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11화(211/221)
211. 평범한 일상 (5)
211. 평범한 일상 (5)
“허허, 우리 인영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네. 듣고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이건 자네 아이디어이지 않았나?”
평화로운 주말. 한적한 카페 안에서 나는 이광용을 만났다. LK머티리얼즈의 회장이자,쌍둥이들의 아버지.
그리고 오래 전, 나와 ‘거래’를 했던 사람.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 맞지만···이런 성과를 보이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나저나 인영이도 아직 어리구만. 이렇게 회사 내부 일을 말하고 다닐 줄이야.”
“아, 그거라면—”
당황한 내가 양 손을 들어보이며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자, 이광용이 큰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농담일세. 농담. 애초에 이것과 관련해서 홍보란 홍보는 다 뿌린 상황이니.”
“홍보를 뿌렸다는 건···”
“그래, 어느정도 연구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지.”
이광용은 씩 웃으며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그 그래핀을 포기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연구를 확장하려던 이광용은 자칫 파산 직전까지 갈 뻔 했었지만, 다행히 그 방향을 틀어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제시한 건 다름아닌 나.
“지금 생각하면 자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LK머티리얼즈는 진작에 도산했을걸세.”
“힘든 결정을 하신 건 회장님이었는걸요. 저는 그저 제안만 드렸을 뿐이에요.”
“허허! 보면 볼 수록 참 마음에 드는 인재구만!”
담백하게 말했을 뿐인데, 오히려 이광용의 호감을 얻은 듯 했다. 그는 일전에 보였던 것처럼 눈을 날카롭게 뜬 채 내게 물었다.
“지금 치매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거기 말고 우리 쪽 회사로 올 생각은 없나?”
“죄송합니다. 저는 이쪽에 평생을 바칠 생각이어서요.”
“어마어마한 돈을 주겠네. 자네가 거기서 일하는 연봉의 3배, 아니 5배도 고려해보겠네.”
연봉의 5배라니. 지금 연구소에서 일하는 금액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연구소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 치매 연구소는 국가기관이었고, 그만큼 타 기업 연구소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돈 때문에 연구를 한 거였다면···애초에 연구를 할 필요도 없었겠지.
“우리 회사 연구소는 복지도 꽤 좋은 편이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편이고 회사내 분위기도 좋은 편이지.”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지원하고 있네–라고 이야기하는 이광용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깃들어있었다.
나는 곰곰히 치매 연구소에 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유연근무제요? 필요없어요. 어차피 저 여기서 먹고 자고 하는데요?’
‘돈 벌어서 쓸 곳도, 쓸 시간도 없는데요.’
‘그냥 이게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연봉 본 거면 여기 안 들어오죠.’
나름 치매 연구소 설립에 있어 지대한 지분을 차지하는 나였기에···연구원들이 연구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신경쓰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뭐랄까···
‘진짜 어떻게 한 명, 한 명이 다 너같냐?’
‘저요?’
‘연구에 다들 미쳐서 집에도 안가고, 하루 종일 연구소에서 살고 있다. 제발 집으로 좀 보내봐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이광용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인 것 같아서요.”
“흠···뭐, 자네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기도 했네.”
“그보다 예전에 말씀해 주셨던 ‘거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나는 본론을 꺼냈다. 오늘 이광용을 만나기로 다짐한 이유.
이인영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이광용에게 연락을 한 이유를.
“그래, 무엇을 원하나?”
이광용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오래 전, 나는 그래핀을 디스플레이나 패널 쪽이 아닌 생체 바이오 쪽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DNA 지지체나, 몸에 이식되는 칩의 일종으로.
그리고 그저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내 이야기들을 들으며 이광용은 현실로 만들어냈다.
꿈의 신소재를 마냥 꿈으로 두지 않고, 현실로 끌어왔다.
“그때 자네가 그랬지. 지금은 보상이 필요없으니 훗날 도움이 필요할 때 한번만 도와달라고. 그리고 지금이 그 훗날인건가?”
“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때 당시에는 어떻게든 이광용에게 빚을 지워두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이 될 거라 판단했었다. 그리고 그 보답은 단순히 돈의 형태로 올 줄 알았지만···
지금은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게 눈 앞에 있다.
“지금 개발하시고 계신 생체칩을 저희 치매연구소와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길 원합니다.”
“하하하하!”
내 말을 듣자마자, 이광용이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얼마나 큰 목소리였는지 방 내부가 울릴 정도였다.
