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18화(218/221)
218. 평범한 일상 (12)
218. 평범한 일상 (12)
연구원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치매 연구소로 곧장 갔다.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김아진 선임 연구원님께서 방금 자료 들고 오셨어요!”
소식을 전한 연구원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데 김아진 연구원님은 어디 계신가요?”
“어···그게 분명 방금 전까지 여기 계셨는데. 저한테 소장님께 연락드리라고 하셨거든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연구원. 하지만 연구소 내에서 김아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설마. 거기 있으려나.
나는 연구소 내부에 마련되어 있는 휴게실을 향했다. 문을 여니 반죽음이 된 상태로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김아진이 보였다.
“김아진 선임 연구원님.”
“몰라, 몰라. 나 지금 쉴거야. 한달동안 제대로 잔 적이 없다고.”
“누나. 유전자 발견했다며.”
갑자기 누나 소리에 김아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밝은 미소를 띈 채 말했다.
“뭐야. 너였어? 언제 왔어?”
“방금 전화받고. 근데 이게 사실이야?”
“안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지. 교수 생활 하느라 연구소는 뒷전인 줄 알았거든.”
“말도 안되는 소리.”
나는 장난스레 인상을 쓰며 테이블 앞 의자를 끌어앉았다. 마주 본 김아진의 얼굴 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표정 만큼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벼웠다.
하버드대 졸업을 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온 김아진은 한동안 김성진 교수 밑에서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전생때와 마찬가지로 둘은 나쁘지 않은 사이였고, 무엇보다 에단교수 밑에서 시달릴만큼 시달렸던 김아진이었기에···김성진은 말 그대로 천사였다.
‘치매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네.’
‘그리고 날 스카우트 한다고?’
처음 그녀를 영입하던 날. 김아진은 진심으로 이해 안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게 박사 학위를 딴 사람들만해도 한 트럭, 아니 수십 트럭이다.
그런데 아직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까마득한 시간이 남은 자신을 영입하겠다니.
김아진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인맥으로 하려는 거면 거절할게.’
‘인맥 아닌데요?’
‘거짓말 마. 다른 사람이 본다면 손가락질 할 일이야. 그런 상황에 굳이 놓이고 싶지 않아.’
김아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옅게 미소지었다.
불과 인맥으로 취업하려고 했다가 혼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가 된 것 같다.
‘유전자 편집 기술에 있어서 선배의 도움이 꼭 필요하니까요.’
‘그러니까 나 말고도 분명 많이 있다니까?’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중에서 치매 유전인자를 발견해 낸 사람 찾으려면 시간 걸려요. 애초에 슈퍼진단키트 사용법부터 알려주려면 귀찮아요.’
‘야, 무슨 이런 중요한 일을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김아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름 진심이었다. 치매 유전인자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 유전인자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치료해내려고 하는 연구팀은 거의 없었으니까.
설령 있다고 해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박사 학위 딸 때까지 못 기다려요.’
‘아니···’
‘유능해보이는 사람을 영입하는데 나이는 중요치 않거든요.’
마치 오래전, 박성민이 자신의 연구실로 나를 끌어들였던 것과 같이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되던 내게서 대체 어떤 가능성을 봤길래 그렇게 바로 연구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박성민 뿐만 아니라 김성진도 마찬가지였다. 김성진이 그때 나를, 김영재를, 이재성을 그냥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들’ 정도로만 취급했다면 아밀로잽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터.
나는 말없이 씩 웃었고, 결국 김아진이 양 손을 들며 치매 연구소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치매 유전인자를 발견한 상황이었다.
“염색체 17번을 보면 변이가 일어난 걸 확인할 수 있었어.”
“17번이면···MAPT 유전자네요.”
MAPT(Microtubule associated protein tau)로 알려져있는 유전자로, 치매를 일으키는데 연관을 주는 타우 단백질과 관련이 있었다.
김아진은 진지한 목소리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도 알겠지만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쌓이게 될 경우 신경 세포가 죽게 돼.”
