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08화(208/221)
208. 평범한 일상 (2)
208. 평범한 일상 (2)
‘딱 1년만 버티자. 1년만.’
김성진의 간곡한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바로 총장실로 연행되듯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총장이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세팅된 자리와 계약서. 나는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학생들에게 정말로 엄청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글쎄요···.솔직히 제가 연구를 한 건 맞지만 누굴 가르친 적은 없어서요.’
‘대학교수는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가 주 업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김만덕 연구원님이 맡으실 강의들은 교양 과목들이니 너무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내가 뭐라 말할지 다 알고 온 듯, 술술 대답하는 총장. 나는 그저 아무말 없이 김성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사람···대체 어디까지 준비해둔 것인가···.
그렇게 임시 교수 채용 면접이 끝이 난 뒤, 김성진은 곧장 해외로 떠났다. 별다른 인수인계도 없이, 그저 ‘생명의 신비’라는 학부생때도 들어본 적 없는 교양 과목을 내게 던지고서.
“그러니까 아무 자료도 없이 그냥 떠나셨다고? 김성진 교수님이?”
“흠···그럴 분 아닌 것 같아보였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건가?”
공항 근처의 패스트푸드점. 공항까지 찾아 온 둘은, 출출하다는 내 말에 곧장 버거집으로 향했다. 쌍둥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나는 콜라만 들이켰다.
속이 탄다. 속이 타.
“그런데 너도 너무 긴장하고 있는거 아니야? 예전에 보니까 발표 잘하던데?”
“발표?”
“너 과고 다닐 때 완전 날라다녔잖아. 수업 시간에도 막 앞에 나와서 발표하고—.”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떠들어야하는데. 괜히 잘못된 거라도 알려줬다가···아니, 애초에 누구 앞에서 강연하는 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양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앞에 앉아 있던 이인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누구는 괴로워하고 있는데 웃어···?
살짝 상처받은 눈으로 이인영을 바라보자, 그제야 웃음을 멈추며 말했다.
“아니, 너 이렇게 고민하는 거 뭔가 이상해서.”
“뭐가?”
“지금 노벨상까지 받은 애가 강의 하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잖아.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아니···애초에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초인이 되고 그런게 아니라니까?”
노벨상은 노벨상이고, 나는 나다. 애초에 나는 늘 해오던 걸 해왔을 뿐이라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마치 모든 연구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 매진해왔다고 생각해온 걸까, 내 모든 경험과 일화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한 일종의 ‘발판’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심지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것도 회귀 안 했다면 이 돈은 벌 수도 없었을 터. 하지만 ‘어떻게 비트코인을 모을 생각을 하셨습니까?’ 라는 질문에 ‘전생에 어마어마했거든요.’ 라고 대답할 수 없었기에 그냥 어물쩡 대답했건만···.
‘아마 어릴 적 홀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살아왔던 경험이 김만덕 연구원님의 경제관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종의 생존형 투자 감각이라고 볼 수 있죠.’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그 배짱. 평범한 환경에서 길러질 수 있는 게 아니죠!’
···맘대로 생각하게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외에도 노벨상 수상에 대한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아예 기념관이 설립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된 거 과학테마파크로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나 뭐라나.
‘김만덕 연구원님이 유년시절 있었던 이 동네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로, 문물과 완전 차단된 상황 속에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농촌 체험! 주말마다 문의가 폭주합니다. 아예 이쪽으로 귀농하겠다는 집도 있어요!’
‘역사적인 일인 만큼 이곳에 과학테마파크를 설립할까 합니다. 주변의 농어촌 학생들도 와서 체험할 수 있도록이요.’
그냥 이 부분에는 더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내 이미지가 뭔가 ‘산골 오지에서 놀다가 노벨상을 수상’처럼 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인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제야 우리 동갑인 것 같아서.”
“엉?”
“이제와서 하는 말인데, 너 고등학생 때 진짜 이상했거든.”
“동감.”
