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5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50화(50/221)
50. 연구 (4)
50. 연구 (4)
특목고. 특수목적고등학교라는 이름부터 일반고등학교와는 그 분류가 다르다. 한때 특목고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너도나도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 혈안이 되던 시기가 있었다.
이과는 과고나 영재고로.
문과는 외고로.
특목고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곤 했다. 그도 그럴게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 대다수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니까.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가진다. 특목고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 중 하나였던 것이다.
“동생? 동생이 조금 별나긴 해. 뭐라고 해야하지 엄청 똑똑한데, 또 엄청 바보같다고 해야하나.”
“엄청 바보같다고요?”
“응. 걔는 화학 빼고는 다 못하거든. 그래서 과고도 지원했다가 떨어진거야.”
아이쿠야. 이재형은 이재성과 관련된 비하인드를 아낌없이 풀었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걸 친해지려는 시도로 봤던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이렇게 동생을 매도하지는 않을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원소 기호 외우고 다녔거든. 집에 아직도 주기율표 그리면서 놀았던 거 남아있을 걸?”
“그래도 이정도 수준의 논문을 쓸 정도면…엄청 똑똑한가 보네요?”
“똑똑하다고 해야하나…그냥 좀 끈질겨. 하나 모르는 거 생기면 알 때까지 물고 늘어지거든. 그래서 시험도 맨날 망쳐서 와. 자기 말로는 앞 문제가 안풀렸는데 어떻게 뒤부터 풀 수 있냐고 오히려 화를 내더라. 지도 지 성격 못이기는거지 뭐.”
“아하. 그렇군요.”
내 머릿속에서 이재성에 대한 이미지가 얼추 잡혀갔다. 이재성이 학교를 자퇴했던 이유. 아마 학교에서 더 배울게 없다고 한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겠지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만났던 게 분명했다. 자퇴를 하면서까지 온 시간을 쏟아붓고 싶을 정도의 문제를.
‘그가 발표한 연구 내용은 이후 제약사들의 엄청난 러브콜을 받았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건 아니었지만 증상을 호전시키고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
이재성이 발표한 연구는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
두 개는 얼핏보면 비슷했지만 종착지는 달랐다. 그러나 결국 내 연구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서 이재성의 연구는 꼭 필요했다.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한단계씩 나아가야했다.
“그럼 이 연구도 영재 연구의 일환인 거네요?”
“응. 아무래도 나는 영재들의 뇌 구조에 관심이 많고, 당연히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인지 기능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거든.”
“정확히 어떤 연구를 하시려는건데요?”
“궁금해?!”
이재형은 동생 이야기와 연구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두배로 초롱거렸다. 그리고 버벅거림도 하나도 없었다. 마치 자아가 두개인 듯한 모습이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 우리 뇌는 가소성, 그러니까 뉴런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시냅스도 새롭게 연결을 이뤄. 한마디로 지금은 뇌 기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도 후천적인 노력이 있으면 개발할 수 있다는거지.”
이재형은 종이 뭉치들을 펼쳐놓더니 이윽고 어떤 논문 하나를 끄집어왔다. 이미 수십번을 본 듯 끝이 헤져있는 논문은 겹겹이 포스트잇이 붙여져있었다.
“근데 이 논문을 볼래? 단순히 뉴런이랑 시냅스가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 뇌는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아예 그 기능을 못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그 기능에 맞도록 활성화가 된다는거야!”
“활성화요?”
이재형이 건네준 논문에는 여러가지 뇌 사진들이 자료로 제시되어 있었다. 뇌를 A, B구역으로 나눈 후 각각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지금 여길 보면 뇌졸중 환자의 뇌 fMRI 영상이야. 지금 이 환자의 경우엔 후두엽 부분이 손상이 되었는데 그 인근 부위에서 뇌의 신경조직이 급격하게 늘어난 걸 확인 할 수 있어. 한마디로 손상된 부위를 대신하기 위해서 그 주위로 신경이 재생되었다고 할 수 있지. 이게 바로 기능적 가소성인거고.”
나는 이재형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지금 당장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 내용이 내게 도움이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그에게 반문했다. 어쩌면 이렇게 뇌와 관련된, 내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여전히 나는 전생의 모습을 버리지 못했었다. ‘뇌’라는 분야는 그만큼 내게 특별했고 그만큼 곤두서게 만드는 분야였다.
