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2)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12화(212/221)
212. 평범한 일상 (6)
212. 평범한 일상 (6)
사실 김진수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슈퍼진단키트를 만들때는 자주 연락하곤 했지만, 교통사고가 난 뒤로는 이렇다 할 연락이 없는 상태였으니까.
심지어 노벨상을 수상하는 날에도 그 흔한 축하 문자 한 통 없었고.
물론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룸메로 지내오며 얻은 데이터에 의하면, 김진수는 미안하면 오히려 다가오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미안한 일 생긴 순간부터 이미 을인거잖아? 을인 상태에서 이야기해봤자 손해만 볼 텐데 뭐하러?’
김진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계산적으로 분석하긴 했지만···글쎄. 내가 볼 때는 그냥 사과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오히려 세게 나가는 아이처럼 보였다.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겠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넘어갈 수 없었다.
‘자퇴라···’
김진수의 자퇴 소식이 놀랍지는 않았다. 전생에서도 자퇴를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찝찝한 마음은 남아있었다.
‘대체 왜 자퇴한 거지?’
전생의 내가 아는 김진수가 자퇴한 이유는 하나였다.
의대의 엄청난 공부량을 스스로 해낼 수 없어서.
하지만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설마 데이브가 꼬셨나?’
순간적으로 데이브와 함께 슈퍼진단키트를 만들던 김진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노트북을 두드리며 신난 표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던 김진수.
하지만 고작 ‘재미’있다는 이유 만으로 의대를 포기할 녀석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부모님의 기대를 잔뜩 받고 있는 그가 갑자기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결국 그렇게 고민하던 나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백날 고민을 해도 나오지 않는 답이라면···직접 물어보는 게 최고다.
그렇게 연락처에서 김진수를 찾아 전화를 거니 생각보다 신호음이 오래 갔다. 바쁜가? 싶은 생각이 들려는 찰나. 전화가 연결됐다.
[여, 여보세요···]누가 들어도 당황한 목소리였다. 김진수는 내가 전화를 걸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눈치였다. 게다가 풀 죽은 목소리 속에서 머뭇거리는 그의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잘 지냈어?”
[어? 어. 뭐 그럭저럭. 근데 갑자기 전화는···]“그냥 요즘 뭐하나 싶어서.”
사실 누군가의 안부를 알뜰히 챙기는 건 내 성격과 멀다. 연락에 별로 목을 매는 타입도 아니고.
하지만 퇴원을 하던 날 사람들의 축하 메시지 속에서, 노벨상을 받는 날 사람들로부터 축하 연락 속에서 감감 무소식인 녀석을 보며 좀···괘씸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도 그동안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동고동락한 정이 있는데 말이야.’
순식간에 벽을 쳐버리는 모습이 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하고 지내냐는 내 말에 김진수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어···” 하는 목소리만 이따금씩 들렸을 뿐이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퇴했다며.”
[…어.]“그럼 시간 많겠네?”
[어?]갑자기 시간 타령에 김진수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퇴에 대해 물어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말에 떨떠름해하는 듯 했다.
김진수가 자퇴를 하든, 말든 사실 나랑은 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자퇴를 해도 당당하게 해야지 이렇게 빌빌대는 모습으로 자퇴를 한 녀석을 그냥 내버려두는 건···
“룸메이트끼리 한번 뭉쳐야지.”
동맹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몇번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퇴짜를 놓던 김진수는 결국 끈질긴 전화에 카페로 나왔다. 정확히는 옆에 있던 데이브 덕이 컸다.
‘캡틴. 진수킴이 좀 맛이 갔어.’
하버드를 졸업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데이브는 계속 나를 캡틴이라 불렀다. 한번 캡틴은 영원한 캡틴이라나 뭐라나.
슈퍼진단키트를 개발하고 계속 성능을 향상시키는 일에 매진하던 데이브는 짧은 휴가차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내게 한국 여행을 온 거라고 했지만···목적이 있는 여행이었다.
‘나 혼자서는 무리야. 능력있는 동료들이 필요해.’
‘근데 그 동료를 한국에서 찾겠다고? 미국에도 많지 않을까?’
굳이 한국까지 와서 동료를 찾는 데이브의 모습에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꼭 영입하고 싶은 인재가 있거든.’
본인도 모르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녀석말이야. 데이브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그가 얼마나 진지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잘 지냈어?”
“어···그럭저럭. 근데 무슨 일이야?”
“뭐, 딱히 일이 있다기보단···그보다 데이브 한국 왔다갔다는데 만나봤어?”
“어? 어···안그래도 한번 봤었어.”
데이브 이야기가 나오자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진수.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별 일 없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뭔가 일이 있다면, 적어도 본인 입으로 말해주길 바랬으니까.