하지만 타우 단백질 자체가 독인 건 아니었다. 많이 축적될 경우에는 독이 되어버리지만 일정량은 뇌세포를 유지하는데 필요했다.
“그럼 이 돌연변이를 해결하는 방법은요?”
“제거보다는 복구쪽으로 알아보고는 있긴 한데, 이번에는 좀 까다로울 것 같아. 무조건 다 살려낸다고 능사는 아니니까.”
김아진 역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연구하면서 여러 방향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기존에는 복구 쪽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유전자 녹다운, 소분자 치료, 세포 기반 치료와 같이 다양한 치료법을 도입하고 있었다.
그렇게 진지하지만 표정만큼은 한결 밝은 김아진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석사 학위 학생을 연구원으로 들이겠다고요?’
‘아무리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 분이라고 해도 이 결정은 좀···’
치매 연구소는 내 제안으로 설립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었다.
국가기관인 만큼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가 곳곳에 깃들어있었다.
‘그런데 소장을 맡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소장 자리는 비단 연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그 밑의 연구원들을 통솔할 수 있어야 하는데···이래저래 걱정이 됩니다.’
‘보아하니 그 안의 사람들, 다 김만덕 연구원님이랑 연관있던 사람들이던데요? 비리가 없는지 좀 봐야할 것 같습니다.’
‘노벨상은 노벨상이고 이건 별개의 일이죠.’
나를 향해 말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
노벨상 수상과 동시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게되었던 만큼, 그림자도 점점 짙어지는 법이었다.
젊은 천재. 어린 나이에 국가기관급 연구소장까지.
누군가 보기엔 부당해보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은 머지 않아 사라졌다.
치매 연구소의 실적이 점점 늘어날 수록, 자연스레 이곳에 투자하는 기관이 늘었다. 비단 기관 뿐만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만덕 박사님. 감사합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 그가 머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유는 치매 치료제로 인해 아버지의 치매가 치료되었기 때문.
‘박사님의 연구로 인해 저희 기업의 뿌리가 더욱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일, 저희도 함께 돕겠습니다.’
총수는 수백억에 달하는 돈을 치매 연구소에 투자했다. 물론 사업가인 만큼 이익관계 없이 이뤄진 일이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금성 기업, 치매 연구소에 5829억 투자 약속.’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규모 확대···제 2의 아밀로잽을 꿈꾼다’
‘바이오 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 그 뒤에 무수히 많은 도움이 있었나.’
기부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치매 연구소 덕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기업에서는 거금을 기부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돈들은 자연스레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향할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전가구 치매 지원금 지급’
‘무료 치매 치료, 복지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
‘치매 치료 부담금 OECD 국가 중 최저.’
헤드라인으로 뽑아진 기사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래 전 송형민. 그러니까 과고 시절 들었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던 그 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 물정을 모르고 연구를 하던 사람에서,
이젠 그 세상 물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하여튼 이번에 유전자 연구할 때 많이 괴롭힐거니까 전화하면 받아.”
“강의 중일때 빼고는 다 받을게요.”
“흐음···”
강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아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강의 나도 들어도 돼?”
“예?”
“아니, 막상 궁금하잖아.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라니. 한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잖아?”
김아진이 두 눈을 빛내며 말했지만···입꼬리가 씰룩이는 걸 보니 장난끼가 가득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요. 어차피 청강 신청한 학생들 많아서 자리도 없어요.”
“이야, 인기스타 다 됐네!”
“놀리지 마시고요. 얼른 연구하러 들어가세요.”
앉아있는 김아진을 재촉하자 그녀는 “네네, 소장님~”이라고 장난스레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헤어지려는 순간, 나는 김아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맞다. 최근에 김진수 만나고 왔는데요.”
“오, 안 그래도 연락이 통 없어서 궁금했는데. 뭐하고 산대?”
“자퇴했대요.”
“에.”
내 말에 김아진이 미간을 팍 구겼다. 무슨 말 하냐는 표정.
“걔 의대 다니지 않았어?”
“네. 그리고 데이브 회사에 취직한대요.”
