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7화(207/221)
207. 평범한 일상 (1)
207. 평범한 일상 (1)
한가로운 봄 날. 하하호호 웃는 신입생들이 여기저기 캠퍼스 곳곳에서 출연하는 시기.
“신입생들은 멀리서 봐도 딱 티가 나더라.”
“내말이. 맨날 떼거지로 몰려다님.”
자연과학동 앞, 무리에 끼지 못한 남학생 둘이 신입생들로 보이는 무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개총 가냐?”
“우리가 가면 개강 총회 분위기 싸해질 듯.”
“에잇···그나저나 이번 신입생들 중에 괜찮은 애 있는 것 같던데.”
“있어도 넌 무리.”
짧은 대답에 남자가 끙, 소리를 내며 미간을 좁혔다. 이내 신입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융합과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 [새로운 영상분석장치 카이스트 김성진 교수 연구팀 개발] [신소재 기업 LK머티리얼즈 초청 그래핀 소재 강연]취업. 혹은 대학원을 독려하는 현수막들.
그 중 대학원 현수막을 아련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대학원에 가게 될 줄이야···”
“뭘 새삼. 이미 다 계획하고 입학한 거 아니었음? 자대 대학원 진학률 엄청 높은 편이잖아.”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은 다른 대학에 비해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많았다.
자대 대학원을 가지 않는 경우 해외로 유학가는 경우가 있을정도로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은 편이었고.
하지만 모두 다 대학원에 가는 건 아니었다.
벤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 그가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나는 그냥 졸업하려고.”
“진심?”
“진심.”
“그럼 군대 가야하는데?”
“전문연구요원 쪽으로 빠지려면 박사까지 가야하는데···그냥 여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교육열이 치열한 한국에서,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과학 천재 소리 한번쯤은 들어본 학생들이 가득 모여있는 이곳에서도 격차는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사람이 셋 만 모여도 저절로 차이가 보이는 법. 하물며 이곳이라고 안그럴까.
한때 과학계를 뒤집어버리는 엄청난 사람이 되자고 자부했던 적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꿈은 바래졌다.
재능의 차이인지, 노력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적어도 자신의 길이 아닌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까.
한 사람때문에.
“박사 밟으려면 저정도는 해야 가겠지.”
벤치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걸어가는 여학생을 가리켰다.
쇄골까지 내려오는 중단발 머리.
가녀린 체구에 안맞게 큰 가방을 매고 있는 게 부자연스러웠기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사실 멀리서 봐도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미모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한번씩 힐끗 여자를 쳐다봤다.
“오늘도 예쁘다.”
“신입생때부터 이쁜걸로 유명했잖아. 오자마자 화학과 여신 소리 듣던데.”
“이번 신입생들 중에 이인영 보다 이쁜 애 있으려나?”
“있겠냐?”
이인영은 카이스트에 들어오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한국과고 출신이라는 건 둘째치고, 외모가 압도적이었기에···단숨에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외모 말고도 주목 받는 일은 이어졌다.
“화학과랑 신소재공학과 복수전공에다가 심지어 부전공은 생물. 게다가 모든 과정 휴학없이 스트레이트로 끝냈다던데.”
“그게 가능한 거였어?”
“보통 사람이라면 힘들지.”
“와···”
이야기를 들은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게 한가지 전공으로 졸업하기도 벅찬게 이곳이다. 물론 그저 그런 학점으로 졸업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게다가 수석 졸업까지 했으니까.”
“진짜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해.”
“심지어 쌍둥이라고 하지 않았냐? 쌍둥이도 만만치 않다던데.”
“아. 그 물리학과 또라이?”
“어, 저기 지나간다.”
그때 마침 이인성도 이인영 맞은 편에서 걸어왔다.
훤칠하게 생긴 탓에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한번씩 쳐다봤다. 몇몇은 자기들끼리 꺅꺅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둘은 한국과학고에서 그랬듯이 대학교에 와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자동으로 끌었다. 동시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었다.
“물리학과 과탑. 쟤라며.”
“전에 대나무숲에 공개 고백도 올라오던데. 물리학과 이인성 좋아한다 어쩌고.”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 속이 후련했냐···!”