그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명패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그 말은 우리 회사의 기술을 빼가겠다는 소리로 들린다만?”
“빼간다는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협력 연구이니까요.”
“하지만 기술로 먹고 사는 회사에게서 가장 주력 연구을 협력하겠다는 건···도둑놈 심보 아닌가?”
윽. 물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이광용은 웃으면서도 눈은 매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광용이 저렇게 나오는 건 예상 범주 안이었다. 연구를 하는 입장으로서 내 제안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연구에 쏟아부은 돈과 시간만 해도 어마어마하겠지.’
게다가 기술 혁신 기업이다. 기술이 없으면 가치가 없어지는 그런 기업. 그런 기업에게 기술을 같이 나눠먹자고 이야기하는 건···
“협력하겠네.”
“예?”
에.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커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이광용이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왜, 너무 순순히 협력하겠다고 해서 놀랐나?”
“아···네.”
“놀랄 것 없네. 나는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사람이니.”
이광용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었고, 나는 말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창밖을 한 번 바라보고는 손에 깍지를 낀 채로 나를 바라봤다.
“치매 치료는 국가 과제 중 하나네. 맞나?”
“네. 꽤 되었습니다.”
“아니지, 과제로 선정 된 건 꽤 되었을지 모르지만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지금부터네.”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고 난 이후로 치매 치료는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활황기를 맞기 시작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해결되었다는 것. 비록 모든 치매의 해결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대한 치료법이 나왔을 뿐이지만···
‘맙소사! 이게 사실이라고? 그렇다면 혈관성 치매쪽도 충분히 해결 할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연구소쪽에 연락을 취하세요. 이 다음 치료제는 저희가 발견해야합니다.’
‘처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다음을 선점해야합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연구의 방향을 찾았다며 너도나도 연구에 다시 뛰어들기 시작했다. 오래 전, 치매라는 막막하고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했던 사람들도 다시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번만큼은 치매 치료를 성공시키고 말 겁니다. 기필코!’
‘안그래도 이번에 캘리포니아쪽에서 논문이 대거 나왔더군요. 선행 연구가 많아 연구를 바로 시작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기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100년은 이르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더군다나 현재 의학 기술로는···’
사람들은 벅찬 목소리로 너도나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해 이야기했고, 멈춰버렸던 연구들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었다.
“자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거나 다름없네. 그리고 그 분야가 연구원들에게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열정을 불태울 곳이라 여겨지겠지만···우리같은 사람들한테는 조금 다르지.”
새로운 분야의 등장. 그것은 곧 새로운 돈 밭이 열린다는 걸 의미했다.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면 기존 산업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야 합니다.’
‘치매 치료를 하는데 연구비가 엄청나게 투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의료 관련 벤처 기업들이 톡톡히 수혜를 볼 것 같은데요?’
누구보다도 돈 냄새를 잘 맡는 사업가들도 이곳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립 치매 연구소와 협력한 기업. 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면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건 일도 아니지 않겠나?”
아직 LK머티리얼즈에서 만든 생체칩이 바로 상용화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다. 다른 것도 아닌 몸 속에 이식하는 거다 보니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만 했으니까.
그렇지만 국가기관에서 같이 협력해서 만든거라면? 사람들의 의심을 조금은 덜 수 있을터였다.
그리고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작은 메리트는 엄청난 수익으로 다가올 것이고.
“게다가 다름 아닌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것 아니겠나? 다른 기업들이랑 비교할 수도 없지.”
홍보 자료로 딱일세. 라고 말하며 씩 웃는 이광용.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역시 장사꾼은 장사꾼이다.
“하지만 아깝지 않으시겠어요?”
“아까울게 뭐 있나? 말 그대로 협력 연구네. 우리 LK머티리얼즈의 기술을 모두 넘기겠다는게 아니고. 설마 협력하는 거로는 성에 안차는 건가?”
“그럴리가요.”
애초에 내가 원했던 건 치매 치료를 하는데 있어 이 생체칩을 활용하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연구를 하는 것이었다.
기술 전부를 가지고 와서 사업적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우리 회사에서 만든 이 그래핀이, 이 칩이 치매를 치료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네.”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광용.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광용 회장님.”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김만덕 박사.”
그렇게 우리의 오래 전 ‘거래’가 끝이 났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으로.
*
“으아으···.”
“아니, 그냥 연락해보라니까?”