“그런데 이 논문이 형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거에요? 괜한 시간 낭비 아니에요?”
“시간 낭비?”
“네. 형이 하려는 연구는 영재 관련 연구잖아요. 근데 뇌졸중 환자에 대해 파고드는 건 실험 대상 자체를 잘 못 잡은 거 아니에요?”
내 말에 이재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관련이 없어?”
“?”
“어차피 뇌에서 일어나는 일인 건 다 똑같은거잖아?”
그 순간 박성민의 말들이 떠올랐다.
‘애들이 좀… 별나.’
‘내 기준에서 천재의 기준은 두 개야. 첫째, 압도적인 기억력. 둘째, 기억한 걸 연결하는 능력.’
오래 전 박성민이 제시했던 천재의 기준이었다.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저 별나다는 의미는…천재. 박성민이 생각하는 천재에 부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단순히 영재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영재들만 샘플로 가지고 연구를 하면 편협한 사고에 갇힐 수도 있어. 나는 기존에 있던 연구에서 더 이어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 완전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고 싶은거야. 그러려면 평범한 데이터들로는 안돼. 조금 특별한 데이터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유의미한 정보들을 이어서…”
그는 연구 노트를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영재 연구의 한 획을 긋는거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방금까지 몰입하고 있던 문제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가벼워진 느낌.
‘손상된 부위를 중심으로 그 주변 부분이 활성화 된다는 내용은 전생에도 이미 접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치매 연구와는 딱히 연결지으려고 하진 않았었는데.’
전생의 연구와 지금의 연구 모두 오로지 ‘치매’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뇌의 기본적인 기능이나 특성들을 간과한 채로 ‘왜 치매가 일어나는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유전자를 제거할 방법으로는…’ 등의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에만 매몰되어 있던 시각에서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다면?
“형의 목표는 뭐에요? 단순히 영재들을 더 알아보자는 건 아닐꺼 아니에요.”
나는 이재형을 바라봤다. 그는 씨익 웃더니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천재를 만드는 거.”
“천재요?”
이재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꺼내 내게 들이밀었다. 아까와 같은 다양한 뇌 사진들이 있었지만 아까와는 표시된 구역의 위치가 달랐다.
“영재가 있으면 부진아도 존재하기 마련이야. 그렇다면 영재의 뇌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 부진아의 뇌 구조도 영재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구적인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물론 그 경우에는 힘들겠지만 글쎄. 나는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많다고 생각하거든.”
이재형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영재의 뇌 활성 영역을 파악하고, 부진아의 뇌에 그 부위와 관련한 전기 자극을 주거나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면, 부진아를 줄일 수 있을것이라는 어찌보면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
[연령별 신경전달물질 및 인지기능에 대한 상관관계에 관한 고찰]그제야 이재형이 이 연구를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영재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부진아의 허들을 걷어버리고자 이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유전자로 인해 치매가 발병하는 것이라 가설을 세웠었다. 사실 가설 수준이 아닌 확신이었다.
그래서 그 증거를 찾아 헤맸고, 그 길로만 벌써 수십년째였다.
하지만 애초에 길을 잘못 들었었다. 아니,
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너는? 너는 여기 어쩌다 오게 된 거야?”
이재형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박성민이 내 연구와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안 나눠준 모양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내 연구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드디어 정신 연령과 연구 방향이 얼추 비슷한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저, 저는 치매 관련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치매?”
“네. 그런데 형 이야기 들으니까 연구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까지 치매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유전인자를 찾아내서 제거하는데만 집중했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쪽 부분만 아니라 좀 더 넓게 봐야 할 것 같아요.”
담담하게 내 생각을 전했다. 살짝 머쓱하지만 오늘 만난 연구원, 이재형을 향해 말했다.
“흐음…요즘 치매 연구가 트렌드인가?”
“네?”
“아니, 내 동생도 요즘 갑자기 치매에 꽂혔거든. 어디서 뇌 모형을 사왔는지 책상에 두고 맨날 뜯어보고 있어.”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재형의 동생 이재성, 그러니까 그 화학 천재가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화학 물질을 가지고 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지금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가 그 연구를 들고 나온 건 내가 대학원 박사 과정에 막 들어갈 시기.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수 년이 흐른 뒤였다.