거기다가 어쩌다가 소문이 퍼졌는지는 모르지만 “회장님 아들, 딸” 이라는 이야기까지 겹쳐져 그들은 학교 내에서도 일종의 다른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둘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인성이 이인영의 백팩을 쭉 잡아당겼다. 그 탓에 이인성을 무시하고 가려던 이인영의 발걸음이 멈췄다.
킬킬, 웃으며 이야기하는 이인성.
“어이 돼지. 일부러 관심받으려고 큰 가방 매고 다니는거임?”
“저기 미안한데, 아는 척 하지 말아줄래?”
“아는 척 하기 싫어도 너랑 집이 같거든?”
“어쩌라고 아는 척 하지마. 멍청아.”
그냥 평범한 남매였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투닥거리고 싸우는.
이인성은 일부러 매고있던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내며 이인영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동생아···어째서 문명을 활용하지 못하는 거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던데, 딱 그 말이 생각나는구나.”
“패드로 공부하면 집중 안되어서 그런거거든? 지는 맨날 게임만 쳐 하면서.”
“게임만 쳐 해도 너랑 비슷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니 결국 내 승리 아닐까?”
턱. 이인영이 발걸음을 멈췄다. 결국 매고 있던 가방으로 이인성의 옆구리를 후려치고 나서야 이인성의 입이 닫혔다.
이인영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이인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고. 빨리 김만덕한테나 전화해봐. 오늘 한국 온다고 했잖아.”
“아, 맞다.”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이인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김만덕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이인영이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전화 통화를 하던 이인성. 긴 전화가 끝나고 그는 동생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지금 공항 도착했다는데?”
“벌써? 그럼 바로 학교로 온대? 아니면 집?”
마치 랩을 하듯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이인영.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이인성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한껏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엄청 기다렸나보네?”
“? 내가? 왜? 전혀 아닌데?”
“아니면 말고. 그럼 나 혼자 만덕킹 픽업 하고 온다.”
“호, 혼자?”
“왜. 너도 가려고?”
이인성의 말에 이인영이 새침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마침 시간이 남아서.”
“네 입에서 시간이 남는다는 말 처음 듣는 듯.”
“토 달지 말고 빨리 차나 끌고 와.”
이인영의 타박에 이인성이 결국 주차되어 있던 차를 끌고 나타났다. 잠깐 고민하던 이인영은 조수석에 가방을 두고 뒷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이인성은 “아주 지가 상전이지.” 라며 툴툴거렸다.
그렇게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학교를 빠져나오려는데, 문득 이인성이 백미러로 이인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너 만덕킹 만나서 평소처럼 부르고 그럴 건 아니지?”
“그럼 김만덕을 김만덕이라 그러지. 그럼 뭐라 불러?”
“아니, 내 말은 이름이 아니라 호칭 말이야.”
“…”
이인성의 말에 이인영이 입을 꾹 닫았다. 그 모습을 본 이인성이 신이난 듯, 이인영을 재촉했다.
“한번 불러봐. 교수님이라고.”
“윽···”
“김만덕 교수님. 크으, 입에 착착 달라붙네. 어떻게 마침 딱 이 시기에 김성진 교수님 안식년이어서.”
김성진 교수가 1년동안 연구 안식년.
즉 1년 휴가를 받은 동안 그의 빈자리를 채울 겸, 잠시 임시로 올 사람이 필요했다.
이인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현수막을 말없이 빤히 쳐다봤다.
[축!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김만덕 교수 카이스트 부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교수요?”
“그래. 1년동안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해서 말이다.”
“아니, 절대 무리에요. 안돼요.”
갑작스러운 김성진은 연구 안식년 선언에 나는 웃는 얼굴로 축하를 해줬다가 봉변을 당했다.
“1년동안 빈 자리로 둬도 상관은 없다만···”
“다른 교수님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게다가 저 말고도 충분히 강의해주실 분도 많으시고요.”
“하지만 노벨상 수상 경력은 아무도 없지.”
김성진은 일부러 반박할 수 없게끔 말을 막았다.
진짜···노벨상을 거절했어야 했나.
노벨상을 받고 난 뒤로 내 삶은 여러 의미로 바뀌게 되었다.
