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6화(206/221)
20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
20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난 날, 대통령으로부터 노벨상에 대한 언급은 들었지만 2013년에 따로 전화가 온 건 없었다.
뭐,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는데 이 일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인 한학수 장관이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관련 내용을 전달해줬다.
‘이미 2013년도 노벨상 수상자가 확정된 상태여서 그런거라고 한다만···’
한학수의 미간이 깊어졌다.
기존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69세. 보통 20년가량 연구한 주제로 상을 받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나는 이제 갓 연구를 시작한 햇병아리나 다름없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상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요. 게다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치매 연구소 설립하고 정상화해야하는데 몸이 열개여도 부족하고요.’
정말 하나도 기대를 안했냐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안 받았다고 해서 억울한 감정은 안 들었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많았고, 이제 치매 치료는 첫 발을 내딛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알츠하이머 병 뿐만 아니라 아직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환들 중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줄기세포를 채취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치료법을 개발해야하고.’
또, 뇌사자였던 내가 살아났다는 점.
제임스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축구 선수를 준비하게 되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줄기세포와 관련된 다양한 치료법들이 더욱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신 아쉬운 표정을 짓던 한학수를 뒤로 한 채, 치매 연구소 설립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던 가운데···
‘김만덕 연구원님 맞으십니까?’
‘엄···예. 근데 누구시죠?’
새벽에 걸려온 전화에 인상을 쓰며 받았다.
‘노벨위원회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했다.
‘2014년도 생리의학상 분야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른 자세를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김성진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늦은 시간인 걸 생각해 문자를 보냈다.
[교수님, 저 노벨상 탔어요.]보내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그, 그게 무슨 말이니?’
‘노벨위원회에서 전화가 왔어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요.’
‘맙소사···’
유례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최연소 노벨 수상자는 윌리엄 로렌스 브래그.
브레그의 법칙(Bragg’s Law)을 공로로 훗날 DNA 구조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었던 천재.
그때 그의 나이가 25세였다.
‘…만덕아 네가 올해로 몇 살이었니?’
‘스물 셋이요.’
‘만 나이로 치면?’
‘아직 생일이 안지났으니까···스물 하나죠?’
내 말에 김성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만해서는 안된다.’
‘네.’
‘이 상을 받았다고 연구를 멈춰서도 안되고.’
‘절대로요.’
그렇게 몇 번의 다짐을 받아내고 난 뒤, 그제야 김성진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동안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월 첫번째 월요일. 노벨상 수상자로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전 세계에 발표되었다.
‘어머니, 첫 해외 여행인데 떨리지는 않으세요?’
‘어유, 떨리긴. 오히려 우리 아들이 더 떨고 있는 것 같은데?’
노벨상 시상식에는 가족들도 함께 동행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연구만 한다고 집에 제대로 가지도 못했던 나는 이번 기회에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한사코 마다하셨지만···노벨상이라는 이야기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지금까지 만덕이 상 받을 때 한번도 못 갔었더라고.’
‘상 받을 때요?’
‘응. 중학생 때도 과학 경시대회에서 상 받고, 공부 잘해서 상 받고 그랬잖니? 고등학생때도 이런 저런 상들도 많이 받았고.’
엄마가 많이 못 챙겨준 것 같아서 미안해, 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병실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던 주름진 손을 잡았다.
‘에이, 요즘이 어떤 시댄데요. 상 받을 때 학부모님들 안와요.’
‘그래도···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두면 좋았을텐데.’
‘이번에 가서 많이 찍어요. 네?’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던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안아드렸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치매 연구소 문제로 다시 서울에 올라가봐야했기에.
‘진짜 지금 바로 안가셔도 되겠어요?’
‘여기 집도 정리하고 가야지. 그래도 추억이 많이 깃들어있는데.’
낡고 오래된 집. 어릴 때는 이런 헌 집 얼른 없애버리고 새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집은 팔지 않고 리모델링 하기로 결정했다.
복잡한 도시보다 평생 살아온 이곳이 훨씬 좋다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기에.
이제 조만간 사라질 마루를 바라봤다. 마루 한쪽 구석에는 올려져있는 오래된 부채가 보였다.
‘…그런데 저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응, 뭐가 궁금해 우리 아들?’
‘제 이름···누가 지어주셨는지 혹시 기억하세요?’
질문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참 나도 끈질기다. 아직까지도 이름에 집착하고 있다니.
하지만 그때 꿈에서 봤던, 무의식 저 아래에서 봤던 할아버지가 단순히 내가 만들어낸 착각이 아니었길.
잠시나마 나를 보러 오셨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귀신이나 유사과학 같은 것도 안 믿으면서. 이런 건 믿고 싶어하네.’
스스로도 모순적인 모습에 입안이 썼다. 그 때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릴 때 할아버지 기억나니?’
‘…네?’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어. 만덕이가 태어나기 전에.’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커다래졌다.
‘아, 아니 예전에는 분명 아버지가 지어주신거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음? 아니? 할아버지라고 했었는데?’
‘아, 아니 분명 그때 아버지라고···’
아. 설마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거였나. 벙찐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어머니는 ‘얘도 참. 평소에는 잘 기억하면서.’ 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낡고 오래된 집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
“이번에 노벨상 수상자 나이 보셨어요?”
“아니, 21살입니다. 21살! 이게 말이 됩니까?”
“노벨위원회에서 착오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건 지금까지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잖아요.”
스톡홀름 콘서트 홀. 오늘 있을 노벨상 시상을 앞두고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21살. 치매 치료제를 만들어 낸 천재 과학자.
“나이가 중요합니까?”
“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상을 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보는데요.”