아니···? 갑작스러운 쌍둥이들의 발언에 내가 몸을 뒤로 주춤거리며 뺐다. 갑자기 손절당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인영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에 있는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맨날 혼자서 애늙은이처럼 ‘젊은 때 놀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라든가, ‘지금 열심히 안하면 나중에 후회해.’ 라든가. 마치 지 혼자 인생 다 산 것 처럼 굴고 말이야.”
“내말이. 나보고는 ‘네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고 했다니까?”
이인성이 살짝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헛기침이 나왔다. 그도 그럴게 저 말은 쌍둥이네 회사가 어려워질 때 나도 모르게 했던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전생과 같이 이인성이 의대에 진학할 것 같았으니까. 무너져버린 집안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다행히 쌍둥이네 회사 LK머티리얼즈는 승승장구를 하며 벤처 기술 기업의 정석처럼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그래도 아버지가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서 꾸렸던 연구팀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조만간 해외 기업이랑 거래도 하실 예정이신가봐.”
“진짜? 잘됐네.”
그래핀으로 생체칩을 만드는 거라는데—라며 이인영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화학 관련 이야기라면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건 여전하다.
그렇게 쌍둥이들이랑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있는데, 문득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김진수하고는 아직도 연락이 안돼?”
“···응. 그렇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난 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병문안을 왔다. 하지만 단 한사람. 김진수만큼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여간 은근 애가 여리다니까?”
“여려?”
“걔 지금 못오는 거 백퍼 미안해서 못 오는거야.”
이인성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안하다고? 대체 뭐가?
“설마 김진수도 네오-루디즘인가 뭔가 그런 단체야···?”
“뭐래. 그게 아니라···. 아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뭔가 말하려던 이인영이 입을 꾹 닫았다. 나는 자동으로 고개를 돌려 이인성을 바라봤다.
이인성은 곤란하다는 듯 뒷통수를 긁더니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아···이거 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
“뭔데. 빨리 말해.”
“김진수 걔 의대 자퇴했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자퇴? 갑자기?
내 표정을 본 이인성이 결국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너 혼수상태일때. 그러니까 뇌사 상태일때···.”
“안락사 시키자고 했거든.”
감자튀김을 먹던 이인영이 말을 받았다.
“뇌사 상태는 가망이 없다면서 그냥 안락사 시키는 게 모두에게 편한 길이라고 했어.”
“김진수답네.”
“넌 그런 말이 나와? 걔 때문에 너 죽을 수도 있었다고.”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이인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만약 줄기세포가 연구되지 않았다면, 그 중에서도 뇌세포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뇌사 상태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었을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진수 나름대로 고민해서 한 말이었을거야. 애초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것부터가 엄청 고민했을거고.”
계산하기 좋아하는 김진수다. 그런 그가 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얼마나 계산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안 찾아오는 것만 해도 미안해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미안해하는게 아니라 널 볼 염치가 없는거겠지.”
“어쨌든 난 살아있잖아. 그거면 충분한 걸.”
내가 웃으며 말하자 이인영이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흠, 역시 김진수는 전생과 똑같이 흘러가는건가?
물론 의대를 자퇴하게 된 이유가 나와 관련이 있는지, 혹은 데이브와 함께 슈퍼진단키트를 만들었던 경험인지는 알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살짝 미간이 좁혀지자, 쌍둥이들이 서둘러 주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무슨 강의를 해야한다고?”
“아···생명의 신비라는 수업인데.”
“와. 이름만 들어도 개노잼.”
“···그, 그런가?”
“야! 만덕킹 상처받았잖아!”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쌍둥이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생물학 교양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두고 이야기 했고,
“그런데 솔직히 DNA 구조 배우는게 재미없어?”
“너라면 재밌겠냐?”
“나는 재밌던데···”
와 같이 대화가 이어지거나,
“생물같은 경우에는 외울게 많아서 학생들이 힘들어한다고. 무조건 시험때는 이름 외우는 건 적게 내.”
