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8)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8화(28/221)
28. 과학의 날 (5)
28. 과학의 날 (5)
박은지의 말에 반 전체의 시선이 우리 조로 쏠렸다. 대부분이 티를 내진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눈에 가득 담긴 호기심은 숨길 수 없었다.
“뭐야. 그 방명록이 진짜였던거야?”
“에이, 당연히 구라겠지. 어떤 흙수저가 주말에 미국을 제집처럼 왔다갔다 하냐?”
조용히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더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갈 문제도 아니었다.
‘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계속 이런식으로 굴겠지.’
하지만 이번 팀 활동은 수행 평가 점수에 반영되는 활동.
여기서 괜히 분쟁을 일으켰다가는 내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컴퓨터에 띄어진 타이머를 가리켰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이제 10분밖에 안 남았거든.”
“그러니까 10분안에 내가 쓰겠다고. 너 아무것도 모르잖아. 난 이런 문제쯤은 학원에서 수십번도 더 풀어봤으니까 너보단-”
“은지야.”
그때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박은지를 불렀다.
“이제 10분밖에 안 남았어.”
“어, 어?”
“만덕이가 푸는 게 싫으면 내가 풀어도 될까?”
최한별이 내쪽을 한번 쳐다봤다가 다시 박은지를 바라봤다. 언뜻 들으면 묻는 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은 아니었다.
“어…”
결국 서열 싸움에서 진 박은지는 쭈뼛거리며 종이를 최한별에게 내밀었다. 최한별은 묵묵히 문제를 읽더니 그 밑에 풀이과정을 적어갔다. 깔끔한 글자체마저 최한별다웠다.
“자. 여기.”
그리고 그 문제지를 내게 넘겼다.
“읽고 틀린 부분 있으면 말해줘. 수정할게.”
“아, 응.”
얼떨결에 받아든 문제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최대한 공식이 적용된 부분 위주로 읽었다. 계산이 틀린 건 발표때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지만 공식이 잘못된 건 답이 없다.
“음, 여기 부분에서 입사각이 Brewster각보다 커서 유리, 공기 경계때는 Brewster 각이 적용 안되는데.”
“Brewster 각 56.25도 아니야?”
“아니지. arctan 값을 구해야하니까 33.75도가 나와.”
간단한 기호를 덧붙여서 설명을 하니 최한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실수한 부분을 빠르게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자, 다들 그만. 1조부터 발표 시작하도록.”
박민철의 말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로 발표를 시작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1조 임규현입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임규현의 조는 무난한 빛의 굴절 문제였다. 크게 어려운 문제도 없었을 뿐더러 발표도 깔끔해서 듣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상 문제 풀이를 마치겠습니다.”
“잘 발표했다. 다른 조에서 질문 있는 사람?”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분위기가 늘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막상 내가 그 분위기 안에 있으니 거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새삼 전생의 내가 대단하네.’
전생의 나는 이런 분위기따위는 손쉽게 무시했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손을 들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만 골라했다. 정확히는 바로 대답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문제들. 예를 들자면,
“굴절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입사각을 증가시키면 굴절각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수식으로 알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처럼 말이다.
질문자의 물음에 반 전체가 얼음처럼 굳었다. 단순히 ‘다른 조가 발표할 때 질문은 하지 않기’라는 금기를 깨버린 것도 한몫했지만,
질문을 한 사람이 전혀 의외였기에.
최한별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질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어떤 악의나 숨은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모두가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 그러니까…그,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생각하려니까 아…”
“괜찮다. 이 뒤는 선생님이 설명할테니까 자리에 들어가 앉아도 된다.”
박민철의 말에 임규현이 황급히 자리로 돌아갔다.
‘얘가 왜 이래?’
전생에 이런적이 전혀 없던 애다. 질문을 한 적도 없고, 애초에 질문이 있을 애도 아니다. 최한별이 저 내용을 모를리가 없다. 그건 전생을 경험한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미 대학 수준의 물리까지 다 끝내고 온 애인데 이걸 질문한 이유가 뭐지? 진짜 궁금했다면 끝나고 따로 찾아보거나 선생님한테 물어봐도 되는걸텐데. 굳이 애들의 시선을 끌면서까지 질문을 한다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내 머릿속의 최한별 이미지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쁜 건 말도 안되게 이쁘다보니 여러모로 시선을 끄는 애였다.
“매질의 굴절률이 일정할 때 입사각과 굴절각 사이의 관계는 스넬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입사각을 θ1으로 두고 푼다면-”
최한별은 묵묵히 박민철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 모습만 본다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최한별이 모르는 내용이 있다는 게 더 이상하긴 했지만.
박민철의 설명이 다 끝난 후, 다음 조 발표가 이어졌다.
“유리 프리즘 내부에서 빛의 분산이 발생하는 원인을 자세히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내부 전반사에 대한 임계각 계산법을 알고 싶습니다.”
“내부 전반사가 일어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얘가 미쳤나.’