그때, 콘서트 홀 한쪽에 앉아 있던 박성민이 큼큼 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어린 나이에 이런 큰 상을 받았다가 잘못 될까봐 그러죠.”
“맞아요. 실제로 젊은 천재들이 말로에 안 좋은 이유가 뭔데요. 자만심때문에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진다고요.”
“구렁텅이라···”
“혹시라도 연구를 그만둘까봐 다들 걱정하는겁니다. 이제 연구를 시작할 나이인데, 이미 목표를 이뤘으니 말입니다.”
박성민이 미간을 좁히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정말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표정인가 싶어 바라봤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뭐, 저 녀석은 자만심하고는 거리가 먼 녀석이라서요.”
“혹시 아시는 사이인가요? 김만덕 박사님이랑?”
김만덕은 치매 치료제를 만들었던 내용을 논문으로 제출, 바로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되었다. 원래라면 절차를 따지던 하버드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노벨상 수상자인데 대학생 신분으로 받는 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버드 대학 총장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하버드 노벨상 수상자’ 수를 한명이라도 확실히 늘리려는 속셈이 있는 듯 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만덕과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 박성민이 큰 목소리로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제자입니다.”
“제자라니! 김만덕 박사님을 가르치신 분인가요?”
“암암, 그렇죠. 제가 키웠습니다, 저 놈.”
“와우! 노벨상 수상자의 스승이라니!”
사람들이 순식간에 부러움과 존경의 눈으로 박성민을 바라봤고, 박성민이 그런 시선을 한껏 즐기려는 순간.
“김만덕 박사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얌마.”
“실질적으로 이녀석한테 배운 거라곤···재미없는 농담뿐일테니까요.”
야! 박성민이 뒤에서 나타난 김성진을 눈으로 흘겼다. 그 모습에 방금까지 두 눈을 빛내고 있던 사람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야. 꼭 그렇게 초를 쳐야 후련하겠냐?”
“초를 치는게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바로 정정하는거지.”
“뭐래. 아무리 그래도 내가 쟤 선생인거는 안 변하거든?”
“6개월 선생도 선생이라면 그런거로 치자.”
“6개월 선생도 선생 맞거든?”
박성민이 발끈하며 김성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김성진은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지도 교수였지.”
“그렇게 치면 너도 정식 지도 교수였던 적은 없지 않냐? 만덕이 카이스트 소속이었던 적 없다?”
“카이스트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아밀로잽을 만들었겄만.”
쯧,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젓는 김성진. 결국 한마디도 지지않고 투닥거리던 둘은 결국 ‘수상 소감때 누구 이름이 먼저 나오는가.’를 두고 내기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벨상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
‘이게 뭐라고 떨리냐.’
사회자의 연설을 들으며 나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미 노벨상 수상자로 이미 다 알려진 마당에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그래도 직접 이름이 호명된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떨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나는 연설을 위해 준비해온 대본을 몇번이고 읽었다.
‘그래도 한국인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인데···대본은 준비해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노벨상에 매우 관심을 보이던 한학수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본을 뽑아줬다. 적당히 과하지 않으면서 겸손한, 잘 쓰여진 대본이었다.
그렇게 대본을 손에 놓지 않고 읽고 있는데,
“자. 그럼 이번 노벨 생리 의학상 분야의 영예로운 수상자가 되실 분을 호명하겠습니다.”
“…!”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자리에 일어날 준비까지.
“김만덕 박사님이십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가 쏟아져나왔다.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만덕 박사님께서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기존의 손상되어있던 뇌세포를 복구하는 연구를 진행하셨으며,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에대한 공로로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으로 섰다.
단상에 서자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백개의 눈동자들.
지금까지 이런 자리에 섰다고 해서 몸이 떨린 적은 없었는데···갑자기 온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들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치매 치료라는 목표를 가지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읽던 중,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에잉, 목소리가 너무 작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엔 최금철과 최강석이 나란히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금철 할아버지도 오신다고요?’
‘첫번째 치매 치료 완치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덕인지 왕립학회에서 참관을 허용해줬단다. 물론 연세가 있어서 장거리 비행이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보러 가겠다고 하시더구나, 라고 이야기하던 최강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첫번째 치매 치료 완치자.
완치, 라는 그 두 글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나는 읽고 있던 대본을 고이 접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 김만덕이라고 합니다.”
덤덤하게 연설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희 할아버지는 치매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내가 치매 치료 연구를 결심하게 된 날이었다.
과거로 회귀하기 전부터 계속, 오랜 시간동안 품어왔던 간절한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회귀하기 전, 나의 세상에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없었다.
과고에 있던 시절 모두를 꺾어 넘어서야만 했고,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에도 모두를 무시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천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결국 내가 치매 연구를 그만두게 만들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성진이 없었다면, 이재성이, 김영재가 없었다면 아밀로잽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것이고,
크리스 교수와 케빈, 박성민, 최강석이 없었다면 뇌와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었을것이며,
데이브와 김진수, 김아진이 없었다면 슈퍼진단키트도, 유전자 편집 기술도 연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밖에도 내가 연구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러분. 아직 치매라는 지독하고 잔인한 병 중 이제 하나의 해결책이 나왔을 뿐입니다.”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제 그 중 겨우 하나,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치료제가 나온 것일 뿐이지만,
“이제 더이상 치매는 불치병이 아닙니다.”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치병과 난치병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제 치매는 불치(不治)가 아닌 난치(難治)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불가능하다’와, ‘어렵다.’
치매는 이제 어렵지만, 치료할 수 있는. 그래, 치료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몇몇은 울고 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 사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물론 알고 있다. 모든 종류의 치매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는 걸.
하지만 언젠가, 기필코.
모든 치매가 치료될 것이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들을 빼앗기지 않도록, 오래도록 싸우겠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