신 국가에서는 치매 전문 연구소를 세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매 전문 연구소라면?”
내 말에 대통령이 반응을 했다. 살짝 위압적인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세에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꼿꼿하게 세운 채로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치매라는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 기관이 필요합니다.”
“이미 연서 병원을 비롯해 다른 대학 기관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미국의 CIRM과 같은 시설입니다.”
그동안 CIRM에서 느꼈던 게 있다면, 줄기세포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도 모든 연구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주제 밑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다보니 서로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도 쉬웠고, 식당이나 휴게실 등 자유로운 공간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다시 연구를 하는데 귀중한 양분이 되어 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 후원과 지원을 받고 이에 대한 수익구조를 나눠가지는 시스템덕에 보다 지속적인 연구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흐음···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제약 회사들의 배를 불리는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기에 정부 기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의 돈으로 연구를 하면서 그에 대한 결과물이 오롯이 기업에게만 가지 않도록 중재해줄 존재. 그게 바로 정부였다.
내 말에 대통령은 더 이야기해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나는 내가 연구했던 치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치매라는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다르게 종합적입니다. 그 원인도 한가지가 아니라 다양하고요. 그렇기에 치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처방이 필요합니다.”
“현재 의료 시설에서 이뤄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네. 매우 부족합니다.”
꽤나 단호한 내 말에 대통령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치매 치료는 단순히 치매를 진단하고 증상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치매 자체를 치료한다는 개념이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서 간병을 받다가 눈을 감는 경우가 대다수였고요.”
“…그건 아직 치료제가 개발 되지 않았기에 일어났던 일이지요. 이제 달라질 겁니다.”
“아뇨. 전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무수한 일들을 거쳐왔었다. 단순히 치료제만 개발된다면 모든게 해결될거라 생각했던 나날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그동안 치매라는 질병으로 인해 유지되던 업종들만 해도 수십, 수백개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 치료제가 나오는 순간 다들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고요.”
당장 요양병원만 하더라도 치매 환자의 대다수가 사라지게 될 판이었다.
치매 전문 요양 간병인들도 마찬가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일자리도 변하는 법이지요. 마치 옛날에 있던 버스 안내원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건 그 정도가 다릅니다. 게다가 이 치매 치료제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과연 제약 회사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어차피 치매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제약 회사도 많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대통령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치매라는 질병이 치료가 되는 순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라고. 설령 있다고 한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거라고.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죠.”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확히 뭘 원하는 건가요?”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대화에 결국 대통령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어쩌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치매를 목격한 그 순간부터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만약 이랬다면,
이런게 있었다면,
그렇다면 좀 더 치매를 빨리 치료할 수 있었을텐데. 비록 완전히 치료할 수 없다 하더라도···적어도 대비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내 이야기를 듣던 대통령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대화를 마칠 때 쯤에는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이지···나이에 맞지 않게 생각이 깊은 학생이군요.”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치매 전문 연구소 설립은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제가 도울 일이 있을련지요?”
“음···이건 조금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습니다만 치매에 대한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대통령을 향해 말했다.
“부담이라면 어느정도 선일까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적어도 가난하다고 해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돈 때문에 치료를 안 받는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요.”
내 말을 들은 김성진이 이건 불가능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만덕아. 그렇게 진행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단다. 게다가 지금은 초기라 모두를 대상으로 지원하기엔 무리다. 지금 당장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로열티 포기하는 조건으로 단가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어지는데도 괜찮겠니?”
김성진의 말에 나는 싱긋 웃었다.
보상. 보상이라.
이미 내가 간절히 원하던 것은 이뤄졌다. 여기서 내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치매 치료제 가격을 올려버린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이미 보상은 다 받았어요.”
“네가 그렇다면야···”
“아. 그리고 사실 돈은 괜찮아요.”
“괜찮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성진.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2013년이었지, 아마?
“예전에 투자했던 게 생각보다 꽤 잘되어서요.”
2013년. 비트코인이 폭등하던 해.
마침 그 해에 눈을 떴다.
*
“아유, 이게 무슨 일이래요. 그럼 이제 치매 환자들 다 치료 받을 수 있는겨?”
“치매 종류에 따라 다른데 일단 알츠하이머 병은 확실하게 고칠 수 있나봐요.”
“아이고야, 오래 살고 보니 별일이네!”
한 병원 앞. 노인들이 유모차와 각종 끌 것들을 가지고 병원 앞에 삼삼 오오 모여있었다. 그들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 아닌 ‘치매’ 였다.
“그런데 진료하는데 비싼 거 아니여? 그 뭐냐, 엠···엠알? 에말라이? 그거 찍는 것만 해도 수십이 깨진다고 하던디.”
“이번에 나라에서 지원이 다 나와서 괜찮다나봐요. 치매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1회 무료 진단이래요.”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이 팜플렛을 들고 친절하게 이것 저것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진단을 받고 나면 이게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뇌에 뭐가 쌓여서 그런건지 확인을 하고 그거에 맞게 처방이 내려지나 봐요.”
“그거 믿을 수는 있는거여?”
“그럼요! 이 치료 받겠다고 해외에서도 막 오고 그러는걸요?”
보호자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벽면 한쪽에는 포스터들이 쫙 붙여져있었다.
[치매 완전 정복, 어렵지 않습니다.] [조기 진단은 보다 빠른 치료를 돕습니다. 치매 원스톱 해결!] [돈 걱정 하지 마세요! 치매 치료 완전 무료!]포스터들에 적힌 글자를 하나씩 천천히 뜯어 보던 노인은 이제야 믿음이 가는지 보호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나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모든 치매 환자들 치료비를 네가 지원하겠다는 말이니?’
‘아뇨. 그건 무리에요.’
비트코인의 액수로 치면 약 35만개. 현재 환율로 치면···
약 4800억원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보다 치매 환자를 모두 사비로 치료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저렴하게 공급하는 기틀은 다질 수 있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보다 상용화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해요. 지금은 그 방법도 까다롭고 과정도 복잡하니까요.’
치료제가 나왔어도 이를 다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또 다른 기술의 개발이었다. 하지만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던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치매 전문 연구소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거구나. 병원이 아니라.’
‘네. 아무리 치료를 해준다고 해도 근본적인 방법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보다 더 많은 치매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도록.
그게 설령 산골 오지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 말에 김성진은 못 이기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너는 못 당해내겠구나.’
그렇게 치매 전문 연구소는 설립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지원했다.
‘안녕하세요! 김만덕 연구원님의 연구를 보고 많이 감명받았습니다. 저 역시도 치매 치료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뇌세포 쪽 줄기세포를 좀 더 연구해보고 싶은데요.’
‘저는 뇌 MRI 영상 쪽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사실 기존의 MRI로는 영상을 보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분야. 그러나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그 안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그냥 신기해서요.”
그때, 김성진이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연서 병원은 사람이 없을 때가 없구나.”
“원래도 많던 곳인데요.”
“치매 병원들이 좀 더 확장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이곳 환자들도 줄어들겠지.”
언제 어디서든, 치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나가는 것. 그것 역시 여러 병원들의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한몫 했고.
모든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단순히 치매 치료제 하나만 개발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질병 자체를 치료해내고 말겠다고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게 전해졌다.
위대한 발견은 혼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두를 위해 발전시키는 건 혼자의 힘으론 부족하다.
나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일들.
감개무량해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김성진이 웃으며 나를 재촉했다.
“자, 이제 슬슬 스웨덴으로 가자꾸나. 다들 기다리고 있을거다.”
“네.”
김성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 장난스레 이야기했던 그 일이 실현되는 날.
스웨덴, 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