최한별은 모든 조의 발표에 하나씩 질문을 했다. 곤란한 질문일 때도 있었고, 비교적 쉬운 질문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난감한 질문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최한별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티 낼 수 있는 사람은 이 학교에 존재하지 않았기도 했고,
“저도 질문있습니다!”
“저희도요!”
보다 생기 넘치는 수업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과학을 좋아한다. 그리고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한국인 특성상 분위기를 읽어내는 특징과 과학고 학생 특성상 질문하고 싶어하는 본능 중 최한별은 후자를 이끌어냈다.
박민철도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아닌지 뒤에 서서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대망의 차례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5조 박은지입니다.”
조장은 최한별이지만 박은지가 곧 죽어도 자기가 발표하겠다고 고집했다. 쟁쟁한 조원들 속에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앞의 상황을 보며 아마 높은 확률로 후회하고 있을 터였다.
앞에 나와서 꾸벅 인사를 한 박은지는 이미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전에 화학 수행평가 때도 느낀 거지만 그녀는 비판이나 질문 받는 것을 극도로 어려워했다.
“무, 문제 풀이 시작하겠습니다.”
박은지가 떨리는 손으로 앞에 나와서 문제를 풀었다. 정확히는 최한별과 내가 푼 문제를 그대로 적는 꼴이긴 했지만 실수 없이 잘 적어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이상 풀이를 마치겠습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헙.”
그 말과 동시에 여러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무래도 질문의 시작이 최한별, 그러니까 5조다 보니 이런 식으로 질문을 갚아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질문을 받는 건 최한별이 아니라 박은지였다.
“광선이 직선 편광기를 통과하고 나서 강도가 어떻게 변화하나요?”
“초기 강도와 최종 강도 간의 관계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굴절과 편광을 같은 의미로 두고 해석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Malus의 법칙과 Brewster의 각도에 대해 더 설명해주세요!”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박은지가 허둥지둥 당황하기 시작했다.
답변이 나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수군대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우리 조와 박은지를 번갈아 보면서.
‘아까 뭐 기생수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답변은 못 하네.’
‘지보다 못 사는데 공부 잘해서 부러웠나보지.’
‘자기 집에 돈 많아봐야 그게 지 돈이냐, 다 부모님 돈이지. 자산형성에 100원도 기여한 거 없을걸?’
작게 속삭이는 소리들이었지만 앞에 서있는 박은지에겐 다 들릴 터였다.
난 작은 소란에 굳이 참가하진 않았지만 말리지도 않았다. 솔직히 아까 그 발언이 굉장히 기분 나빴으니까.
‘아무리 한 번 겪어봤던 일이라고 해도 다시 마주하고 싶진 않았는데.’
“발표자, 답변해야지?”
박민철이 박은지를 슬쩍 보며 말했다.
마치 불안증세라도 온 듯 바들바들 떨리는 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눈동자.
그 모습을 보니 통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무리 회귀를 했어도 내 정신연령은 이미 성인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이러다가 팀 점수 다 깎이겠는데.’
본인이 꼭 발표를 하고 싶다고 말하길래 시켜준거긴 하다만, 어찌되었든 우리 조를 대표해서 발표하는 사람이었다.
쩔쩔매다 못해 이제 고개를 푹 숙인 박은지. 박민철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채점판을 들었다. 그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제가 대신 답변해도 될까요?”
이대로 둘 순 없다. 박은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다.”
박민철의 허락을 받은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한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나오자 박은지가 자리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칠판 앞에 서니 박은지가 느꼈을 부담감이 체감이 되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고, 언제 어떤 질문이 들어올 지 모르는 긴장되는 순간.
그러나 나한테는 그게 일상이었다.
“빛의 강도는 Malus의 법칙에 따라 편광 방향과 편광판 축 사이의 각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편광판을 통과한 후 초기 강도와 최종 강도 사이의 관계는 Malus의 법칙을 확인해주시면 되고요,”
“굴절과 편광은 별개의 현상입니다. 굴절은 매질의 변화로 인해 경계면에서 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수반하는 반면, 편광은 빛의 진동 방향 방향과 관련됩니다.”
“Malus의 법칙은 편광판을 통과한 후 편광된 빛의 강도를 설명하며, Brewster의 각도는 빛이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동안 완전히 편광되는 입사각입니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답변을 시작했다. 새롭게 들어온 질문도 망설임 없이 답변하자 나중에 손을 들었던 학생들도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더 추가 질문 있으신가요?”
전멸했다. 방금까지 앞다투어 손을 올리던 학생들이 장렬히 전사하고 약간의 경탄과 약간의 두려움을 지닌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이상 발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와. 대박.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전생에는 발표가 끝나도 긴장된 상태가 쭉 유지되었는데 지금은 편안한 마음이었다.
“…수고했어.”
자리로 돌아가자 최한별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누가 보면 화가 났나? 라고 오해할만도 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얘가 왜 이러지?’