데이브 회사? 김아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손가락을 딱! 소리를 내며 튕겼다.
“아! 나 알아. NerD 말하는 거지?”
“네. 슈퍼진단키트 관련해서 다양한 진단키트를 만들 생각인가봐요. 투자도 많이 받고 있고요.”
“흐음···그래?”
김아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마치 뭔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잠깐, 뭘 고민하는데? 순간적으로 이상함을 느낀 내가 조심스레 김아진의 안색을 살폈다.
“설마···NerD 들어갈까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죠?”
“응? 티 났어?”
“아니, 누나는 여기서 연구해야죠.”
당연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김아진은 여전히 장난스레 미소를 띄운 채 흐음? 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전에 데이브한테 연락이 왔거든. NerD에 입사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
“솔직히 치매 연구소가 좋긴 한데 연봉도 짜고, 복지도 그다지···”
“아, 아니 복지 좋은 편 아니었어요? 다들 별 말 안했는—”
“—물론 좋지, 좋아! 하지만 그 많은 복지 혜택들 쓰는 사람들이 없다고!”
유연 근무제나 연가 일수등을 봤을 때도 다른 곳보다 좋았다. 하지만 쉴 수 있어도 안 쉬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쉬라고 해도 안쉬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일이 아닌—
“그리고 연구소장은 연구도 안하고 맨날 대학교나 가고 말이야.”
“교수직 맡은 것 때문에 그래요? 저도 이거 어쩔 수 없이 맡은 거라고 말했잖아요.”
“우리 연구소 사람들 중 대부분이 너 보려고 들어온 건데—”
계속되는 내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아진은 놀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려는 그때, 김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내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좀 유능한 인재인가봐? 노벨상 수상자가 이렇게 붙잡을 정도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오히려 김아진이 당황했다.
하지만 진심이었기에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김아진은 유능한 동료였으니까.
물론 전생때, 아니 지금도 틈만나면 투닥대고 다른 의견을 두고 목소리가 커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싸우고 나면 감정이 고이던 전생과 다르게 지금은 싸우면 싸울 수록 성장해갔다.
“전 누나랑 싸우는 거 좋아요.”
“그 말 좀 이상한 거 알지?”
“누나랑 싸우면 더 성장하는 기분이거든요.”
예전에는 사사건건 내 말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하등 도움 안되는 사람. 그렇기에 들어볼 이유도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누나가 NerD에 간다면 더 말릴 수는 없긴 한데···그래도 아쉬울 것 같아요.”
“야. 왜 갑자기 진지해지고 그래.”
“진짜니까요.”
아직 앞으로 치매 연구는 계속 이어져야했다. 그 연구에 김아진은 꼭 필요한 인재였고.
특히 전생 때 하던 연구,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치매를 치료한다는 연구는 김아진만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연신 무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김아진이 당황하는게 보였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는게 느껴졌다.
“부담을 주려고 한 건 아닌데···어쨌든 만약에라도 가게 되면 꼭 말해줘요. 송별회라도 거하게 해드릴테니까.”
“안 가.”
그러자 김아진이 딱 잘라 말했다. 분명 아까까지 NerD에 가니, 마니 장난을 치던 사람인데···?
“진짜요?”
“어. 애초에 갈 생각도 없었어.”
“그런데 NerD 이야기는 왜···”
“원래 모든 관계에는 밀당이 필요한 거 몰라?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더 잘해줄거 아니야.”
“더더 잘해줄게요. 알겠죠?”
연구소장으로서 연구원을 챙기는 것. 아직 연륜이 부족한 내게 쌓아가야할 부분들이었다. 진심을 다해 말하자, 김아진이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곤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나한테 잘해주지 말고 연구소나 더 신경써.”
“그건 기본이고요.”
“하여간 말은 청산유수라니까. 됐고, 이제 다시 연구하러 갈거야.”
김아진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소장님.”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손을 잡았다.
“네. 김아진 선임 연구원님.”
그렇게 악수를 한 뒤, 우리는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