‘…지금부터 연구하고 있었던 거였나.’
나는 지금까지 이재성을 천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게 그가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들은 천재에 걸맞았으니까.
일반고 출신에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 금상 수상.
돌연 고등학교 자퇴 후 연구소에서 스카우트. 그리고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화학 물질 개발.
하지만 이 모든 건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걸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였다.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이재성은 나와 비슷한 존재라는 걸 나는 불현듯이 알 수 있었다. 날 때부터 타고난 녀석들, 그러니까 곽진환이라든가 최한별, 어떻게 보면 이인성, 이인영 쌍둥이들과 다르게 이재성과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재형이 동생에 대해 떠들고 있는 중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원래라면 어차피 1주 뒤에 있을 여름 학교에서 지겹도록 보게 되겠지만, 치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개인적인 시간은 부족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와 이야기를 먼저 나눠보고 싶었다.
“형. 근데 동생분은 몇 살이에요?”
이재형은 아직 내가 이재성을 아는지 모른다. 일부러 나이와 연구 업적까지 다 알고 있지만 나는 괜스레 모른척을 하며 물었다.
“응? 너랑 동갑이야. 걔도 이번에 고1 이거든.”
“아하. 그러면 언제 한번 다 같이 만나도 좋겠네요. 보니까 동생도 이쪽 관련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요?”
“하하…그건 맞는데….”
멋쩍은 듯이 이재형이 뒷통수를 긁었다.
“걔가 내 동생이긴 하지만 사회성이 좀…떨어지거든. 그래서 만나면 좀 힘들거야.”
“형보다 더요?”
“나, 나는 와, 완전 사회인이거든?! 어, 어쨌든 음…좀 애가 성격이 조, 좀… 아! 어차피 좀 있다 여, 여기 근처 지나간다고 했는데, 그, 그때 한번 이야기해볼래?”
럭키.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어갔다. 물론 지금의 이재성은 치매 치료제와 관련된 연구는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겠지만…훗날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올 그를 미리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뜻 깊은 일이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봤다.
*
“싫은데? 내가 왜?”
“어?”
“나보다도 멍청한 애랑 왜 같이 연구를 해야하냐고. 너 나보다 화학 잘 해? 나보다 똑똑해? 아니잖아.”
버거 프랜차이즈점에 모여 앉은 셋.
“재, 재, 재성아, 그, 그래, 그래도 치, 친구인, 데,”
“친구는 무슨. 난 친구 없는데? 그리고 쟤 한국과고 학생 아니야? 한국과고같은 엘리트 금수저들께서 뭐하러 여기에 오셨대? 그리고 형. 언제까지 그 말도 안되는 연구 붙잡고 있을건데? 부진아를 왜 굳이 천재로 만들려고 해? 시간 낭비하고 있네.”
이재성은 잔뜩 독기가 찬 눈으로 내게 쏘아댔다. 와다다 쉬지 않고 폭격하는 그에게 아군은 없어보였다. 말리는 이재형한테도 쏘아대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이 참,
“진짜 재수없네.”
“!”
전생의 내 모습이랑 판박이였다. 아니지, 저 정도는 아니었을거다. 아마…도?
느닷없는 내 발언에 이재성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페이스를 다시 잡고는 도끼눈을 한 채로 나를 노려봤다.
“재수없으면 꺼지든가. 괜히 와서 말 건건 너거든? 가만보아하니까 이번 화학 올림피아드 시험도 떨어진 것 같은데-”
“붙었어. 우리 1주일 뒤에 본다?”
“…운빨이네.”
이렇게 틱틱대는 이재성을 보며 가벼운 두통이 일었다. 왜 천재들은 다 이렇게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는걸까. 가만보면 곽진환도 얘랑 비슷한 과였지.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곽진환이랑은 조금 결이 달랐다. 그보다 더 질척질척하고, 똘똘뭉쳐진-
“너, 혹시 부러워?”
“…뭐?”
“아니. 혹시 내가 한국과고 학생이어서 부러워서 그런가 해서.”
열등감이었다. 그리고 그 열등감에 똘똘 뭉쳐진 녀석을 반드시 내 팀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지랄. 똥 싸네.”
…내 연구를 위해서라도. 참자.