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4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46화(46/221)
46. 계산 (3)
46. 계산 (3)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잘못하면 회사가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말.
‘…지금 아버지가 무리를 하고 계신다는 말인가요?’
‘글쎄. 무리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R&E 실험때문에 방문한 연구소. 그때 함수연은 이인영을 따로 불러내 말했다. 퀭한 눈과 꽉 묶은 머리 때문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더 예민해 보였다.
‘솔직히 이런 회사 이야기를 너희같이 아직 어린 애들한테 말하기는 그렇지만 넌 좀 다른 케이스잖니?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보는 건 어때?’
‘제가요?’
‘이미 회사 간부들이 말리는 건 듣지도 않고 계시거든. 이러다가 대표이사 자리 해임되실지도 몰라.’
대표이사 해임. 즉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말에도 불구하고 이인영은 쉽사리 그러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신소재는, 그래핀은 아버지의 꿈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인영아. 우리 회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전과 혁신이란다. 남들이 편한 삶에 안주할 때 우리 회사는 계속해서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했지. 아니, 변화를 일으키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아버지 이광용은 LK머티리얼즈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변화’, ‘신소재,’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이인영의 유년 시절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이윽고 그녀의 진로를 신소재 개발 쪽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인영은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아버지를 닮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끝은 회사 부도였다.
“야. 우리 이러다가 집 망하는 건 아니겠지?”
“…헛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해.”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하던 이인영은 이인성의 말을 단숨에 일축시켰다. 하지만 이인성은 진지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요즘 집 분위기가 이상하잖아. 아빠랑 엄마도 자주 싸우고. 전에 아빠 통화하는 거 어쩌다가 들었는데 우리 회사에 있는 특허 기술들 이전한다고 하던데? 이거 기술 판다는 말 맞지?”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
“야! 그렇게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진짜 까딱하면 우리 집 아무것도 없이 망-”
이인성은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이인영의 얼굴 아래로 핏방울이 떨어졌다.
“…”
이인성도 알고 있었다. 동생이 태평하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분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을 뿐.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조차 알지 못하는 쌍둥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두려운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그저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
무턱대고 방문한 LK머티리얼즈. 다행히 몇 번 연구소 방문차 왔던 탓에 로비에서는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온 것에 대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름 아니라 이광용 회장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는데요.”
“회장님? 회장님이라면 방금 전에 나가셨는데…”
이런. 나름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광용은 이미 나간 뒤였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방금 나갔다고 했으니 잘하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어.’
그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차가 보였다. 전에 탔었던 검은색 고급 세단. 이광용의 차였다. 때마침 신호에 걸려 정지한 차를 향해 나는 달려갔다.
똑똑.
조수석 쪽 유리창을 두드리자 창문이 내려갔다. 이광용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내 쪽을 바라봤다.
“아니, 김만덕 학생 아닌가?”
“안녕하세요. 회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숨을 가쁘게 고르며 말하는 내 모습에 이광용이 의아해했다. 평일 오후, 갑자기 회사를 찾아온 자식 친구라니? 그것도 급했는지 달려온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광용은 시간이 없었다. 방금 연구비 투자 관련으로 회사채 발행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금은 좀 바빠서 말이야.”
이광용은 신호를 바라봤다. 아직 빨간불이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어허, 글쎄. 지금은-”
“LK머티리얼즈를 위한 일입니다.”
이광용이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쳐다봤다.
“그래핀 포기 안 하시려는 거 압니다.”
“…그걸 어떻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내 말에 이광용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해졌다. 여기서 더 붙잡으면 진심으로 화를 낼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 타서 말하지.”
탁, 소리를 내며 조수석에 앉았다.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다. 이광용은 엑셀을 밟아 쭉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LK머티리얼즈, 신소재 개발, 특히 그래핀 개발 및 상용화에 모든 걸 투자한 벤처기업.
‘하지만 이후에 무리하게 사업 확장 시도 및 연구 진행을 하다 결국 부도가 나지.’
왜 이걸 기억 못 하고 있었을까.