내가 아는 최한별은 늘 차갑고, 도도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늘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결코 곁에 누구를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기억 속 최한별과는 너무 괴리가 컸다. 오늘 보여준 행동들도 마찬가지고.
늘 전교 1등이던 최한별. 아무리 내가 악을 쓰고 공부를 해도, 잠을 줄여가면서, 샤프로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공부를 해도 그녀를 이기는 날은 오지 않았던.
우리 조 다음으로 다른 조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윽고 수업 종이 울리고 박민철은 간단한 소감평을 남겼다.
“다들 수고했다. 조원들끼리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조원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려는 모습. 이번 수행평가가 개별이 아닌 조별인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
박민철은 순서대로 수행평가 조별 점수를 불렀다. 항목에는 문제 풀이의 정확성, 발표 논리성 및 유창성, 조원 협동심 등 여러가지 항목이 해당되었고,
우리 조는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조가 되었다.
‘휴. 다행이다.’
혹여라도 박은지때문에 감점이 되었을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대신 발표를 한 부분을 박민철이 좋게 봐준 것 같았다. 그렇게 수업이 끝이 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최한별이 할 말이 있는지 입을 움찔거렸다.
“…저기 혹시 아직 R&E-”
“야. 기생수.”
그러나 박은지의 등장으로 묻혀버렸다. 박은지는 화가 끝까지 났는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 이름 기생수 아닌데.”
“너 기초생활수급자 맞잖아! 왜 아닌척 하는데!!”
이미 이성을 잃고 말하는 박은지를 보며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이 애를 이렇게 만든걸까.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분명 넘어갈 기회를 줬고, 그걸 차버린 건 박은지였다.
나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 화학 수행평가때도, 지금도.
이젠 참교육이 필요한 때다.
“생물들 사이에는 크게 3가지 관계가 있어.”
“갑자기 딴 이야기 하지 말고 어서 사실대로-”
“하나는 둘 다 이익이 되는 거. 그걸 공생이라고 해.”
마치 오늘 최한별과 내가 서로 도와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한쪽은 이익을 받는 한편, 다른 쪽은 아무런 이익을 못 받는 경우, 그걸 우리는 편리 공생이라고 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박은지 앞에 섰다.
“기생.”
한쪽은 이익을 보지만 다른 쪽은 피해를 입는 관계. 심하면 숙주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 조 수행평가 만점 받았는데…너는 이 셋 중 뭔 것 같아?”
문제를 푼 것도 나.
발표를 한 것도 나.
하지만 점수는 모두가 똑같이 만점이었다.
박은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고등학생을 상대로 인신 공격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녀가 내게 느끼는 감정은 ‘열등감’일테고, 과거의 내가 금수저인 최한별에게 느꼈던 감정과 크게 다를게 없을테니까.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용서한다는 게 아니야. 그저 상대할 가치가 없었을 뿐이지.”
박은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후로 적어도 그녀가 먼저 싸움을 걸 일은 없을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쉬는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변에서 얼음장처럼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로 돌아갔다.
매우, 긴 쉬는 시간이었다.
*
“종례하자.”
박민철이 가정통신문을 양 손 가득 든 채로 들어왔다.
“자자, 다들 이번주 목요일부터 과학의 날 행사있는 거 알지? 이 기간동안에는 야자 자율이다.”
“쌤 원래 야자는 자율인데요. 야간 자율 학습의 줄임말이잖아요.”
“이인성. 끝나고 청소하고 가라.”
머리를 싸매고 절망하는 이인성을 뒤로한 채 나는 가정통신문을 바라봤다. 과학의 날 행사 관련한 안내문이었다.
행사 일정, 장소, 부스 소개, 간략한 약도 그리고 맨 밑에는 후원 단체 및 방문 기업이나 단체의 명도 적혀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행사였다. 그렇게 참여 단체를 하나씩 훑고 있는데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KAIST 홍보팀’
“참고로 이번 행사는 각 대학 연구팀에서도 홍보차 방문한다고 하니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거다. 평소 궁금해하던 분야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화해보는 것도 좋겠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등골이 서늘해지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느낌에 손을 쥐었다 폈다.
‘KAIST라.’
과거에 난 뇌생명공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KAIST에 진학했다. 학부시절에는 어찌저찌 강의만 잘 따라가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석사 과정은 달랐다.
특히 지도교수 선정이라는 관문부터 난관이었으니까.
“대학 연구소 팀과 인맥이 있으면 앞으로 있을 R&E에서 자문을 구할 수도 있고, 그 분야의 연구 동향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으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도록. 아, 그리고 아마 1학년이라 없겠지만 이번에 체험 부스 말고 과학 전시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나?”
생기부 쓸 때 참고하려고 한다는 말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과학 전시? 그거 준비할 거 엄청 많던데?”
“애초에 과학 전시 할 연구면 R&E를 하고말지. 굳이?”
“우리 동아리는 2, 3학년 선배들이 다 해서…”
그러나 모두가 손을 내린 상황 속, 단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저요.”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