“하지만 이름 외우는 거 어원만 조금 신경쓰면 생각보다 재밌는데···노르에피네프린도 옛날에는 아드레날린이라고 불렸거든? 근데 그게 왜 아드레날린이냐면 라틴어로 부신을 아드레날이라고 하는데—”
“아, 강의평가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아악!!”
“만덕킹, 내가 너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또 존중하지만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이인성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정상이 아니야.”
“차라리 욕을 해.”
“너보다 생물학 더 좋아하는 애는 못 찾을거라고. 그러니까 기준을 낮춰. 알겠어?”
“하지만 생물학이란게 진짜 재밌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 교양 수업이 열리는건데···?”
“···틀렸어! 그 교양은 그냥! 학점 채우려고 듣는 녀석들일거라고! 아니, 분명 수강신청때 다 나가리되어서 남는 거 골라서 듣는 녀석일거다!”
비수가 팍팍 꽂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부디 생물학의 멋짐을 모르는 이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뭐야. 그러면 아직 그 교양 신청한 학생들은 네가 담당인 걸 몰라?”
“응. 일단 김성진 교수님 이름으로 올려놨대.”
“오···. 그럼 진짜 몇 명 안 올 수도 있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학부생이었던 둘이 납득이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교수님 평이 안좋아?”
“아니. 너무 좋아. 사람 자체에 대한 평은.”
“근데?”
“시험이 문제지. A+받은 학생이 아무도 없을 걸?”
에. 나는 순간 잘못들었나 싶어 이인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과장이 아닌 듯,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A를 받은 학생도 없대.”
“그게 끝이 아니야. 또 F는 안주고 D를 준다고 하시던데.”
나는 찬찬히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김성진이 성적을 짜게 주는 교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늘 A+을 받았던 것 같은데.’
적어도 김성진 교수한테만큼은 늘 올 A+이었다. 그때는 그냥 성적을 후하게 주는 교수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면 수강 학생 명단 있어? 혹시 아는 애 있나 봐줄게.”
“오···땡큐. 잠깐만.”
밖에 나가서 두 걸음만 걸으면 아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인성답게, 그는 학교 내에서도 인싸로 통하고 있는 듯 했다.
나조차도 학생 명단을 아직 못 본 상황이었기에···김성진한테 전달받은 강의 계획서와 명단을 이인성에게 건넸다.
한 명, 한 명 꼼꼼히 보던 이인성이 순간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읽고 있던 이인영 역시 미간을 찡그렸다.
“왜? 이상한 사람이라도 있어?”
“어···어.”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둘.
“얘가 왜 이걸 듣지?”
“내말이. 얘 졸업반이잖아. 근데 교양을 듣는다고?”
“심지어 이거 1학년 대상 강좌 아니야···?”
“뭐야. 대체 왜 그러는데?”
알 수 없는 말을 서로 주고받던 쌍둥이들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 없이 학생 명단을 내게 내밀었다.
“대체 누가 있는데 그러는···아.”
명단을 읽던 나는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질렀다.
[이재성]“···”
“···”
숙연해졌다. 나는 몇번이고 명단을 다시 봤다. 혹시 몰래카메라인가 싶어 뒷장도 확인했다.
몰래카메라는 무슨.
“음···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졸업반도 교양을 들어?”
“어···아예 없는 경우는 아니지만 흔한 것도 아니지? 보통 교양은 1, 2학년때 몰아 듣는 편이니까.”
이인영의 말에 나는 말없이 명단을 바라봤다.
물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내가 멀쩡해진 걸 보고는 미련없이 연구하러 돌아간 녀석이다.
딱히 미운 감정은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연구를 하며 정이 들었으면 모를까.
그러니까 절대 이재성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얘 내가 담당인거 모르는 거겠지?”
“아마도? 김성진 교수님 안식년인거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일 걸?”
“오호···.”
갑자기 수업이 조금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생각보다 잘 들어맞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