“아까도 말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가는 길 동안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네.”
“감사합니다.”
그는 운전에 집중한 듯 앞을 보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이상으로 그래핀 연구를 진행하시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일어날 겁니다.”
“근거는?”
“그래핀 상용화는 지금 일어나기엔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법이지. 빠르고 느리다는 개념은 후세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끼익, 빨간불에 맞춰 이광용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부드러운 운전을 해오던 그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안다. 이광용이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도 지금 이런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도. 한 회사의 회장까지 올라오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선택들이 있었을까. 그것도 벤처기업이라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는 여기까지 이뤄왔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거다. 그래핀을, LK머티리얼즈를.
마치 과거의 내가 기존의 연구 방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끌고 나갔던 것처럼.
‘만덕아. 네가 알려준 연구 방향대로 진행하면… 결국 유전자 내에서 변형이 일어나는 시점을 포착할 수가 없어. 그러면 변형이 일어났을 때 표적 치료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가능해요.’
‘억지 부리지 말고-’
‘억지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가면 알 수 있겠죠. 힘들면 나가세요. 굳이 붙잡진 않을 테니.’
그 당시의 나는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시점을 찾아내 표적 치료를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나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부터가 숲을 못 보고 나무를 보는 일이었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여기서 인정하면 지금까지 연구해 오던 걸 모두 엎어야만 했기에.
그것은 곧 내가 들인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광용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이광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학생이 왜 그렇게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래핀 사업은 아주 활황 중이네. 단지 이 기술을 뒷받침해 줄 시설이 한국에 부족할 뿐이야. 뭐든지 초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니 지금 이 정도 출혈은 감당해야 하지.”
“기술이라면 CVD공법을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
이광용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계속 앞만 보고 있던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그가 하고 있을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CVD공법을 이용해 그래핀을 다중으로 쌓아 올리자는 생각이신 거죠?”
“어떻게…”
“그러면 구조적으로 변형은 최소화하면서도 유연한 성질을 비롯한 다른 특징들을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 생각은 이인영의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이인영은 생각해내지 못한 게 아니었다.
단지 이 아이디어를 R&E가 아닌 회사를 위해 냈을 뿐이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아이디어는 함수연을 통해 이광용에게 전해졌을 거고.
‘…하여튼 같은 팀이라면서 의논도 안 하고 말이야.’
쯧,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러나 이인영을 탓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그만큼 핀치에 몰려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전생 때와 같이 말이다.
전생을 한번 경험한 나는 안다. 이인영이 이 아이디어를 통해 R&E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 덕에 삼성의 눈에 들어 꽤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것도. 그 이후에 삼성이 그래핀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핀은 10여 년은 더 지난 후에야 겨우 상용화 시작에 나섰을 뿐이었다.
이인영의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그것이 내가 본 과거였고, 이제 올 미래였다.
지금의 나는 이광용에게 그래핀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미래에서도 가장 우수한 품질의 그래핀을 얻어내는 법이 스카치테이프 공법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의 열정을 꺾을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다같이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핀. 꿈의 신소재이지만 대기업이 달려들어도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미래에서 왔어도 그래핀을 상용화하는 공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 기술 경쟁력이 생명인 기업에서 그런 걸 공개할 리 없으니까.
생각하자, 생각.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핀을 연구하시는 이유가 신소재라는 이유 때문이신 건가요?”
“그래. 새로운 기술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새로운 시장을 열 수만 있다면 괜찮은 건가요?”
이광용은 바보가 아니다.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터였다. 그래핀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이건 이 회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가 그래핀을 포기할 리 없었다.
열정을 꺾을 수 없다면, 방향을 틀자.
부드럽게.
“그래핀 연구 방향을 꼭 터치 스크린이나 패널, 전극 쪽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가?”
그래핀이 사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반도체, 투명 전극, 터치 패널, 태양 전지 등… 하지만 다양한 사용 분야 중에서도 내 시선을 잡는 분야가 하나 있었다.
“전기분석(electro analysis)분야도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전기분석?”