김진수는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녹고 있는 얼음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미적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퇴···했는데.”
“왜?”
“…그냥.”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누가 우리의 대화를 듣는다면 답답할 정도로 우리는 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과고에 있을 때도 시험 성적이나 문제 물어볼 때 빼고는 대화가 딱히 오고가진 않았던 것 같다.
같은 룸메이트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던. 딱 그 정도의 관계.
‘딱히 불편하진 않지만···’
스몰 토크 없이 이어지는 관계가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김진수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불과 얼마 전, 이인영과 함께 점심을 먹다 김진수 이야기가 나왔었다. 난 별다른 생각 없이 ‘오랜만에 김진수한테 연락해볼까?’ 라고 말했고 이인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너 뇌사 상태 판정 받았을 때, 김진수가 안락사 이야기 했었다니까?’
‘그래서?’
‘아니, 넌 화도 안나? 왤케 덤덤한 반응인건데?’
‘? 화 내야하는 부분인거야?’
전과 마찬가지로 덤덤한 내 반응에 이인영은 ‘됐다, 무슨 말을 하겠어.’ 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물론 안락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상황이 되면 나 조차도 그런 말을 꺼냈을테니까.
누군가는 꺼내야하지만, 모두가 미루고 있던.
그 말을 그저 김진수가 총대를 멨을 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깐만···얘 설마 이거 때문에 자퇴한 건 아니겠지?’
그러나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김진수가 고개를 팍 숙였다.
자로 잰 듯 각도까지 완벽한 90도를 유지한 채 나타난 정수리.
“미안하다.”
“뭐, 뭐가? 갑자기 왜 이래?”
당황한 모습으로 말했지만 김진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그리고 그 상태로 얼굴을 안보인 채 말이 이어졌다.
“너 뇌사 상태일 때 안락사하자고 말했었어.”
“야. 너 설마 진짜 그거 때문에···”
“미안하다.”
90도였던 머리가 이제 아예 숙여져 테이블에 쾅,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대체 이런 사과는 어디서 보고 배운 건진 모르겠지만···이건 사과 받는 사람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뭐야, 저기 사과하는데?”
“남자가 진짜 잘못했나봐. 아예 이마를 테이블에 붙혔어.”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래?”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쪽 테이블을 흘끗흘끗 쳐다봤다. 다행히 내 자리가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내 얼굴 말고 김진수의 머리통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괜찮으니까 일어나. 얼른.”
“내가 안 괜찮아.”
“아니 내가 괜찮다고···!”
애초에 사과 받으려고 만난 것도 아니다. 서둘러 김진수를 재촉하자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괜찮다니까? 봐봐, 나 지금 살아있잖아.”
“만약 그때 사람들이 내 말을 들었다면 넌 지금쯤 죽었을거라고.”
목소리가 무거웠다. 진심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방금까지 서둘러 녀석을 일으키려던 나는 그냥 그 상태로 내버려뒀다.
김진수에게 지금 이 행동은 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었으니까.
김진수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을 말 한마디, 한마디에 꾹꾹 눌러담아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널 볼 면목이 없어서 연락 못 했어. 막말로 어떻게 보면 널 죽일 뻔 했던 놈인데 뻔뻔하게 퇴원 축하한다고 보내겠어? 노벨상때도 그렇고.”
“아니, 날 죽일려고 했던 놈은 딴 놈이고 넌 그냥···이성적으로 봤을 뿐이지.”
“이성적이었든, 감정적이었든. 중요한 건 내 말에 자칫하면 죽을 뻔 했다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죽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던 거야?”
내 말에 김진수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딱 봐도 당황한 모습.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안락사 이야기 꺼낸 건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니야?”
“…맞지.”
“그리고 뇌사 상태가 그때까지만 해도 치료제가 없던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
“…그렇지.”
내 말에 김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김진수의 죄책감을 덜어줄 필요는 없지만, 만약 진짜 그런 죄책감때문에 자퇴를 한 거라면···오히려 내가 죄책감이 들테니까.
나 때문에 의대 자퇴한거다? 물론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은 없을지라도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영 찝찝했다.
“너는 그냥 제일 최선책을 제시했을 뿐이잖아. 남은 사람들이 좀 더 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리고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김진수의 말을 끊었다. 그 모습에 김진수가 바짝 긴장하는게 눈에 보였지만···나는 최대한 진지한 얼굴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네가 말해도 듣는 사람 없었을 걸.”
“…뭐?”
“봐봐. 솔직히 거기 있던 사람들 다 한 고집 하는 사람들이라···”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김진수가 잠시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물론 김진수가 계속해서 안락사 해야한다고 외쳤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그곳에 있던 김성진이나 최강석이 순순히 그럴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김진수의 말에는 그닥 파워가 없다는 셈.