[한국인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치매 정복, 한국인이 성공하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상, 김만덕 연구원으로 전원 찬성]연일 언론에서는 나에대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롤모델이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한 김만덕 연구원님이요!] [아이구···보니까 집안 형편도 어려웠다고 하던데···기사 읽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같은 연구원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상황을 탓하던 제 모습이 어리석더라고요.]게다가 노벨상 수상을 할 때 했던 소감이 시작이 되었던 걸까, 아니면 이미 한국에서는 나에 대한 정보가 다 알려진 상황이었던 걸까.
뭐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릴 적 환경이 일종의 후광효과처럼 시너지를 더해 일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구를 포기하지 않은 천재 소년으로.
···이제 천재라는 단어 자체를 보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애초에 천재고 말고는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들어주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소년은 좀···
“만으로 21세한테 소년 호칭은 좀 그렇지 않나요?”
“원래 사람들은 어린 천재한테 더 열광하는 법이니까. 소년 호칭이 싫으면 다른 호칭도 있네.”
“뭔데요?”
김성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천재 교수.”
“거절하겠습니다.”
단칼에 거절하자, 김성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예전에 비해 표정이 좀 더 다양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이어지는 대화 속, 김성진은 방향을 틀기로 했는지 덤덤한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사직하는 수밖에.”
“예?”
“이번 1년동안은 내게도 중요한 결정이었으니까.”
김성진은 줄기세포에 뛰어들고 생각이 많아진 듯 했다. 이미 뇌라는 분야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수십 번 올린 사람이었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새로운 분야.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연구 덕에 다시 살아난 나.
그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던 김성진은 무언가 결심한 듯 했다.
“1년동안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네. 필요하면 연구소에도 가서 자문도 구하고 그럴 셈이었지.”
“하, 하지만 사직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교수직하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되어서 말일세. 게다가 누구 때문에 학생들이 열정이 넘쳐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실에 찾아오는 녀석들도 있고 말이야.”
윽. 나는 김성진의 말에 시선을 피했다.
최초의 한국인 과학 노벨상 수상자라는 말은 많은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 같았다. 물론 몇몇은 이런 결과를 보고 오히려 체념하기도 했지만···
‘김성진 교수님 맞으시죠? 김만덕 연구원님 지도교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김성진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굴려주십시오!’
스스로 노비···아니 대학원생이 되기 위해 굴러온 사람들. 그들은 모두 열정이 가득한 눈으로 찾아왔고, 연구실 TO가 정해져있는 탓에 그들을 일일이 설득해 돌려보내는 것도 일이었다.
“큼. 정작 내 학생이었던 녀석은 여기 있지도 않는데 말일세.”
“치매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하여튼 교수 자리는 안돼요. 제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에요.”
이어지는 거절에 결국 김성진은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불현듯 불안함을 느꼈지만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그래, 예전같으면 일단 교수 자리에 올려놓고 나중에 설득했을거야.’
김성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일단 목표를 정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이 계속 유효했다면, 아마 지금쯤 나는 카이스트에서 채용 면접을 보고 있는 중이었을 터.
지금 카이스트가 아닌 치매연구소에서 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했다.
그때, 김성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오늘 한 학생이 찾아왔었네.”
“아, 안돼요. 말하지 마세요.”
“자네랑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라왔던 학생이더군.”
나는 일부러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듣게 될거고, 필시 저 이야기의 서두는 내가 거절할 수 없게끔 김성진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선정한 이야기일테니까.
그런 내 모습을 본 김성진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치매연구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네.”
“…알아요.”
“네가 없어도 잘 굴러간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네. 사람을 치료하는 건 꼭 연구소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지.”
“…”
“자네의 모습을 보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면···그거야말로 진정한 선 순환이 아닐지.”
김성진이 내 어깨를 천천히 두드렸다.
“부담스럽다면 이 이상 강요하지는 않겠다만···너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는구나.”
“…면접은 언젠데요?”
결국 나는 김성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김성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4시에 총장실에서 진행된단다.”
“오늘 4시···예? 오늘이요?”
“시간이 오늘밖에 안되어서 말이다.”
“아, 아니 그말은 이미 진즉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성진을 바라봤고, 그는 소리없이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1년동안 잘 부탁합니다.”
김만덕 교수님. 김성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김성진의 수라에 빠져나오는 건 한참 남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