“네. 생물의학 쪽에서도 DNA를 고정하기 위해 그래핀을 지지체로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광용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흔히 그래핀하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강한 강도를 떠올리지만 그래핀의 특성 중에는 높은 표면적, 우수한 전기 전도성 그리고 생체 적합성도 큰 강점으로 떠올랐다.
‘향후 김영재의 연구에서도 산화 그래핀을 유전자 편집 및 CRISPR-Cas9 기술 운반체로 연구하기도 했고.’
꼭 디스플레이 시장만 노릴 이유는 없었다. 생물의학 쪽도 무궁무진했다. 오히려 이쪽이 블루오션이었다.
“그래핀을 지지체로 이용한다라…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충분히요.”
이미 내가 연구하던 그 시절에는 DNA 올리고핵산염(oligonucleotides) 지지체로 그래핀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DNA 올리고핵산염은 알츠하이머병에 전형적으로 존재하는 DNA였다.
“이 분야로 그래핀을 연구하시면 CVD 공정을 위한 시설은 짓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물론 투자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무리하시진 않으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광용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한다면 더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미래를 최대한 그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하! 정말이지. 인영이가 하던 말이 사실이었구만.”
“네?”
이광용은 웃었다.
“만덕 학생이 이야기할 때면 저도 모르게 빠져든다고 하더군.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고 말이야.”
“아?”
“게다가 천재라는 말도… 잠깐만 기다리게나.”
이광용은 잠깐 밖으로 나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그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몇 분간의 통화를 마치고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열정이 담겨있었다.
“그래, 아까 하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은데 말이지. 생물의학분야 말일세.”
이광용은 다시 사업가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까까지의 조급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핀. 꿈의 신소재. 이광용은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약간만 그 노선을 틀었을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분야에서 이광용이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확실한 건, 지금 그가 CVD 공정을 위해 시설을 설립했다가는 LK머티리얼즈는 사라졌을 거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러면 이인영도, 이인성의 미래도 크게 바뀌었을 거고.
우리는 차 안에서 잠깐이나마 그래핀이 생물의학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앞으로의 전망에 대하여 의논했다.
“그런데 아까 어디 가시던 길 아니셨어요?”
“아, 그거 말이지.”
이광용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기어를 풀었다.
“갑자기 한 학생이 나타나는 바람에 노선이 완전히 틀어져서 말이야. 약속은 취소되었네.”
아. 이광용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학교로 돌아가면 되나? 집은 안 가봐도 되고?”
“네. 학교로 가면 됩니다.”
“좋아. 그러면 가는 길에 생물의학쪽으로 그래핀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까?”
이광용은 시동을 걸었고, 고급 세단은 부드럽게 코너를 돌았다.
모든 것은 잘 해결되었다. LK머티리얼즈는 이로써 무리한 연구비 투자로 망하지 않게되었고, 그로인해 이인영과 이인성도 원하던 공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터였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해피엔딩이 아니다.
“공짜로요?”
나는 운전을 하고 있는 이광용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삼성의 눈에 드는 걸 포기한 대신, 그에 상응하는, 혹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받아내야했다. 그리고 이광용은 그런 걸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운전중이라 앞을 보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옆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공짜로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 생각인가?”
“음…글쎄요. 저는 생각보다 계산적이라서.”
“하하하!”
내 대답에 이광용이 소리내어 웃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나한테까지도 그 기백이 전해질 정도였다. 이윽고 빨간 불이 되고, 그제서야 이광용은 나를 바라봤다.
“LK머티리얼즈는 기업일세.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신소재 개발에 앞장서는 기업인가요?”
“아니지, 아냐.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대가 없이는 바라지도 않는-”
“장사꾼이란 소릴세.”
차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초록불이었다.
이광용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게 신경이 쏠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어디 흥정을 해봅세. 무엇을 원하나?”
나는 씨익 웃었다.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었다.
학교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흥정을 계속했다.
패를 보여주고 감추고, 부풀리되 솔직하게.
그렇게 서로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흥정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