“내가 무슨 염치로 연락하냐고···”
김진수가 데이브를 향해 말했다. 데이브는 슈퍼진단키트를 발판삼아 IT 스타트업을 막 창업한 상태로, 모처럼의 휴가차 한국에 방문한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슈퍼진단키트 원년 멤버를 보러 왔다가 의도치 않게 김진수를 상담하게 된 데이브는 카페에 앉아 김진수를 바라봤다.
“까딱하면 안락사 당할 뻔 했던 애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 때문에!”
“에이, 너무 자책하지 말라니까? 만덕은 살아있는 걸?”
일부러 가벼운 목소리로 데이브가 말했지만, 듣는 김진수의 마음은 불편했다.
김만덕이 뇌사 판정을 받았던 날. 김진수는 속으로 ‘다 끝났네.’ 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굳이 그가 의대생이 아니더라도 뇌사 상태가 뭔지는 잘 알고 있었고, 어떤 방법을 써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세간에선 종종 뇌사 상태였던 사람들이 깨어나곤 했지만···그런 기적에 기댈바에 김진수는 현실적인 판단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진수.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 그냥 결과만 보고 해석하라니까? 그 과정을 일일이 다 따지면 죄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적어도 난 그렇게 말하면 안됐어.”
김진수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평소에 칼 같이 계산을 하던 김진수가 지금 이렇게 과할 정도로 죄책감을 가지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결국 의대를 스스로 나오게 했던 이유.
“내 말 한마디에 김만덕이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온 몸에 소름이 끼치더라. 숨이 턱 막히고.”
김진수가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표정은 흐릿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씁쓸함이 느끼게 했다.
이대로 의사가 된다면, 필연적으로 환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가 내린 처방으로 건강해진 사람이 있겠지만, 만약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 진료를 한다면···
“내가 한 진료로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거야. 난 그거 못 버텨.”
“아니···어차피 피부과 아니면 성형외과 간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하는 처방 중에 누가 죽을 만한 그런게 있을까?”
“그때는 옳다고 생각했던 판단이 나중에 보면 뼈저린 실수가 될 수도 있지.”
물론 이번 김만덕의 일처럼 김진수가 주체가 되어 뇌사 판정을 내리거나 생사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처방을 내리든 간에 그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긴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 미국에서도 의료 소송 일어나고 그러는 거 봤지? 그런데 의대를 아예 그만두는 건 너무 아깝지 않겠어? 전에 들어보니까 네 10대를 여기에 다 바쳤었다며?”
데이브의 말에 김진수가 멈칫했다. 아직도 의대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날, 자신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으니까.
‘자퇴···? 지금 자퇴라고 한거니? 진수야, 장난이라도 그런 말 꺼내지도 말렴.’
어머니는 김진수가 힘겹게 꺼낸 말을 장난으로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웃는 목소리속에 표정만큼은 살벌할 정도로 무표정이었다.
부모님의 자랑. 집안의 자랑. 양가 친척들이 웃으며 ‘이야, 우리 집에서도 의사 선생님이 있네!’ 라고 말하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김진수의 성적은 수직 하락했다. 단순히 죄책감때문은 아니었다.
‘우욱!’
‘교수님! 진수 토해요!’
‘호흡 곤란도 온 것 같은데요?’
‘119, 119 불러!’
해부 실습. 의대생이라면 모두 거쳐야하는 관문이었다. 하지만 김진수는 카데바, 즉 해부용 시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졸도했다.
뿐만 아니라 피 냄새를 맡을 때마다 구역질을 했으며, 실습을 할 때면 번번히 실수를 하곤 했다.
한마디로 이론적인 건 머리에 집어넣었을망정,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체질적으로 무리야. 애초에 칼도 못 들고 있겠다고.”
“아니, 그런 거 모르고 입학한 것도 아닐거 아니야. 한국에선 의사가 뭐하는 직업인지 애들한테 안 알려줘? 적성 검사 뭐 그런거 없어?”
“적성? 의사를 적성에 맞아서 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걸? 다들 정신력으로 하는거지 뭐.”
“평생 할 일을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엔 무리 아니야?”
데이브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김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쓴 미소만 지으며 헛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김진수는 노트북을 꺼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버그나 잡아내는게 꽤 정신 건강에 좋았기에.
하지만 김진수는 아무 생각 없이 버그를 잡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룸메(김만덕)]오래 전에 저장해놨던, 그리고 한참동안 연락이 없었던.
그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