내 말에 김진수가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잘못된 판단을 했었던 건 변함없잖아.”
“지나고보니 잘못된 판단인거지. 그때는 몰랐잖아.”
“결과론적으로만 해석하면—”
“그래서 내가 죽길 바랐던 거야? 그래서 안락사하자고 한거야?”
갑작스러운 내 물음에 김진수는 말문이 막힌 듯 그저 입만 뻥끗거렸다.
“물론 나중에 안락사 이야기 듣고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렇게 이야기할 만 했다 싶었어. 너라면 말이야.”
“…내가 대체 뭐 어떻길래.”
“그냥 계산적?”
김진수의 표정이 아까보다는 좀 더 가벼워진 듯 했다.
“그때 그랬다며. 남아있는 사람 생각해서라도 안락사 하는게 맞을거라고.”
치매라는 질병을 연구하면서 여러 보호자들을 만나왔다. 병에 걸린 사람 역시 괴롭지만, 그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곤 했다.
만약 내가 영영 회복되지 않아, 병실에 누워있었다면. 어떤 의사소통도 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로 있었다면···
과연 나는 나를 어떻게 해주길 바랐을까?
“오히려 너한테 고마워했을 것 같은데.”
“…진심으로?”
“응. 난 우리 어머니 고생하시는 거 싫어하니까.”
마음이 약한 어머니는 분명 나를 안락사 시킨다는 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나서야 말을 꺼냈겠지.
내 말에 김진수가 고개를 돌렸다.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산적인 것과 다르게 은근히 정이 많은 녀석이다.
“그러니까 나때문에 의대 자퇴한거면 돌아가. 넌 좋은 의사가 될거니까.”
“아···그거 너 때문만은 아닌데.”
“엉?”
김진수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던 김진수가 다시 안경을 고쳐쓴 채로 말했다.
“나 해부 실습하다가 쓰러졌거든.”
“에.”
“그리고 피 냄새 맡고 119 실려간 적도 있고.”
“에···”
전생에는 알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김진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애초에 손을 벌벌 떤다니까?”
“그, 그러면 비수술 쪽으로 전공을 바꾸면 되잖아.”
“그렇다고 수련 과정 밟으면서 수술을 한번도 안할 순 없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김진수. 이젠 오히려 내 쪽에서 그의 모습이 당황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부, 부모님은? 부모님이 반대하시진 않으셨어?”
“당연히 반대하셨지. 지금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데. 재입학 신청하기 전까지는 집에 들어오지도 말라셔.”
“아니···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냐고···”
떨떠름한 내 목소리에 김진수가 안경을 고쳐쓰며 이야기했다.
“나도 ‘반항’이라는 걸 한번 해보겠다는거지.”
“우와···지금 그 말 엄청 중2병 같았어.”
“어, 어쨌든! 진로에 대한 방황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오는거라고–”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애써 무마시키는 김진수. 그렇게 김진수와 의대 자퇴, 미래의 진로, 노벨상, 치매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어색하고 불편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진수 너 과고 있을 때 코 엄청 골았어.”
“마, 말도 안되는 소리. 증명할 수 없는 걸 가지고 공격하지마.”
“왜 증명할 수 없어? 내가 들었다니까?”
“그렇게 치면 김만덕 너도—”
그렇게 과고 시절때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쯤, 나는 김진수를 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만약 의대에 안가게 되면 후회하지 않겠어? 네 10대를 전부 갈아넣었잖아.”
“정확히는 5살 영어 유치원때부터니까 10대하고 더야.”
“그럼 그냥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김진수가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진심이냐?”
“응. 왜?”
“너라면 뭔가 ‘그래도 적성에 맞는 걸 찾아야지.’ 라든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라고 할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애한테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는 것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잖아.”
하지만 내 말에 김진수는 멈칫했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중에선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흥미와 적성 중에 적성을 고르라는 말이다.
김진수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뭔가 고민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김진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갑에서 뭔가를 꺼냈다.
“…하고 싶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이게 뭔데?”
“최근에 스카우트 받았거든.”
“스카우트?”
이제 막 대학을 자퇴한 애한테? 누가? 나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김진수를 바라봤다. 원래 똑똑한 사람일 수록 사기에 잘 빠지는 법이니까.
“무슨 기업인데?”
“어…IT쪽 스타트업.”
“회사 직원 수는?”
“5명…안될걸?”
“…어디에 있는데?”
“외국계 기업이라 미국에 본사를…”
대답 하나하나가 다 수상쩍다.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김진수를 말리려는데,
김진수가 명함 한장을 건넸다.
“여긴…?”
NerD라고 적힌 명함.
그 아래에 적힌 CEO의 이름이 몹시도 익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